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엽란을 날려라] 미리 읽기 모임

D-29
지만지본에서는 해당 부분이 이렇게 나오네요. "3펜스 동전으로는 아무 것도 살 수 없다. 그것은 수수께끼에 대한 답이다. (...) 그러면 당신은 거드름을 피우며 슬쩍 뒷걸음쳐 물러나 두 번 다시는 그 가게에 나타나지 못한다. 그래! 3펜스 동전은 쓸 수 없을 것이다. 2.5펜스가 남아있다. 그 돈으로 금요일까지 버텨야한다." (4~5p) 하지만 1930년대 영국은 엄연히 ½ 페니도 법적 통화로 사용되던 시기였기에 사실이 아닙니다. 뒷부분에 2.5펜스로 버텨야 한다는 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제 생각에 3펜스는 세속적 가치와 타협하지 않고 가난뱅이로 살아가겠다는 주인공의 의지를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4장 후반부에 순간적으로 펍 안으로 들어갈뻔하다가 되돌아설 때 3펜스를 던지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문학적 세계에 진입하지 못하고 좌절할때 순간적으로 평범한 인간들과의 교류에 흔들립니다. 하지만 그걸 위해서는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야하고 이는 곧 '돈과의 전쟁'을 포기해야함을 뜻합니다. 하지만 콤스톡은 끝내 이를 거부하고 3펜스라는 '돈이 아닌 수수께끼'를 집어던집니다. 그것을 통해서 콤스톡은 자신은 돈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을 되새기는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 친절한 설명 정말 감사합니다. 위의 설명도 읽었고, 위 의견에도 전부 동의합니다. 그런 식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요. 그런데 혹시 1930년대 영국 독자에게는 너무 자명해서 설명할 필요도 없던 정보가 2020년대의 한국 독자에게는 전달이 되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희미한 의심도 좀 들어요.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해봤지만 딱히 별다른 단서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8쪽에서 담배가게 여자 점원이 “3펜스짜리 동전도 괜찮을까요, 손님?” 하고 물어본 걸 보면, 단순히 고든 콤스톡 개인의 기이한 강박을 넘어서 소설 배경이 되는 시공간에서 일반 사람들에게 3펜스짜리 동전이 특수한 취급을 받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
@장맥주 카프카의 유언도 몽땅 무시되고 출판되었으니까요. ㅎㅎ (남은 자들은 그들 나름대로 먹고사니즘이...) 한편으로는 독자 입장에서는 무시된 덕분에(?) 작품을 만날 수 있으니 옳다 그르다 한 마디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
와... 오웰이나 카프카가 들으면 눈 한번 흘길 거 같은 말씀이신데요? ㅋㅋㅋ
2022. 9. 2. 금 (읽은 부분 p21-40) p. 23. 이제 고든은 다른 방으로 돌아가 시집들의 서가로 향했다. 이 서가는 그를 사로잡는 우울한 마력이 있었다. 그 자신의 처량한 책이 그곳에 꽃혀있었다. p.31. 저들은 부산물에 불과했다. 돈의 신에게 버림받은 존재들. 온 런던에서 저런 구질구질한 늙은이 수만 명이 더러운 딱정벌레처럼 무덤을 향해 기어가고 있었다. p. 31. 하지만 웃음뒤에 있는건? 쓸쓸함 공허함 파멸의 예언 눈이 달린 사람잉라면, 저 반들반들한 자기만족 뒤에, 저 킬킬 거리는 배불뚝이의 하찮음뒤에 숨어있는 무시무시한 공허, 은밀한 절망이 보이지 않을까? *단상) 고든의 눈으로 서점에 들어오는 손님들을 묘사한다. 두여자,여자처럼 생긴 남자, 늙은이와 그의 아내, 상위 중산층 여성 두명, 수줍음 많은 청년, 스무살정도의 못생긴 여자. 씩씩해 보이는 여자가 차례로 들어온다. 점원이라는 사회적인 가면을 쓰고 응대하지만 고든의 속 마음은 다르다. 이중적이라 표현할만하다. 하지만 우리 인간 또한 페로소나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겉모습, 말투로 사람들을 쉽게 판단한다. 창문에 비친 자기 자신과 그리고 담배, 주머니속 3페니, 시집들의 서가 높은칸에 자리잡은 그의 시집 <생쥐들>은 그의 돈없음을 여실이 드러내는 반면 광고포스터들은 돈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담배를 생각의 자극제로 삼아. *매일 20쪽씩 읽기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책덕분에 조지오웰의 프로필을 다시 찾아보고 20세기 세계사도 다시 훑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조지오웰의 필력에 감탄하며 읽고 있습니다. 좋은 기회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고든 씨는 가난하고 자존심 센 무명 작가였군요. 작가 혹은 작가 지망생이 주인공인 소설 좋아하십니까? 저는 일단 그런 소설들을 읽을 때는 마음 속에서 마이너스 20점 정도 주고 시작합니다. ㅎㅎㅎㅎㅎ 한때 그런 이유로 한국 단편소설들 읽기가 꺼려졌습니다. 작가 주인공 비율이 너무 높은 거 같아서...
바로 연결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저는 기자가 주인공이거나 주요 등장인물로 나오는 소설을 쓰기가 되게 싫습니다.
19쪽, 고든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책을 보면서 ‘이봐, 사기꾼 영감. 스코틀랜드인 아니랄까 봐 꼬장꼬장해서는’이라고 말하는 대목. 나름대로 스티븐슨에 대해 오웰이 친근감이랄까 호감을 드러낸 부분일까요? 두 사람 다 영국의 식민지 정책에 분개해서 글을 쓴 영국 지식인 작가였고, 젠 체 하지 않고 쉽고 재미있게 쓰는 사람들이었으니 오웰이 동질감을 느끼지는 않았을까 멋대로 추측해봅니다.
혹시 소설이든 영상물이든 픽션에서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주인공의 직업이나 유형이 있으신가요? ex) 알코올중독자 전직 형사, 인간과 뱀파이어의 피를 모두 물려받은 마족 사냥꾼...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이유로 작가가 주인공인 소설, 감독이 주인공인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가장 1차적으로 쓰기 쉬운 주인공이겠거니 생각해서 싫어하기까지 하진 않는데, 확실히 보는 순간 주인공이 작가나 영화감독이면 흥미도가 확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반대로 생각해요. 주인공이 소설가인 소설, 주인공이 영화 감독인 영화인 작품이 가장 재미있고 가장 어려우면서도 형식적으로도 완전하다고 봐요. 메타적인 작품들은 형식 그 자체가 메시지이고 매우 밀접한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메타 형식이야말로 모든 작품의 주제 중 가장 완벽한 기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좋은 작품들은 그것이 직접적이든 노골적이든 자기 장르에 대한 메타 발언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문장 안에서 '이 문장을 말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물었을 때 메타 형식이 아니면 대답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메타 형식을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홍상수나 밀란 쿤데라, 아고타 크리스토프, 아니 에르노와 같은 작가들은 메타 형식 안에서 자기 장르의 영토를 넓힌 아주 좋은 사례라고 봅니다. 물론 어설프면 자의식 과잉처럼 보이긴 합니다만!
아, 모바일로 짧게 쓰다 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게 썼군요. 물론 주인공이 작가나 감독이어도 좋은 작품이 많죠. 말씀하신 작가들을 비롯해 폴 오스터나 로베르토 볼라뇨처럼 작가를 주인공으로 뛰어난 작품들을 쓴 작가들이 많고, 저도 그 작품들을 무척 좋아합니다. 제가 저렇게 대답을 한 건, 너무 자주 사용되는 캐릭터다 보니 그만큼 범작도 많고, 그래서 물론 잘 쓴 작품을 볼 때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어쨌든 작품을 읽기 시작한 첫머리에서 그 캐릭터를 보면 특별히 호감이나 흥미가 더 생기진 않는단 뜻이었습니다. russist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메타적으로 잘 쓴 작품의 경우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보는 체험을 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돈이 만든 한 사람의 피해의식을 만든 것 같네요..
저는 전형적인 마초 형사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배우의 힘을 입어 유행하고 있는 캐릭터죠ㅎㅎ... 그 배우분께 개인적인 감정은 없지만, 그런 캐릭터가 보여주는 전통적인 강한 남성성에도 거부감이 들고, 무엇보다 보장된 흥행으로 쉽게 쉽게 가려는 것 같아서 별로더라구요.
@장맥주 전 오로지 제 입장에서 상황을 해석하고 허세 만렙 캐릭터는 읽는 동안 피로도가 높아지더군요. 예를 들면 <인생의 베일>의 키티, <그녀와 그>의 로랑은 지금 생각해도 피곤합니다.
ㅋㅋ 저 무지 피곤해요. 방금 인생의 베일 다 읽었거든요. 키티 키티.. 으양.
p.134_부자는 결코 가난뱅이로 위장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 살인과 마찬가지로 돈도 탄로 나기 마련이니까.
2022년 9. 4. 일 (읽은 부분 p41-60) -p48. 친절하게 접근해오는 사람들을 계속 밀어내고 있었다. 물론 진짜 이유는 돈이었다. -p.50 성냥을 버리던 고든의 시선이 풀빛 화분의 엽란에 멎었다. 참으로 볼품없었다. 잎은 고작 일곱 장 뿐이고 새잎이 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고든은 엽란과 일종의 암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그놈을 죽이려는 은밀한 시도를 여러번했었다. 물을 주지 않고, 줄기에 뜨거운 담배 꽁초를 비비고, 심지어는 흙에 소금을 뿌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독한 것들은 웬만해선 목숨 줄이 끊기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시들고 병든 몸을 지켜낸다. -p57. 수고스러운 파괴가 어떤 면에서는 창조행위라도 되는 양 *단상) 고든의 하숙집을 둘러싼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했다. 하숙집 주인, 하숙인들 1. 2. 3과 하숙집에 대한 묘사, 특히 엽란에 대한 고든의 암투. 엽란은 어쩜 고든 자기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그와 닮았다.
154페이지에 오타가 있네요. 래블스턴이 램블스턴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정식제본판에는 교정이 되어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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