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2.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읽고 답해요

D-29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 살아있기를 포기하는가. 수많은 연구에서 언급된 요인은 '희망의 부재'이다. 오늘 하루를 견딜 수 없어서가 아니다. 숨 막히게 자신을 옥죄는 좌절의 순간이 내일도 모레도 계속될 것이라는 체념이 생의 에너지를 빼앗는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김승섭 지음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차별적 행동으로 드러나는 무의식적인 편견과 고정관념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내가 타인을 차별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나는 한 번도 누군가를 차별한 적이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이야말로 차별적인 행동을 하기에 최적화된 사람일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편견은 스스로에 대한 경계를 풀 때 더 쉽게 나타난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76, 김승섭 지음
한 사회가 표준이라고 여기던 몸은 항상 기득권의 것이었습니다. 스스로의 존재를 의심할 필요가 없던 기득권은 소수자의 몸을 두고 매번 인간의 자격을 따져 물었지요. 그렇게 백인은 흑인이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는지 물었고, 남성은 여성이고등교육을 받아도 되는지 따졌고, 이성애자는 동성애자의 존재가 질병인지 질문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필요한 질문은 타인이 아닌 스스로를 향해 던져야 하는 것 아닐까요. "나는 정상인가? 그렇다면 정상의 의미는 무엇인가?"라고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48, 김승섭 지음
1-2. 공부를 할수록 세상은 복잡하고 변화는 쉽지 않다는 점을 알아갑니다. 하지만 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질문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세상은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버릴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니까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6p, 김승섭 지음
자신이 가해자일 수 있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 '정의로운' 사람들이 모인 '합리적인' 사회만이 누군가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릴 수 있지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47p, 김승섭 지음
고정관념은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는 급박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76p, 김승섭 지음
플라톤은 "동등하지 않은 사람들을 동등하게 대하는 것만큼 불공정한 일은 없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78p, 김승섭 지음
같은 나라, 같은 시대를 같은 나이와 같은 성별로 살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31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김승섭 지음
이들은 언제 맞닥뜨릴지 모르는 차별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차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 이들의 몸을 망가뜨리는 차별은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항상 함께 존재하며 몸을 긴장시킨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19-20, 김승섭 지음
장애인의 차별 경험을 측정하는 과정에서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의 전자제품 매장 접근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때였다. 매장에서 일하는 대기업 직원분들은 친절했지만, 손가락으로 글자를 입력하면 음성이 재생되는 기계를 사용하는 뇌병변 장애인분들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저 멀리서 바라보는 직원분들의 눈빛에서 '저분들이 가능하면 내게 오지 않았으면'하는 태도가 역력히 느껴졌다. 그 분위기가 동행한 비장애인 연구원에게는 숨이 막힐 만큼 답답했다. 그런데 현장 조사를 마치고 이야기를 나눌 때, 장애인 당사자분들이 그 경험을 차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은 오히려 당황하는 비장애인 연구원을 위로하며 "이 정도는 괜찮아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며 알게 되었다. 일상에서 줄곧 그런 눈빛을 감당하며 살아야 했던, 그 모멸적 시선이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상시적인 삶의 환경이었던 이들은 그것을 차별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있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20, 김승섭 지음
사회적 약자 집단의 차별 경험을 측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일하는 캄보디아나 네팔 출신 이주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을 연구할 때였다. 연구자들은 차별 경험이나 우울 증상 같은 경험을 측정할 때, 문항의 타당성이 검증된 표준화된 설문지를 사용한다. 그런데 설문지를 이주 노동자들의 모국어로 정교하게 번역해서 제공한다 해도, 모든 설문 참여자 그 질문에 답하지는 못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본국에서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 저숙련 노동자로 와서 일하는 이들은, 실은 가장 위험한 노동환경에서 일하지만 부족한 문해력으로 인해 설문조사에 응하지 못했고, 이들의 차별 경험은 데이터가 될 수 없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20-21, 김승섭 지음
고용허가제 탓에 직장을 옮길 수 없던 이주 노동자들은 "너희들은 서로에게 안전하다"라고 말하며 함께 확진 통보를 받은 동료들을 모아 야간 노동을 시키는 사업주에게 저항하지 못했다. 선제적 코호트 격리라는 이름으로 아동양육시설의 아이들은 3개월 넘게 건물 앞 편의점에도 가지 못했고,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은 층간 이동조차 제한받았다. 감각이 예민해 종종 마스크를 찢곤 하던 자폐 아동들은 감염되거나 밀접접촉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혼자 방에서 지내는 일이 불가능한 자폐 아동을 돌보기 위해 부모는 함께 방에 들어가 지내야 했고,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하자 부모들은 직장을 잃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던 콜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집단 감염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한 이후에도 환자복을 입은 채 계속 일을 해야 했다.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상상하지 못했을 이야기들이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23, 김승섭 지음
휠체어를 사용하는 한 여성 장애인은 화장실에 가기가 두려워 식당에서 물을 최대한 마시지 않고 국물이 있는 음식은 피한다고 했다. 하지만 콩자반이나 멸치볶음 같은 짭조름한 반찬까지 피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나트륨 농도가 높은 짠 음식은 고혈압 발생의 원인이 된다. 그리고 고혈압의 중요한 치료약 중 하나는 환자가 화장실에 가게 만드는 이뇨제이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24, 김승섭 지음
언어장애를 함께 가진 뇌병변 장애인이 찾는 물건의 위치를 물어볼 때, 매장 직원은 질문을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의 직원은 '알아들은 척'을 하고 엉뚱한 답을 한다. 나쁜 의도가 있어서가 아닐 것이다. 못 알아들은 게 민망하기도 하고 바쁘기도 할 테니까. 그런데 이 상황에서 뇌병변 장애인들은 종종 불편함을 넘어 모욕감을 느낀다. 그럴 때 다시 한번 말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야 한다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25-26, 김승섭 지음
필요한 변화의 핵심은 노동이다. 모든 인간에게 그렇지만 특히 장애인에게 노동은 재정적 안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장애인에게 노동은 공동체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인하고 다른 사회적 활동으로 나아가기 위핸 교두보 역할을 한다. 지체장애인이 아침이면 직장에 출근해 일하고 저녁이면 퇴근해 집으로 돌아오는 하루가 일상이 되는 사회에서 그들이 투표소와 극장과 병원에 가지 못할 리 없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28, 김승섭 지음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의 가장 큰 공포는 성인이 된 자녀가 살아갈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28, 김승섭 지음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았을 때 기업이 내는 고용부담금은 1990년 법이 제정될 당시 정한 최저임금의 60~100%에서 23년째 변하지 않고 있다. 이 금액은 장애인 노동의 가치를 한국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는 지를 반영한다. 많은 기업이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신 부담금을 내는 '합리적' 선택을 하고 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29, 김승섭 지음
과학적 탐구란 무엇일까? 언젠가 한국의 트랜스젠더를 대표하는 인구 집단에 대한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 데이터를 분석하는 다음 세대의 연구자들은 우리가 쓴 논문들의 대표성이 부족했다고 정확하게 비판할 것이고, 그때에는 2016년 연구비를 구할 수 없어 시민들의 돈을 모아 진행했던 347명 트랜스젠더가 참여한 우리의 연구는 과거의 유물처럼 서문에 인용될 것이다. 연구자로서 그날을 간절히 기다린다. 그렇게 우리를 디딤돌 삼아 더 깊고 풍성한 연구가 세상에 나올 테니까. 과학이 절대적으로 옳은 지식의 집합체가 아니라 한 시대의 가용한 자원을 활용한 최선의 설명이라고 한다면, 자신 있게 말하건데 우리의 연구는 과학적 합리성을 갖추고 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35-36, 김승섭 지음
인간의 자격을 박탈당한 이들은 이름도 얼굴도 없이 살아야 했습니다. 『시스터 아웃사이더』를 쓴, 흑인이자 여성이며 동성애자이자 페미니스트였던 오드리 로드가 "나는 당신이 두려워하는 얼굴이다"라고 말했던 것은 그 때문이겠지요. 꼭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명백히 부조리하고 비상식적인 폭력만이 어떤 얼굴을 인간의 범주에서 밀어내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적어도 그런 폭력은 어떤 몸을 세상에 없었던 것처럼 지워버릴 수는 없습니다. 자신이 가해자일 수 있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 '정의로운' 사람들이 모인 '합리적인' 사회만이 누군가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릴 수 있지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47, 김승섭 지음
한 사회가 표준이라고 여기던 몸은 항상 기득권의 것이었습니다. 스스로의 존재를 의심할 필요가 없던 기득권은 소수자의 몸을 두고 매번 인간의 자격을 따져 물었지요. 그렇게 백인은 흑인의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는지 물었고, 남성은 여성이 고등교육을 받아도 되는지 따졌고, 이성애자는 동성애자의 존재가 질병인지 질문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필요한 질문은 타인이 아닌 스스로를 향해 던져야 하는 것 아닐까요. "나는 정상인가? 그렇다면 정상의 의미는 무엇인가?"라고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48, 김승섭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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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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