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세계사 독서모임] 염기원 작가와 함께 읽는 『블루아이』

D-29
야생에서 본능을 거스르는 행동을 한다는 건 드문 일이잖아요? 근데 <문법의 차이>장의 미다스가 자기 무리의 리카온 두 마리를 하이에나에게 바치는 장면은 실제 다큐멘터리 같은데서 보신건가요 아니면 만들어내신 건가요?
리카온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많지는 않아요. 그나마 데이비드 애튼버러 경이 진행한 BBC 다큐멘터리는 리카온을 꽤 자세히 다루어서 여러 번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말씀하신 부분은 나오지 않고요. 리카온을 통해 인간의 속성을 은유하려고 창작한 내용입니다. 고맙습니다. :)
책 정말 잘 읽었습니다. 모처럼 집중해서 쭉 읽었네요. 이런 시점으로 쓰여진 책은 처음이라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1. 리카온들의 전투장면이 몰입감 있었습니다. 무협 소설 보는 느낌일 정도로, 세밀한 묘사가 일품이였습니다. 2. 인간들의 모습과 블루아이의 모습이 교대로 서술 되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대비 되는 모습도, 닮은 부분도 보였습니다. (p.87, 101 - 주인공도 반골 기질이 없잖아 있어 보였습니다.) 3.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시놉시스 2개를 놓고 쓰셨다하셨는데, 리카온 가계도 부분에 대해 많이 연구하시고 쓰신게 느껴졌습니다. 커맨더에게 왕위를 찬탈한 미다스 부분을 읽을때는 로마 네로 황제가 떠올랐습니다. Ps - 로마의 역사를 연구해 보면 우리는 어떻게 좋은 정부가 탄생하는지를 알 수 있다. 티투스를 제외하면 혈연 관계의 세습을 통해 제위에 오른 황제들이 모두 암군이었던 반면, 네르바부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 이르기까지 양자 관계로 제위에 오른 황제들은 모두 명군이었다. 그리고 양자 대신 혈연 관계에 의한 세습이 다시 시작되자마자, 로마의 붕괴는 재개되었다.(마키아벨리 로마사논고 중) 미다스는 반대였죠, 혈연이 아닌 양자 찬탈(?)로 왕위 계승을 했는데, 뭔가 이 부분에서 정 반대인 부분이 더 눈길을 끌더라구요. 4. p.97 하마 부분에서는 저도 빵 터졌네요. 5. 마지막 챕터 '부활' 부분에서, '우리가 가장 젊고 행복했던 때로 돌아갈 방법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새롭게 살 것이다.' 부분도 좋았습니다. 정말 '부활' 이란 제목이 딱 어울렸던 것 같아요. 현대인들의 정신적 질환중 하나가 '리셋 증후군' 이라고 하더라구요. 컴퓨터 리셋 버튼처럼, 본인의 삶을 버튼 하나 누르는 것처럼 되돌리고 싶어하는 증후군이라 합니다. 웹 소설에서도 흔히 '회귀' 라는 플롯으로 많이 사용 되어진다 하더라구요. 삶을 '다시' 사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니까요.. 그런데 마지막 챕터 제목이 '회귀'가 아닌 '부활' 이란 것이 좋았습니다. 흘러간 세월은 어쩔 수 없지만, 더 나은 미래는 충분히 가능 하니까요. ------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 주인공의 이름이 책속에 등장하지 않는 것 같아서요. (혹시 제가 놓쳤을 수도..) 의도적으로 주인공의 이름을 감춰두신걸까요? 리선생, 선배, 감독님, 오빠, 반장 같은 호칭만 나온 것 같아서요.
동물 액션(?)은 처음이었는데 좋게 느껴지셨다니 다행입니다. 하마 부분도 찾아서 다시 읽어보았어요. 작가의 말처럼 상대 종족에 대한 은유가 되도록 구성했습니다. 리카온 가계도에 비밀을 숨겨두었는데 날카롭게 접근하셔서 놀랐네요. ‘부활’이라는 소제목에 어쩌면 소설 전체의 주제 의식이 반영된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소설을 한 줄로 요약한 내용은 “모든 것을 내려놓자 고결한 지위를 회복하는 아이러니”였어요. 주인공 이름 관련해서는, 맞습니다. 두 번째 장편인 “인생 마치 비트코인”에 이어 주인공 이름이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 재밌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리뷰도 꼼꼼하게 써주셨네요. :)
아하 그렇군요. 그래서 은혜가 마지막에 그런 행동을 한거였군요. ㅎㅎ 감사합니다!!
네 함께 회복한 것이지요. :) Alder님, 좋은 꿈 꾸세요-!
야생동물은 적당히 산다. 적당한 물과 먹이만 있으면 더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적당하다는게 어디까지인지를 모른다. 그렇기에 인간은 동물보다 폭력적이다. 야생동물은 과시를 위해 사냥하지 않는다. 인간은 SNS에 올리기 위해 야생동물을 죽인다. 둘의 차이는 영원히 극복될 수 없다.
블루아이 p.135 문법의 차이, 염기원 지음
짐바브웨에 오기 전까지는, 식민 지배를 받던 나라가 선진국이 된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나는 몰랐다. 은혜와 결혼한 이후 내내 끼고 다녔던 결혼반지, 거기에 박힌 다이아몬드에 아프리카인의 피비린내가 숨어 있을 줄도 몰랐다.
블루아이 p170, 염기원 지음
숨긴다고 해결되는 건 하나도 없는데, 인간은 많은 걸 숨기고 산다. 병들고, 약하고, 못생긴 건 부끄러운게 아닌데, 인간은 그런 걸 부끄러워한다. 부끄러워하게 만들었다. 모두를 같은 궤도에 올려두고 앞을 향해 전진하라고 채찍질만 하는 시스템을 나는 거부하기로 했다.
블루아이 p.214, 염기원 지음
참고로 p.13 오타 하나 있는 것 같았습니다. 첫 줄에, 그래서 그렇'지' 부르지 말라고 했더니 -> 그래서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더니 '지' 가 오타 같아요.
앗! 제보 고맙습니다. 오타 맞아요... ㅠㅠ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4809253 https://blog.yes24.com/blog/blogMain.aspx?blogid=dlawoghkd&artseqno=19365449&catseqno=12218537&IsFestival= yes24와 블로그 링크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네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평안한 밤 되시기를. :)
자연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는 인간의 시선은 대개 그렇다.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야생동물을 의인화하여 권선징악의 스토리로 짜깁기를 하거나, 감동적인 가족애를 연출하는 게 다큐멘터리의 문법이다. 그것도 아니면 대자연의 웅장함 같은 거라도 담아야 한다. 실제 상황과 관계가 있건 없건, 편집을 통해 전후 관계를 바꾸건, 현대 문명인의 관점과 입맛에 맞춰야 한다.
블루아이 p58, 염기원 지음
아직 다 읽지는 못 했지만, 78~79p에 나오는 부부관계에서의 폭력, 회사에서의 폭력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전에 나왔던 상태 얘기에서도 느꼈지만, 화자는 뭔가 참다참다 결국 항상 폭력을 행사하고 마네요. 회사에서는 노력하다 진실을 듣고 그 땐 결국 놔 버리고..... 개인이 시스템 안에서는 정말 할 수 있는 게 없는 걸까요? 전 비교적 작은 회사라서 노력을 하면 어느 정도 성과(일하는 환경에 대한)가 보이던데, 방송국처럼 큰 회사는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변화를 싫어하거나 세금폭탄이 무서운 사람들이 숨어서 '면세점'으로 많이 이용해 먹기도 하고요. 리카온의 세계가 나오는 부분은 '동물의 왕국' 보는 것처럼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이애나는 왜 항상 나쁜 역할(내지는 약탈자)만 맡을까요?(따지는 거 아니고 진심으로 궁금해서요) 라이온킹, 파이이야기에서도요. 뭔가를 빼앗아갈 때 '하이애나'란 표현을 쓰잖아요...그들도 그들만의 삶의 방식 때문일 텐데...아님 작가님은 여기에서 리카온의 천적 정도로만 쓰신 걸까요?
폭력에 관한 부분은 작가의 말을 통해서도 짧게나마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주인공은 그나마 자신의 폭력에 대한 반성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물이어서 결론도 그렇게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개인과 시스템에 대한 건 첫 장편인 “구디 얀다르크”에서도 다뤘는데요. 대표적으로 군대가 그러했는데, 개인이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자기 주변까지가 한계인 경우가 대부분이더라고요. 그럼에도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겠죠. 리카온과 마찬가지로 하이에나 역시 인간 기준에서 외관이 별로고요, 울음소리고 그렇고... 무리 지어 다니며 다른 포식자들-그중에서도 사람들이 더 예뻐하는 고양잇과-의 것을 약탈하는 사냥 방식 때문에 미운털이 박혔죠. 여기서는 말씀하신 대로 상대적 약자인 리카온의 위협이 되는 존재로 작용합니다. 끝까지 즐거운 독서 되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오! 친절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네, 수지님. 언제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모처럼 화창한 날, 기분 좋은 하루 되시기를.
인간 사회가 그렇듯, 야생에서 태평성대라는 것은 오래 가지 못한다. 내부에 안정을 꾀하면 외부의 침입이 있고, 외부에 맞서 단결하다가도 내부에서 피어난 근심거리 때문에 몰락하곤 한다. 커맨더가 자신의 왕조를 굳건하게 다져 놓았지만, 그에게 왕권을 물려받은 미다스는 이를 계승하기는커녕 업적마저 무너뜨리고 말았다.
블루아이 p87, 염기원 지음
이야기의 힘, 생각과 문장의 힘을 제대로 느길 수 있었던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세상의 주류와 불화하는 이야기 많이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p/C3uk9wLxubQ/?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MzRlODBiNWFlZA==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나눔][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버터북스/책증정]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 담당 편집자와 읽으며 2025년을 맞아요[책증정] 연소민 장편소설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함께 읽기[📕수북탐독] 7. 이 별이 마음에 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11월 29일(금) 이번 그믐밤엔 소리산책 떠나요~
[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번에는 극단 피악과 함께 합니다.
[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그믐연뮤클럽] 2. 흡혈의 원조 x 고딕 호러의 고전 "카르밀라"
"동물"을 읽습니다 🐋🐕🦍
[현암사/책증정]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를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그믐북클럽] 14.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읽고 실천해요[진공상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들 모여주세요![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③ 『동물권력』 함께 읽기 [그믐북클럽Xsam]19.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읽고 답해요 [그믐북클럽] 4. <유인원과의 산책> 읽고 생각해요
🏆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며 작품 함께 읽어요.
[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1탄) 작별하지 않는다 같이 읽어요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
국내외 불문, 그믐에서 재미있게 읽은 SF 를 소개합니다!
(책 나눔) [핏북] 조 메노스키 작가의 공상과학판타지 소설 <해태>! 함께 읽기.[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박소해의 장르살롱] 5. 고통에 관하여
버지니아 울프의 세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
'하루키'라는 장르
[이 계절의 소설] 두번째 계절 #2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마주>[그믐밤] 16. 하루키 읽는 밤 @수북강녕 에이츠발 독서모임 16회차: <기사단장 죽이기> / 무라카미 하루키 저
오늘의 문장 - 은화
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7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1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3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0월 31일
현대 한국 사회를 조명하는 작품을 작가, 평론가와 함께 읽습니다.
[📕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3. 로메리고 주식회사⭐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멀고도 가까운 나라, 중국.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6. <마오주의>[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5. <중국필패>[한길사 - 김명호 - 중국인 이야기 읽기] 제 1권[서울국제작가축제X푸른숲] 위화 작가님의 <인생> 함께읽기 챌린지
🎨 책으로 그림 읽기!
[책증정] 미술을 보는 다양한 방법, <그림을 삼킨 개>를 작가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6기 [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책증정] 《저주받은 미술관》을 함께 읽으실 분들을 모집합니다🖤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지금 읽기 좋은 뇌과학 책 by 신아
[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3. 도둑맞은 뇌[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2.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1.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