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세계사 독서모임] 염기원 작가와 함께 읽는 『블루아이』

D-29
잘 읽었습니다. 아프리카 대자연의 이야기에 못 빠져들어 잘 못 읽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그냥 야생의 험난한 모험이야기가 아니더라고요. 생각보다 빨리 읽었습니다. 저도 리카온 찾아봤는데 그렇게 못생기진 않았더라고요. ㅎㅎ 하이에나보단 낫지 않나요? 하이에나에게 미안하지만 하이에나 보다는 좀 날카롭게 잘 생겼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이에나는 제가 생각한 이미지에 정말 좀 야비한 생김새로 많이 상상됐는데 그것도 다 매체의 영향인 건지... 리카온 찾아보면서 하이에나도 다시 찾아봤는데 하이에나도 순둥한 얼굴이 있더라고요. 자연과 본능에는 선악이 없는데... 자꾸 인간의 감정과 관점을 넣어 이미지를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간 사회와 리카온 사회를 대비시켜 보여 주면서 인간의 사회를 되돌아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비슷한 면도 있고 해서 인간 사회를 반추하게 되지만 전 그래도 역시나 동물들의 세계가 인간들의 사회보다 깔끔하다고 해야하나....뭐랄까 인간사회는 야생의 세계보다 참 복잡하고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작품 전반에 걸쳐 인간으로서 잊지 말고 계속해서 기억하고 환기시켜야 할 인간적인 본분들에 대해서 에피소드들에 많이 녹이셨더라고요. 학교폭력, 민주주의, 차별, 노동환경 등등... 결국엔 모두 인간존중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께서 이렇게 인간 존중과 나 자신을 찾아가는 것을 잊지 않는 것에 대한 것들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계시고 이런 부분들을 독자들에게도 계속 잊지말고 함께 생각하자고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블랙'을 가장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블랙'이 바라는 바와 같이 짐바브웨가 잘 발전하고 돔물들이 잘 보존되기를 바라봅니다.
아프리카들개가 들개가 아니듯 게으른독서쟁이님은 전혀 게으르지 않으시네요. :) 인간의 관점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관성을 거두는 건 쉽지 않지요.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들을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글을 쓰면서 블랙을 응원하는 마음이었어요.
본능에는 선과 악이 없다.
블루아이 p. 131, 염기원 지음
야생에서 본능을 거스르는 행동을 한다는 건 드문 일이잖아요? 근데 <문법의 차이>장의 미다스가 자기 무리의 리카온 두 마리를 하이에나에게 바치는 장면은 실제 다큐멘터리 같은데서 보신건가요 아니면 만들어내신 건가요?
리카온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많지는 않아요. 그나마 데이비드 애튼버러 경이 진행한 BBC 다큐멘터리는 리카온을 꽤 자세히 다루어서 여러 번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말씀하신 부분은 나오지 않고요. 리카온을 통해 인간의 속성을 은유하려고 창작한 내용입니다. 고맙습니다. :)
책 정말 잘 읽었습니다. 모처럼 집중해서 쭉 읽었네요. 이런 시점으로 쓰여진 책은 처음이라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1. 리카온들의 전투장면이 몰입감 있었습니다. 무협 소설 보는 느낌일 정도로, 세밀한 묘사가 일품이였습니다. 2. 인간들의 모습과 블루아이의 모습이 교대로 서술 되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대비 되는 모습도, 닮은 부분도 보였습니다. (p.87, 101 - 주인공도 반골 기질이 없잖아 있어 보였습니다.) 3.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시놉시스 2개를 놓고 쓰셨다하셨는데, 리카온 가계도 부분에 대해 많이 연구하시고 쓰신게 느껴졌습니다. 커맨더에게 왕위를 찬탈한 미다스 부분을 읽을때는 로마 네로 황제가 떠올랐습니다. Ps - 로마의 역사를 연구해 보면 우리는 어떻게 좋은 정부가 탄생하는지를 알 수 있다. 티투스를 제외하면 혈연 관계의 세습을 통해 제위에 오른 황제들이 모두 암군이었던 반면, 네르바부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 이르기까지 양자 관계로 제위에 오른 황제들은 모두 명군이었다. 그리고 양자 대신 혈연 관계에 의한 세습이 다시 시작되자마자, 로마의 붕괴는 재개되었다.(마키아벨리 로마사논고 중) 미다스는 반대였죠, 혈연이 아닌 양자 찬탈(?)로 왕위 계승을 했는데, 뭔가 이 부분에서 정 반대인 부분이 더 눈길을 끌더라구요. 4. p.97 하마 부분에서는 저도 빵 터졌네요. 5. 마지막 챕터 '부활' 부분에서, '우리가 가장 젊고 행복했던 때로 돌아갈 방법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새롭게 살 것이다.' 부분도 좋았습니다. 정말 '부활' 이란 제목이 딱 어울렸던 것 같아요. 현대인들의 정신적 질환중 하나가 '리셋 증후군' 이라고 하더라구요. 컴퓨터 리셋 버튼처럼, 본인의 삶을 버튼 하나 누르는 것처럼 되돌리고 싶어하는 증후군이라 합니다. 웹 소설에서도 흔히 '회귀' 라는 플롯으로 많이 사용 되어진다 하더라구요. 삶을 '다시' 사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니까요.. 그런데 마지막 챕터 제목이 '회귀'가 아닌 '부활' 이란 것이 좋았습니다. 흘러간 세월은 어쩔 수 없지만, 더 나은 미래는 충분히 가능 하니까요. ------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 주인공의 이름이 책속에 등장하지 않는 것 같아서요. (혹시 제가 놓쳤을 수도..) 의도적으로 주인공의 이름을 감춰두신걸까요? 리선생, 선배, 감독님, 오빠, 반장 같은 호칭만 나온 것 같아서요.
동물 액션(?)은 처음이었는데 좋게 느껴지셨다니 다행입니다. 하마 부분도 찾아서 다시 읽어보았어요. 작가의 말처럼 상대 종족에 대한 은유가 되도록 구성했습니다. 리카온 가계도에 비밀을 숨겨두었는데 날카롭게 접근하셔서 놀랐네요. ‘부활’이라는 소제목에 어쩌면 소설 전체의 주제 의식이 반영된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소설을 한 줄로 요약한 내용은 “모든 것을 내려놓자 고결한 지위를 회복하는 아이러니”였어요. 주인공 이름 관련해서는, 맞습니다. 두 번째 장편인 “인생 마치 비트코인”에 이어 주인공 이름이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 재밌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리뷰도 꼼꼼하게 써주셨네요. :)
아하 그렇군요. 그래서 은혜가 마지막에 그런 행동을 한거였군요. ㅎㅎ 감사합니다!!
네 함께 회복한 것이지요. :) Alder님, 좋은 꿈 꾸세요-!
야생동물은 적당히 산다. 적당한 물과 먹이만 있으면 더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적당하다는게 어디까지인지를 모른다. 그렇기에 인간은 동물보다 폭력적이다. 야생동물은 과시를 위해 사냥하지 않는다. 인간은 SNS에 올리기 위해 야생동물을 죽인다. 둘의 차이는 영원히 극복될 수 없다.
블루아이 p.135 문법의 차이, 염기원 지음
짐바브웨에 오기 전까지는, 식민 지배를 받던 나라가 선진국이 된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나는 몰랐다. 은혜와 결혼한 이후 내내 끼고 다녔던 결혼반지, 거기에 박힌 다이아몬드에 아프리카인의 피비린내가 숨어 있을 줄도 몰랐다.
블루아이 p170, 염기원 지음
숨긴다고 해결되는 건 하나도 없는데, 인간은 많은 걸 숨기고 산다. 병들고, 약하고, 못생긴 건 부끄러운게 아닌데, 인간은 그런 걸 부끄러워한다. 부끄러워하게 만들었다. 모두를 같은 궤도에 올려두고 앞을 향해 전진하라고 채찍질만 하는 시스템을 나는 거부하기로 했다.
블루아이 p.214, 염기원 지음
참고로 p.13 오타 하나 있는 것 같았습니다. 첫 줄에, 그래서 그렇'지' 부르지 말라고 했더니 -> 그래서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더니 '지' 가 오타 같아요.
앗! 제보 고맙습니다. 오타 맞아요... ㅠㅠ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4809253 https://blog.yes24.com/blog/blogMain.aspx?blogid=dlawoghkd&artseqno=19365449&catseqno=12218537&IsFestival= yes24와 블로그 링크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네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평안한 밤 되시기를. :)
자연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는 인간의 시선은 대개 그렇다.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야생동물을 의인화하여 권선징악의 스토리로 짜깁기를 하거나, 감동적인 가족애를 연출하는 게 다큐멘터리의 문법이다. 그것도 아니면 대자연의 웅장함 같은 거라도 담아야 한다. 실제 상황과 관계가 있건 없건, 편집을 통해 전후 관계를 바꾸건, 현대 문명인의 관점과 입맛에 맞춰야 한다.
블루아이 p58, 염기원 지음
아직 다 읽지는 못 했지만, 78~79p에 나오는 부부관계에서의 폭력, 회사에서의 폭력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전에 나왔던 상태 얘기에서도 느꼈지만, 화자는 뭔가 참다참다 결국 항상 폭력을 행사하고 마네요. 회사에서는 노력하다 진실을 듣고 그 땐 결국 놔 버리고..... 개인이 시스템 안에서는 정말 할 수 있는 게 없는 걸까요? 전 비교적 작은 회사라서 노력을 하면 어느 정도 성과(일하는 환경에 대한)가 보이던데, 방송국처럼 큰 회사는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변화를 싫어하거나 세금폭탄이 무서운 사람들이 숨어서 '면세점'으로 많이 이용해 먹기도 하고요. 리카온의 세계가 나오는 부분은 '동물의 왕국' 보는 것처럼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이애나는 왜 항상 나쁜 역할(내지는 약탈자)만 맡을까요?(따지는 거 아니고 진심으로 궁금해서요) 라이온킹, 파이이야기에서도요. 뭔가를 빼앗아갈 때 '하이애나'란 표현을 쓰잖아요...그들도 그들만의 삶의 방식 때문일 텐데...아님 작가님은 여기에서 리카온의 천적 정도로만 쓰신 걸까요?
폭력에 관한 부분은 작가의 말을 통해서도 짧게나마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주인공은 그나마 자신의 폭력에 대한 반성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물이어서 결론도 그렇게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개인과 시스템에 대한 건 첫 장편인 “구디 얀다르크”에서도 다뤘는데요. 대표적으로 군대가 그러했는데, 개인이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자기 주변까지가 한계인 경우가 대부분이더라고요. 그럼에도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겠죠. 리카온과 마찬가지로 하이에나 역시 인간 기준에서 외관이 별로고요, 울음소리고 그렇고... 무리 지어 다니며 다른 포식자들-그중에서도 사람들이 더 예뻐하는 고양잇과-의 것을 약탈하는 사냥 방식 때문에 미운털이 박혔죠. 여기서는 말씀하신 대로 상대적 약자인 리카온의 위협이 되는 존재로 작용합니다. 끝까지 즐거운 독서 되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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