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읽기

D-29
빅테크, 소셜미디어가 중요하게 대두된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에 관한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의 주장을 사유하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오랫동안 불편하게 공존했다. 자본주의는 개인적 이익을 위한 생산적 활동의 조직화를 추구하는 반면, 민주주의는 시민의 자치 참여를 위한 권한의 부여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시민의식의 정치경제학은 두 개념을 조화롭게 만들겠다는 의도로 등장했다. 시대에 따라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주로 자본가들의 정치적 지배력 행사를 막으면서 노동자를 착취하고 시민으로서의 능력을 감소시키는 자본주의의 경향성에 저항한다는 뜻이었다. 제퍼슨주의자들은 대규모 공장에서의 삶이 자작농의 삶을 통해 형성되는 시민적 윤리를 해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19세기 중반의 노동 공화주의자들은 임금노동을 자유와 상반되는 것으로 바라봤다. 어떤 사람이 고용주 밑에서 평생 일하면 그에게는 민주적인 시민의식에 필요한 독립적 판단력과 정신이 형성되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노예제폐지론자들은 노예 신분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잔혹하게 상품화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 미국 최초의 대기업인 플랜테이션(농장) 목화 산업을 자본주의의 궁극적 죄악이라고 통렬하게 비난했다. 19세기 후반에 등장한 노동기시단은 독점 권력의 대안으로 철도, 전신, 전화를 공적 소유로 바꾸자고 요구했고, 또 노동자들이 여러 가지 공적 문제를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공장에 도서관을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세기가 바뀔 무렵에 등장한 반독점운동은 거대한 규모로 집중된 경제 권력을 해체하고자 노력했다. 1930년대에는 뉴딜정책이 은행을 규제했고 또 노동자들이 단체교섭권을 가지고 작업장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법률도 마련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수십 년에 걸쳐 시민의식의 정치경제학은 쇠퇴하고 경제 성장 및 분배 정의의 정치경제학으로 대체됐다. 자유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은 경제 성장을 가져다 줄 정책과, 또 번영의 열매를 분배할 방법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그러나 경제 활동의 유일한 목적이 소비라는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렇게 해서 경제가 자치라는 목적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발상은 정치 논쟁에 사라졌다. 시민의식 차원이 아니라 소비자주의 차원의 개념으로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경제를 넘어서는 신념을 반영했다. ...... 자유는 다른 사람이 가진 자유를 해치지만 않는다면 자신의 이익과 목적이 무엇이든 그것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개인주의적 개념의 자유는 자치를 공유하고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힘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발언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시민적 공화주의 사상과 충돌한다.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불편한 공존 p. 320 ch.7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마이클 샌델 지음, 이경식 옮김, 김선욱 감수
자유에 대한 소비자주의적 개념을 어떤 사회에서 시민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빈약하게 만들었다. 그 개념은 민주주의가 정의와 공동선에 대한 숙고보다 개인의 선호를 종합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경제라는 발상을 촉진했다.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불편한 공존 p. 320-321 ch 7, 마이클 샌델 지음, 이경식 옮김, 김선욱 감수
(컴퓨터 모니터의 스크린과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으면서 주식과 채권과 통화를 거래하는 사람들의) 집단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세계 자본주의의 요구 사항을 따르지 못하는 나라들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고, 자본에 호의적인 나라들로 투자가 집중됐다. 그러자 가장 강력하던 국가들도 경제 건설에 필요한 외국인의 투자를 유치하고자 했고, 어떻게든 금융시장의 비위를 맞춰야 했다. 클린턴 대통령 당시의 정책은 세계화에 대한 관점이 실제로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클린턴은 1992년에 선거운동을 하면서 경제를 촉진하고, 법률을 마련해 직업 훈련, 교육, 인프라 부문에 대한 야심찬 공공 투자 프로그램을 추진할 것이며, 건강보험을 개혁하고 중산층을 위한 세금 감면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클린턴의 당선 이후 진보적 목적은 국정에서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그 대신 시장의 힘에 복종해야 한다는 인식과 정책이 등장했다. ...... 클린턴의 정치 분야 자문위원들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중산층을 지원하려면 경기를 부양하고 공공투자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클린턴의 경제 분야 자문위원들은 생각이 달랐다. 주로 월스트리트와 정치권의 기득권층에 속해 있다가 클린턴의 부름을 받았던 경제 분야 자문위원들은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클린턴 정부에서는 골드만삭스의 공동회장이었던 로버트 루빈이 이끄는 경제팀이 실세였다. ......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불편한 공존 p. 325-326 ch 7, 마이클 샌델 지음, 이경식 옮김, 김선욱 감수
.....결과적으로 세계화 시대의 무역협정이 미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한 몫은 미미했다. 어떤 추정에 따르면, 그 효과는 국민총생산 성장분의 0.1%밖에 되지 않았다. 이 무역협정들은 주로 기업과 전문직 계층의 이익에 봉사하는 방향으로 미국 경제를 재구성했다. 미국의 중산층과 노동자층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익을 얻었지만 생산자 입장에서는 이익을 얻지 못했다. 중국을 비롯한 저임금 국가들로부터 수입품이 홍수처럼 들어온 덕분에 소비자들은 월마트에서 텔레비전과 옷을 싸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외국 기업들과 경쟁해야 했기에 노동자 대부분의 임금 정체됐다. 더불어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사라졌다.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불편한 공존 p.328 ch. 7 , 마이클 샌델 지음, 이경식 옮김, 김선욱 감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믿음을 회의적으로 바라봤던 경제학자 대니 로드릭은 2019년 쓴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 경제는 새로운 초세계주의 체제의 핵심적 원칙들을 깨드린 산업, 금융 정책들을 기반으로 기적을 이뤄냈다. 그 정책들은 바로 유망 산업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외국 기업의 중국 기업으로의 기술 이전, 국가 소유권 확보, 철저한 통화 통제 등이었다." 그 동안 세계화가 불변의 자연법칙으로 묘사되면서 세계화의 정치적 성격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2016년에 이르러서야 미국의 대다수 유권자들은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민주당과 공화당의 주류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세계화가 정작 세계화 지지자들의 주장처럼 불가피한 것이 아니었음을 분명하게 감지했다. 세계화는 특정 경제 활동을 글로벌 경쟁에 노출시키는 경쟁 정책을 선택할 결과일 뿐이었다. 이런 경쟁 정책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고 결국 승자가 세계 통합의 규칙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왜곡할 힘과 접근성을 가지게 된 것은 당연할 결과였다.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정치적 논쟁은 대부분 노동 기준과 환경 기준에 관한 것이었다. 예컨대 기업들이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이 거의 보장되지 않고 환경 및 안전 관련 규제가 느슨한 저임금 국가로 일자리를 빼도림으로써 미국에서 노동자를 보호하는 규제를 피해가도록 허용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비교우위 경제이론에 따르면 자유무역은 거래 당사국들에게 모두 이익을 안겨준다. 자유무역이라는 조건에서는 거래 당사국에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해 전문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어떤 국가의 "비교우위"가 노동자에게 위험하거나 착취적 조건에서 노동하도록 허용할 것을 전제로 한다면 어떨까? 이것은 경제 전문가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민주적 시민이 토론하고 결정해야 하는 도덕적, 정치적 문제다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불편한 공존 p. 330-331 ch 7, 마이클 샌델 지음, 이경식 옮김, 김선욱 감수
세계화 시대의 무역 거래에는 눈에 잘 띄지 않아 공적 토론에서 자주 놓치는 정치적 선택 하나가 더 내재돼 있었다. 바로 자유무역협정의 대상이 무역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관세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1990년대를 고려하면 자유무역협정의 가장 중요한 효과는 관세 인하가 아니었다. 그보다 협정과 관련된 국가들의 규제 정책을 "부드럽게" 완화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데 더욱 효과를 발휘했다. 예를 들어 특허법과 지적 재산권의 제한적 적용, 미국 금융 기업에 대한 개발도상국 시장 개방,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수익이 줄어들도록 규정하는 투자 대상국 정부의 규제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금전적 손해배상 청구권의 보장이었다.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불편한 공존 p. 331 ch 7, 마이클 샌델 지음, 이경식 옮김, 김선욱 감수
관세 인하 및 수입 할당량 축소를 놓고 벌이는 협상과 개발도상국을 압박해 자본 통제를 포기하게 만듦으로써 외국인 투자가 무제한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로드릭은 말했다. 자본 흐름이 무제한으로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국가가 자기 경제를 통제할 능력을 허약하게 만들었고 또 세계금융시장의 변덕에 국가경제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불편한 공존 p. 332 ch.7, 마이클 샌델 지음, 이경식 옮김, 김선욱 감수
"금융 세계화는 1997년에 동아시아에서 일어났던 금융위기를 포함해 해당 국가가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던 일련의 금융위기를 촉발했다. 금융시장 개방과 경제 성장 상이의 상관성은 미미할 뿐이다. 그러나 금융의 세계화와 금융위기 사이에는 강력한 상관성이 존재한다." 동아시아에서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외국의 자본을 상대적으로 많이 통제한 나라일수록 피해를 덜 입었다." 자본의 자유로운 흐름은 해당 국가의 자국 경제 통제력을 허약하게 만들고 금융위기를 촉발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소득 중에서 노동자가 차지하는 몫이 줄어드는 데 기여했다. 자본의 이동성이 노동의 이동성보다 높아지자 회사들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겠다는 위협을 앞세워 노동자에게 양보를 강요했다. 1990년대에 조지 소로스 펀드를 책임졌던 로버트 존슨은 그런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금 자본은 날개를 달았다. 자본은 스무 개의 노동시장을 한꺼번에 처리하고 그중에서 자기 마음에 드는 노동시장을 골라낼 수 있다. 그런데 노동은 한 곳에 고정돼 있을 뿐이다. 이런 이유로 권력은 이동했다. 또한 자본의 이동성이 높아지자 자본에 세금을 매기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법인세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고, 그 바람에 노동자와 소비자 몫의 세금 부담은 그만큼 더 늘어났다.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불편한 공존 p. 333 ch.7, 마이클 샌델 지음, 이경식 옮김, 김선욱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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