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2.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읽고 답해요

D-29
2-3 그런 경험은 없었지만 최근에 읽었던 정의란 무엇인가 가 많이 떠오르네요. 특히 초반에 언급된 기찻길에서 누군가 걸어가는데 앞에서 열차가 옵니다. 열차의 수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기찻길에 있는 사람을 밀어서 희생시키는것이 과연 정의로운 일일까요. 이런 경우는 영화에서도 많이 언급되는데 마블영화중에서 어벤져스 영화에서 히어로들이 지구인들을 지키기 위해서 외계생명체와 싸우는데 그 싸움에서 뜻하지 않게 죽게된 수많은 일반시민들의 죽음은 과연 당연한 희생이었을까요? 지구를 지키기위해서? 참 여러모로 어려운 생각인듯 합니다.
2-3 누군가에게 하는 충고나 조언이 선한 의도에서 비롯되겠죠. 하지만 의도와 달리 그 충고를 듣는 입장은 늘 불편한 마음을 갖는 것 같아요. 그 선한의도가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서 하는 말이 아닌 말하는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하는 말이기에 좋은 결과가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 책에서 보았던 "코브라 효과"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영국 식민 지배하 인도에서 코브라가 여러 해로운 영향을 미치자 관리들은 코브라를 잡아오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주기로 합니다. 그러나 포상금을 노린 사람들이 코브라를 "길러서" 포상금을 타가기 시작했죠. '이게 아닌데...?!' 싶은 관리들은 포상금을 뒤늦게 폐지했고.... 사람들은 기르던 코브라가 가치가 없어지자 그냥 자연 방사... 그 결과 코브라는 더욱 창궐...하게 되었다는 웃픈 이야기입니다. 다른 분들이 말씀 해주신것처럼 '선한 의도'만으로는 주먹구구식의 집행이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온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법령과 제도에 대해서라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선한 의도로 행한 행동에 선한 결과를 얻지 못했을 뿐 아니라 배제된 일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과학자 캐런 메싱과의 대담이 그런 경우 이겠죠?! 저 역시 모두를 위해서 한 행동에 긁어 부스럼 만든 격이라고 처음엔 응원해주던 사람들 역시 등돌린 경험이 있기에 어떤 행동들을 하려하다가도 조금 두려워지더라고요. 그럼에도 계속 해나가야 하는게 맞을텐데요. 계속 하다보면 아주 조금씩 변화할테니 말이에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아니 에르노가 《바깥 일기》에서 쓴 일기가 생각나서 인용합니다. "가톨릭 구호 단체 카리타스의 홍보 포스터, 마음껏 온정을. 가난한 사람들, 그러니까 지배 계급이 그려 보는 모습 그대로 가난의 낙인이 찍힌 사람들이 떠오른다. 추레한 육신, 후줄근한 옷차림, 얼빠진 표정이라는 이미지 앞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느꼈는지는 궁금해하지 않았다."
2-3. 이게 좋은 예인지는 모르겠는데, 예전에 '그라민 은행'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해서, 저희 회사에서 출판한 책에도 좋은 사례로 실은 적이 있어요. 올해 책을 업데이트 해야 할 일이 생겨서 이런 저런 자료를 조사하다 보니, 그라민 은행이 실패한 정책이란 걸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서민들을 구제하려는 목적은 좋았는데, 그에 따른 규칙들(연대책임 시스템)이 자연재해와 맞물려서 큰 재앙으로 몰아친 것 같습니다. 결국 10년 정도 사용했던 좋은 내용도 책에서 과감하게 지워야 했습니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단점이 없을 수는 없지만, 여러 요소가 독이 되어 선한 의도를 망가뜨릴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2-3. 막상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는 떠오르는 것들이 없네요. 떠오르는 예는 고아원에 부모와 아이가 동행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부모는 아이에게 네가 지금 누리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주기 위한 교육적인 면이 있는 선한 의도이지만, 그곳에서 부모와 나란히 온 아이를 바라보는 시설의 아이들을 배려하지 못한 태도인 것 이죠. 한국사회는 공식적인 계급은 없지만 사회적 지위 및 부의 수준에 따라 계층이 있는 나라라는 생각을 합니다. 끊임없는 비교와 상대보다 우위를 선점하고 싶어하는 사회분위기를 안타깝게도 아이들은 고스란히 흡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네가 지금 누리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주기 위한 교육적인 면' 이 부분이 저는 선한 의도라고 느껴지진 않았어요.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 외에도, 부모가 없으면 누릴 수 없는 것이 많다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것보다 고아원의 아이들을 동정하게 만들어서 부모의 존재 유무에 따른 사회적 위계를 납득하고 긍정해버린 느낌이라고 보여서요. 가끔 누군가가 타자를 쉽게 '동정'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뭔가 이상했거든요. '동정'하는 게 '착한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듯한데, 저는 어떤 동정은 상황에 따른 사회적 위계를 거부하지 않고 인정하고 자신은 불쌍한 처지 바깥의 위치에 서서 한발 빼고 시선을 두고 있는 것 같아 불편하더라고요. 그리고 그건 부모가 있는 아이에게도 좋아보이지 않아요. 아이에게 부모가 쥐고 있는 영향력을 인지시켜서 부모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봐요. 아이가 부모와 다른 의견을 피력하고 싶을 때 "그러면 너도 엄마 아빠없이 나가 살아 봐"라고 말하게 되는 억압의 말이 부모에게서 나올 수 있고요. 아이 혼자 '이렇게 말해도 될까? 부모 없이 사는 애들은 더 불쌍하던데. 나는 뭔가 불편한데 이게 복에 겨운 걸까'라고 생각하며 불안할 수 있고요. 이렇게 '동정'은 때때로 압력을 내재화하는 도구로서 기능하는 것 같아요. 이 책에서도 피해자가 피해자다워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내용이 있었어요. 사회적 인식때문에 피해자는 건강하고 행복하면 안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고아원이 그냥 카페나 도서관처럼 아이들과 아이들이 만나서 친구가 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되어야 서로에게 교육적인 선한 의도가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부모'가 없어도 사회적으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구나, 함께 즐거울 수 있구나, 이런 식으로요. 저도 아이들이 어른들의 행동, 말투, 태도, 뉘앙스에서 그 분위기를 충분히 흡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제가 가진 편견과 습관에서 비롯된 무언의 압박들을 잘 살펴서 무심코 튀어나가지 않게 조심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어요. 부족하고 실수하겠지만 묻고 고치고 새로 배워가면서 달라져야지 싶고요.
가족 관계에서 특히 느껴요. 거리두기가 잘 안되더라고요. 동생에게 사회생활할 때 이래야 한다. 너는 이게 부족하다. 최근에 이런 식으로 많이 말했는데요. 험악한 세상에 유약한 동생이 걱정돼서 한 말이지만, 오히려 제가 나서서 동생을 타박하고 깎아내린 거 아닌가 싶었어요. 스스로에게 자주 성급해지고 엄격해져서 힘들어하면서 가족한테도 이러네요. 선한 결과를 낳지 못한 선한 의도도 좋지만, 선한 의도가 제대로 선한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해 이후에도 계속 듣고 배워서 수정하고 책임지려고 하는 태도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봐요. 모든 일에 시행착오가 있겠죠. 하지만 어떤 시각에서 시행착오를 일으키고 앞으로 어떻게 보완할지 잘 살펴볼 줄 알아야 될 것 같아요.
2-3. 그런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다들 의도와 달리 남에게 쉽게 혹은 쉽지않지망 건넨 말이나 행동이 상대에게 상처로 받아들여지거나 다른 뜻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말이죠. 반대로 내가 그런 선의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구요. 저는 시어머니께서 본인은 선한 의도로 하신 말씀에 결혼초 십년 가까이 상처받았던 기억이 있거든요.
선한 의도의 대표적인 실패는 비정규직의 고용기간을 2년으로 정한 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로 인해 비정규직으로 여기저기 떠도는 고용불안을 겪어야 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또 이를 해결하려고 무기계약직 제도를 도입했지만, 정규직과의 차별, 갈등이 사회문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차선의 선택"이 늘 좋은 결과가 아닌 "차악"이 되어버리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2-3. 어쩌면 세상을 채운 거의 대부분의 의미들이 선한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시대나 통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겠지요. 많은 분들이 언급하신 법, 제도, 정의 등등부터요. 그런 것들이 관용적이고 허용가능할 때는 선한 의도 그대로 혹은 그 이상의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통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나 지점이 있을 때, 그런 때가 나타날때, 그때, 의도와 다른 진행과 결과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충분히 기대할만한 융통성이 발휘되지 않고 반복해서 의도에 반하는 결과가 나타난다면 그때는 의도에 맞게끔 수정과 개정이 이루어져야 옳겠지요.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 역시 마주 걸어오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길을 피해 주는 쪽이었다. 실험을 해 본 건 《비바, 제인》속 한 장면 때문이었다.    소설 속에서 루비는 웨딩플래너인 엄마 제인과 엄마의 고객 프래니와 함께 팔짱을 끼고 걷는 중이었다. 세 사람이 나란히 대형을 유지한 채 걷기가 쉽지 않았다. 사람들이 지나가면 비켜 주곤 했기 때문이다. 루비는 이렇게 말한다. "그거 알아요? 남자 90퍼센트가-사람의 90퍼센트인가? 기억이 안 난다-마주 걸어올 때 길을 비키지 않는데요. (....) 어쨌든, 난 언제나 사람들이 오면 길을 비키는데, 지금 보니 프래니와 엄마도 그러네요. 근데 궁금해요. 내가 안 비키면 어떻게 될까요?* 그래서 프래니가 '어떻게 될지' 실험을 해 보기로 한다. 허리를 쭉 펴고 당당하게 걷기 시작한 지 채 1분도 안 되어 비즈니스 정장 차림의 남자가 프래니를 마주보며 걸어왔다. 남자가 코앞 30cm까지 다가온 순간 결국 길을 비킨 건 프래니 쪽이었다. 루비는 울상 짓는 프래니를 위로했다. 세상엔 "길을 비키는 사람이 몇 퍼센트는 있어야 할 거예요."* 길을 비키는 사람이 약한 건 아닐 거라고, 그저 다른 사람들이 무신경한 거라고 셋은 애써 서로를 위로한다.   소설 속 루비, 제인, 프래니 그리고 현실의 나는 왜 조심하거나 배려하는 사람이 됐을까. 우리가 생물학적으로 '여성'인 건 우연일까.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부터 '조심하라'는 당부를 듣고 자랐다. 그 결과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건 다 내가 조심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 됐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나 때문일까" 먼저 자책했다. "좀 조심하지"라는 타인의 말에 담긴 염려를 모르지 않지만 그건 따져 보면 '내 잘못'이라는 소리였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도 사고는 생겼고, 살아갈수록 '살아남았다'는 감각만 자꾸 선명해졌다. 그저 운이 좋아서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자꾸만 삶에 쌓였다. 강화길의 소설 《다른 사람》을 읽다가 이 문장 앞에서 한참을 떠날 수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우리는 여자애들이었다. 해도 되는 것보다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더 많이 배운 여자애들. 된다는 말보다 안 된다는 말을 더 많이 듣고 자란 여자애들** * 개브리얼 제빈, 《비바, 제인》, 엄일녀 옮김, 문학동네, 2018 **강화길, 《다른 사람》, 한겨레출판, 2017
슬픔의 방문 p.129~, 장일호 지음
슬픔의 방문굵직한 탐사보도와 깊이 있는 기사들로 ‘바이라인’을 각인시킨 <시사IN> 기자 장일호의 첫 책을 선보인다. 에세이 <슬픔의 방문>은 아프고 다친 채로도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꿈꾸며 “슬픔”에게 건네는 온기 어린 마침표이다.
위에서 제가 여성으로서 일상에서 겪은 차별을 언급했는데요. 관련해서 <슬픔의 방문> 시사in 장일호 기자님의 책에서 메모해둔 부분도 공유합니다.
이 책? 요새 핫한가 봐요! 제 지인도 이 책 추천했는데 도리님 생각이 났어요 ^^
우와 제가 매우 사랑하는 책이고 그 책이 핫하다니 너무 기쁜데요! (근데 왜 제 주변엔 없는지 몰라요 크흑흑)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책과 책으로 연결되는 점이 저는 참 신기하고 좋더라고요. 더불어서 제 생각도 해주셨다니 영광이고요 흐흐.
화제로 지정된 대화
■■■■ 3. 한국 사회의 ‘주삿바늘’은 무엇인가 ■■■■ 2월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책도 어느덧 절반을 함께 읽었네요. 이번 장에서는 특히 성소수자들에 관해 알아봅니다. 요즘은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해도 아직 갈 길이 멀지요. 저 클럽지기는 책에 나온 기프티콘 사례가 참 인상 깊었습니다. 또 한 가지 더, 저는 이 책의 제목도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고통’이라는 단어 뒤에 의례히 세트처럼 등장하는 것이 ‘공감’ 또는 ‘치료’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책은 익숙한 그 단어들 대신 ‘응답’과 ‘공부’를 얘기합니다. 공부를 한다는 것이 단순히 모르는 것을 알게 된다는 뜻만은 아닐 거에요. 공부의 첫 번째 시작은 내가 무엇을 모르고 무엇을 아는지, 내 자리를 확인하는 데 있겠지요. 이 책은 그래서 우리들에게 집요하게 질문을 던집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냐고? 우리가 몰랐다는 것을 깨달았냐고, 이러한 고통을 사회가 외면했다는 것을 인정하느냐고. 나와 다른 처지에 있는 이들의 고통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지라도 계속 질문하고 응답하면서 우리들은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3-1. 어떻게 읽으셨나요? 인상 깊었던 지점 등을 적어주세요.
다수가 지정한 관념에 갇히는것 모르는 사이에 스며들어 그렇게 되어가는 것 주사기가 꽂힌 후 약이 퍼져서 마취되어가는 것 우리 모두가 그렇지 않다고 자신할 수 있을지요 나는 아니야! 라고 자신하다가 모르는 사이 갇히게 되지않도록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됩니다 어떤 경우든 '소수'에 포함된다는 것은 힘든 상황입니다. 더욱이 포함됨을 널리 알린다는 것은 혼자 견디는 것에 상상할 수 없는 용기가 필요할테지요 어렵게 용기내어 목소리를 내었지만 그 용기만으로 감당하지 못할 결과로 몇배의 아픔을 겪어야 할지도 모르구요 그렇다보니 조용히 혼자서만 숨겨둔 채로 긴 세월을 지나왔으니 더더욱 '소수' 였을듯. 없는 존재가 아닌, 있지만 없는 존재로 만들어버린 어긋난사회적 의지에 분노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소수자의 목소리를 좀더 잘 듣기위해 귀를 쫑긋 해야겠다는 올바른 의지를 다지게 됩니다. 행동하는 지구인!
말풍선 버튼을 잘못 누른 상태에서 댓글을 남겼습니다. 삭제할 수 없어 이렇게 흔적 남기게 되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짐하신 '행동하는 지구인!' 저도 곱씹으며 새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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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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