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2. <경제학자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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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계기는 영화 한 편이었습니다. 2023년 여름에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가 개봉했었습니다. <오펜하이머>의 원작은 2010년 국내에서 번역되어 나온 1,152쪽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사이언스북스)였습니다. 2010년에 책이 나오자마자 저자 마틴 셔윈과 아주 긴 인터뷰 기사를 썼을 정도로 이 책에 애정이 있었죠. 마침 출판사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저조한 판매 실적에도 이 책의 판권을 유지하고 있었어요. 영화 흥행이 책 판매에 도움이 될지 말지 불확실한 상황이었죠. 그래서 영화보다 훨씬 훌륭한 이 원작을 한 사람에게라도 더 알리는 데에 나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무턱대고 온라인 독서 플랫폼 '그믐(gmeum.com)'에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함께 읽기를 시작했어요. 대성공이었습니다. 감독의 명성과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서 여러분이 원작에 관심을 가졌는지 신청자도 많았습니다. 그믐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서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함께 읽기였지만, 그건 그것대로 재미도 있었습니다. 2019년 대화도서관에서 대면으로 진행했던 벽돌 책 함께 읽기 프로그램처럼 읽은 분량을 서로 확인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생동감은 덜했지만요. 바이러스 때문에 중단한 벽돌 책 함께 읽기 프로그램을 이렇게 온라인 공간에서 다시 해도 좋겠다 싶었죠. 온라인 독서 플랫폼 그믐이라는 좋은 놀이터도 있었고요. 진행하는 북 토크 팟 캐스트 <책걸상>의 이름을 걸되 사실상 개인 프로젝트로 벽돌 책 함께 읽기를 본격적으로 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에 이어서 2023년 9월에 읽을 책으로는 대런 아세모글루와 사이먼 존슨의 736쪽 『권력과 진보』(생각의힘)를 선택했습니다. 연초부터 챗GPT 같은 인공지능(AI)이 화제가 되는 상황에서 과학기술과 사회 변동의 관계를 통찰력 있게 살펴본 책이었으니까요. 역시 여러분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즐겁게 함께 읽기를 진행했죠. 그러고 나서, 10월 조지프 헨릭의 768쪽 『위어드』(21세기북스), 11월 이언 모티머의 600쪽 『변화의 세기』(현암사), 12월 사라 베이크웰의 504쪽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책읽는수요일) 등의 벽돌 책을 함께 읽었습니다. 이 가운데 '벽돌 책이라면 700쪽은 넘어야 한다' 같은 투정도 들었고요(장강명).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저널리스트인 카이 버드와 영문학과 미국 역사학 교수인 마틴 셔윈 두 사람의 저자가 25년 동안 답사와 인터뷰, FBI 문서 열람 등 자료 수집을 거쳐 쓴 오펜하이머 일대기의 결정판이다. 2005년 출간되자마자 전미 도서 비평가 협회 전기 부문을 수상하고 2006년에는 퓰리처 상 전기·자서전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권력과 진보 - 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천년의 쟁투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연구를 토대로, 정치적·사회적 권력이 어떻게 기술 발전의 방향을 ‘선택’하는지, 그리고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를 치밀한 논증과 함께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서구의(Western), 교육 수준이 높고(Educated), 산업화된(Industrialized), 부유하고(Rich), 민주적인(Democratic) 사람들. 세상은 이들을 ‘WEIRD(위어드)’라고 부른다. 과연 이 집단은 어떻게 이렇게 독특한 심리를 갖게 된 걸까?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지난 천 년간의 서구 사회를 ‘변화’라는 키워드로 해석하는 독특한 역사책이다. 11세기부터 20세기까지 각 세기별 가장 중요한 변화들을 제시하고 변화의 주체가 되는 인물들을 꼽는다. 지난 천 년간, 서양을 뒤흔든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전미 도서비평가협회상, 더프 쿠퍼상 수상작, 아마존닷컴 올해의 책,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세계 14개국 번역 출간 화제작. 어떻게 살 것인가? 오직 이 한 가지 물음에 대하여 20가지로 답한다. 몽테뉴의 삶과 그의 대표작인 <에세>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제목이 가리키듯이 어떻게 살아야 참되게 사는 것인가를 생각하도록 하는 책이다.
벽돌책이라면 700쪽은 넘어야죠!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이렇게 벽돌 책 함께 읽기를 한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얻는 이득은 거의 없습니다. (대개는 한번 읽은 책을 선정해서 진행하니, 같은 책을 다시 읽으면서 정리하는 정도의 성과는 있겠군요.) 매번 벽돌 책 함께 읽기에 참여하는 수십 명의 독서 친구 역시 이득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두꺼운 책 한 권 더 읽는다고 인생이 바뀌겠습니까?) 이 대목이 중요합니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살아가는 한 자기 이해 즉 '덧셈을' 따지는 일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때로는 자기 이해를 따지는 일과는 관계없는 '무용한' 공백이 필요합니다. 심지어, 약간의 손해를 보면서 벽돌 책 함께 읽기를 제안하고 관리하는 일과 같은 '뺄셈의' 자리도 필요하죠. 독서 문화로만 한정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출판 산업의 성장도 중요하고, 도서관 숫자도 중요하고, 도서관의 책 구매 예산을 늘리는 일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선순환의 조건은 '그냥 좋아서' 책을 찾아 읽고, 그것을 매개로 크고 작은 공동체와 접속해서 웅성웅성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일이죠. (정치인, 공무원 등에게 책 동네가 우습게 까이는 것도 그런 사람의 숫자가 작기 때문이죠.) 그래서, 2024년에도 매월 한 권씩 벽돌 책 함께 읽기를 진행합니다. 어쩌다 보니, 1월부터 3월까지는 경제학 분야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1월에 이미 실비아 나사르의 816쪽 『사람을 위한 경제학』(반비)을 읽었고(정말 함께 읽은 모두가 극찬한 숨어 있는 보석입니다), 2월에는 앞에서 언급한 『경제학자의 시대』를 읽고 있습니다. 3월에는 제러미 애덜먼의 1,256쪽 『앨버트 허시먼』(부키)을 읽을 예정입니다. 리사 펠드먼 배럿의 704쪽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생각연구소), 안드레아스 말름의 708쪽 『화석 자본』(두번째테제), 티머시 미첼의 532쪽 『탄소 민주주의』(생각비행) 같은 책도 나중에 함께 읽을 후보로 올려두고 있고요. 혹시 700쪽 아니 1,000쪽이 넘는 두께에 기가 질려서 무슨 고약한 취향이냐고 고개부터 젓는 독자라면, 그믐 게시판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진행한 벽돌 책 함께 읽기의 흔적을 살펴보세요. 분명히 실시간으로 함께 하지 못했던 일을 후회할 테고, 당장 다음 벽돌 책은 함께 읽어야겠다고 결심할 테니까요.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실비아 나사르가 이 책에서 추적하는 것은 경제학자들의 업적이 아니다. 저자는 독특하고도 위대한 하나의 아이디어가 진화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경제학설사보다는 《러시아 혁명사》에 더 가까운, 논쟁과 모험과 행동과 사회의 대변혁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활극과 같은 책이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태동부터 패배까지의 40년을 정밀 지도처럼 입체 추적한 이 책은 경제 저널리즘의 백미이며 자본주의의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흥미진진한 역사서이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대공황과 파시즘, 혁명과 전쟁, 경제개발과 독재 등 20세기를 특징짓는 온갖 격동의 현장을 온몸으로 겪어낸 바로 이 '숙고하는 활동가'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던 앨버트 허시먼의 치열한 지적.실천적 여정을 추적한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심리학과 인지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저자는 의학, 법률 제도, 자녀 양육, 명상, 심지어 공항 보안 분야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감정과 마음과 뇌에 관한 새로운 과학이 밝혀낸 연구 성과와 함께 감정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나는 방법을 제시한다.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화석연료 체제와 자본주의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작업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논의를 이끌어 온 환경 사상가이자 기후 활동가 안드레아스 말름의 첫 번째 저작이다. 이 책은 2016년 출간된 후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그해 아이작 도이처 기념상을 수상했다.
탄소 민주주의 - 화석연료 시대의 정치권력에너지와 민주주의의 관계에 관한 근원적 성찰이 담긴 책. 저자 티머시 미첼은 탄소 연료와 특정한 종류의 민주적 또는 비민주적 정치 사이에 만들어진 일련의 연결점을 면밀히 추적하여 석유와 민주 정치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진행자는 영향력과 안목을, 참여자는 안목을 얻지 않을까요?^^ 그 외 감동한 많은 눈팅족?들은 책걸상 구독자로 유입되며>> ㅎㅎ 이토록 진정성을 갖고 이 모임을 진행하고 계셨군요! 그믐의 복이십니다 👍 & 무려 벽돌책 오프모임의 경력자신데다가 말이죠. 다음 책은 아직 신청을 못했는데, 지금 존경하는 김승섭 교수님 책모임도 신청해놓고 시작도 못하고 있는 우를 범하며 기존 지인들 책을 읽는 중이라는 비겁한 변명을 또 해보는데; + 1400p인가 하는 두께에 놀란 것도 사실이긴 하지마는 말이죠. 저도 삼월이 돌아가는 추이를 보고 들어와야 할 것 같습니다. 인상적인 초대였습니다! 김지윤 씨 추천으로 아래의 책을 읽어야겠다 싶었는데요~ 그 분의 다른 책도 저어기 있군요. 담아두었어요. 다른 책도요^^ 감사합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왜 어떤 나라는 가난하고, 어떤 나라는 부유한가. 여기 실패한 국가들이 있다. 가난, 부정부패, 형편없는 교육으로 신음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이들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YG님 글을 읽으니 이 모임이 더 귀하게 생각되네요. 감사합니다. ;)
@YG 와, 정말 감사합니다. 벽돌책 읽기 프로젝트에 이런 히스토리가 있었는 줄도 지금 알았네요. 꼽아주신 책들도 모두 흥미롭습니다. 저도 열심히 알리고 잘 따라 읽겠습니다.
이 책 어젯밤에 끝냈습니다. 내가 지난 26년감 살아왔던 나라에 대해서 나는 정말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었구나 놀라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꾸역꾸역 읽으면서 여러분들의 인사이트와 정보에 감사한 마음으로 관심책들 주어담고, 글을 읽으면서 많이 배우고 느꼈습니다. 올해는 여기서 소개되었던 많은 책들 읽어가며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더 알아가고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으려고 합니다. 가진 지식이 미천해서 글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덕분에 고되지만 즐거운 시간 가졌습니다. 감사해요.
@새벽서가 미국에 살고 계시니 이 책의 내용이 또 남다르게 다가왔을 것 같아요. 사실, 한국도 다르지 않아요. 저는 시장 중심의 경제관이나 경제 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많이 접해 왔음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아, 내가 또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게 사실은 아주 짧은 역사(수십 년)를 가진 아이디어의 집합이었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답니다. 그 아이디어가 어느 순간에 공동체의 비전이 되고 나아가 우리 삶의 구석구석을 좌지우지하게 된 힘까지 가지게 된 계기도 곰곰이 생각했고요. 낯선 주제의 책 읽기였을 텐데, 이렇게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경제학자의 시대』는 방을 조금 길게 열어 놓았어요. 함께 읽기를 마무리하신 분도 계시고 중간에 다른 일 때문에 포기하신 분도 계시죠. 후자라도 상관 없습니다. 벽돌 책 한 권 안 읽는다고 큰일 나지 않아요. 두꺼운 책 한 권을 매개로 잠깐이라도 이렇게 생각을 나누면서 교류한 게 중요한 일이죠. 한 달 동안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또 다른 벽돌 책으로 계속 즐거운 시간 함께 해요!
즐거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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