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책

D-29
흔한 고통은 문제가 아닌 문화가 되어 사회 안에 천연덕스럽게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통계는 이 기사 저 기사에 인용되며 산업재해가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보여주기도 하지만, 잘 정리된 숫자 속으로 진짜 이야기들을 빨아들여 감춰버리기도 한다. 산업재해가 흔하면 흔할수록 ‘끊이지 않는 산재’같은 제목을 단 기사를 계속해서 만들기도 새삼스러워진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94, 김인정 지음
@Hyoung 확실히 앞쪽이 더 좋아...ㅋㅋㅋ 우리가 비슷한 업으로 일해본 적이 있어 더 공감하게 되는 걸지도 모른단 생각도 들었고, 최근 일들이 강렬해서일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
우리는 모두 자신의 피부에 감싸여 있기에, 나의 피부 바깥에서 일어나는 고통을 제대로 알거나 이해하기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기껏해야 우리는 "나일 수 있었다"나 "나의 가족이나 친구일 수 있었다"는 비유를 써야 겨우 아픔을 내 것처럼 만들어 상상할 수 있는, 불완전한 존재들이니까.
고통 구경하는 사회 p.35, 김인정
고통 구경하는 사회손택 이후 20년 ‘타인의 고통’을 다시 시대적 화두로 가져온다. 이제 타인의 고통은 단순히 연민과 대상화를 넘어 더 많은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을 위해 경쟁하는 ‘고자극 콘텐츠’가 되었다. 너무 많은 죽음을 지켜보는 ‘고통 구경하는 사회’에서 죄책감과 무력감은 필연적인 수순이다. 스마트폰이 희생자가 심폐소생술을 받는 모습을 담을 때, CCTV 화면이 범죄자가 흉기를 들고 사람들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드론 카메라가 지하차도에 시내버스가 잠겨 있는
그러니 대상화를 무작정 멈추라는 말은 함정이다. 타인에 대한 말하기가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를 도울 기회를 알지도 못한 채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시선이 구경이 될 수 있다는 걱정에 빠져서 고통을 보는 일 자체를 멈춘다면, 그것은 또 다른 인간성 실패의 시작일 것이다. .....(중략).....그러므로 구경으로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그 시선을 멈추지 말기를. 여력이 된다면 포기하지 말고 움직이기를. 행동이 절대선은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 시급한 진단의 효용과 오용을 잊지 않은 채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사유하기를.
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p.36, 김인정 지음
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우리의 ‘응시’는 어떻게 변화의 동력이 되는가. 이 책과 함께, 연민과 공감, 대상화라는 한계를 끌어안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차근차근 모색할 수 있다.
내 질문은 이렇다. 이 모든 걸 보면서도, 인간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게 가능할까? 우리가 절망하지 않는 게 가능할까? 우리는, 지치지 않을 수 있을까?
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p.52, 김인정 지음
극악무도한 일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한 사람을 손가락질 하고 욕하는 데는, 일견 속시원한 구석이 있다. 실제 양형과 국민의 법 감정이 크게 어긋나는 경우에는 범죄자의 명예와 평판을 실추시키는 것만이 현실적인 해결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개인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그 방향을 틀어야 한다. 범죄가 일어나도록 방조하는 사회 구조는 물론이거니와, 얼굴 공개라도 하지 않으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하는 사법 시스템을 가리켜야 한다. 믿지 못하는 대중보다도 범죄의 무게에 걸맞지 않게 가벼운 처벌을 일삼는 사법부가 더 큰 문제여서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p.69, 김인정 지음
사진과 영상은 때때로 너무나 직접적이라 마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느끼게 하여 보는 사람을 목격자의 자리로 끌어온다. 행동을 촉구하는 한편 그에 따른 죄의식이나 부채 의식, 떄론 지켜보는 우리는 무고한 사람이라는 면죄부 역시 함께 전달하거나 위임한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29, 김인정 지음
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우리의 ‘응시’는 어떻게 변화의 동력이 되는가. 이 책과 함께, 연민과 공감, 대상화라는 한계를 끌어안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차근차근 모색할 수 있다.
그러나 타인의 고통을 본 뒤 슬픔에만 머무르라고 강요하는 건 이상하다. 구경하는 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본 뒤에는 우리끼리 눈을 마주치고 우리가 어떻게, 어디로 가야 할지를 함께 고민하는 일이 남아있으니까. 어쩌면 이런 선언은 참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정치가 가동되는 순간을 원천 봉쇄하는 커다란 부작용을 낳고 있지는 않을까? 하나의 고통이 사회적으로 알려져야 하는 이유는 다양하고, 슬픔은 많은 이유 중 하나이지 전부가 될 수 없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34, 김인정 지음
그러므로 구경으로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그 시선을 멈추지 말기를. 여력이 된다면 포기하지 말고 움직이기를. 행동이 절대선은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 시급한 진단의 효용과 오용을 잊지 않은채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사유하기를.
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36, 김인정 지음
이 문장 나도 체크~
그들이 연민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트럼프가, 그리고 지지자 집단이 가장 큰 고초를 겪고 있다고 상상했다. 그들은 주체적으로 의견을 표현하며 시민적 자율성을 실천하고 있다고 믿었을까. 각자의 확증편향 안에서 모은 정보를 기반으로 한 선택적 연민과 나르시시즘의 끝은 폭력이었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53, 김인정 지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카메라'에 관한 오랜 공포가 있다. 찍고 있지만 상황을 냉담하게 기록할 뿐, 상황을 개선하지 않는 카메라. 이 공포는 카메라를 꺼내들어 남의 절박한 고통을 보고 듣고 기록하고 생중계하는 순간부터 시작돼 편집하고 재구성한 뒤 널리 퍼뜨린 이후까지 이어진다. 공포의 근원은 이걸 찍어서 보여준 뒤에도 내가, 이걸 본 뒤에도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못할 수도 있다는 데 있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p.28, 김인정 지음
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우리의 ‘응시’는 어떻게 변화의 동력이 되는가. 이 책과 함께, 연민과 공감, 대상화라는 한계를 끌어안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차근차근 모색할 수 있다.
1장을 읽고나서 이 사진이 떠올랐어. 케빈 카터, 독수리와 소녀(1994 퓰리처상 수상)
우리가 고통을 보는 이유는 다른 이의 아픔에 공감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연대를 통한 느슨한 공동체를 일시적으로나마 가동하여 비슷한 아픔을 막아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 일이 왜 일어났는지 살펴보고, 누가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 알아내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파헤쳐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게 동료 시민의 역할이다. 우리의 시선이 어디에, 얼마나, 어느 정도의 섬세함으로 머물러야 하는지, 어느 방향으로 옮아가야 하는지까지가 이야기되어야 한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p.34, 김인정 지음
테크 기업은 사용자들이 상당한 노동을 일종의 셀프 서비스로 대신 하게끔, 그 노동의 결과를 자신들이 콘텐츠로 빨아들일 수 있게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설계했다. 그러니 오늘날 온라인에 '존재'한다는 건 스스로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당연한 수순으로 뉴스 역시 테크 기업이 펼쳐둔 그물망에 포획된 숱한 콘텐츠 중 하나다. 적어도 테크 기업들은 그렇게 믿고 있는 듯하다. (중략)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는 것은 생존과 경제 활동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믿어진다는 점, 뉴스가 넓은 독자를 추구하는 대중적인 매체라는 점, 대중은 늘 새로움을 좇는다는 점이 한데 모여 뉴스를 디지털 시대에 꽤 알맞은 콘텐츠로 만들어가고 있다. (중략) 인터넷 안에서의 뉴스의 콘텐츠화는 놀랄만한 사건은 아니다. 뉴스는 거의 늘 광고 시장과 긴밀하거나 느슨한 관계를 맺어왔다. 그저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이 관계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p.42-43, 김인정 지음
인터넷이 불러온 진짜 문제는 우리를 기다리는 죄책감의 총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통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자각은 죄책감과 무력함의 원천이 된다. 동시에 사건 바깥에서 비난하는 무고한 위치에 자신을 놓고 정의감에 빠져들거나, 거리감을 핑계로 죄책감으로부터 도망하기도 쉽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p.49, 김인정 지음
사람들은 이제 보고 싶은 것을 본다. 바라는 것을 본다. 정확히는 그렇게 사는게 가능해졌다. 편향은 온라인에서 우리가 드러낸 자기 정체성과 취향의 결과물이다. 우리가 엉망이기에 우리의 소망 역시 엉망일 수 있다는 걸 잊고, 자신의 엉망이 반영된 볼거리를 편하기 즐길 수 있게 하는 기술이 완성형에 가까워졌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p.53, 김인정 지음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할 게 뻔한데도, 혹은 느리게나마 변화가 오더라도 여기까지 닿지 못할 수 있는데도 그의 고통을 속속들이 보여달라고 하여 기록하고 알리는 일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무례하고 염치없는 일인지를 어렴풋하게나마 눈치했다. 그저 고통의 착즙기처럼 한 방울까지 쥐어짜고 있다는 자각. 약자를 대변하겠다는, 젊지만 낡아빠진 기자스러운 다짐은 어쩌면 약자에게 목소리를 빼앗겠다는, 그들의 말을 고르고 편집하여 내보낼 권한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말의 위선적인 버전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p.82, 김인정 지음
나도 밑줄!
보이지 않는 고통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뉴스를 전달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이 지면과 화면에 잘 옮겨진 타인의 고통을 수집하고 감상하는 사이에 '보여줄 수 없는 고통'과 '보이지 않는 고통'은 상대적으로 소외된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p.96, 김인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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