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D-29
무라카미 하루키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갈 때까지 파려고 합니다.
예술은 체제를 뛰어넘는다 이게 예술가의 본령(本領)인데도, 체제(體制)나 사상에 반하면 권력자는 그 작가를 아예 뭐든 빼버리려고 한다. 교과서에 싣는 건 언감생심이다. 그들의 주장이나 그들이 선택한 이념이 자기에 반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정신적인 것에 독재자는 떤다. 그들이 자기의 뿌리와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가 어쩔 수 없이 다른 체제를 선택당했어도 그는 현 정권에 의해 매도당한다. 아예 언급을 못 하게 한다. 이런 게 없는 사회가 민주적이고 건강한 열린 사회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앞날이 암담할 뿐이다. 독재자의 구미에 맞는 소리만 들리고 진실이 묻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은 그 체제나 사상보다 더 오래가는 것은 예술작품이다. 특정 체제나 이념은 사라져도 작품은 그대로 남고 그 작품은 그런 체제나 사상을 뛰어넘는다. 세월과 공간에 관계 없이 사람들에게 회자 된다. 한 국가의 흥망성쇠와 관계없이 그렇게 살아남으니까 그만큼 대접도 받는다. 그러나 사상과 체제는 다른 이념이 정권을 잡으면 아예 또 그 시절을 언급조차 못 하게 한다. 예술은 거의 고정되어 있지만, 특정 체제를 기반으로 한 권력은 변화무쌍하다. 예술가들은 인간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나 진리를 다루지만 권력자들은 자기만의 생각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이 향하는 곳은 궁극이다. 커널(Kernel)과 본질이다. 사람의 마음과 세상이 움직이는 근본원리다. 체제나 사상, 세월, 지역을 초월(超越)한다. 그리고 지금 주류로 흐르는 것보다 그 주류에 의해 기를 펴지 못하는 소수를 대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들의 말을 전하려 한다. 예술가들의 관점에서 보면, 잘난 놈이나 못난 놈이나 거기서 거기인데 현재 이들이 차별적으로 대우받기 때문에 그걸 바로잡으려는 것이다. 그래 사실, 별것도 아닌 주류가 못마땅한 것이다. 그래 여기에 반기를 드는 것이다. 이들의 반골 기질 때문이다. 현 체제와 주류에 순응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 잘나가는 자에게 아부하지 않고, 못 나가는 자에게 건방떨지 않는다. 그들의 생각은 그 일시적인 체제와 같지 않고 그걸 뛰어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간과 그들이 사는 세상의 궁극을 노래할 뿐이다.
일본 드라마는 대개 이런 식이다. 어떤 감정을 말로 일일이 잘 표현하지 않고 그냥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다. 감정에 질질 끌려 다니지 않는 것 같다. 그게 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 그러는 것 같다.
일본 드라마를 보면 집이고 어떤 시설이고 심지어 논밭도 정리가 잘 되어 있다. 마치 정리의 장인인 민족 같다. 그 밭에서 소출엔 신경을 별로 안 쓰고 정리에 더 신경 쓰는 국민들 같다. 또 인간은 자기에게 호기심이 떠나지 않는 내용을 글로 남기려고 한다. 뭔가 그것에 대해 쓰면서 해소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게 부정적인 것이라도 그에게 자극을 줘 글로 남기게 하면 그 인간은 그에게 뭔가를 좀 보탬이 된 것을 하게 된 것이다. 그에게 그 인간은 좀 쓸모가 그 당시에 있었던 것이다. 전체적으로 개돼지에 불과한 인간이라도.
일본 드라마는 그냥 소소한 걸 보여준다. 그러면서 아이든 어른이든 가끔 철학적인 말을 한다. 통찰적인 말이다. 그냥 계속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실은 정서적인 공감이 실생활에서 엄청나게 중요하다. 바로 이주민을 혐오하는 건 이것이 안 맞아 그런 것이다. 못 사는 나라는 이런 것을 자기에게 맞추라 하고, 잘 사는 나라는 이런 정서적인 걸 자기가 그들에게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르면 촌스런 것이라고. 재벌을 욕하고 강남을 욕하면서도 그들을 따르는 것하고 비슷한 인간의 더러운 감정이다.
작가는 왜 아름다운 여자를 좋아하나 작가들은 왜 아름다운 여자를 끊임없이 갈구하고 탐닉(耽溺)하는 걸까? 우선 일반인처럼 그들도 그녀에게 관심과 호기심이 마를 수 없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여자와 뜨거운 사랑도 하고 싶다. 그리고 사랑은, 인간 세계에서 가장 값지고 가장 순수하고 살아 있는 동안 가장 해볼만한 거라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그건 누구라도 이의를 달기 어려운 거의 절대적인 가치라고 보기 때문이다. 자기 이상형인 아름다운 여자와 대화를 끝없이 해보고 싶은 것이다. 원래 아름답고, 자기의 이상형인 사람과 대화를 하면 그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그 순간은 꿈결 같고 즐겁다. 그래서 그녀의 얼굴, 몸매, 말투와 생각까지 다 좋아하게 된다. 그녀와의 대화에선 웃음꽃이 필 것이고 그건 인생에서 잘 잊히지 않아 나중에라도 좋은 추억으로 가슴속에 새겨져 미소를 지으며 여생을 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재미없는 세상에 자기 즐거움의 밑천이 된다. 대신, 일상에 묻혀 여자는 작가와 대화가 잘 안 된다. 대화 코드가 맞지 않는다. 흥미 거리와 관심사도 다르고, MBTI와 타고난 기질과 자란 환경도 다르다. 정서(情緖)적으로도 안 맞고 대화를 하면 할수록 서로에게 상처만 줄 뿐이다. 그러나 아름다우면서도 이상형의 여자는 그래서 좀 다르더라도 자신이 얼마든지 그녀에게 맞춰줄 수 있고 (사랑과 호기심이 있으니까 자연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맞추는 것이고, 그녀도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게 되어 차츰 싫지 않게 된다. 누구나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대개는 같이 좋아하는 법이니까),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의 일상과는 다른 경험을 했고 인간과 인생에 대해 깊이 그리고 넓게 알고 있는 유흥에 종사하는 여자를 그래서 작가들이 잘 만나는 것이리라. 작가가 유흥에 종사하는 아름다운 여자를 좋아하는 이유 ① 아름답고 자기 이상형이어서 호기심, 설렘, 텐션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내 메마른 생활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② 아름다운 자기 이상형이 애달프게도 인간과 세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해, 주로 이걸 또 다루는 작가와 대화 코드가 맞기 때문이다. ③ 작가는 유한한 인생과 현실 속에서 사랑만큼 더 값진 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술 취한 사람이 주사를 부리는 이유를 알겠다. 그는 술로 자존감이 낮아졌다. 술로 돈을 날렸지, 건강에도 안 좋지 하여간 기분도 안 좋은 상태에서 이러니 남이 약간 싫은 소리를 하면 낮아진 자존감에 그에게 엉겨붙는 것이다.
나는 이건 왜 이럴까에 관심이 많다. 글도 대개 그리로 향한다. 여자가 왜 남자보다 힘이 약하고 키가 작을까? 왜 여자가 더 말을 잘할까? 왜 여자의 성기는 구멍이고 남자의 성기는 막대기처럼 튀어나왔나? 왜 대개는 남자가 흥분해서 여자를 범하고 여자가 그런 경우는 잘 없나? 여자가 하고 싶을 때 남자의 의지가 있어야(성기가 서야) 하고, 남자는 여자이 의지(의사)에 상관없이 섹스를 할 수 있나? 남자의 의지가 없으면(성기가 서지 않으면) 여자는 남자를 범할 수 없다. 인간들은 왜 감정이란 게 생겼고 왜 죽음 같은 걸 알고 살아가나? 등 근본적인 것. 특히 인간에 대한 것.
요즘 MZ 애들은 네가 아니러 무조건 너 라고 한다. 지금까진 네 가로 써왔는데.
일본 드라마는 자기 자신이 또 다른 곳에 또 있을 것 같다는 말이 더러 나온다.
실질적인 기생충들 『살인자 ㅇ난감』 에서 듣기 거북하게 부하한테 존댓말하고 생긴 건 멀쩡해서 극히 가식적인 형사 새끼와 프로파일러 여형사의 모습은 사람이 먹은 음식을 모두 게우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런 것들은 대개 사회에서 무난하게 코스를 밟아온 인간들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거의 완벽하게 따르며 산 개돼지들이다. 그들은 사람들이 우러르고 모범으로 삼는 걸 무기로 삼아 시건방지게 그게 최고일 줄 알고 사회에서 빗나가 소외되어 사는 사람들을 멋대로 재단하고 함부로 진단해 자기 멋대로 해석한다. 오직 자기 기준으로만 언론에 대고 화장을 고치며 논평한다. 그러면서 자기에게 유리하게 출세에 도움이 되는 것만 취사선택하는 약삭빠름을 보인다. 야비한 기생충들이다. 이런 인간들이 대개는 보수 꼴통들이다. 이런 인간들의 역겨운 모습과 나불거리는 입을 보고 있노라면 먹은 걸 다 게울 것 같다.
여자 남자,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건 반칙 작품에도 흐름이 있다. 그 흐름의 냄새를 맡고 잘 타는 게 여자다. 이건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라 여자가 더 유행이나 주변 변화에 민감한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남자 작가의 소리는 잘 안 들리고 나, 엄마, 할머니 소리만 들린다. 이것도 흐름이다. 그게 엄청 중요하면 계속 이어져야 하는데 흐름에 따라 움직이니 절대 또 안 그렇다. 그건 그게 그냥 흐름이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모든 이야기가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다뤄 줘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것이다. 원래 다른 성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신비감으로 끌리기도 하고, 그래서 서로 혐오하기도 하는 것이다. 아무리 파도 모르겠고 자기를 공감하지 못한다고. 다른 성은 자기와 다르니까 이해하기 힘들고 이상하기 때문에 동성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이다. 꼭 자기 얘기를 하는 것 같으니까. 그래서 이 두 성이 골고루 자기 이야기를 해야 공평하다는 것이다.
작가는 대개 요즘 너무나 변화가 빠른 문명의 이기에 대해 안 배우려 하고 그러면서 일상에선 그것에 대한 열등감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 같다.
위악은 자기를 우습게 보지 말라고 일부러 강한 척하는, 가진 게 별로 없어 그 마음을 들킬까 일부러 나쁜 척하는 것이고 위선적이라는 건 가진 게 많은 인간들이 자기 것을 지키려고 착한 척하는 것이다. 그래야 더 잘 자신이 원하는 게 굴러들어오고 착하니까 자기 것을 함부로 탐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여자는 남자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자들은 대놓고 말한다. 남자 없인 살아도 여자 없인 못 산다고. 그리고 그들의 글을 보면 여자에 대한 글이 80이면 남자에 대한 글은 20정도밖에 안 된다. 그런 걸 굳이 거론하면 남자가 쪼잔하게 그런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걸 여자들은 웃으면서 그러니까 아주 자유롭게 말하는데 남자들이 그런 말을 하면 그 뒤끝이 두려워 힘부로 웃으면서 말을 못 한다. 왜 이렇게 된 걸까? 내가 보기엔 여자가 아직은 약자 입장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다시 그곳에 가고 싶다 한창 공부할 때 엘리베이터는 없고 계단만 있는 도서관인데, 계단이 무척 넓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 계단 바닥이 반질반질하다. 겨울엔 주변 공기를 건조하게 해 코를 훌쩍거리게 하고 눈을 따갑게 하는 건조하기만 한 난방이 아니라 칙칙 쉬~하는 소리를 내는 라디에이터 스팀 보일러가 있는 그런 도서관이 지금 와서 그립다. 칙칙거리는 증기 소리가 뜨거운 열공 모드를 격려하는 듯하다. 만약 그런 도서관이 지금도 있다면 굳이 그곳을 방문해 공부에 다시 전념할 것 같다. 그 분위기에 젖어, 취해 여름엔 공부하다 지루하면 널찍하고 시원한 복도에 나와 같이 공부하는 낯익은 단골들과 도서관 구석의 자판기 커피를 쫙쫙 뽑아 먹으며 고개를 끄덕거리며 인사하던 곳. 이런 곳은, 지금의 도서관처럼 너무 화려해 위화감이 들게 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서늘하고 그늘져 아는 사람 안 만났으면 하는, 몸을 숨기고 싶어 하는 도서관 개근생들을 가려준다. 아직 그들에게 떳떳하지 않다. 자금은 내가 등장할 때가 아니다. 겨울엔 또 따뜻하다. 정이 든 것 같다. 그런 곳엔 꼭 죽돌이들이 있게 마련이고, 그들과 매일 만난다. 공부는 안 되고 개나리 진달래 피는 화사한 봄-젊은 피로-싱숭생숭하면 의기투합해 주변 허름한 술집으로 우르르 향한다. “먹고 죽자!” 주거니 받거니 몸이 떡이 될 때까지 부어라 마셔라. 돈이 없어 안주는 부실, 책만 들여다보고 햇빛을 보지 못해 새하얀 얼굴에 체력도 저질, 빈속에 먹은 술은 금방 올라온다. 사회도 부모도, 이젠 자신조차 포기 상태라 술로 그 마음을 달래려 반드시 같이 술 먹으러 간 도서관 친구에게 드잡이하며 괜한 트집을 잡는다. “그 착한 친구한테 내가 왜 그랬을까? 아, 나도 인간 말종(Vermin)이 다 되었구나! 앞으로 절대 술은 입에도 대지 말아야지.” 하지만, 이튿날 뼈저리게 후회하면서도 만만한 도서관 친구에게 술만 마시면 또 주정을 부린다. 그래도 그때를 생각하면 그립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다른 광경으로는 절대 가기 싫지만, 그 장면만은 잠깐 멈춰 세우고 꼭 다시 그 장면 속으로 끼어들고 싶다. 가진 거 없고, 제대 직후라 아직은 느긋해 순수하게 설렜던 그때 그 시절로. 가난했지만 마음만은 부자였던 거기 그곳으로.
다 자기 마음 작용이다. 내가 한 말이 상대에게 대단히 미안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대개 남은 그렇게까지 상처를 안 받는다. 그러나 말한 사람이 그런 마음을 안 가졌을 때 상대는 상당히 상처를 받는 경우가 있다. 이때 그 말은 한 사람은 기억조차 대개는 못 한다. 내가 그랬냐고, 한다. 이게 다 사람의 마음은 자기 위주이기 때문이다.
욕이야, 칭찬이야 “그거 욕이야, 칭찬이야?”라고 물을 때, 그 말을 한 사람은 대개 칭찬이라고 한다. 그럼,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넘어간다. 그러나 그 말을 한 사람은 이미 칭찬인지, 욕인지 속으로 결정하고 한 말이다. 듣는 사람이 이게 욕인지 칭찬인지 진실을 아는 방법은 그가 요즘 어디에 관심을 두는지 알아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는 저녁이 있는 삶으로 워라밸을 추구하고 있고 나는 젊을 때 모범적으로 열심히 버는 갓생을 추구하는 거라면 그와 나는 생활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그가 한 말은 실은 칭찬이 아니라 욕일 확률이 더 높다. 대신 그가 나와 같은 생활방식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한 말대로 칭찬인 경우가 거의 확실하다. 자기가 추구하는 걸 나도 같이 추구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생각만큼 고상하지 않아 자기와 같은 사람을 칭찬하지 다른 사람을 칭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그 지역에 가서 자기가 거기에 조그마한 거라도 연고가 있다며 소울리스한 유체이탈(遺體離脫)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이다. 그 지역민과 자기가 같다는 것이다. “우리가 남이가?” 공사가 통합된 지 7년이 넘어가는데도 아직도 갈등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이 같음과 다름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이 같음과 다름을 하루속히 희석시키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진정한 통합으로 가는 길일 것이다. 그리고 더 크게는 MBTI를 보면 더 확실하다. 이게 작게는 T와 F에서 결정되고, 더 큰 범위에서 J와 P로 결정된다. 너는 T이기 때문에 F인 내 말에 공감을 못 하고 내 말과 감정에 맞게 적절히 리액션하지 못 하고 잔정 없이 냉정하다며 언짢아한다. 이런 T와 F의 대화에선 욕인 경우가 많고, 같은 F거나 T이면 칭찬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을 결정하는 J와 P는 그 사람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결정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기존 것 안에서 자기 행동을 결정하느냐 아니면 기존 체제보단 자신의 자유로움을 더 중시하느냐인데 이것으로 정치적인 진영과 노선을 따져보면, J 중엔 보수가 많고, P 중엔 진보가 많다. J엔 공무원이 많고, P엔 아티스트가 많다. 행동에 체제를 의식하느냐, 의식하지 않느냐인 것이다. 이처럼 욕인지 칭찬인지는 그가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가 더 중요한 것이지, 그가 칭찬이라고, 듣기 좋게 접대성 용어로 한 말이 결정하는 게 아니다. 말한 사람의 스타일에 따라 칭찬과 욕이 갈린다. 그러니까 그건 실은 칭찬도 욕도, 뭣도 아닌 것이다. 말하는 사람의 입장만 반영된 상대적인 견해에 불과하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책 좀 읽으라고 유령이 나타났다 요즘 인간들은 책을 너무 안 읽는다. 전에도 안 읽었지만 그게 점점 더 심하다. 다 그러니까 부끄러움도 모른다. 오히려 이젠 읽는 사람이 뭔가 뻘쭘하다. 그러니까 생각은 사라지고 단세포적인 것에 이끌려 동물적인 쾌락만 좇는 것이다. 나중을 생각하지 않는다. 기후 위기도 그렇고 몸에 분명히 안 좋은 건데 그냥 자극적인 것이면 무조건 입으로 가져간다. 어린 나이에 당뇨, 비만, 고혈압으로 고생하는 것이다. 젊은 치매도 오고. 그래 이 글은 그렇게 인간들이 책을 읽지 않으니까 뭔가 중요한 걸 전달하려고 죽고서도 다시 도서관에 관장이 나타난 것이다. 제발 책 좀 읽으라고. 그래야 진정한 인간으로 살고 제대로 된 인간 세상이 만들어질 희망이 있는 거라고.
작가로 버틸 수 있는 것은 인간은 누구나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쓴다. 물론 작가도 예외가 아니다. 작가는 세상이 허무하다는 걸 잘 안다. 염세주의자가 많아 덧없고 부질없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책을 통해, 일반인보다 그걸 너무나 더 자주 생생히 접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자신은 글로 자기 생각을 기록하고 그게-유명해지건 아니건 그래도-후대에 남는다는 것에 대해. 물론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기쁨과 자기 글이 한 독자에게라도 힘을 줄 가능성에 대한 기쁨도 있지만 역시 자기 기록이 남는다는 것을 가장 큰 기쁨으로 여길 것 같다. 아마 작가 중엔 그걸 자신이 선택한 것 중 가장 잘한 것이고 자기 뜻에 따른 것이고, 그걸 하며 행복하고 후대에 남아 그나마 잠시 잠깐인 한 인생을 버틴다고 생각하는 게 거의 분명하다. 만약 자식을 낳는다면 유전적, 물리적인 유산을 남기는 것이고, 작품을 남긴다면 정신적인 유산과 자기만의 단독자적인 세계를 온전히 남기는 것이기 때문에 작가의 그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세계에서 한 육체는 사라져도 그 정신만은 설령 누가 알아주지 않고 무시하고 하찮게 취급해도 이 세계 그 어디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품은 채 살아 숨 쉴 것이기 때문이다. 한평생 쏟아부은 온전한 자기 정신만은. 이생에서 생을 마감해 이미 육체는 태워지고 흙의 일부가 되었어도 아쉬움, 미련, 후회가 남아 영혼이 떠나지 못하고 이승을 떠돌 수 있지만, 작가는 그런 것 없이 엄연히 자기의 혼에 해당하는 정신이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런 미련 없이 홀가분하게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육체는 가고 없지만, 자기 정신만은 엄연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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