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2. <경제학자의 시대>

D-29
중간 소득층에 속하는 칠레 국민은 통계상으로 가난한 이들보다 더 투표를 하지 않으려 한다. 마욜에 따르면 이는 중산층이 정부와 거의 교류가 없기 때문이다. 물과 전기는 민간 기업이 제공하고, 자녀들은 사립학교에 다니며, 아프면 민간 병원에서 치료 받고, 운전할 때에는 민자 도로를 달린다. 부유층과 빈곤층은 정부에 혜택을 바라지만 중산층은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9장,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공학자들이 20세기 후반 내내 대만의 경제 정책을 감독했다. 이들은 경제를 기계로 바라보았고 그래서 서투르게나마 수리하는 일을 겁내지 않았다. 대만의 한 기술 관료는 경제를 “매우 세심하고 정교한 계획이 필요한 거대한 공학 체계”라고 묘사했다. 이들은 경제학자에게 조언을 구하고는 정작 간청하지 않은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시장이 어떤 힘을 지녔는지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이해가 늘었다. 하지만 대만에서는 공학자가 통제권을 쥐고 있었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9장,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대만의 사례를 보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대만의 발전에 가장 초석이 되었던 것이 토지개혁이라는 주장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이승만 정권 아래서 그나마 토지개혁을 했던 것이 중요한 업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승만의 평가에 대해서는 요즘 ‘건국전쟁’이란 영화로 인해 더욱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삼천포로 빠지면 안되겠죠? ㅋㅋ
저자는 대만의 토지 재분재의 긍정적 효과로서 ‘두터운 소비자 기반 형성’과 ‘특권층 및 빈민층의 정치적 힘의 축소’를 언급했습니다. 결국 항아리 모양의 경제인구 구조를 형성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는 부의 창출 이후에 재분재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의미있는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비단 농업뿐만이 아니라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도 적용시키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우리나라는 대만과는 달리 몇몇 재벌 기업에 의해 국가경제가 움직이고 있는데 이것이 소득재분배의 관점에 보았을 때 특권층과 빈민층이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이 될 수 있을까. 대만의 자료를 찾을 수 없어 단순 비교는 어려웠는데… 여기서 방장이신 @YG 님께 부탁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소위 ‘낙수효과’라고 하는 것이 bullshit 이라는 증거가 있을까요? 언제 한번 들어본 것도 같은데… 아리까리…생각이 잘 나지 않아 책 GPT께 문의 드립니다. ^^
아… 카발란의 모기업이 바뀌벌레약 제조업체였다니… -_-;;
저도 그 대목 보면서 깜짝 놀랐잖아요. 나중에 어딘가 술자리에서 써먹으려고 메모해뒀어요.
후주 p. 715. ‘정책 입안자로서 우리가 대만에서 한 일은 경제의 다양한 부분이 먼저 발걸음을 떼도록, 이어서 걷도록 도운 다음 자유롭게 놓아 준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2000년대 김대중 정부의 벤처기업 지원이 떠올랐습니다. 정부가 씨를 심고 싹을 돌 볼 수는 있지만 기업을 온전히 시장에 심지 못해 3년후 버블이 왔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나서요…
그대로 따라할 수 있는 경제 개발 공식은 단 하나도 없다. 조건이 다양할뿐더러 세부 사항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브라질 정부는 대만과 같은 시기에 RCA에 과학자를 보냈지만 브라질은 반도체 산업을 일으키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P. 716.,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대만과 한국이 정부 통제가 더 느슨했다면 성장 속도가 훨씬 빨랐을 것이라고 주장‘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수님들 @YG @장맥주 @소피아 님을 비롯한 여러분들의 의견이 궁금하네요… 저의 개인적인 생각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프리드먼의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박정희 정부 이전의 세대는 가난을 숙명처럼 여기고 살았던 세대라서 누군가 큰 힘으로 이끌어주는 모멘텀이 없었다면 시작조차 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마치 관성의 법칙과 같은 거죠. 멈추고 있는 것은 계속 멈추어 있고 싶은데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강력한 국가 주도의 힘과 통제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이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우와, 아슬아슬한 발제를 하십니다. ^^ 저는 민주주의나 시장경제가 운용법을 제대로 익히기 어려운 매우 섬세한 시스템이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국민들의 평균적인 소득과 교육 수준이 절망적으로 낮고 정치적으로도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는 저개발국가에는 차라리 국제기구가 들어가서 몇 년간 신탁통치를 하면서 치안도 유지하고 인프라도 건설하고 교육 사업도 활발히 펼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그야말로 위험한 생각을 가끔 해보기도 합니다. 조금 결은 다르고 제 기억도 정확치 않은데 또 다른 프리드먼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9.11 직후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군사 개입을 반대하면서 차라리 거기에 학교를 많이 세워주자고 했던 게 생각납니다. 모든 면에서 군사작전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나았을 제안이었다고 봅니다.
신탁통치하면서 치안유지+해외원조했던 대표적 예가 아프가니스탄이었잖아요? 아프가니스탄에 십년 넘게 돈 퍼부은 미국이 두손 두발 다 든 이유가 탈레반도 탈레반이지만, 아프가니스탄 지도부의 부정부패 때문이었대요. 밑빠진 독에 물붓기하다가 오바마 행정부때 부통령이었던 다혈질 바이든이 날아가서 만찬장에서 “니들 이따위로 할래? 이런 투로 벌컥 화를 낸 걸 다큐멘터리에서 봤어요. 그래서 2-3년 전에 욕 많이 먹으면서도 바이든이 예정대로 아프간에서 철군한 것도 (철군 약속은 트럼프가 했음에도) 부정부패에 넌더리 나서라고.. 현재도 여러 곳에서 비슷한 예가 많지 않을까요?
앗... 사실 제가 잘 모릅니다. ^^;;; 그런데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공화국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미국의 원조를 받는 친미 정권이었고 또 미군이 내내 주둔하고 있기는 했어도 미국이 신탁통치를 한 건 아니지 않았나요? 행정과 통치는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공화국이 스스로 한 것 아닌지요? 저는 코소보 전쟁 때 서방이 개입해서 이후 UN이 코소보를 관리하면서 정치 체제를 만들었던 거 같은 형태를 생각했었어요.
맞아요. 행정과 통치는 스스로 했으니 신탁통치는 아니고 (미국이 넌더리낸) 친미 정권이었습니다. 제가 “신탁통치”개념이 정확히 없네요..
그랬었군요.
저..저기, 저기요.. 제가 모르는 사이에 ‘고수’라는 단어 뜻이 바뀌었거나 (그냥 아무 말 많이 하는 자?), 말씀하신 고수가 쌀국수에 첨가하는 고수가 (이것도 이상하다..) 아니라면, 저기에 제 아이디 태그는 잘못 들어간 듯 합니다. 제가 벽돌책 모임 4개월차인데 (헉, 벌써 4개월?) 4권의 책 분야 모두 정식으로 배운 적이 단 한번도 없고, 심지어 출판계도 몰라요. 11월에 따라읽기 시작할 때는 그나마 관심있는 역사 분야라 (아마추어 애호가 수준?) 엉겹결에 했는데, 12월 철학 분야 —> 모름, 1월 & 2월 경제학 분야 —> 진짜 진짜 문외한으로 힘겹게 따라가는 중입니다. 독자 포지션으로도 다독가 아니고 (아, 요즘엔 워낙 독서 인구가 줄어드니 한 달에 한 권이상 읽으면 다독가 취급받을 수도 있겠군요?), 그냥 꾸준히 읽는 무지렁이 독자일뿐인데, 고수라니, 고수라니, 고수라니요.. 잘못 태그하신거라 믿습니다. 앞에 태그하신 두 분은 고수 맞고요, 심지어 셀럽이신 분들.
저도 고수 전혀 아닙니다... ㅠ.ㅠ 문외한으로 힘겹게 따라가고 있는데 너무 부끄럽습니다. (쌀국수 먹을 때 고수 듬뿍 넣어 먹기는 해요.)
ㅎㅎㅎ 저에 비하면 고수이시니 고수라고 한 것인데, 어찌 고수를 고수라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필력과 글빨에 느껴지는 포스가 남다르십니다.
9장의 마지막 문단은 윤석렬 정부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들로 가득차있네요…
읽어야겠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벌써 목요일(2월 22일)입니다. 오늘부터 내일 금요일(2월 23일)까지는 본문의 마지막 장 10장 '종이 물고기'를 읽을 차례입니다. 이 장의 빌런은 그 유명한 앨런 그린스펀입니다. 그린스펀은 1986년 로널드 레이건이 연준 의장으로 임명하고 나서 2006년에 물러났죠. 그래서 1980년대에 초등학교(국민학교)를 다녔고, 10대와 20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까지 뉴스에 등장하는 연준 의장은 그린스펀입니다. 저는 성장기에 그린스펀이 아주 경제를 잘 운용하는 현인인 줄 알았어요. 공화당, 민주당 할 것 없이 그를 중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시스템의 미국' 그랬던 적도 있었고요. 10장에서 제 또래 저자는 조금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그린스펀의 가면을 벗기고 있습니다. 애초 예금과 대출 업무만 할 수 있었던 은행이 어떻게 투자 업무에 뛰어들 수 있었는지, 그런 규제 완화를 주도하고 또 그에 따른 위험 신호를 외면한 결과로 얼마나 많은 서민 피해자가 생겼는지, 그 결과 2008년 금융 위기가 어떻게 초래되었는지가 생생히 묘사되고 있어요. 마지막, '종이 물고기'가 진짜 물고기를 대체한 아이슬란드 사례는 덤입니다. 10장까지 읽고서 주말에 쉬고 다음 주 초에 '나가는 글'을 읽으면서 이번 벽돌 책 함께 읽기도 마무리하는 일정입니다. 마지막까지 즐겁게 수다 떨면서 감상과 의견 그리고 소소한 정보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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