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엽란을 날려라] 미리 읽기 모임

D-29
문학을 꿈꾸던 사람이 광고 회사라는 샛길로 샜다가, 결국에는 그 길로 삶의 경로를 선회해버리는 게 안타까우면서도 시큼한 마음이네요. 저 역시 광고 회사, 마케팅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처럼 광고나 마케팅 또는 다른 밥벌이 일을 하고 있으신 분들은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합니다.
p253 주머니 속에 돈이 있다고 이렇게 기분이 달라지다니, 묘한 일이었다. 그저 부자가 된 기분이 아니라, 마음이 든든하고 기운이 솟가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았다. 고든은 자신이 어제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더 이상 그는 윌로베드로 31번지에서 핍박받으며 석유난로에 콜라 차를 끓여 먹는 불쌍한인간이 아니었다. 그는 유럽과 미국 모두에서 유명한, 시인 고든 콤스톡이었다. <캘리포이아 리뷰>에 보낸 시 한편이 실리게 되어 50달러의 돈을 받게 된 고든의 심정입니다. 돈이 수중에 있을 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고, 더구나 그동안 궁핍했던 고든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가질 수 있는 마음인데요, 50달러에 너무 앞서간 자신감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내 불평불만만 늘어놓던 사람이라 그런지 보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누나 줄리아에게 갚겠다며 따로 챙긴 5파운드는 줄리아에게 잘 전달될지 살짝 의심이 가네요. ㅎㅎ
2022. 9. 14. 수 (읽은 부분 141-200) p.141. 우리 문명 자체가 저기 쓰여 있는 겁니다. 어리석음, 공허함, 황량함! p.150. 우리는 쓸데없는 말이나 떠들면서 그저 자기감정을 객관화하고 있을 뿐입니다. p.151. 더러운 상처가 모두 그렇듯, 가난도 가끔은 밖으로 드러내줘야 한다. p.152. 고든이 말하는 가난은 진짜 가난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가난의 언저리에 있었다. p.154. 가난은 영혼의 구취죠. p. 180. 청결, 품위, 힘, 자존심, 전부 다, 무조건 돈이야. p190. 당신들의 엽란이지. 엽란을 키우는 건 여자들이니까. p.200. 주머니속에서 그의 기를 죽이고 있는 4실링 4펜스를 완전히 잊을 수 있어야 비로소 욕정도 돌아올 것 같았다. *단상) 배금주의, 자본주의, 물질주의를 비판하는 글들을 읽으며 희열을 느끼고 때론 위로도 받는다. 그래서 자주 찾아 읽는다. 이 끊임없는 소유와 증식과 팽창의 욕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고든의 억지스러운 돈에 관한 억지는 조금 불편하다. 맨날 돈.돈.돈을 입에 달고사는 잔소리쟁이 아내 또는 남편?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그렇다고 고든이 틀렸다고도 할수 없다. 다 맞는 소리다. 그래서 더 슬프다. 이 현실이..래블스턴. 로즈메리같은 사람들이 그래도 고든 옆에. 우리 옆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지만지본 168p에는 이렇게 나오네요. ' "하지만 자살, 진짜 자살은 할 수 없소. 자살은 너무 온순하고 가볍소. 난 누구에도 세상에 대한 나의 몫을 넘겨주고 싶지 않고. 우선 난 나의 적을 몇 명 죽이고 싶어요." 자본주의에 대한 콤스톡의 저항은 헛발질을 하는 느낌을 주고 때로는 극단적이지만 그런 인물이기에 그런 도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주변에 있다면 꺼려지지만 이 사회에는 있어야할만한 인물이 고든 콤스톡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난은 영혼의 구취(p154) 짧지만 송곳으로 다가온 문장이었습니다.
195쪽, 데이트할 때 밥값 누가 내느냐. 이 떡밥이 이렇게 역사가 오래되었군요. 심지어 영국에서도.
196쪽, [하지만 이런 말을 속에만 담고 있기가 힘들었다. 틀림없이 가난 때문에 사람들에게―로즈메리에게조차― 경멸받고 있다는 느낌이 너무 강해서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자존심을 지키려면, 남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엄격하고 빈틈없이 고수하는 수밖에 없었다.]
199쪽, [“난 돈과 전쟁을 벌이는 중이고, 그래서 원칙을 지켜야해. 첫 번째 원칙이 이거야. 절대 구걸하지 말 것.”]
p335 부랑자들, 거지들, 범죄자들, 매춘부들. 그들은 저 밑의 곰팡내 나는 하숙집과 구빈원에서 좋은 세상을 살고 있다. 고든은 돈의 세계 밑에 거대하게 펼쳐져 있는 더러운 지하 세계를 종종 상상했다. 실패와 성공이 무의미한 세상. 모두가 평등한, 유령들의 왕국. 야망과는 거리가 먼 저 아래의 유령왕국에 있고 싶었다. 영화 <기생충> 속 대사중에 하류층 사람들은 고약란 냄새가 난다고 했는데 오웰의 책을 모티브로 했군요.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너무나 사실적이고 유의미합니다. 가난은 영혼의 구취(p154)
2022.9. 16. 금 (읽은 부분 p.201~300) -줄리아는 그를 지독히도 우울하게 만들었다. p204 -런던을 벗어나 ‘시골’에서 보낼 기나긴 하루를 생각하니 신나는 모험이라도 떠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로즈메리는 몇 달만에, 고든은 1년만에 찾아가는 ‘시골’ 이었다.p.207 -오랫동안 지하에서 살다가 밖으로 나온 듯한 기분이었다. p. 208 -걷는 동안 눈에 띄는 모든 것에 터무니없이 열광했다.p.211 -절대 위조할 수 없는 특유의 빛, 돈의 포근한 광휘를 내뿜는 얼굴들.p. 214 *단상 시골을 1년만에 간다는 문장이 이렇게 나를 슬프게 할 줄 몰랐다. 수풀에서 은유와 직유로 대화하는 그 둘의 모습이 서글프다. 10파운드의 돈을 손에 들고도 돈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고든 때문에 화가 난다.
p.310-311_이론상으로는 프롤레타리아적인 7시가 래블스턴의 기상 시간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정부 비버 부인이 8시에 도착하기 전까지 꿈쩍하지도 않았다.
215쪽, [“맙소사, 마을에 퍼브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렇죠! 저는 좋은 술집도 약국 바로 아래 급으로 중요한 필수 시설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216쪽~227쪽, 레이븐스크로프트 호텔에서의 일화는 저도 20대 즈음에 정말 똑같은 경험이 있어서 소름이 끼쳤습니다.
앞에서 @milkygirl 님 등등도 말씀주셨지만 로즈메리가 참 답답하기도 하고, 정말 착한 사람이다 싶기도 합니다.
233~234쪽, 고든 이 미친놈아... 그게 돈이랑 무슨 상관이야...
244쪽, 로즈메리... 감동이네요.
247쪽, [중간 땅을 달려가는 지하철. 고든은 런던과 서구 세계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돈의 왕좌 주위에서 힘들게 노동하며 굽실거리는 10억 명의 노예가 보였다. 땅은 쟁기질로 뒤엎어지고, 배들은 항해하고, 광부들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지하 터널 속에서 땀을 흘리고, 회사원들은 그들의 오장육부를 초조하게 만드는 상관이 두려워 8시 15분 차를 놓치지 않으려 서두른다. 그리고 아내와 잠자리를 하는 와중에도 그들은 전전긍긍하며 순종한다. 누구에게 순종할까? 돈의 사제, 분홍빛 얼굴을 한 세상의 지배자들. 상류층. 1천 기니짜리 자동차에 탄 부티 나는 젊은 토끼들, 골프를 치는 증권 중개인들과 국제적인 금융업자들, 상법부의 변호사들과 유행의 첨단을 걷는 여성적인 남자들, 은행원들, 신문사 사장들, 네 성별의 소설가들, 미국의 권투 선수들, 여성 비행사들, 영화배우들, 주교들, 작위를 받은 시인들, 시카고의 건달들.]
콤스톡과 로즈메리의 야외 데이트는 1984에서 비슷하게 연출되는 장면입니다. 1984에서는 암울한 작중에서 그나마 밝은 에너지를 주는 장면인데 여기서는 그런 환상이 다시금 추락하고마네요.
아! 그렇군요. 정말 여러 정횡이 1984에서 윈스턴과 줄리아의 시골 데이트 장면과 겹치네요!!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생각도 못했는데... 감사합니다. ^^
지금 1984를 읽고 있는데 마침 그 장면이 나와서 반가워하며 읽고 있었습니다. 오웰에게 비슷한 교외 데이트의 추억이 있는 게 아닐까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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