‘참교육’이니 ‘사이다’니 하는 콘텐츠들이 유독 한국에서 인기를 얻는 것 같아요. 그게 아마 다들 그런 ‘한국적 경험들’을 못 잊고 품고 살아서인가 싶기도 합니다.
[장맥주북클럽] 1. 『크로노토피아』 함께 읽어요
D-29

장맥주

프렐류드
배타적인 인간관계로 형성된 회사의 시기가 있었는데, 누군가 그러더군요. 그 분의 팔뚝 안쪽과 바깥쪽에 매달려 있는 것의 차이라고.. 가까스로 매달려봐야 언젠가는 뚝 떨어질 뿐이라고.. 차라리 외면이 편한 거라고요.

장맥주
아, 비유 절묘하네요.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인물과 관계 중심으로 움직이는 조직에는 적응을 잘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뚜렷한 목표가 없는 사교 모임에는 어지간하면 참여하지 않습니다.
게으른독서쟁이
와~ 좋은 맞는 분들을 찾으셔서 너무 좋네요~ ㅎㅎ 언제든 결국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잘 버티며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요. ㅎㅎ
그 전 회사의 이야기를 보고 생각난 게. 저는 가을에 날 좋을 때 밖에 벤치에 앉아서 찬 공기에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높고 푸른 가을하늘 아래서 책 읽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예전 살던 동네에서 가끔 그러고 있으면서 눈총 많이 받았어요. 참 재수없다는 눈총. ㅎㅎ 그래도 좋은 건 해야쥬 ㅎㅎ 그리고 애 학교에서 허락해주시고 권유하셔서 학교 도서관 다니면서 책 읽고 독서모임을 만들고 도서관에서 봉사하고 했는데 그것도 뒷얘기가 웅성웅성... 나도 학교에서 일하면서 돈 벌어보자 나도 소개해 달라는 분도 있었어요. 그래서 돈받고 하는거 아니라고 자원봉사하는 거라고 했더니 그럼 됐다며 가시더라고요. ㅎㅎ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러려니 하는 거죠 뭐.

장맥주
부지런한독서쟁이시네요! ^^
저는 고등학생 때도 대학생 때도 적당히 맑은 날 나무 아래 벤치에 누워서 혼자 눈 붙이는 걸 좋아했습니다. 종종 책으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고요. 지나가던 선배가 저를 보고 놀라서 "너 왜 노숙자처럼 그러고 있어?" 하고 묻더군요. 그게 그렇게 이상했나...

임쿨쿨
하동 할머니댁 가면 살짝 그늘진 벤치에 앉아 새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 없더라고요. 도서관보다 탁트인 곳이 좋죠. 그 맛을 아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하네요:)
좋은 날씨를 대낮에 온전히 누릴 수 있다면 어떤 별명이든 개의치 않습니다ㅠ 귀한 시간들이죠!

장맥주
그렇게 누워서 나뭇잎 사이로 하늘을 보는 걸 좋아했어요. ^^
게으른독서쟁이
와~ 상상만해도 상쾌한 숨이 쉬어지고 기분 좋아지는 그림이에요~ 그렇게 책읽다 한숨자면 좋겠구만요.
게으른독서쟁이
신문지는 몰라도 책 덮고 누워계시는 노숙자는 뵌 적이 없는데...ㅎ

장맥주
가끔 신문지 덮고 잔 적도 있기는 합니다...
게으른독서쟁이
아하.... 그럼 오해가능합니다 ㅋ

메롱이
‘나는 이곳에 속하지 않았다’라는 의식을 가질 때가 종종 있었던 거 같습니다. 어렸을 땐 그런 상황에서도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을 지키기 위해서 이런 상황일 수록 나는 좀 달라 등등 사춘기 시절의 중2력을 재가동시키고 외부로부터 나를 지켜줄 두터운 벽과 어떤 텐션을 한계치까지 올리기도 했던 거 같네요. 그런데 요즘은 저 스스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서인지 제가 어디가 부족하고 심각하게 비어있고 멍청한지가 뻔히 보이더군요. 그래서 대충 대충 잘 지내는 편입니다.

장맥주
같잖은 우월감으로 버티던 때가 있었고, 주변과의 불화를 에너지 삼아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충 잘 지내는 연습을 하는 중입니다. ^^

챠우챠우
저는 대학을 졸업한 뒤 일했던 일터가 폐쇄적인 곳이라 늘 '타교출신'으로 살아왔습니다. 지금 있는 직장은 대학보다 오래 다녔지만 아직도 저는 타교출신이네요. 그래서 아직도 이곳에 속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삽니다.
제가 처음으로 '우리학교'라고 제 직장을 지칭했던 날은 수백명이 참석한 워크샵에서 1등 경품으로 아이패드 프로를 받았을 때 아내에게 자랑하려고 전화했더니 '너 아이패드 하나 받더니 이제 우리학교 라고 하네'라고 하더라고요.

장맥주
저는 ‘우리 ○○’이라고 부르는 게 거의 없어요. ‘우리나라’라는 표현도 안 쓰고 대신 ‘한국’, ‘한국 사회’라고 합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부를 거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정부에서 비용을 대는 강연료를 받은 적도 꽤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라는 말을 안 씁니다.) 제가 ‘우리’라는 관형어를 붙이는 대상은 ‘우리 집’ 정도네요. 그런데 제가 ‘우리 집’이라고 하면 저와 아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가구와 저희가 이룬 가정을 가리키는데 아내가 사용하는 ‘우리 집’은 가끔 친정을 가리킬 때도 있더라고요.

siouxsie
한 6-7년쯤 여기저기 강사생활을 하다가, 지금 직장에 2008년쯤에 들어왔어요. 그때도 별 기대없이 여기서도 독고다이 하면서 지내야지 하며 1년 반 정도 지난 어느 날 전임 제의를 받았습니다. 그 전에도 딱히 트러블이 있었던 건 아니고, 다들 친절하시고 좋은 분들인 건 알았어요.
전임이 된다는 건 핵인싸가 된다는 거잖아요(딱히 핵인싸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요). 게다가 뚜벅이 강사생활에 질려 있을 때라 무서웠지만, 제의를 받아들였고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다들 잘 맞고 너무 좋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 같아요. 안 맞는 부분 도 있고, 가끔 서로 실수해서 짜증날 때도 있지만 여긴 회사니까 성질부리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지내니 처음엔 겉치레 같던 관계가 서로 배려하는 관계로 바뀌더라고요.
정말 나쁘거나 100% 나랑 안 맞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맞는 부분에 맞춰서 잘 지내 보려 노력하다 보니 정 들더라고요. ㅎㅎㅎ 제가 이 회사 빌런일수도?!

장맥주
괜찮은 동료들과 한 부서에서 일하는 게 진짜 행운인 거 같아요. 인원이 10명인 팀에 인성 하위 10퍼센트인 사람이 끼어 있지 않을 확률을 계산해 보니 34퍼센트 정도밖에 안 되네요. (0.9의 10승)
정말 인성 안 좋은 상사랑 일한 적이 있어요. 얼마나 인성이 안 좋았느냐 하면 그 분이 일한 두 부서에서 후배들이 ‘이 사람이랑은 도저히 일 못한다, 이 사람이 계속 우리 부서에 있으면 우리가 다 사표 내겠다’며 집단 반발을 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니까 그 분은 그런 일을 두 번이나 겪은 거죠. 그 분, 요즘 아주 잘 나갑니다. 사는 게 뭔지... ㅎㅎㅎ

siouxsie
동종 업계 아닌데 이렇게 딱 일치하는 사람이 있다니...지인 중에 그런 분이 상사인 사람이 있더라고요...근데 그도 인간이었는지 그만 두고 싶다고 했더니 회사에서 승진을 시켜줬대요. 그의 퇴사를 회사에서 막아 다들 안타까워 하고 있는데, 그런데도 못 해먹겠다고 3개월만에 또 사표 쓰니까 또 승진을 시켜줬다고 하고요...중소기업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대기업 중 하나에서 일어난 일이에요. 뭐 인성은 바닥인데, 일을 잘한대요. 근데 아무리 그래도 회사에서 업무로 만난 사람들에게 씅질내는 건 정말....그래도 인생은 부메랑이라고 생각하며 삽니다.

장맥주
잘 나가는 대기업 홍보실 과장님이었나 부장님이 인사철에 사석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우리 회사에서 임원을 다는 사람들은 다 소시오패스들이에요.”

siouxsie
대기업 다니는 제 지인은 "우리 회사 임원들은 다들 장기가 하나 둘씩 없어. 다행인 건 회사에서 비싼 건강검진을 1년에 한번씩 해 주니까 조기 발견해서 안 죽는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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