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엽란을 날려라] 미리 읽기 모임

D-29
원래 금서가 더 궁금한 법인데, 더 흥미로워지네욬ㅋㅋ
그러면 안 읽을 수 없지요! ㅎㅎㅎㅎㅎ (그런데 유언을 그렇게 무시해도 되는 거군요... 약간 무섭네요.)
오웰의 자전적 소설이라그런지 가독성도 좋고 흥미롭네요
저한테는 기대가 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는 책입니다. 조지 오웰을 너무나 존경하고, 『1984』와 『동물농장』을 수차례 탐독했고,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카탈로니아 찬가』를 굉장히 좋아하고, 산문집도 여러 번역서를 여러 번 읽었습니다. 그런데 『숨 쉬러 나가다』는 별로였습니다. 그리고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은 제가 이런저런 자리에서 자주 추천하는 책입니다만 이걸 에세이나 논픽션이 아니라 소설이라고 읽으면 얼개가 좀 헐겁지요.
제 생각에 오웰은 소설이든 논픽션이든 칼럼이든 사회에 대해 강한 신념을 담아 쓸 때 펄펄 끓는 작품을 내놓는 작가입니다. 하지만 그런 의견의 농도가 희박한 글에서 순전히 문장만으로 독자의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작가는 아닙니다. 『엽란을 날려라』는 『1984』와 『동물농장』과는 다른 소설인 것 같은데, 사실 그런 이유로 손에 들기 약간 꺼려지기도 했습니다. 아무 사전 정보 없이 읽는데, 어떤 느낌을 받게 될지요. 궁금합니다.
그런데 다들 ‘엽란’이 무슨 뜻인지 아셨습니까? 저는 사전을 찾아보기 전까지 무슨 엽전 같은 건가 했어요. 나무 이름 꽃 이름 잘 모릅니다... ^^;;;
무슨 뜻인지 전혀 몰랐답니다ㅎㅎ... 그런데 오히려 그래서 더 관심이 갔어요. 이게 무슨 내용일까? 이게 뭐지? 하고 궁금하게 만드는 제목에 끌리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겐 《상아의 문으로》가 그렇습니다. 반면에 《피라네시》처럼 아예 예측할 수 없는 외국어 단어의 경우에는 진입 장벽이 느껴져요)
오오 힘이 나는 말씀이네요!
@디오티마 원제가 ‘Keep the Aspidistra Flying’인데, 혹시 이걸 ‘엽란을 날려라’가 아니라 다른 표현으로 번역하거나, 아니면 아예 ‘상실의 시대’처럼 번역 제목을 바꾸는 방안은 고민하지 않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네 당연히 아무도 무슨 뜻인지 모를 제목인 데다가 우리말 문법으로 매우 이상하기 때문에 다른 표현이나 제목을 고민해봤습니다. 그런데 뒤에 보면 이 표현의 근거가 되는 구절이 나오기 때문에 작가의 뜻을 살리려면 이 제목을 쓰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엽란이 워낙 직접적으로 중요한 이미지이기도 하고요. 고전 작품의 경우 적극적으로 제목을 바꾸기 좀 부담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오웰 소설이 다 재밌는데 이 책뿐만 아니라 <신부의 딸> <숨 쉬러 나가다> 이런 식으로 현대 독자에겐 어필하기 어려운 느낌이 있어서 고민이 됩니다.
저는 벌써 100페이지 정도 호로록 어제 읽었는데, 생각보다 가난과 치부에 대한 이야기만 적힌 것이 아니라 가난을 통해 경험한 삶의 어려움을 문학적으로 풀어내니 더 마음에 드네요. 적어도 이글로 조지오웰에게 실망할 일은 없을 것 같아요!! 91페이지 인생이란 참 희한하다. 성공하고 싶어도 못 하리라는 솔직한 믿음으로 성공을 거부하고 절대 성공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면 무슨 일인가 벌어져서 기회가 찾아오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성공하게 된다.
오, 다행이네요! 안심하고 읽어보겠습니다. 『숨 쉬러 나가다』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약간 이상한 얘기인데 ‘이 사람 되게 소설가가 되고 싶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어요. ^^
@디오티마 감사합니다.
저는 글 속에서 주인공이 3펜스를 왜이리 부끄러워하는지가 궁금하네요. 배경상 3펜스가 가난함을 의미하는 금액인가요...?
3펜스는 특정한 금액이 아니라 주인공이 빈털터리라는 것을 들킬 것을 두려워하는 장치로 이해해야합니다. 예를 들어 조지 오웰은 자신의 첫 작품인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에서 가난이란 그것을 숨기기 위한 거짓말을 해야하는 것이다라고 토로한 바가 있습니다.
저도 좀 궁금합니다. 실제 이 당시 영국 사람들에게 3펜스 동전이 특별한 느낌인 것인지(팁을 주는 문화와 결부되어), 아니면 고든의 예민함을 보여주는 장치인지...
읽은 지 좀 돼서 기억이 가물하지만, 3펜스 동전이 지금은 (지금은 더 이상 찍지 않는다든가 해서) 잘 쓰이지 않는 동전이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이런 동전까지 써야 하다니 정말로 다른 돈이 없나 보군! 이렇게 생각할까 봐요. 그리고 가게에서도 고든에게 3펜스짜리를 건넬 때 괜찮겠냐고 묻듯 이 돈을 어디서 쓸 때 상대도 그 돈을 받길 꺼릴 수도 있을 거고요. 물론 돈에 대해 피해의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전혀 문제될 게 없겠지만, 고든은 자나 깨나 남이 자기를 어떻게 볼까 신경쓰니까요.
이런 정보까지 알게 되다니! 뒤늦게 무릎을 치며 지나갑니다:)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마구마구 높아지네요!!!
3펜스가 계속 비중 있게 나오니까 이게 영국인들에게는 정확히 무슨 뉘앙스인지 너무 궁금해져서 원서도 찾아보고, 영어 사이트도 한참 뒤졌는데 잘 모르겠어요. 영어 위키피디아에서 이 문장 하나 건졌네요. By the end of George V's reign the threepence had become unpopular in England because of its small size (George Orwell comments on this in Keep the Aspidistra Flying[2]), but it remained popular in Scotland. 그런데 솔직히 이 설명도 잘 이해가 안 되긴 합니다. 동전이 크기가 작다고 왜 인기가 없는 거지... 이 당시까지만 해도 동전에 실제로 들어간 귀금속의 양이 중요했던 걸까요?
그래도 3펜스의 수수께끼를 제외하면 다른 부분은 놀라울 정도로 궁금한 점 없이 술술 잘 읽힌다는 점이 신기합니다. 『엽란을 날려라』와 같은 해에 나온 「메밀꽃 필 무렵」을 현대 한국인이 사전 정보 없이 읽으려면 정말 힘들지 않을까요. 장돌뱅이나 나뭇군패라는 이들의 삶이 어떤지 상상하기 어려우니. ‘왼손잡이는 아이 하나도 후릴 수 없다’는 문장도 무슨 뜻인지 어리둥절할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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