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증정]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2기

D-29
엇 마키아벨리님 문장에 대한 답글이었는데요. 맑은주님이 공유해주신 문장도 와닿네요.
이길 것 같으니까 싸우는 건 아니잖아요.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66쪽, 정보라 지음
비인간 생물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인간이 망쳐버려 살 수 없게 된 바다, 부서진 해저, 죽은 땅과 도망칠 곳 없이 좁아져버린 지구가 한없이 미안했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p.84, 정보라 지음
"그러니까 싸워야죠." 잠든 줄 알았던 남편이 중얼거렸다. "싸워서 못 하게 해야죠." "그렇지만 어떻게요? 게는 집게발이 전부인데 이걸 다 어떻게 막아요?" "이길 것 같으니까 싸우는 건 아니잖아요." 남편이 돌아누우며 웅얼웅얼 대답했다. "도망칠 데가 항상 있으니까 싸우는 것도 아니고." "그럼 오빠는 왜 싸우는데요?" 세상을 바꾸려고,라고 그는 말했었다. 학생 시절에 그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모든 조직에 속해서 가장 험한 현장에서 가장 격렬하게 싸웠던 이야기를 그는 자주 들려주었고 그래서 내가 언젠가 물어보았다. 세상을 바꾸려고. 그래서 그렇게 싸운 끝에 세상이 바뀌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게 그가 현장에서 30년을 보낸 지금, 그는 세상이 바뀌었다고, 자신이 세상을 아주 조금이나마 바꾸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30년이나 지나서, 눈가에는 주름이 생기고 손목과 어깨와 허리가 수시로 아프게 된 지금에야 말이다. 싸워서 세상을 바꾼다는 건 그런 것이다. 주로 허리와 어깨가 아픈 작업이다. "안 싸울 수는 없잖아요." 남편이 돌아누워 나를 쳐다보았다. "열받으니까."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대게> p.66~67, 정보라 지음
그가 자신의 싸움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듯이 내가 나의 싸움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게 어떤 싸움인지 서로 언제나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이 사람하고 결혼했다고, 나는 답답하고 따뜻한 남편의 팔에 갇힌 고개를 힘겹게 돌려 자세를 고치며 생각했다. 이 남자와 결혼한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질 줄 알면서도,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언젠가는 끌려 나가 사라지더라도 어쨌든 끝까지 고개를 높이 들고 목청껏 외치면서 사라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게 인간을 위해서든, 난데없이 등장한 대게를 위해서든 말이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대게> p. 68~69, 정보라 지음
저도 이 부분 좋았습니다.
권력기관은 인간이 만들었지만 인간의 생명조차 존중하지 않아요. 인간이 아닌 생물도 똑같이 이 지구에서 살아갈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떠나요. 잔인한 권력이 쫓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가요. 가서 행복하게 살아요.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대게> p. 84, 정보라 지음
"위원장님 아니에요!" 내가 소리를 빽 질렀다. "벌써 임기 끝났다고요!"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대게> p.81, 정보라 지음
(예브게니는 살아있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89쪽, 정보라 지음
"쟈(남편을 뜻한다)는 교수가 될 줄 알았는데 빨갱이가 돼가지고 데모하는 게 뉴스에 나오더니 이제는 게한테까지 데모하는 걸 가르치고 남세스러워서 원······." 어머니가 이렇게 불평하셨고 대게가 러시아 출신이므로 아마도 원래 빨갱이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려드려야 하는지 내가 고민하는 사이에 '너도 얼른 자라' 하시더니 안방으로 표표히 들어가 문을 닫으셨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p.63, 정보라 지음
러시아 출신의 대게니 원래 빨갱이일 가능성이라니! 이 문장이 재밌었습니다.
맞아요. 너무 재밌었어요. 러시아 출신이므로 원래 빨갱이일 가능성이 높다니.ㅋㅋㅋ 전혀 예상치 못했던 서술이라 나도 모르게 푸풉하고 웃음이 새더라고요.
"안 싸울 수는 없잖아요." 남편이 돌아누워 나를 쳐다보았다. "열받으니까."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p.67, 정보라 지음
이 부분 읽으면서 짜릿했고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맞아.. 열받으니까!!"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아 이 문장도 좋았어요. 뭐지 전 위원장님 멋있는 사람이잖아?
권력기간은 인간이 만들었지만 인간의 생명조차 존중하지 않아요. 인간이 아닌 생물도 똑같이 이 지구에서 살아갈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거에요.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p.42, 정보라 지음
싸워서 세상을 바꾼다는 건 그런 것이다. 주로 허리와 어깨가 아픈 작업이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대게> 67쪽, 정보라 지음
그리고 나는 울었다. 비인간 생물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인간이 망쳐버려 살 수 없게 된 바다, 부서진 해저, 죽은 땅과 도망칠 곳 없이 좁아져버린 지구가 한없이 미안했다. 그러나 우는 것 외에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P.84, 정보라 지음
저도 너무 공감되는 문장이었습다. 그냥 지구에, 모든 비인간 생물체에, 그리고 현재의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인간 아가들에게 너무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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