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세계사 독서모임] 염기원 작가와 함께 읽는 『블루아이』

D-29
귀한 리뷰 남겨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평안한 주말 밤 되시기를. :)
전혀 게으르지 않는 게으른독서쟁이님, 남기신 감상 잘 읽었습니다. 감사드리며 평안한 주말 되시기를 바랍니다. :)
《블루아이》를 재밌게 읽었는데요.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영 와닿지가 않고 좀 찝찝하게 마음에 남는 부분이 있어서 며칠동안 고민하다가 여쭤봅니다. 앞에 수지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주인공 '나'가 여러 모로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한 심리상태에서 참고참다가 폭력을 행사하게 되는 부분이 있는데요. 상태에게도 그렇고, 부인인 은혜에게도 그렇고, 제 눈에 비치기엔 참고 참았다고는 하더라도 결국은 자기보다 약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만 폭력을 행사했단 말이죠. 그런 부분에서 결국에 마지막에 참지 못해 폭력이 나오는 사람이라면 또 그런 상황에 몰리게 된면 또 폭력이 나오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단말입니다. 그 지점에서 특히 은혜에 대해서 공감이 잘 안되는데요. 은혜가 '나'를 찾아와 그간의 이야기들을 푸는 과정에서 준구 일화에서 이혼 얘기까지 하게 되는데 '나'가 은혜에게 뺨을 때린 것에 대해 사과를 하자 은혜가 "바보. 이혼하자는 어마어마한 말을 던져 놓고 고작 따귀 한 대 맞은 게 억울했겠어? 나도 미안해. 너무 힘들 때라, 그냥 저질러본거였어."라고 하는데 전 정말 며칠을 생각해봐도 너무 이해가 안되더라고요. 이혼하자는 말이 농담으로라도 쉽게 던지면 안되는 말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게 맞을 말은 아니잖아요? 제가 은혜라면 그전까지는 너무 힘들어서 그냥 저지르는 셈 치고 말이 나왔더라도 일단 뺨을 맞는 순간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이 사람의 어떤 버튼이 건드려지 말을 하게 되면 그땐 또 이렇게 맞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저질러보는 게 아니라 정말 정신차리고 이혼을 마음 먹게 될 것 같은데.... 은혜는 이혼하자는 말은 어마어마한 말이라고 표현하면서 따귀는 고작 따귀 한 대라고 표현하고 고딩때 준구에게 폭력을 쓰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주인공이 본래 폭력적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부분들이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상태와 자신에게는 폭력을 가하고 '나' 자신에게 폭력을 가한 준구에게는 폭력으로 응대하지 않았는데 폭력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는 게 잘 받아들여지지가 않더라고요. 리카온의 세계에 대해서는 너무 재밌게 읽었는데 이런 주인공의 폭력에 대한 아이러니한 모습들과 내가 느끼는 거북함을 은혜는 못 느끼고 '나'와 새출발을 바라는 은혜에게 공감이 잘 안되더라고요. 제가 인터뷰에서 읽었던 기억에 의하면 작가님께서 작품을 쓰고 가장 먼저 어머니와 누이에게 보여준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여자 입장에서 이런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는 없으셨던 걸까요? 뺨을 맞은 사람 입장에서 '고작 뺨 한 대'라는 표현이 가능한 표현인건지 저는 잘 모르겠는데 작가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맞네요...사람에 따라서는 따귀 한대라고 별일 아닌 일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미스터리 씨가 폭력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단지 은혜가 사랑으로 감싸주고 싶은 마음에 한 소리인 거 같아요. 사랑하니까....(으악!) 미스터리 씨는 그야말로 어렸을 때부터 뭘 해도 다른 이들보다 잘했었고, 그걸 어깨뽕으로 장착하고 다니면서 '난 좀 달라'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겠죠. 그래서 본인 기준으로 참다참다 터진 거지만, 헛똑똑이었던 거죠. 뭐든 좀 쉽게 이룩해 낸사람들이, 외부적 이유 때문에 좌절하면 놓는 것도 쉽게 놓아 버리는 거 같아요. 본인 의지대로 잘 안 됐던 적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캐릭터라서 전 더 공감이 갔어요. 너란 남자 그런 남자ㅎㅎ 이론적으로는 다 알고 있지만, 행동은 그렇게 못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아버지의 해방일지'에 나왔던 '입진보'처럼 그래도 미스터리 씨는 앞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될 거라 믿어요. 은혜 씨 같은 똑순이도 옆에 있고, 본인도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이니까요.
사랑하니까...(으악!)에서 현웃이 터집니다. ㅋㅋㅋ 저도 미스터리씨의 여러 모습은 이해가 되는데 은혜가 여전히 미스터리와 함께하기를 원하는 모습이 좀 완전히 공감되지는 않아서요 ㅎㅎ
은혜 씨가 만난 사람 중에 그나마 젤 괜찮아서? (작가님!! 답을 주세요!!!) 원래 옆에서 보면 이상한 부부들 많잖아요. 쟤들 왜 저러면서 같이 살아?하는...이혼했다 다시 재결합 하는 경우도 많고요. 저도 제가 항상 세상의 다른 여성들을 구하기 위해 너와 결혼했다고 한달에 한번씩 가스라이팅하고 있습니다. 불이 안 붙어서 문제지만...
아. 아래에(게시판 모드로 볼 때) 부족하나마 답을 드렸어요. 정말 부부마다 다 결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런 가스라이팅이라면 좋은 것 같은데요? :)
소설 속 두 사람의 사랑 얘기로만 한정하자면, 서로의 다름에 이끌려 연애를 시작한 둘이 권태에 빠졌고, 다른 성장 배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그럼에도 상대에게 자신을 숨기며 살다가 결국 이혼했지요. 그런데 그건 사실 잠시 떨어져 있으면서 서로에 관한 생각을 정리할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은혜는 고민을 했고,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기로 결심을 합니다. 순진하거나 무능해 보였던 남편의 방식에 동의를 하며 구원(?)의 손길을 내밉니다. 저는 두 사람이 전과 달리 행복하게 살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두 사람의 결별과 재결합이라는 것 역시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알레고리이기도 합니다. (아마 이 부분이 게으르지 않은, 게으른독서쟁이님에게 도움이 될 듯 하네요.)
이 소설에서 여러 번 폭력에 대한 부분을 다루었지요. 개인의 감수성에 따라 수용할 수 있는 범위가 결정될 것입니다. 주인공과 은혜의 결별에 대해 자세히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다만 주인공의 개인사를 통해 부모의 결혼 생활 역시 정상적이 아니고, 은혜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쌓인 상태라는 설명을 했던 것 같아요. 소설이기에, 두 사람과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진 일은 창작입니다. 텍스트로 적혀 있지 않은 부분에 대해 상상하는 건 각자의 몫이고요.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도 있는 건 당연합니다. 며칠씩 고민하실 정도로 작가가 뭔가 의도를 숨겨놓은 부분은 아닙니다. 저도 폭력에 민감한 사람입니다. 길게 말씀드려야 할 내용일 수도 있는데 외출 직전이라... 아래 수지 님의 해석이 제 생각과 비슷한 것 같아요. 주인공 역시 평범한 사람이고, 그의 트라우마와 여러 가지 심리적 저변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은혜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봤기에, 게다가 꽤 사랑했던 두 부부였기에, 먼저 손을 내민 것이지요. 뺨을 때린 걸 반성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고요. 조심스럽게 작성한 이유는 혹시나 작가가 젠더나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오해하실까 봐서였습니다. 모 작가님께서 작중에-픽션이었습니다-묘사한 상황을 두고 여혐이라고 공격받는 것을 보며 놀랐었거든요. 나중에는 그분의 가족까지 소환되어 좋지 않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제 가족들-보통 이상의 감수성을 가진 분들입니다-이 제 글을 먼저 읽는 건 사실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얘기가 없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저는 다른 의도가 없이, 어떤 부부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일을 창작하여 기술하였습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가족 얘기가 나오면 조금 불편한 게 사실입니다.)
오우,,, 작가님께서 어떤 의도를 숨겼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은혜 스스로가 따귀 한 대쯤은 뭘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건 제가 불편해서ㅡ전 따귀 맞으면 너무 충격일 것 같거든요ㅡ내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건가 싶어서 그 부분을 얘기를 할까말까 고민을 좀 했습니다. 가족분들도 여성입장에서 혹시 저랑 같은 생각을 하시지는 않으셨을까 궁금해서 여쭤봤던 건데 여혐이나 가족까지 소환해서 공격한다거나 그렇게까지 이야기가 확장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렇게 공격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고 지금도 없습니다~. 제 궁금금이 의도치 않게 불편함을 드린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오해는 전혀 없습니다.
아참 그리고 은혜가 여자라서 불편했다기보다 남자, 여자를 떠나 맞은 사람이 맞은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게 불편한 사람이라 질문을 드렸던 것이라는 말씀드립니다.
네. 사소한 폭력이라도 폭력은 폭력이지요. 동의합니다. 다 읽으셨으니 아시겠습니다만, 상태라는 친구와의 기억이 아직도 제 마음속에 상처로 남아있어요. ㅠㅠ
그니까요..... 남이 폭력을 당하는 것만 봐도 그게 공포와 상처로 남더라고요. 저희 학창시절엔 학교선생님들의 체벌강도가 상당히 쎘으니까요. 전 국민학교 시절부터 장난꾸러기들이 선생님께 싸대기를 맞는 걸 보고 너무 불편했거든요. 나도 당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똑같이 떠들어도 성적이 안 좋거나 문제아로 낙인찍혀서 맞는 애들을 보면 미안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전 그래서 사랑의 매도 결사반대입니다 ㅎㅎ
초등학교 1학년 학기 초, 그러니까 꼬꼬마였을 때 그 '사람의 매'를 처음 겪어봤네요. 완전히 잊은 줄 알았는데 어떤 일로 맞은 건지 지금도 생생합니다.(정말 억울한 게, 반 친구와 화장실에서 동시에 머리를 부딪혔는데 그 친구는 울었고, 저는 안 울었기 때문이었거든요. 머리가 단단해서... 저만 혼났어요, 저만.) 그 무렵의 다른 기억은 하나도 없는데 말이지요.
잊을 수 없죠...잊히지 않습니다. 저는 제가 맞은 게 아닌데도... (저는 국민학교 시절이라...ㅋㅋ) 국민학교 2학년때 다른 아이들이 맞던 게 생생합니다. 선생님 성함과 아이들을 때리며 하시던 안좋은 말들도요. 저 손바닥이 내 뺨으로 올까봐 얼마나 무서웠는지... 애들이 맞을 때 고개를 숙이고 시선은 아래에 두고 눈알을 굴리면서 나는 혹시 나도 모르게 잘못한 게 없나를 계속 생각하게 된다니까요. 그때 같이 우셨어야 했는데...
그 시절을 회상할 때마다 저는 '야만과 낭만의 시대'라는 말을 하고 해요. 요즘 세상이 팍팍하니 나름의 낭만이 있던 그때가 좋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낭만만 생각하기엔 야만의 폐해가 컸죠. 음주운전도 그렇고... 아, 제가 밖에 나가서는 잘 울지 않는 데다가 저는 진짜 하나도 안 아팠거든요. 🤣 나중에 알고 보니 조금 문제가 있던 선생님이었어요. 촌지가 당연한 때였다고는 해도 그걸로 애들 차별하던...
어?? 제가 기억하는 선생님도 알고보니 촌지로 차별하는 선생님이셨는데......
어…? 혹시 수원 H초등학교인가요? (갑자기 분위기 아이러브스쿨)
저는 대구 D 국민학교였습니다. ㅎㅎ 짦은 시간 붐을 일으켰던 아이러브스쿨 ㅋㅋㅋ 추억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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