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2.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읽고 답해요

D-29
4-1 드디어 끝까지 읽었습니다. 타인의 고통에 대해 전반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4장에서 타인의 고통을 생각한다는 것이 본인이 아니기에 쉽지 전달되지 않고,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에 무심하하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 모르다는 것을 전제로 해라고 했습니다. 그래야 실망하지않고 세상을 경명하게 되지않기 위해서라고요. 이말은 고통받는 이에게 실망과 세상을 경멸하며 좌절하지 말라 하는 것같네요. 그리고 세상사람들에게 실망과 경멸이 없도록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을 배웠습니다.
김승섭 작가님의 마음이 무엇인지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는 4장이었던 것 같아요.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는 데는 사실 읽는 사람도 고통스럽게 다가올 수 있는데 그 경계를 잘 지켜서 세심하게 쓰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4-1. 이 책 받았을 때 제일 처음 읽었던 부분이 바로 서지현 검사님과의 대화 내용이었어요. 서지현 검사님의 용기 있는 행동과 진실이 더 널리 널리 퍼지고 공유되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를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책장을 덮었습니다. 작가님이 조목조목 짚어내신 자리 한가운데에 제가 있더라고요. 한 문장 한 문장 허투루 쓰이지 않은 귀한 글이라 느꼈습니다. 힘들게 용기 낸 사람들에게 한낱 깃털 같은 무게에 지나지 않더라도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다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일단 작가님의 다른 책을 더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세월호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일화가 기억에 남았어요. 정치에 대한 생각이 모호할 때 이 사건들에 대해서 들었을 땐 저는 당연히 두 사건 다 추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왜 사람들이 피해자를 비난하는 건지 납득이 안 가서 당황했는데요. 이후에 이게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저도 이 사건을 언급했을 때 미묘한 사람들의 분위기에 부담스러워서 도외시했던 기억이 떠올라 속이 쓰렸네요. 그냥 다들 맘편히 슬퍼했으면 좋겠고요. 그 슬픔을 당연하게 위로하고 싶습니다. 정치고 의미고 다 치우고 그냥 슬펐고요. 죄송했고요. 살아남은 사람들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고,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선한 마음이 어리숙한 마음으로 치부되지 않는 사회에서 함께 슬퍼하고 싶었습니다.
4-1 초반 검찰 내의 미투운동을 한 서지현 전 검사의 이야기도 충격이고 걱정스러웠습니다. 그 일을 밝히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이후의 삶은 어땠을까 싶어요. 검찰은 2018년 당시까지도 부장이나 차장 검사의 친분에 따라 손으로 사건을 배당하고 그렇기에 검사 개개인의 일상이 배당되는 사건에 따라 지옥으로 변할 수 있어서 구조 자체가 명령에 복종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게 섬뜩하더라구요. 우리나라의 상위계층들 중 이런 조직들이 또 얼마나 많을까 심히 염려스럽더라구요. 당대 누구보다도 뜨겁게 살아냈던 헬렌켈러 조차도 시대적 한계와 모순으로 우생학을 믿고 장애를 외면한 것도 놀랍구요. 이순간 이 시대의 누구보다 옳은 선택과 행동을 하고 있다고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사람들조차 본인의 시대와 모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테고 그렇기에 항상 이 부분을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승섭님이 여러 인물들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제가 뉴스를 통해서 듣기는 했지만 사실적인 면만 듣고 그들이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지는 간과했고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반성의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 사회는 어느 폭로에서 조직문화의 문제점을 바라보지 않고 초점을 피해자에게 두고서 그 개인이 어떤 사람인지만 계속 묻는다는 말이 공감되었습니다. 이런 목소리가 많아야 할텐데 그 통로가 많지 않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4-1. 우리의 삶은 당신의 상상보다 복잡하다 왜 눈에 보이는 만큼만 생각하고 그보다 더 얕은 눈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그 뒤로는 애쓰지 않고 바꾸지 않게 될까요. 스스로는 그런 대접 혹은 취급을 용납할 수 없으면서 말이죠. 미투와 헬렌켈러, 천안함 장병들의 이야기. 좀 더 깊이 이해할 기회가 되어서 감사한 4장이었습니다. 타인의 삶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과의 싸움. 타인의 삶을 함부로 판단하는 이들과의 싸움. 그런 이들과 싸우기 위해서, 태도를 점검하고 바꾸기 위해서 나와도 싸우며 앞으로도 공부하고 배우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4-2. 나누고 싶은 문장을 적어 주세요.
사람이 나아가는 건 답이 있어서가 아니에요. 질문을 잃지 않아서 나아가는 거예요. 중요한 질문들을 놓지 않고 있어서, 삶에 답이 있어서가 아니라 질문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갖고 있어서 그 긴장으로 나아가는 거거든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김승섭 지음
4-2. 타인의 삶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과의 싸움. 타인의 삶을 함부로 판단하는 이들과의 싸움. p297
헬렌 켈러는 농과 맹을 가진 개인이었지만, 스스로를 억압된 소수자 집단의 일원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여성참정권, 인종 불평등, 전쟁, 자본주의에 대해 냉철하게 정치적 분석을 하던 헬렌 켈러는 장애를 두고서는 비슷한 수준의 분석을 하지 않았다. 혹은 하지 못했다. 맹인의 교육과 인권을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았지만, 비장애중심주의.장애차별주의의 구조와 모순을 파고들어 변화를 모색하기보다는 개인의 적응과 노력에 초점을 맞춘 대안을 찾았다. 헬렌 켈러가 '선택한' 이러한 전략은 결과적으로 당대의 인권운동가들이 장애의 정치적 합의를 논하고 장애 인권을 주장하는 데 방해물이 되기도 했다. 당대의 시간을 누구보다 뜨겁게 살아냈던 헬렌 켈러의 삶에는 많은 사람이 경이롭게 생각하는 성과만이 아니라 당시의 시대적 한계와 모순이 함께 새겨져 있다.(...) 나는 '장애를 극복한' 박제된 영웅보다, 오류와 모순을 품고 당대를 살아낸 한 인간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길 원한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285, 김승섭 지음
자신의 정치적 진영을 옹호하는 수준에서 천안함 사건을 이해하면 그 긴장이 '정리'가 되어버려요. 안심이 되고 편안해지거든요. 그럼 이 책은 더 이상 우리에게 질문이 되지 못해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303, 김승섭 지음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에 무심하다는 것이 실제로는 그렇게 놀랍지 않고, 오히려 당연하다는 걸 전제로 할 필요가 있어요. 그러지 않으면 자꾸 실망하게 되고 세상을 경멸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한 개인의 몸 안에 있는 고통, 슬픔이라고 하는 것들이 사회적 고통이 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는 계기는 무엇일까요. 저는 그 고통에 누군가가 응답하기 시작할 때라고 생각해요. 그 응답을 잘해낼수록, 많은 사람이 함께할수록 그 고통은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고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309, 김승섭 지음
사람이 나아가는 건 답이 있어서가 아니에요. 질문을 잃지 않아서 나아가는 거예요. 중요한 질문들을 놓지 않고 있어서, 삶에 답이 있어서가 아니라 질문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갖고 있어서 그 긴장으로 나아가는 거거든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 303, 김승섭 지음
모든 참사나 재난에서도 각 인간은 고유하거든요. 개인마다 고유한 관계와 역사와 상황 속에서 서로 다른 욕구와 고민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어떤 공통의 사건을 겪었다는 이유로, 그들을 하나의 동일한 집단으로 여길 때가 많아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 300, 김승섭 지음
나에게 편견과 고집이 있다고 해서 공공장소에서, 사람들 앞에서 마구마구 말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타인의 삶에 대해 판단할 때 마땅히 지녀야 할 조심스러움이라는 게 있잖아요. 저는 한국 사회에서 그 조심스러움이 너무 빨리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p298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김승섭 지음
고통이라고 하는 건 개인의 몸안에서발생하는 것이고 그 고통은 전달되지 않아요 그래서누구나 외롭고 힘든면이 있는 거잖아요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에 무심하다는 것이 실제로 그렇게 놀랍지않고 오히려 당연하다는 걸 전제로 할 필요가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자꾸 실망하게 되고 세상을 경멸하게 되는것 같아요 ㅡ중략ㅡ 고통에 누군가가 응답하기 시작할때, 그 응답을 잘해낼수록, 많은 사람이 함께 할수록 그 고통은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선하고 순결한 피해자라는 서사는 문제 해결에도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요. 세월호 참사,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에서도 피해자들은 항상 세상에서 자신들에게 기대하는 이미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어요. 그로 인해 그 이미지와 어긋나지만 진짜 자신에게 중요한 것, 필요한 것은 말하지 못하거든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267, 김승섭 지음
4-2. 255p 한국 사회는 이 폭로에서 조직문화의 문제점을 바라보지 않고 초점을 피해자에게 두고서 그 개인이 어떤 사람인지만 계속 물어요. 성폭력이 진공상태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잖아요.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한 역사와 권력과 문화가 있는 건데, 이런 걸 나눠고서 개인에게 자꾸 짐을 지우고 있지요. 258p ‘이 사람들이 이렇게 진부한 매뉴얼을 돌리는 것은 그만큼 효과적이기 때문이구나. 과연 내가 이 사람들이 하는 음해를 극복할 수 있을까?’ 전 없다고 생각해요. 262p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자원이 랜덤으로 주어진 걸 텐데.’ 내가 특별히 잘나서가 아니라요. 같은 이유로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고,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 저는 그게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해요. 273p 기억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 영화 ‘1987’을 봤는데, 저는 1987년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거든요. 1987년 민주화 투쟁은 저의 역사가 아니었던 거지요. 그런데 용산참사는 저의 역사예요. 지난 10년의 시간이 저를 그렇게 만들었어요. 저는 그렇다면 이 경험을 어떻게 다음 세대와 나누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앞으로 제가 찾아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303p 사람이 나아가는 건 답이 있어서가 아니에요. 질문을 잃지 않아서 나아가는 거예요. 중요한 질문을 놓지 않고 있어서, 삶에 답이 있어서가 아니라 질문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갖고 있어서 그 긴장으로 나아가는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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