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보르헤스 읽기] 『픽션들』 같이 읽어요

D-29
그리고 그 신은 마법으로써 그가 꿈꾸고 있는 영령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겠으며, 〈불〉인 자신과 꿈꾸는 자인 〈너〉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그가 피와 살을 가진 인간인 줄 믿게 될 거라고 말했다. 그 신은 그에게, 새로 만든 그 인간에게 제식을 올리는 것을 가르친 다음 그를 아직 피라미드들이 남아 있는 강 아래의 부서진 다른 신전으로 보내 그 황폐한 신전에서도 자신을 찬양하는 목소리가 들려오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꿈을 꾸고 있는 그 도인의 꿈속에서 그 꿈꾸어지고 있던 존재가 깨어났다.
픽션들 97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꿈을 꾸고 있는 그 도인의 꿈속에서 그 꿈꾸어지고 있던 존재가 깨어났다" 이 문장 참 좋았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바빌로니아의 복권~] 이번 단편도 재밌습니다. '나'라고 지칭되는 바빌로니아 출신의 여행자에게 이야기를 듣는 형식으로 돼 있습니다. 끝끝내 '나'가 정확히 누구인지, 왜 바빌로니아의 복권 얘기를 해주는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나'가 주어진 시간이 없다고 말하면서 배가 곧 출항하려고 하니 얘기를 마무리지어야겠다고 말하는 대목으로 미루어 볼 때, '나'라는 사람이 여행 중이며 이 이야기의 숨겨진 청자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는 바빌로니아에 복권이 도입된 과정과 그것을 관리하는 〈회사〉가 어떻게 권위를 얻게 되었는지를 들려줍니다. 이 단편은 카프카의 소설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보르헤스가 직접 밝힌 것처럼, 법과 그 권위와 폭력이 성립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줍니다. 금지나 보이콧, 고난 같은 행위가 외려 그 대상에 권위를 부여해주는 결과로 이어지는 역설적인 상황도 보여줍니다. 종교를 예로 들겠습니다. 종교에서는 '절대자의 뜻과 말씀과 의지'를 말하면서 각 개인으로 하여금 삶의 역경에 대처하게 만듭니다. 이때 종교는 희망만 주지 않고, 고통 그 자체도 긍정하게 만듭니다. 이 자체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로써 우리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인간이 가진 모든 측면을 고려"하게 됩니다. 다음 같은 구절을 놀랍습니다.
행운의 숫자들 사이에 몇 개의 불운의 숫자들을 끼워넣은 겁니다. 이러한 개량을 통해 숫자가 매겨진 사각형 물건들을 산 구매자들은 상을 탈 수도 있고, 반대로 상당한 액수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게 되는 이중의 아찔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작은 위험은 자연스럽게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복권에 정신없이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복권을 사지 않는 사람들은 소심한 사람, 즉 겁쟁이로 간주되었습니다. (...) 회사는 추첨에서 진 자들이 벌금을 내도록 하기 위해 소송을 하기도 했습니다. 판사는 불운의 번호를 뽑고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벌금과 소송에 따른 부대 비용을 지불하든지, 며칠간 구류를 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소송을 당한 모든 피소인들은 〈회사〉에게 손해를 끼치려고 감옥행을 택했습니다. 이 몇 사람들의 허세로 인해 〈회사〉가 종교적이고 형이상학적이라 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손아귀에 넣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픽션들 105-106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그 문구는 ‘복권이란 세계의 질서 속에 우연을 삽입시키는 것이며, 실수를 받아들이는 것은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교리에 의거해 지적하고 있었다.
픽션들 바빌로니아의 복권,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회사’의 자애로운 영향 아래서 우리들의 관습은 이제 우연으로 가득하다. 다마스쿠스에서 만든 포도주 열두 항아리를 산 사람은 그중의 하나에 부적이나 뱀이 들어 있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계약서를 정성 들여 작성하는 공증인은 빠짐없이 몇 개의 실수를 포함시킨다. 시간에 쫓겨 서두르며 말하고 있는 나 또한 어떤 훌륭한 것이나 어떤 잔혹한 것을 왜곡시켰다. 아마도 몇몇 신비하게 지루한 것 또한......
픽션들 바빌로니아의 복권,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바빌로니아의 복권] 이 단편에서는 〈회사〉의 의지로서 우연이 무한한 갈래로 현실에 나뉘어 적용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명령을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주정꾼,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 자신의 옆에서 자고 있던 부인을 목졸라 죽인 정신병자"까지 사실 모두 〈회사〉가 그 의지를 발휘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다만 〈회사〉는 은밀하고 복잡한 방식으로 그것을 마치 우연처럼 행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알아치리지 못합니다. 흥미로웠던 대목은 마지막에 이교도가 교묘히 이교도 신분을 속이고서 〈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부분입니다. 〈회사〉는 결코 존재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모든 사건을 '우연' 탓으로 돌립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테드 창의 엽편 소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떠올라서 즐거웠습니다. 정확히 같은 구조는 아니지만 유사한 점이 상당합니다. SF적 상상력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만 다를 뿐 전체적인 얼개는 비슷하다고 봅니다. 표면적으로 테드 창은 '우연'이 아니라 '자유의지'를 말하고 있고, '회사'가 아니라 '결정론'을 말하고 있긴 합니다. 보르헤스식으로 말하자면 테드 창의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보르헤스의 「바빌로니아의 복권」을 발견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한편, 황병하 선생님의 19번 각주는 그저 역자의 해석 정도로만 받아들이고 넘기는 편이 좋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예컨대 거미로부터 영감을 받아 소설가가 어떤 환상 공간을 창조했다면, 그 환상 공간은 '거미' 이상의 공간이라서 '현실의 거미'로 오롯이 환원되는 것은 아닙니다(과학에서 '창발' 문제와 유사합니다). 마찬가지로 다 양보해서, 보르헤스가 〈회사〉를 썼을 때 각종 종교의 절대자 개념에서 영감을 얻었을 거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이 소설에 나오는 〈회사〉를 종교적인 그것으로 단번에 환원하기에는 큰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회사〉는 사실 절대자를 의미한다'고 말하는 것과 '〈회사〉는 사실상 절대자로 볼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전자에서 소설은 우스꽝스러운 알레고리로 전락하지만, 후자는 다양한 해석에 넉넉히 열려 있으면서도 작중 내용이나 소재를 하나의 알레고리로 환원하지 않으니까요. 수고하셨어요:)
최고의 SF에 수여되는 모든 상을 석권하며 전 세계 21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 <당신 인생의 이야기>의 작가, 테드 창의 두 번째 작품집이다. 2002년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출간한 이래 17년 만에 펴내는 소설집이다.
대다수의 사람은 처음 이 장치를 사용할 때 기묘한 게임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불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이면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는, 아주 쉬운 게임 말이다. 그러나 게임의 규칙을 이기려고 하면 이내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불빛이 보이기 전에 버튼을 누르려고 하면, 그 즉시 불빛이 반짝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손놀림이 빨라도 1초가 지나기 전에 버튼을 누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버튼을 누르지 않을 결심을 하고 불빛이 반짝이는 것을 기다리면 불빛은 절대 반짝이지 않는다. 당신이 무슨 수를 쓰든, 불빛은 언제나 버튼을 누르기 전에 반짝인다. 예측기를 속일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 예측기의 중추는 네거티브 타임 딜레이(negative time delay) 회로이다. 이것은 과거로 신호를 보낸다. 이 기술이 초래한 결과들은 1초 이상의 시간 지연이 가능해진 이후에야 비로소 명확해지겠지만, 여기서 경고하려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당장 시급한 문제는 예측기가 자유의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91-92쪽,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나는 그리스인들이 알지 못한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불확실성이란 것이었다. 내가 거의 잔인하기까지한 그런 다양한 운명과 마주하게 된 것은 한 제도에 기인한다. 그것은 다른 나라들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거나, 시행되고 있다고 해도 불완전하고 은밀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복권이었다. P.78 그것은 단지 인간의 희망만 겨냥한 것이었다. P.79 ‘회사’는 종교적이며 형이상학적인 힘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손에 넣게 되었다. P.80 그리고 먼지투성이의 하수도에는 틈새들이 있었는데, 사람들 말에 의하면 그것들은 ‘회사’로 가는 길이었다. 바로 그런 장소에다 선하거나, 혹은 악한 사람들이 비밀 정보들을 놓아두곤 했다… . .그 문구는 ‘복권이란 세계의 질서 속에 우연을 삽입시키는 것이며, 실수를 받아들이는 것은 우연을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교리에 의거해 지적하고 있었다. p.83 만일 복권이 우연을 강화시키는 것, 즉 코스모스에 주기적으로 카오스를 불어넣는 것이라면, . . .p.84 하느님의 작업과 비교될 만한 그런 조용한 작업은 온갖 종류의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혹자는 ‘회사’가 수백 년 전부터 존재하지 않고 있으며, 우리 삶 속의 신성한 혼돈은 단순히 물려 내려온 것이며 전통에 따른 것이라고 무례하게 강조한다. 혹자는 ‘회사’를 영원하다고 믿으면서 최후의 신이 세상을 파괴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가르친다.. . . ‘회사’는 결코 존재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사람들과 비열하기로는 마찬가지인 또 다른 누군가는 바빌로니아가 우연의 무한한 놀이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런 그늘에 숨은 회사의 실재를 긍정하건 부정하건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P.87
픽션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허버트 퀘인의 작품에 대한 연구~] 이번 단편 「알모따심에로의 접근」처럼 허구의 작가가 쓴 허구의 소설에 대한 비평 형식을 취합니다. 여기서도 보르헤스는 허버트 퀘인의 첫 작품을 지인인 한 부인에게 빌려주었다가 돌려받지 못하게 되었다면서 확인할 길이 요원해졌다는 말을 합니다. '원본'을 더 이상 확인할 수 없어졌다는 설정에서부터 상상력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읽어 보시면 알겠지만, 이 단편은 『픽션들』 1부에 대한 메타 해설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황병하 선생님이 각주 28번에서도 쓰고 있듯이 흥미로운 점은 보르헤스가 이 소설을 쓴 시점입니다. 단편 말미 부분에서 보르헤스는 이 소설이 작품집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에 실려 있다고 언급합니다. 그러나 이 소설이 쓰여질 때까지만 하더라도 보르헤스는 그런 단편집을 출간한 적이 없었고,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이라는 동명의 표제작도 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요약하면 허버트 퀘인에 대한 비평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단편은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 자기 예언적인 발화이었던 셈입니다. 보르헤스가 이 소설을 쓰고 난 다음에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을 완성함으로써 픽션을 현실로 만들었다고 해도 될 것입니다. 이렇듯 보르헤스의 작품은 보르헤스의 행보, 현실의 맥락과 같이 펼쳐놓고 읽어야 이해가 쉽습니다. 픽션의 범위가 지면에 국한하지 않고, 픽션을 다루는 현실까지 확장된다고 저는 느껴졌습니다.
쾌인은 책의 「서문」에서 브래들리의 그러한 역행적인 세계를 창출해 내려고 시도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러한 세계에서는 죽음이 출생을, 상처가 딱지를, 상처를 입히는 행위에 상처가 앞서 나타난다(『현상과 현실』, 1897, 215쪽). 그러나 『에이프릴 마아치』가 제안하는 세계는 시간 역행적인 세계가 아니다. 단지 그것을 기술하는 방식이 시간 역행적이라는 것뿐이다. 내가 앞서 말했던 것처럼 ⟨시간적으로 거꾸로 씌어 있고, 가지처럼 갈라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을⟩ 뿐인 것이다.
픽션들 121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소설 속에서 이미 읽은 '원형의 폐허들' 을 만나니 반가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보르헤스가 이 작품을 쓸 때 이미 '원형의 폐허들'과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을 계획하고 있었는지, 이 작품에서 말해놓고 나서 자기 예언처럼 그 작품들을 썼는지 궁금했고, 후자라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버트 퀘인 작품의 시간 역행적인 구성이 흥미로웠고, 그동안 읽은 보르헤스의 소설과 통하는 게 있었습니다. 미래의 일들에 대해 세 개의 가정을 하는 경우는 흔해도, 과거의 일들이 세 가지로 분기한다는 점이 특이했어요. 그런 소설을 상상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문학, 작가, 독자에 대해 꼬집는 듯한 문장들도 인상적이고 앞의 작품들에 비해 술술 읽히는 점도 좋았습니다.
그쵸... 중간에 X, Y, Z로 나뉘어진 소설의 구조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작품집에 대한 해설이라고 보면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힙니다. 단편집이라고 하면 각기 다른 시기에 쓰인 작품을 그냥 모아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가수의 앨범을 생각해보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각기 다른 소재의 다른 곡 같지만 그 전체를 쭉 펼쳐 놓고 보면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음을 알 수 있으니까요.
플로베르와 헨리 제임스는 사람들로 하여금 예술 작품이란 자주 나오는 것도 아닐 뿐더러 그것은 고통스러운 작업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는 데 익숙해지도록 만들었다.
픽션들 p.118,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퀘인은 책의 「서문」에서 브래들리가 가정한 도치된 세계를 언급하는데, 그 세계에서는 죽음이 탄생보다, 상처의 딱지가 상처보다, 상처가 가해 행위보다 앞서 나타난다. 그러나 『에이프릴 마치』가 제안하는 세계는 시간 역행적이 아니며, 단지 이야기를 서술하는 방식이 그렇다. 내가 앞서 말했던 것처럼 ‘역행하고 그물눈처럼 갈라지는’ 소설이다. (...) 가장 뛰어난 것은 퀘인이 처음에 구상했던 X4가 아니라 환상적 성격을 가진 X9이다. 다른 것들은 싱거운 농담들과 쓸모없는 유사 정확성으로 손상되어 있다. 그 책을 시간 순서로 (가령 X3, Y1, Z의 순서로) 읽는 사람들은, 그 이상한 책의 특별한 맛을 음미하지 못한다. 두 개의 이야기(X7과 X8)는 특별한 개별적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그것들은 서로 병렬해 두어야만 효과를 보인다…….
픽션들 허버트 케인의 작품에 대한 연구,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에이프릴 마치> 작품 설명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당시에 보르헤스에게 영감을 준 이런 시간역행적 가지치기(?) 서술 방식의 책이 있었을지, 또는 보르헤스가 이 비슷한 방식으로 작품을 시도한 적이 있었을지도 궁금해지네요. (역시 보르헤스의 작품세계 전체나 당대 문학 사조에 대한 지식이 좀 있어야 작품을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걸까요? 허허. 그런 지식이 부족한 저는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 ㅎㅎ 하지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즐거움은 있네요)
보르헤스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라틴아메리카 작가들 특유의 마술적 분위기와 흐름이 있는데 그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았나 합니다. 본문에도 간혹 언급되는 동시대 소설가로서 비오이 카사레스도 있고, 더 이전으로는 우나무노의 『안개』 같은 소설도 있습니다. 더 이후의 코르타사르도 비슷한 주제를 다루기도 했고, 조금 결이 다르긴 하지만 유명한 마르케즈의 작품도 있습니다. 소설의 형식에 천착하고 틀을 비트는 시도가 라틴아메리카 문학에서 많이 나오는 듯합니다. 흔히 소설은 유럽적인 그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읽으면 또 그렇지도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어떤 점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동아시아의 인식과 흡사한 구석도 많습니다. 그래서 더 친근하고 재밌죠. 한번 천천히 읽어보시기를 바랄게요:)
페드로 파라모멕시코 현대문학의 거장 후안 룰포의 대표작 <뻬드모 빠라모>가 출간됐다. 이 소설은 가히 멕시코의 국민문학이라 할만 한데, 평생 단 두권의 작품만을 남긴 후안 룰포의 문학세계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개존재 의지를 희구한 실존철학자이자 소설 구조를 혁명적으로 전복한 20세기 스페인 문학의 선구자, 미겔 데 우나무노의 1914년작 소설이다. 불멸에 대한 집념과 인간 자아에 대한 믿음, 변하지 않는 사랑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한다. 소설 속의 주인공을 작가인 자신과 대면시키고 논쟁하는 독특한 형식의 작품이다.
모렐의 발명보르헤스와 함께 중남미 환상 문학을 이끈 거장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의 대표작. 외로운 망명자인 '나'가 끊임없이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이상한 사람들'을 몰래 숨어서 지켜보다가, 놀라운 사실에 직면한다는 줄거리의 소설이다. 공상과학 소설, 추리 소설, 환상 소설의 측면을 동시에 지닌 흥미로운 작품.
드러누운 밤단편소설의 대가이자 라틴아메리카 붐 소설의 선두 작가로 꼽히는 꼬르따사르 환상문학 대표 중단편 작품을 모은 작품집. 이번 작품집은 꼬르따사르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국내에서 첫 출간되는 책이다. 그간 몇몇 선집에 극히 일부만 소개되었을 뿐인 꼬르따사르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조망하게 해주는 대표작을 모두 담았다.
사랑과 다른 악마들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1994년작.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물린 후 악마에 씌었다는 오해를 받고 수녀원에 감금된 열두 살 소녀와 그녀에게 엑소시즘을 행하라는 명을 받은 서른여섯 살 신부의 금지된 사랑을 종교적 억압과 시대적 광기 속에 순수하고 아름답게 그려냈다.
감사합니다. 마치 <라틴아메리카 환상문학 입문> 수업 교재같군요. 시간을 내어 조금씩 읽어보렵니다(마르케스는 완전 좋아해요!). 코멘트랑 생각할거리 던져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뭔가 의미있는 답글을 달 깜냥은 안되어 눈팅할때가 많지만 작품을 읽어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
천천히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깜냥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지껄이는 거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고 생각해요. 근데 뭐 그럼 어떤가요😅
. . . .사실 그는 아주 분명하게 자기의 책들에 담긴 실험적 성격들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 책들은 열정적이라는 장점 때문이 아니라 새롭고 간결하면서도 완전하다는 면에서 칭찬을 받을 만한 것이었다.. . . . . 그리고 ‘’나는 예술에 속하지 않고 그저 예술사에만 속해 있다네.“라고 덧붙였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역사보다 저급인 학문은 없었다. P.89 그는 좋은 문학은 아주 흔하여 길거리의 대화조차도 대개의 경우 그런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미학적 행위에는 놀라움이라는 요소가 반드시 수반되며, 암기에 의헤 놀라움을 느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보았다. 그는 쾌활하고 솔직하게 지나간 과거의 책들을 ‘비굴하고 고집스럽게 보존하는 행위’를 개탄했다. . . . P.91 . . .하지만 보다 이질적인 작품은 ‘역행하고 그물눈처럼 갈라지는’소설 [에이프릴 마치(April March)]이다. 이 작품을 분석한 어느 누구도 이것이 놀이의 일종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나는 언젠가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 나는 이 소설을 위해 대칭이나 자의적 법칙을, 지루함 등 모든 놀이의 근본적인 특장들을 이용했네.“. . . 이 책의 <서문>에서 브래들리가 가정한 도치된 세계를 언급하는데, 그 세계에서는 죽음이 탄생보다, 상처의 딱지가 상처보다, 상처가 가해 행위보다 앞서 나타난다. 그러나 [에이프릴 마치]가 제안하는 세계는 시간 역행적인 아닌, 단지 이야기를 서술하는 방식이 그렇다. 내가 앞서 맗했던 것처럼 ‘역행하고 그물눈처럼 갈라지는’ 소설이다. P.91-92
픽션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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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읽기 어려운 보르헤스, russist 님과 함께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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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시대 덕후, 박산호 번역가가 고른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 3!
[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① <위대한 유산>[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② <올리버 트위스트>[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③ <두 도시 이야기>
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내셔널 갤러리 VS 메트로폴리탄
[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
🎬영상과 독서를 함께 해요.
[NETFLIX와 백년의 고독 읽기]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IMF외환위기 다시 보기1]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보고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어요.영화 <로기완>을 기다리며 <로기완을 만났다> 함께 읽기"사랑의 이해" / 책 vs 드라마 / 다 좋습니다, 함께 이야기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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