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80-90년대와 비교해주셔서 좀 더 실감나게 다가왔어요^^
기회가 되면 하비의 책은 다시 도전해봐야 겠구요!
송승환 시인. 문학평론가와 함께 보들레르의 『악의 꽃』 읽기.
D-29
ICE9
ICE9
[6.등대]라는 시와 [8.돈에 팔리는 시신]에서 언급되는 '테 데움'이 볼드체로 되어 있는데요, 이 용어가 '찬가', '찬송가'라는 의미에서 사용된 듯 보이는데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여기서 데움deum으로 보이는 단어는 아마도 신, deus에서 온 것이 아닐까도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각각의 시에서 이 '테 데움'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혹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인지 아직 연결짓지는 못하고 있네요.
ICE9
오늘 읽은 시 중에서는 알쏭달쏭하긴 마찬가지이지만
눈길이 머무는 문장들을 꼽아본다면, [14.사람과 바다]의 문장이 있었습니다.
"자유인이여, 너는 언제까지나 바다를 사랑하리라!"
(...)
"그렇게도 너희들은 살육과 죽음을 사랑하는가."
라는 문장에서 좀더 머뭇거리며 읽었네요.
제국주의 프랑스의 역사 가운데 몇 가지 사건들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노예제도 못지 않았던 프랑스의 노예제도(특히 아이티와 같은 곳에서)나
나폴레옹 전쟁이 바다 건너 세계에 미친 영향 같은 것들을 떠올려 보기도 하구요.
poiein
[2 상승] '꽃들과 말없는 것들의 말을 애쓰지 않고 알아듣는 자'야말로 시인이겠지요? 『회남자』 「원도훈」편에 정신의 작용에 대해 눈과 귀가 청명하고 밝은 의미는 빛과 소리에 유혹당하지 않음이라고 하더라구요. 보들레르가 빛과 소리에 유혹당하지 않는, 자연에 감응하는 영혼이었다는 느낌이 들면서 오래전에 밑줄 그었던 『회남자』의 문장이 떠올랐어요. '꽃들과 말없는 것들의 말을 애쓰지 않고 알아듣는 자'가 써 내려간 시집이 매우 귀하다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poiein
[6 등대] 위대한 시인에게 호명 받는 화가들은 참 좋갰어요. 루벤스, 다빈치, 렘브란트, 미켈란젤로, 퓌제, 와토, 고야, 들라크루아. 퓌제를 처음 알게 되어 찾아보기도 했구요. 악의 꽃의 꽃잎을 한 장 한 장 펼치면 향기가 나는 것 같습니다. 그게 더할 수 없이 신기합니다.
poiein
그것은 수천 성채 위에 불을 밝힌 하나의 등대,
깊은 숲에서 길 잃은 사냥꾼들이 외치는 하나의 부름!
『악의 꽃』 p.36,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지음, 황현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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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aann
“ 가장 추악하고, 가장 악랄하고, 가장 더러운 놈이 하나 있다!
이렇다 할 몸짓도 없이 야단스러운 고함소리도 없이,
지구를 거뜬히 산산조각 박살내고,
하품 한 번에 온 세상을 삼킬지니,
그놈이 바로 권태! ㅡ 눈에는 본의 아닌 눈물 머금고,
물담뱃대 피워대며 단두대를 꿈꾼다.
그대는 알고 있지, 독자여, 이 까다로운 괴물을,
ㅡ 위선자 독자여, ㅡ 내 동류, ㅡ 내 형제여! ”
『악의 꽃』 독자에게, 19쪽,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지음, 황현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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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aann
나는 압니다, 고뇌야말로 이 땅도 지옥도
물어뜯지 못할 단 하나의 고귀한 것이며,
내 신비로운 왕관을 엮으려면,
모든 시대와 온 누리가 울력해야 함을.
『악의 꽃』 축복, 27쪽,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지음, 황현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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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aann
생각이 종달새처럼, 하늘을 향해
아침마다 자유 비상을 하는 자,
- 삶 위로 날며, 꽃들과 말없는 것들의 말을
애쓰지 않고 알아듣는 자 복 되도다!
『악의 꽃』 상승,30쪽,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지음, 황현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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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aann
“ 왜냐하면, 주여,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존엄에 대해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증거이기에
시대에서 시대로 흘러내려 그대 영원의 기슭에
닿아 스러지는 것은 이 뜨거운 흐느낌이기에!
”
『악의 꽃』 등대, 36쪽,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지음, 황현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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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aann
두 세 번 집중해서 읽고 나서야 그 다음 읽을 때 조금씩 느껴지는 것 같아요. 우선 그런 와중에 표시해둔 부분 문장 수집했습니다. 생소한 단어들, 또 인물들 검색하는 재미도 있네요.
저는 이번주 읽은 부분 중에서 <3 상승>이 가장 좋았습니다. “못을 넘어, 골짜기를 넘어, 산을, 숲을, 구름을, 바다를 넘어, 태양을 지나, 에테르를 지나, 별박힌 천구의 경계를 지나” “삶 위로 날며, 꽃들과 말없는 것들의 말을 애쓰지 않고 알아 듣는 자” 를 상상하다가 어린왕자가 생각났어요. 생텍쥐 페리도 생각나고요. 실제 비행하며 삶을 조망했을 모습과 장미, 여우 등 말없는 것들의 말을 알아들었을 모습이 혼자 상상되더라구요. 보들레르도 그런 삶의 태도를 열망했던 걸까요? 아니면 그런 삶을 살아가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썼을까요?
<4 만물조응>도 즐겁게 읽었습니다. poiein님이 악의 꽃에서 향기가 나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 만물조응에서도 그렇고, < 5 (포이보스가 조각상에게)> 마지막 연과, <7 병든 시신> 등 다양한 향들이 내뿜어져 나오고 확산되는 이미지들이 곳곳에 표현되어 있는 것 같아요.
소설과 다르게 시집은 읽어가다보면 시인이 나름의 이미지로 내 안에 자리잡게 되는데, 악의 꽃을 읽으면서도 역시 보들레르를 그려보게 됩니다(보들레르라는 이름만 알고 시는 처음 읽어봅니다). 지금까지 읽은 것에서 1861년 마흔의 보들레르는 부유하고 교육을 많이 받았으나 어떤 가정사가 있고 우울하지만 에너지가 있는 나르시스트? 같은 느낌이네요^^ 시인에 대한 자료나 글, 시대배경 같은 참고자료도 함께 읽는 게 좋을까요?
송승환
@jjaann @ICE9 @poiein 열심히 읽고 계신 모습 상상하니! 저도 기쁩니다. 시를 읽을 때 시인의 전기적 상황에 근거하여 시를 읽는 것을 제가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참고할 수는 있으니. 보들레르의 서한집 <우울의 고백>(민음사), <보들레르의 수첩>(문학과지성사) 살펴보시면 보들레르의 전기적 삶을 좀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시에 대한 정답이 아니라 시에 대한 질문. 목록을. 작성해서. 시집 끝까지 질문하시면서 읽으시면 더 다양한 해석과 느낌을 얻으실 수 있을듯 싶습니다. 그 질문들은 줌. 온라인에서. 나중에. 공유하면. 좋겠습니다!^^
효재
오늘 그믐에 가입했는데, 악의 꽃 모임이 있어 반갑습니다. 중간에 합류도 가능하다고 나오는데, 여기에 글을 쓰면 자동 참여가 될까요? 시읽기를 좋아하는 독자인데요, "악의 꽃"은 책의 만듬새에 혹해서 사두고 아직 읽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반갑습니다.
효재
<독자 에게>에서
1. 가장 추악하고 악랄하고 더러운 놈으로 권태를 지칭한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인간의 과오들과 증발돼버리는 의지, 쾌락을 쫓는 모습들,이들 보다 가장 더러운 것이 권태라고요.
2. 권태를 아는 우리를, 독자를 위선자 독자, 그러나 내 동류,내 형제라고 한 부분을 보고 참 시인답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위선자다는 자기고백 같은데요.
3. 궁금하네요. 마지막 연에서 "눈에는 본의 아닌 눈물 머금고, 물담뱃대 피어대며 단두대를 꿈꾼다"가 어떻게 권태로 연결이 될까요?
첫번째 시 <축복>에도 "시인이 이 권태로운 세상에 나타날 때"라고 한 부분이 있어서 권태가 보들레르에게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지고 있네요.
"당신이 주는 고통은 우리의 불결함을 씻어주는 신약이요"
"고뇌야말로 이 땅도 지옥도 물어뜯지 못할 단 하나의 고귀한 것이며"라는 부분을 보니 인생의 고뇌가 신의 선물과도 같은 것이라고 한 듯한데요. 권태롭지 않도록 신이 고뇌라는 축복을 내린 것일까요?
권태가 무엇인지 더 읽어가며 답을 찾아가 보렵니다.
송승환
보들레르는 악의 꽃을 하나의 완벽한 인공 미학의 질서 로 계산된 시집으로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목차, 를 보시고. 각 장의 제목들의 구성들을 보시면 보들레르의 숨겨진 의도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ICE9
뭔가 숨겨진 퍼즐을 찾아 맞추듯이 차례를 다시 살펴보고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
안나솔
지금부터라도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좋은 시간 될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송승환
@알아리 반갑습니다! 책읽기,에는 늦은 것이 없으니.... 지금. 항상. 바로. 함께. 읽으시면 됩니다. 궁금하신 것은 질문해주시고 느낌 있는 문장은 올려주세요:-)
송승환
@효재 '권태'는 계속 질문하며 함께 고민할 주제로 삼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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