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긴다고 해결되는 건 하나도 없는데, 인간은 많은 걸 숨기고 산다. 병들고, 약하고, 못생긴 건 부끄러운게 아닌데, 인간은 그런 걸 부끄러워한다. 부끄러워하게 만들었다. 모두를 같은 궤도에 올려두고 앞을 향해 전진하라고 채찍질만 하는 시스템을 나는 거부하기로 했다. ”
『블루아이』 p.214, 염기원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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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ler
참고로 p.13 오타 하나 있는 것 같았습니다.
첫 줄에,
그래서 그렇'지' 부르지 말라고 했더니 -> 그래서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더니
'지' 가 오타 같아요.
“ 자연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는 인간의 시선은 대개 그렇다.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야생동물을 의인화하여 권선징악의 스토리로 짜깁기를 하거나, 감동적인 가족애를 연출하는 게 다큐멘터리의 문법이다. 그것도 아니면 대자연의 웅장함 같은 거라도 담아야 한다. 실제 상황과 관계가 있건 없건, 편집을 통해 전후 관계를 바꾸건, 현대 문명인의 관점과 입맛에 맞춰야 한다. ”
『블루아이』 p58, 염기원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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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아직 다 읽지는 못 했지만, 78~79p에 나오는 부부관계에서의 폭력, 회사에서의 폭력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전에 나왔던 상태 얘기에서도 느꼈지만, 화자는 뭔가 참다참다 결국 항상 폭력을 행사하고 마네요.
회사에서는 노력하다 진실을 듣고 그 땐 결국 놔 버리고.....
개인이 시스템 안에서는 정말 할 수 있는 게 없는 걸까요? 전 비교적 작은 회사라서 노력을 하면 어느 정도 성과(일하는 환경에 대한)가 보이던데, 방송국처럼 큰 회사는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변화를 싫어하거나 세금폭탄이 무서운 사람들이 숨어서 '면세점'으로 많이 이용해 먹기도 하고요.
리카온의 세계가 나오는 부분은 '동물의 왕국' 보는 것처럼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이애나는 왜 항상 나쁜 역할(내지는 약탈자)만 맡을까요?(따지는 거 아니고 진심으로 궁금해서요) 라이온킹, 파이이야기에서도요. 뭔가를 빼앗아갈 때 '하이애나'란 표현을 쓰잖아요...그들도 그들만의 삶의 방식 때문일 텐데...아님 작가님은 여기에서 리카온의 천적 정도로만 쓰신 걸까요?
문학세계사
폭력에 관한 부분은 작가의 말을 통해서도 짧게나마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주인공은 그나마 자신의 폭력에 대한 반성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물이어서 결론도 그렇게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개인과 시스템에 대한 건 첫 장편인 “구디 얀다르크”에서도 다뤘는데요. 대표적으로 군대가 그러했는데, 개인이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자기 주변까지가 한계인 경우가 대부분이더라고요. 그럼에도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겠죠.
리카온과 마찬가지로 하이에나 역시 인간 기준에서 외관이 별로고요, 울음소리고 그렇고... 무리 지어 다니며 다른 포식자들-그중에서도 사람들이 더 예뻐하는 고양잇과-의 것을 약탈하는 사냥 방식 때문에 미운털이 박혔죠. 여기서는 말씀하신 대로 상대적 약자인 리카온의 위협이 되는 존재로 작용합니다.
끝까지 즐거운 독서 되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siouxsie
오! 친절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문학세계사
네, 수지님. 언제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모처럼 화창한 날, 기분 좋은 하루 되시기를.
siouxsie
“ 인간 사회가 그렇듯, 야생에서 태평성대라는 것은 오래 가지 못한다. 내부에 안정을 꾀하면 외부의 침입이 있고, 외부에 맞서 단결하다가도 내부에서 피어난 근심거리 때문에 몰락하곤 한다. 커맨더가 자신의 왕조를 굳건하게 다져 놓았지만, 그에게 왕권을 물려받은 미다스는 이를 계승하기는커녕 업적마저 무너뜨리고 말았다. ”
전혀 게으르지 않는 게으른독서쟁이님, 남기신 감상 잘 읽었습니다.
감사드리며 평안한 주말 되시기를 바랍니다. :)
게으른독서쟁이
《블루아이》를 재밌게 읽었는데요.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영 와닿지가 않고 좀 찝찝하게 마음에 남는 부분이 있어서 며칠동안 고민하다가 여쭤봅니다.
앞에 수지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주인공 '나'가 여러 모로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한 심리상태에서 참고참다가 폭력을 행사하게 되는 부분이 있는데요. 상태에게도 그렇고, 부인인 은혜에게도 그렇고, 제 눈에 비치기엔 참고 참았다고는 하더라도 결국은 자기보다 약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만 폭력을 행사했단 말이죠. 그런 부분에서 결국에 마지막에 참지 못해 폭력이 나오는 사람이라면 또 그런 상황에 몰리게 된면 또 폭력이 나오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단말입니다.
그 지점에서 특히 은혜에 대해서 공감이 잘 안되는데요. 은혜가 '나'를 찾아와 그간의 이야기들을 푸는 과정에서 준구 일화에서 이혼 얘기까지 하게 되는데 '나'가 은혜에게 뺨을 때린 것에 대해 사과를 하자 은혜가 "바보. 이혼하자는 어마어마한 말을 던져 놓고 고작 따귀 한 대 맞은 게 억울했겠어? 나도 미안해. 너무 힘들 때라, 그냥 저질러본거였어."라고 하는데 전 정말 며칠을 생각해봐도 너무 이해가 안되더라고요.
이혼하자는 말이 농담으로라도 쉽게 던지면 안되는 말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게 맞을 말은 아니잖아요? 제가 은혜라면 그전까지는 너무 힘들어서 그냥 저지르는 셈 치고 말이 나왔더라도 일단 뺨을 맞는 순간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이 사람의 어떤 버튼이 건드려지 말을 하게 되면 그땐 또 이렇게 맞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저질러보는 게 아니라 정말 정신차리고 이혼을 마음 먹게 될 것 같은데.... 은혜는 이혼하자는 말은 어마어마한 말이라고 표현하면서 따귀는 고작 따귀 한 대라고 표현하고 고딩때 준구에게 폭력을 쓰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주인공이 본래 폭력적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부분들이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상태와 자신에게는 폭력을 가하고 '나' 자신에게 폭력을 가한 준구에게는 폭력으로 응대하지 않았는데 폭력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는 게 잘 받아들여지지가 않더라고요.
리카온의 세계에 대해서는 너무 재밌게 읽었는데 이런 주인공의 폭력에 대한 아이러니한 모습들과 내가 느끼는 거북함을 은혜는 못 느끼고 '나'와 새출발을 바라는 은혜에게 공감이 잘 안되더라고요.
제가 인터뷰에서 읽었던 기억에 의하면 작가님께서 작품을 쓰고 가장 먼저 어머니와 누이에게 보여준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여자 입장에서 이런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는 없으셨던 걸까요? 뺨을 맞은 사람 입장에서 '고작 뺨 한 대'라는 표현이 가능한 표현인건지 저는 잘 모르겠는데 작가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siouxsie
맞네요...사람에 따라서는 따귀 한대라고 별일 아닌 일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미스터리 씨가 폭력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단지 은혜가 사랑으로 감싸주고 싶은 마음에 한 소리인 거 같아요. 사랑하니까....(으악!)
미스터리 씨는 그야말로 어렸을 때부터 뭘 해도 다른 이들보다 잘했었고, 그걸 어깨뽕으로 장착하고 다니면서 '난 좀 달라'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겠죠. 그래서 본인 기준으로 참다참다 터진 거지만, 헛똑똑이었던 거죠. 뭐든 좀 쉽게 이룩해 낸사람들이, 외부적 이유 때문에 좌절하면 놓는 것도 쉽게 놓아 버리는 거 같아요. 본인 의지대로 잘 안 됐던 적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캐릭터라서 전 더 공감이 갔어요. 너란 남자 그런 남자ㅎ ㅎ
이론적으로는 다 알고 있지만, 행동은 그렇게 못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아버지의 해방일지'에 나왔던 '입진보'처럼
그래도 미스터리 씨는 앞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될 거라 믿어요. 은혜 씨 같은 똑순이도 옆에 있고, 본인도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이니까요.
게으른독서쟁이
사랑하니까...(으악!)에서 현웃이 터집니다. ㅋㅋㅋ
저도 미스터리씨의 여러 모습은 이해가 되는데 은혜가 여전히 미스터리와 함께하기를 원하는 모습이 좀 완전히 공감되지는 않아서요 ㅎㅎ
siouxsie
은혜 씨가 만난 사람 중에 그나마 젤 괜찮아서? (작가님!! 답을 주세요!!!)
원래 옆에서 보면 이상한 부부들 많잖아요. 쟤들 왜 저러면서 같이 살아?하는...이혼했다 다시 재결합 하는 경우도 많고요.
저도 제가 항상 세상의 다른 여성들을 구하기 위해 너와 결혼했다고 한달에 한번씩 가스라이팅하고 있습니다. 불이 안 붙어서 문제 지만...
문학세계사
아. 아래에(게시판 모드로 볼 때) 부족하나마 답을 드렸어요. 정말 부부마다 다 결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런 가스라이팅이라면 좋은 것 같은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