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2.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읽고 답해요

D-29
이처럼 더 자주 감시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몸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54 ​, 김승섭 지음
내가 하는 일에서 작은 잘못이라도 찾아내려 눈을 부릅뜨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고혈압, 우울증, 심장병을 비롯한 수많은 질병을 유발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가장 크게 증가시킨다는 것입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55, 김승섭 지음
기존 연구들은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고, 시간에 쫓기고, 피곤한 상태에서 빠르게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에 특히 암묵적 편견이 더욱 강하게 작동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요인들을 두루 갖춘 한국 사회의 일터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소수자에 대한 암묵적 편견이 차별적 행동으로 드러나기 매우 쉬운 장소입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57, 김승섭 지음
한국 사회의 인종차별이 매우 심각하다는 점과 한국인은 인종차별 성향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자기검열과 긴장이 부족한 나라라는 점입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58, 김승섭 지음
사건은 고착화된 시스템과 축적된 역사 위에서 발생합니다. 모든 변수가 통제된 실험실에서 일하는 사람의 눈으로 사건을 대하면, 우리는 사건을 탈맥락화·탈역사화하는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그렇게 개별화된 사건은 실제로 그 사건을 만들어 낸 시스템과 분리되지요. 그런 관점으로는 문제를 온전히 이해할 수도 없고, 효과적인 해결책이 만들어질 리도 없습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59, 김승섭 지음
이 사건을 두고 교사의 노동권과 학생의 인권이 대립하는 것인 양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잘못된 시각입니다. 교육 현장에서 문제가 교사와 학생의 충돌로 드러난다 할지라도,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시스템입니다.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교사가 학생이나 학부모의 갈등 상황이 생겼을 때 학교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그 원인이지요. 모든 교사가 선하지는 않고 모든 학생이 선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불완전한 존재들이 모인 공동체가 운영되도록 하기 위해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시스템의 문제점을 상세히 따져보지 않고 교사 개인과 학생 개인을 비난하는 것은 직관적이고 쉬운 일입니다. 그만큼 폭력적이고, 또 그만큼 문제 해결로부터 멀어지는 길이기도 합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62, 김승섭 지음
그런데 그렇게 분리와 격리를 통해 이룩한 평화가 온전한 평화일 수 있을까요. 자폐인들을 배제한 공동체에서는 '정상적인 몸'에서 벗어난 인간은 누구도 안전하지 못합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63, 김승섭 지음
"한 인간이 이상을 좇아 떨쳐 일어날 때마다, 다른 이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행동할 때마다, 불의에 맞서 싸울 때마다, 희망의 작은 물결이 세상에 보내진다. 그렇게 쌓인 물결들은 억압과 차별이라는 가장 강력한 장벽조차 무너뜨리는 파도를 만들어 낸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67, 김승섭 지음
사람들은 보통 차별을 두고 특정한 경험이나 사건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설문지를 이용한 연구로 차별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따로 떨어진 사건들이 아니라 연속적인 상태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소수자들은 차별을 경험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행위와 무관하게 무시당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긴장하고 그 긴장은 삶을 지배한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72, 김승섭 지음
직접 폭력을 당하지 않아도, 피해자의 가족이 아니어도 폭력적인 공동체에서 사는 일은 몸을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74, 김승섭 지음
가난해서 음식도 제대로 못 먹는 사람과 전문적인 코치에게 훈련받고 좋은 영양상태를 유지하는 사람이 같은 출발선에서 달리기 경기를 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동등한 기회라 부를 수 있나. 플라톤은 "동등하지 않은 사람들을 동등하게 대하는 것만큼 불공정한 일은 없다"라고 말했다. 적극적 우대정책이 없다면 불평등이 계속 유지된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78, 김승섭 지음
벽장을 벗어난 당신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81, 김승섭 지음
"전문가인 여러분이 정신질환이 위험함이나 무능함과 무관하다고, 그건 비과학적 낙인이라고 말할 때, 여러분의 의도와 달리 그 낙인은 강화되기도 합니다. 당사자는 그 이야기를 직접 할 수 없다는 신호처럼 보이니까요." 그가 자신의 정신질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낙인을 없애기 위한 당사자 운동의 일환인 것이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82, 김승섭 지음
반면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이 스스로를 위험하고 무능력하다고 생각하는 자기 낙인은 수치심으로 이어진다. 우울증의 끔찍한 역설은 스스로가 수치스럽다고 느끼는 것을 잊을 만큼 심각하게 우울해지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86, 김승섭 지음
한국 사람들이 정신질환을 수치스럽게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들은 자녀가 정신질환을 가진 사실을 알게 디면 당황스러워 아무런 말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게 외면하며 치료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치심을 없애려 하는 것이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아무도 알지 못하니까 말이다. 사회가 그런 낙인을 만든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87, 김승섭 지음
동성애자들이 직접 나서서 "입 다물고 나를 봐라. 나는 소아성애자가 아니다"라고 직접 말한 뒤에야 그러한 고정관념이 사리지기 시작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89, 김승섭 지음
내 아이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낙인 없이 성장했다. 그건 단지 아이들이 학교에서 성적 지향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두 아이에게 동성애자 삼촌이 있었고, 가까운 동성애자 목사가 있었고, 부모와 친구로 지내는 동성애자 어른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동성애자를 혐오하더라도, 옆자리에서 일하는 동성애자에게 "당신이 역겹다"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 점이 정말 중요하다가 생각한다. 그런 만남은 힘이 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89, 김승섭 지음
사실 자체를 전달하는 것만으로 낙인이 줄어든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고, 경험적으로도 옳지 않은 방식이다. 유색인종에 대해서도, 성소수자에 대해서도 그런 방식은 효과가 없었다. 실제로 당사자가 벽장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사회적 관계를 맺지 않으면, 낙인은 줄어들기 어렵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91, 김승섭 지음
『편견』을 저술한 고든 올포트는 장애인과 같은 소수자가 외부인과 만날 때, 어떤 조건이 갖추어져야 서로의 사람에 대한 이해가 증진되는지 연구했습니다. 어떤 만남은 편견과 혐오의 재생산으로 이어지기도 하니까요. 만남이 상호 이해로 이어지기 위한 네 가지 조건 중 하나는 그 만남이 위로부터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흑인과 백인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더라도 인종차별에 단호하게 반대하는 교장이, 기업주가, 대통령이 없다면 그 만남은 다른 인종에 대한 편견의 확대로 이어집니다. 저는 한국의 정치가 지난 2년 동안 이동권 투쟁의 목소리를 방관했다는 몇몇 사람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가장 약한 사람들끼리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싸우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악화시킨 적극적 개입이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96, 김승섭 지음
네 번째 키워드는 합리성입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두고 일각에서는 "생떼를 쓴다", "억지를 부린다"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 투쟁이 주장하는 변화의 내용과, 이를 요구하는 방식이 모두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지요. 저는 직업병 피해자, 성폭력 생존자, 성소수자와 관련된 소송에서 전문가 소견서를 쓰거나 증언한 적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상대측에서 고용한 대형 로펌 변호사들은 놀라울 만큼 성실하게 일하며, 논리적인 문장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서술하고, 생존자의 약점을 찾아 비난하고, 권위 있는 외국 대학에서 은퇴한 교수들과의 협업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만들어 가져오곤 했습니다. 근거의 무게로 주장의 합리성을 판단하는 법정에서 자본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우아한 얼굴로 합리적인 주장을 하고, 종종 승소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자신이 살아온 고된 역사와 몸 깊숙이 새겨진 상처 말고는 자신의 주장을 뒷바침할 근거를 갖지 못합니다. 근거는 언어의 형태를 한 지식으로 표현되는데, 그 지식의 생산에는 자본과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동권 투쟁에 나선 장애인을 비난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모습처럼, 공동체가 오랫동안 누적된 차별의 역사를 지워버리고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부과할 때, 차별의 피해자이자 생존자인 당사자는 자신의 삶을 설명할 언어와 기회를 빼앗깁니다. 그러한 조건 위에서 합리성과 억지를 구분하는 '합리적인'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96-97, 김승섭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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