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무진 작가와 귀주대첩을 다룬 장편소설 <여우의 계절>을 함께 읽어요

D-29
@siouxsie 죄송합니다. 저도 최수종을 상상해 보려 했으나....ㅠㅠ
(4) 556~564쪽에서 강감찬 장군이 소배압에게 쭉 반말 투로 말하다가 갑자기 562쪽에서부터 존댓말을 하는데 이게 특별한 장치인지요?
@장맥주 대원수는 원래 그 인물에게 하대했었지요. 동료로서 또는 친구로서, 의뢰인으로서 대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정체를 일찌감치 아는 상태였잖아요. 질문하신 그 페이지에선 존재를 드러내고 조우하는 장면인데요, 둘은 각자의 위치를 세우고 서로 대우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서로를 존대하는 것이지요. 아니 이제 대원수가 도통으로서 존대를 해주는 것이 되죠. 서로의 탈을 벗은 상태이니 서로의 온전한 모습대로 갖추어야 하지 않습니까. 다만 각자의 자존심은 절대로 굽히지 않는 경지를 만들고 싶었어요. 영화 '킹덤 오브 헤븐'에서 이슬람의 살라딘과 예루살렘의 왕 보드앵4세가 케락 성 앞에서 말을 타고 서로를 대하는 장면이 있어요. 최고의 명장면인데요, 그 두사람의 조우가 너무도 멋져서 나도 언젠가 내 소설에서 저런 장면을 써보고 싶었어요. 그런 느낌이 잘 살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 그런 의도셨군요. 저는 이 장면 멋지다, 세계 종말의 날에 세상 끝에서 지력 만렙인 지휘관 둘이서 하는 대화 같다고 여기기는 했는데 작가님 설명 듣고 나니 더 마음 놓고 좋아해도 될 거 같아서 마음이 놓입니다(?). 《킹덤 오브 헤븐》 저도 무척 좋아하는 영화이고, 말씀하신 장면과 마지막에 발리앙과 살라딘이 대화하는 장면도 정말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우의 계절』에서 강감찬과 소배압의 마지막 대화는 그 이상의 명장면이었습니다. 특히 두 장군이 한국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그럴싸한 말 늘어놓으면서 ‘후까시’를 잡는 조폭 두목들과 달리 진짜 기품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자기 에고를 만족시키려는 게 아니라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 정중하게 협상을 시도하는 것, 소배압이 자신의 지략이 상대보다 부족했음을 재빨리 깨닫고 그 사실을 숨기지 않는 것, 강감찬이 고려가 거란에게 거짓말을 하며 속여 왔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 참 멋지더라고요. 강감찬, 설죽화-매화는 물론이고 담문, 대정, 짧은수염도 모두 매력적이었는데(저한테는 강민첨과 김포도 꽤 매력적인 캐릭터로 다가왔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를 꼽으라면 역시 각치인 것 같습니다. 강감찬은 가장 강렬한 캐릭터이고요. 각치는 정체를 몰랐을 때도 매력적이었지만 정체를 알고 나니 비감한 심정에 더해 인간적인 존경심까지 들게 되더라고요. 한국사를 배경으로 한 픽션에서 이런 매력적인 아치에너미가 또 있었을까 싶습니다. 사실 너무 멋진 인물로 나오다 보니 뭔가 보기와는 다르겠지, 생각은 했는데 설죽화-매화의 서술로 거란의 첩자 아닌가 하고 작가님이 선수까지 치시다 보니 고개를 갸웃하면서 보다가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설마 소배압 본인일 줄이야. 아무튼 정말 좋았습니다.
(5) 제목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어요. 정말 멋있고 인상적인 제목입니다. 저는 책을 읽는 동안에는 여우난골이라는 마을 이름도 나오고, 작중 20일이 여우처럼 교활하게 머리를 굴리는 사람들의 시간이니까 제목도 ‘여우의 계절’이구나 했거든요. 그런데 책 뒤표지 소개 글에 ‘여우의 날’이라는 날이 나오더라고요. 제가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겨서 그런가, ‘여우의 날’이라는 날이 작중에 어디에 나오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제가 놓친 것이라면 죄송합니다.
여우의날은 저희 한우모임 정해연 작가의 유괴의날 끼워팔기를 노린...아 아닙니다
책 잘 받았습니다~! 오늘 밤 제대로 읽어 볼려구요..!ㅎㅎ
@이사도 즐겨주십시오!!!
너무 늦은 시간에 독서를 시작한지라 아직 75쪽까지 밖에 못읽었는데 우와!하고 봤습니다... 역시 역사소설은 (쓰기에) 쉽지않겠다 어나더레벨이다 생각했습니다ㅠㅠㅠ
@스프링 앗. 정말입니까? ㅠㅠ 사실 이건 역사소설이라기 보다 팩션 소설이라고 할까요 ㅎㅎㅎ 끝까지 잘 살펴주시길요
책 도착했습니다. 두근두근 설레입니다.^^
@신이나 잘 읽어주셔요!!!
이번에 명절 맞이를 위해 잠시 한국에 들어갔다, 교보에서 '여우의 계절'을 집어들고 돌아왔습니다. 앞에 조금 읽다가 아주 강력한 훅이 터지는 그 장면 때문에, 이건 아껴뒀다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그대로 책을 덮어버렸습니다. 오늘 퇴근하면 저녁부터 읽어 주말을 함께 보낼라구요. 아 빨리 퇴근하고 싶네요. 작년에 서울시에서 북한 미사일 쏜다고 오보를 냈을 때, 시청 광장 옆에 있는 호텔방에 멍하니 앉아 '아 이대로 죽는구나' 슬픔에 빠져 있을 때 차무진 작가님의 '인더백' 장면들이 생각났습니다. 차무진 작가님 소설을 읽다보면 , 머리 속이 회색 혹은 푸른색 특수효과가 들어간 느와르 영화 필름으로 가득찰 때가 많습니다.
@악어거북씨 ㅜㅜ 인더백을 읽어주셨군요. 이 기회에 고마움과 제 흥분을 전해요. 시청 광장을 바라보며 아포칼립스 상황의 서울을 그려보셨다니 정말 아찔할 것 같아요. 멋진 광경이 보였겠습니다. 주말부터 [여우의 계절]을 읽으신다니, 이번에는 한반도 북쪽의 매섭고 황량하고 한편으로 스산한 겨울밤을 보아주시길요..,
158페이지까지 읽었어요! 두껍지만 속도가 제법 나네요! 흥미진진. 아직 본 사건엔 도달못했는데 재미나요:)
책 도착해서 어젯밤에 아이와 함께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5-10분 정도)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 빠져 있는 아들을 위해 <여우의 계절>을 선택했습니다. 드라마를 안보는 제게는 귀주대첩이 <여우의 계절>로 기억하게 될 듯 합니다. 애꾸눈부터 푹 빠져 들어 읽고 있습니다. 재미나요~^^ 장맥주님의 꼼꼼한 질문에 작가님의 상세한 답변을 읽으니 책읽기에 더욱 도움이 되는 듯 합니다. 독자와 작가의 티키타카를 기대해도 좋은 책이네요. ^^
@선경서재 자녀분의 나이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묘사가 다소 잔인할수도 있는데....함께 읽어도 괜찮으신지...살짝 걱정되네요.....물론 고등학생부터는 능히 읽을 수 있고, 또 잘 읽기는 하더라구요.
에비초5 남아 입니다. 제가 읽는 속도보다 아이가 읽는 속도가 빨라서… 작가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동공지진입니다.^^;; 지금 엄청 재미있어 해서 중단은 못 시킬 듯 한데… 제가 먼저 책을 서둘러 읽고 필터해보겠습니다ㅎㅎ
@선경서재 외설적 내용은 없으나, 다소 거칠고 강렬한 상황 묘사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먼저 읽어보시고 부모님께서 판단하셔야 해요 ㅎㅎㅎ 아드님께서 예비 초5학년이면 전체 내용 파악이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ㅎㅎㅎ 하지만 재미있어 한다니 굉장히 책읽기에 능숙한 학생이로군요. 참으로 부럽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장맥주 역시 관록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소설가님이셔서 질문도 정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이 받는 질문인지라 제가 그렇게 느꼈다는 뜻입니다. 제가 작가님의 질문을 아래로 보고 '오, 멋진 질문, 좋은 질문입니다' 라고 하는건 절대로 아닙니다) 제목에 대해 말하고 싶은게 많았거든요. 홀로 쌓인 게 많았다고나 할까요. ㅎㅎ 이 소설의 원래 제목은 'temple of the king' 이었습니다. 눈치채실 분들이 계실텐데요, '딥퍼플'의 기타리스트 리치 블랙 모어가 만든 전설적인 밴드 '레인보우'가 부른 노래 제목입니다. 저는 그 노래와 가사를 너무 좋아하는데요, temple of the king의 가사는 여우의 계절에 한 사내가 왕의 사원(궁전)으로 들어가서 세상을 바꾼다는 내용입니다. 밤새 고민하다 결국 일어서서 마치 날개가 쏱아지듯( rush of a thousand wings It shines upon the one ) 하늘에서 뿌리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사원으로 들어가는 영맨(young man)의 이야기에요. 노래가사에도 고뇌하는 현자, 노인이 나오는데요, 저는 이 노래를 듣고 아하, 바로 이거다. 이걸 모티브로 삼자. 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2년 동안 작업할 때는 이 노래만 들었어요. 원고파일에 첫표지는 일부러 비워두었는데요, 완고를 뽑고 '템플 오브 더 킹'이라고 제목을 타이핑할 때 얼마나 감격스럽던지요. 그런데, 출판사 편집장님도, 학생들도, 와이프도, 아들도, 동료 작가님들도, 함께 술먹던 감독님들도, 회의하는 피디들도 전부 반대하는 거에요. 고려시대 이야기에 영어 제목도 낯설고, 무엇보다 제목 자체가 '아쟈씨' 스럽다는 거죠. 꼰대 냄새도 나고. 다들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어요. 그건 아닌 것 같다. 독자들에게 절대로 어필할 제목이 아니다, 라며...ㅜㅜ 저는 리치 블랙모어도 설명하고, 딥퍼플, 레인보우도 설명하가며, 여우의 계절에 나타난 세상을 바꾸는 어떠한 개벽적 이야기에 딱 어울린다고 침을 토했지만....결국 [여우의 계절]이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안하길 잘했나 싶기도 해요. 소설 속에는 앞부분에 북계에 사는 북방인들은 이번 해가 여우의 해라고 자의적으로 명칭을 붙인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그 지역 사람들은 무술해, 갑인해 등의 중국식 해읽기를 하지만, 자체적으로 여우의 해, 호랑이의 해 등으로 부르며 그 해를 특징짓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상상으로요) 그게 멋져 보이기도 하고, 또 제가 좋아하는 템플오브더 킹의 가사에도 부합하고....뭐 그랬습니다. ^^ 여우의 날이라고 딱 걸어서 좋아하고 존경하는 정해연 작가님의 '유괴의 날' 이라는 제목에 제가 숟가락을 얹히면 더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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