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년의 나이에 미래를 약속한다는 것은 머지않은 앞날에 노화와 질병과 고통과 돌봄, 그리고 결국 언젠가는 찾아올 상실의 순간을 견뎌야 한다는 의미 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다만 그 '언젠가'가 조금이라도 늦게 찾아오기를 희망하며, 적어도 지금은 아닐 것이라 부정하며 새로운 삶에 발을 디뎠다. 어머니가 응급수술을 받았을 때 나는 그 '언젠가'가 드디어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입원하게 되었다고 알렸을 때 나는 그 '언젠가'가 지나치게 빠르고 가차 없이 진행되는 것이 진심으로 무서워졌다. 새롭게 사랑하게 된 가족을 순식간에 모두 잃을까 몹시 두려웠다. ”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P.94~95, 정보라 지음
문장모음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