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 신화》 혼자 읽기

D-29
자신의 삶과 자신의 반항, 자신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느끼는 것이야말로 사는 것이고, 최대한 많이 사는 것이다. 의식의 명철함이 지배하는 곳에서 가치 체계는 무용지물이 된다.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박언주 옮김
부조리한 인간이 인정할 수 있는 도덕은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신과 자신이 분리되지 않는 도덕, 즉 스스로 부과하는 도덕이다.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박언주 옮김
사랑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면, 만사는 너무 단순해질 것이다.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박언주 옮김
그들 중 한 여자가 〈드디어 내가 당신에게 사랑을 맛보게 해주었네요〉라고 외친다. 돈 후안이 비웃으며 〈드디어라고? 아니지, 한 번 더일 뿐이지〉라고 대꾸한다면, 과연 놀라운 일일까? 많이 사랑하기 위해서 왜 자주 사랑하면 안 되는 것일까?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박언주 옮김
도스토옙스키의 주인공들은 모두 삶의 의미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런 점에서 그들은 근대적이다. 다시 말해 어리석게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근대적 감수성과 고전적 감수성의 차이는, 후자는 윤리적 문제들에 중점을 두고, 전자는 형이상학적 문제에 중점을 둔다는 데 있다.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박언주 옮김
원고인 동시에 변호사, 판사인 동시에 피고라는 논란의 여지 없는 자격으로, 나는 이 자연을 단죄한다. 자연은 파렴치하게도 나를 태어나게 했고, 고통만 겪게 했다. 나는 자연이 나와 함께 소멸될 것을 선고한다.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박언주 옮김
스타브로긴의 어떤 질문에 대해 그는 자신이 신인(神人)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님을 확실히 한다. 이것은 자신을 예수와 구분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이것은 예수를 인간으로 통합시키는 것이다.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박언주 옮김
오직 이런 의미에서 예수는 인간의 드라마를 온전히 제대로 구현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가장 부조리한 조건을 실현한 인간이라는 점에서 완벽한 인간이다. 그는 신인(神人, dieu-homme)이 아니라, 인신(人神, homme-dieu)이다. 그리고 예수처럼 우리 각자도 십자가에 못 박힐 수 있고 기만당할 수 있다. 어느 정도는 실제로 그러하다.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박언주 옮김
따라서 키릴로프는 인류에 대한 사랑으로 자살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는 자기 형제들에게 가장 확실하고도 가기 힘든 왕도(王道)를 제시해 주어야 하고, 자신이 제일 먼저 그 길에 올라야 할 것이다. 이것은 교육적 의미의 자살이다.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박언주 옮김
하지만 이 불과 얼음의 존재들이 우리에게 이토록 친숙하게 다가오게끔 만드는 창조는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가! 이 존재들의 심장에서 끓어오르는 그 초연함에 열광하는 세계는 우리에게 전혀 괴물로 다가오지 않는다. 우리는 그 속에서 우리의 일상적 고뇌들을 다시 만나는 것이다.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박언주 옮김
하지만 부조리한 작품들을 열거하는 것이 아직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부조리한 존재를 완성시킬 수 있는 태도 중의 하나인 창조적 태도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려 볼 수 있다. 예술은 부정적 사고에 의해서만 제대로 이해될 수 있다. 검은색을 이해하는 데 흰색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부정적 사고의 모호하고 겸허한 과정은 위대한 작품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박언주 옮김
무겁지만 일정한 발걸음으로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고통을 향해 다시 걸어 내려가는 그 남자가 보인다. 호흡과도 같고, 그의 불행만큼이나 분명하게 되풀이되는 이 시간은 바로 의식의 시간이다. 그가 산 정상을 떠나 신들의 누추한 소굴을 향해 조금씩 빠져 들어가는 이 순간순간, 그는 그의 운명보다 우위에 있다. 그는 그의 바위보다 더 강하다.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박언주 옮김
오늘날 노동자는 평생에 걸쳐 매일같이 똑같은 일을 한다. 이 운명도 시지프보다 덜 부조리하지 않다. 하지만 이 노동자는 그가 의식을 되찾는 몇몇 드문 순간에만 비극적이다.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박언주 옮김
그가 겪는 고통의 근원일 수밖에 없는 이 통찰력은 동시에 그에게 완전한 승리를 가져다준다. 경멸로서 극복되지 않는 운명이란 없는 것이다.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박언주 옮김
무의식적이고 비밀스러운 호소, 모든 얼굴들을 초대하는 이 목소리들은 승리의 필연적 이면이자 대가이다. 그림자 없는 태양은 없는 법이기에 어둠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부조리한 인간은 〈예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의 노력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개인의 운명은 있어도 결코 그것을 초월하는 운명이란 없다.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부조리한 인간이 판단하기에 숙명적이라고 경멸받아 마땅한 운명이 있을 뿐이다.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박언주 옮김
나는 시지프를 산 아래에 내버려 둔다! 우리는 그가 짊어져야 하는 무게와 늘 다시 만난다. 하지만 시지프는 신을 부정하고 바위를 들어 올리는 우월한 성실함을 가르쳐 준다.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박언주 옮김
산꼭대기를 향한 투쟁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의 마음을 가득 채울 수 있다. 행복한 시지프를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박언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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