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엽란을 날려라] 미리 읽기 모임

D-29
p.165_래블스턴의 오랜 친구인 백발의 뚱뚱한 이탈리아인 웨이터가 김 나는 스테이크를 가져왔다. 래블스턴은 스테이크를 잘랐다. 붉으면서도 푸른 속살이 참 아름답기도 하지! 미들즈브러의 실업자들은 곰팡내 나는 침대에 우글우글 모여 앉아 빵과 마가린, 우유를 타지 않은 차로 배를 채우고 있겠지. 래블스턴은 훔친 양다리 고기를 물어뜯는 개처럼 수치스러운 환희를 느끼며 스테이크를 맛보기 시작했다. ‘훔친 양다리 고기를 물어뜯는 개’라는 말을 보고 래블스턴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아주 적절한 표현이라고 느꼈어요. 가난을 흉내만 낼 뿐, 가난하지 않은 생활을 하는 래블스턴이 느끼는 감정을 ‘수치스러운 환희’로 표현한 것이 와닿네요 :)
상류층 아파트에 살고, ‘맹렬하면서도 애매한 사회주의 성향을 띤, 중상류 지식인을 위한 월간지’(134쪽)를 편집한다니, 딱 샴페인 좌파 아닌가요. ㅎㅎㅎ
133~134쪽, [이런 식으로 래블스턴은 자신의 계급에서 벗어나 명예 프롤레타리아가 되고자 평생 시도해왔다. 그런 시도들이 모두 그러하듯 실패로 돌아갈 것이 뻔했다. 부자는 결코 가난뱅이로 위장하는데 성공하지 못한다. 살인과 마찬가지로 돈도 탄로 나기 마련이니까.] 오웰 선생님, 야유가 아주 촌철살인이십니다.
@숩니 저는 아직 거기까지 읽지 않았지만, 쓰신 내용을 보니 앞서 문인들의 티파티에서 가난 때문에 따돌림을 당했다고 화를 내는 고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래블스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돈으로 인해 비참함을 갖는 것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2년 9. 7. 수 (읽은 부분 p.61-80) -p.66. 고인에 대한 친척들의 진심 어린 평가를 알고 싶다면 비석의 무게로 대강 짐작할 수 있다.(^^재미있는 표현) -p.67. 우중충하고 꾀죄죄하고 재미없는 사람들이었다. -p.68. 버스에 올라 탈때도 자연히 중심에서 밀려나 버리는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그저 돈을 찔끔 찔끔 흘려보냈다. -p.70 노처녀의 영혼을 타고난 여자였다. 심지어 열여섯 살에도 -p. 71. 가난을 의식하는 아이는 어른이 상상하기 어려운 속물적 고통을 겪는다. -p.72. 그들의 남루한 집, 촌스러움, 인생을 대하는 삭막한 태도 (중략) 궁색함을 증오했다. -p. 74. 실패와 성공만 있을 뿐, 선과 악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다. -p.75 그저 돈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돈이 없으면서도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돈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돈이 미덕이며 가난은 범죄인 세계 말이다. 그들은 돈의 규범을 받아들였고, 그에 따르면 그들은 실패자였다. -p. 76. 그는 이를 받아들였다. 성공과 관련된 모든 것을 거부하리라. 성공하지 않는 것을 삶의 목적으로 삼으리라. 돈의 신과 그 야비한 사제들의 적이 되었다. -p.77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는 오로지 ‘좋은’ 직업이었다. *단상) 가난을 이렇게 리얼하게 표현하다니. 그리고 성공, 돈, 좋은 직업을 거부하는 고든의 굳은 결의를 읽는 마음이 심히 복잡하다. 거의 100년전에 쓰인 글이 맞단말인가?
여러분들이 써주시는 인용문들과 단상들을 보며 새삼 제가 스윽 읽고 지나쳤던 문장들을 되새기게 되네요! 4교를 볼 때 또 다른 감상으로 읽게 될 것 같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이 읽고 싶어집니다.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한 돈, 영향력 있는 친구를 사귀기 위한 돈, 여가와 마음의 평화를 위한 돈, 이탈리아 여행을 위한 돈, 돈이 책을 쓰고, 돈이 책을 판다. 제게 고결함을 주지마소서, 오 주여, 제게 돈을 주소서, 오로지 돈을. 18쪽 너무 제 맘 같아서 깜짝 놀랐어요 ㅠ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이 훨씬 읽기 수월해요. 저는 강력 추천합니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찢어지게 가난한 삶 이야기인데 무척 유쾌(?)합니다. 『엽란을 날려라』에 비교하면 무척 밝은 톤이고, 유머가 넘칩니다. 이런 걸 골계미라고 하던가요.
저도 '제게 고결함을 주지 마소서, 오 주여, 제게 돈을 주소서' 문장을 읽으며 저도 "아멘"이라고 중얼거리고 싶었습니다.
p137 돈은 오래 참고, 온유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는다. 성경의 한 구절(고린도전서 13장 4절~)에 돈을 대입시켜 썼는데요, 돈이 곧 신이라는 세상을 꼬집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주장할 수 없는 현실이 씁쓸합니다.
아이에게 저지를수 있는 가장 잔인한 짓은 더 부유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보내는 것이리라. 가난을 의식하는 아이는 어른이 상상하기 어려운 속물적 고통을 겪는다 (71쪽) 아 읽을 수록 너무 우울합니다.ㅜ
저도 이 문장을 굉장히 동감하며 읽었습니다. 어린아이라 하더라도, 아니 어린아이라서 더욱 자신의 가난을 의식하고 고통을 받을 거고요. 굴욕감을 극복하는 데에도 지성과 용기가 필요하더라고요. 어린아이에게 요구하기 힘든. 그런데 이 생각을 확장하다 보면 곤혹스러운 질문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소셜믹스 정책은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고통을 주고 그들을 피해의식에 빠뜨리는 정책일까요? 임대아파트를 분양아파트 사이에 섞지 말고, 그냥 따로 단지를 만들어서 집안 경제 수준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학교를 다니게 만드는 게 차라리 아이들에게 상처를 덜 주는 일일까요? 궤변 같지만 쉽게 반박하기도 어려운 논리 같습니다.
가제본은 받은지는 조금 되었는데 지금 요거를 알아서 댓글 남겨요!! 추석에 요 책과 보내려고 합니다!
참여 환영합니다~ 엽란과 함께 즐거운 추석 되시길 바랍니다!
조지오웰의 책, 동물농장, 1984, 카탈로니아 찬가로 올해 독서모임을 여러번 진행했었어요. 그래서 조지오웰에 대해 여러 차례 알아보고 있었는데 우연히 가제본에 당첨되어서 기분 좋게 읽어보고 있습니다! 이 책이 좋다면!!! 요 책도 독서모임에서 진행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ㅎㅎㅎ 책러버에게는 서점이 주제로 나온다면 항상 좋아서.. 빨리 읽고 싶네요. 다른 분들의 댓글을 보니 빨리 읽고 싶은 욕심이… !! 좋은 밤 되세요! 내일 또 올게용
또 돈이 문제다. 모든 것이 돈이다. 어떤 인간관계든 돈으로 사야 한다. 돈이 없으면 남자들에게 관심받지 못하고, 여자들에게 사랑받지 못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변변 찮은 인간에게 관심이나 사랑을 주지 않는다. 이 얼마나 올바른 처사인가! 가난뱅이는 사랑스러운 구석이 없으니 말이다. 설령 인간의 언어를 말하고 천사의 말까지 한다하더라도. 하긴, 어차피 돈이 없으면 인간과 천사의 언어로 말하지 못한다. p.27,28 책소개를 읽었을 때부터 도스토옙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이 자꾸 떠올랐는데요, 아직 초반이지만 읽으면서도 떠오르네요~ <가난한 사람들>이 처절하고 처연하다면 <엽란을 날려라>는 뾰족한 절망의 가시같은 느낌이에요. 아직 초반인데 술술 읽히네요~ 더 읽어볼꼐요~
올리신 글 본 뒤로 계속 『가난한 사람들』과 속으로 비교하면서 『엽란을 날려라』를 읽고 있어요. 저도 『엽란을 날려라』 쪽이 훨씬 더 뾰족하게 느껴지네요. 마까르 제부쉬낀이나 고든 콤스톡이나 솔직히 둘 다 근처에 가기 싫은 사람들이거든요. 그런데 꼭 한 사람을 택해야 한다면 저는 제부쉬낀 옆에 가렵니다. 제부쉬낀은 궁상맞기는 해도 기본적으로 선량한 인물이라는 느낌이지만 고든 콤스톡한테는 폭력의 기운이 어린 듯 보입니다.
아... 언제부터 ‘가난한 사람 근처에 가기 싫다’는 생각을 하게 됐을까요. 그런데 지하철 1호선에 이상하고 불길하고 위험해 뵈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다는 느낌은 저만 갖는 건가요.
고든은 결혼이 돈의 신이 놓은 덫이기에 오래 전에 결혼하지 않기로 맹세했습니다(p172). 그러나 한편으로 결혼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을 넘어서 안정된 결혼 생활에 안주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일주일 2파운드를 벌면서 결혼을 무슨 수로 하냐는 자조 섞인 한탄을 내뱉는데요, 사실 결혼은 커녕 연애도 불가능한 지경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은 비단 고든에게 국한하지 않는 듯 합니다. 요즘에는 부모의 도움이 없으면 결혼 비용은 물론이고 전세금 마련도 어려운 실정이다보니, 돈이 없으면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도 하지 못한다는 고든의 분노가 그 시대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p.180_ “매일 아침 면도할 형펀이 못 돼서 그래.” 고든은 삐딱하게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고든? 면도하는 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잖아.” “돈이 안 들긴. 이 세상에 돈이 안 드는 건 없어. 청결, 품위, 힘, 자존심, 전부 다. 무조건 돈이야. 내가 몇 번이나 더 말해야 알아듣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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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믐,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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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러시아 문학이 제 맛
[문예세계문학선] #0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함께 읽기[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브릭스 북클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함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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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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