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생자로서의 가해자” 수사의 기능은 잔혹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정치적으로 회피하는 것만이 아니다. 공격자 개개인의 죄의식을 누그러뜨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이 지나 일본 군인 곤도 하지메는 일본 황군을 위해 성 노예로 끌고 갔던 여성들과 함께 증언에 나섰다. “나는 군국주의의 희생자였다”고 주장. - 78쪽
”
“ 훨씬 더 우려스러운 일은 최근 “희생자로서의 가해자” 수사를 옹호하는 일부 남성들이 소셜미디어에 의존하여 자기들의 주장을 되풀이한다는 점이다. 이를 ‘해시태그 안티페미니즘’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남성 권리 단체들은 남자보다 여자를 더 띄워주고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이 강간당했다는 여성의 비난을 의심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에서 자기들이 억압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해시태그 안티페미니즘’은 피해를 입힐 큰 잠재력이 있다. (80쪽) ”
성폭력, 특히 공동체 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가해자들의 변명과 어쩜 이렇게 같을까. 여성이 거짓말을 한다는 의심을 못하게 하는 사회에서 자기는 무고죄에 희생당한다는 말, 지겹다 지겨워. 그렇다면 이들을 어떻게 설득? 혹은 공동체 내 성폭력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갈 수 있을까? 2차 피해라는 말조차 수용하지 않는 이들과 어떻게 규율을 세우고, 반성폭력의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우다다
3장 정의와 불의 - 성폭력 피해자를 피해자로 바라보지 않는 세계 공통의 편견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으로 가장한 잘못된 정보가 불의를 낳았다. 19세기~20세 사례들이 등장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흐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우다다
“ ‘교정적’ 강간 – 성소수자들이 이성애 규범성과 시스젠더의 우월성에 위협으로 비친다는 이유로 남성이나 남성 집단이 그들을 강간한다는 것을 가리킨다. (…) 무엇보다도, ‘교정적’ 또는 ‘치유적’ 강간이라는 용어는 공격의 가해자들의 어휘를 채택한다. (140쪽) ”
“ ‘취약한 주체성’이 따로 있다는 식의 접근은 소수 집단 사람들이 학대를 당연히 두려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접근근 공포와 불안을 자극한다. LGBTQ 사람들이 벽장 속에 머무르도록 부추기고, 시스ᅟᅦᆫ더 남성 희생자들의 눈물과 공포를 차단한다. 침묵시키는 관행에 동조하고, 안전을 ‘위험에 처한’ 사람들의 책임으로 돌린다. 사람들에게 깊은 무력감을 심어준다. (177쪽) ”
“ 남성성과 여성성을 생리학적으로 남성과 여성 신체에 연결짓는 것 또한 젠더에 대한 제한적인 이해를 드러낸다. 따라서 철학자 버틀러와 다른 퀴어 철학자들이 제시한, 수행으로서의 젠더에 대한 더 섬세한 견해로 대치할 필요가 있다. 성 학대 행위는 젠더화된 노동의 산물이며 그 노동은 정치적이다. ”
“ <자기만의 방 : 뉴 아메리카의 여성과 권력>은 세 가지 주장에 관심을 지중시킨다. 성 학대가 남성 젠더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 가해자오ㅘ 희생자의 지위 간에 엄격한 이분법은 없다는 점, 맥락이 우서니라는 점이다. 이 세 가지 주장 모두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저지르는 성폭력을 분석할 때 뚜렷이 드러난다. (238쪽) ”
성폭력이 젠더만 관련 있는 것이 아님을 자명하게 알려주고 있는 사례. 바로 전쟁 중 여성들이 행한 성폭력이다. 이때 여성은 침략자, 특히 서구 백인 여성의 모습을 띤 경우가 많다. 젠더*인종*서구/비서구....복잡하게 교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애나 버크는 이 논쟁적인 주제를 회피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대단한 페미니스트다.
우다다
“ 성폭력을 근절하려는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보편주의적 입장 같은 건 없다. 지식은 지역적이며 다양하다.
그러면 어떻게 페미니즘적 유대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횡단의 정치. 모든 지식은 부분적이고 불완전하다는 믿음을 기본으로 한다. 유발데이비스는 정체성 정치학( 우리는 누구인가)에서 목표지향적 정치학(우리는 무엇을 성취하고자 하는가)로 이동할 것을 호소한다.
통합과 동질성의 환상은 버려진다. 반강간 연합을 만들어 낼 임무는 참여자들이 자신의 현실에 기반한 위치를 인식하면서도 전략적으로는 성폭력피해 근절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로 통합되어, 차이를 수용해야 한다.
교차성(우리에게 차이를 상기시키는)과 횡단의 정치(차이를 포용하면서 함께 행동할 방법을 제공하는)는 강간 없는 세상이라는 공유하는 목표를 성취하는 데 강력한 도구다. 횡단의 정치는 개인 간, 공동체 간의 차이에 주목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