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2. <경제학자의 시대>

D-29
허피(자전거회사)가 1998년 이 공정 자체를 중국으로 옮겼다.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월마트 측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자전거는 값이 더 싸졌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는 사라져 버렸다. “세계 최대 강국이 세계 최대 채무국이라는 사실에는 분명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8장, 410쪽 ,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폴 볼커는 2018년에 출간한 회고록에서 이렇게 썼다. “우리는 우리 시민 상당수가 시장 개방과 급속한 혁신에 따른 비용을 짊어져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실상은 더 가혹했다. 여러 경제학자가 그 비용을 추산했는데, 특히 1941년 공동 저자로 쓴 논문에서 폴 새뮤얼슨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이루어지는 무역은 선진국 노동 계층의 임금을 깎을 수 있음을 밝혔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8장, 412쪽 ,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격분한 한 소비자 보호 활동가는 이렇게 회상했다. “2005년 연준과 가진 어느 회합에서 제가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습니다. ‘도대체 개인 진술이 얼마나 모여야 사실이 됩니까? 피해 사례가 수만 건에 달하는 데도 당신네들을 납득시킬 수 없단 말입니까?’”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10장 종이 물고기,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정말 사소한 지적인데, 이 498쪽 문장에서 책에는 작은따옴표 하나가 빠졌습니다. 닫는 작은따옴표가 없어요. ^^;;;
9장에서 저자가 강조한 토지 개혁과 불평등의 관계를 놓고서는 한국에서도 좋은 연구가 많습니다. 친북 지식인으로 딱지 붙여져서 고초도 겪었던 사회학자 강정구 선생님의 기념비적인 연구가 한국, 북한, 필리핀의 토지 개혁을 비교 분석한 연구(『좌절된 사회 혁명: 미점령 하의 남한, 필리핀과 북한 비교 연구』)였어요. (저는 대학원 역사 사회학 수업 때 연구 방법론 사례 가운데 하나로 부분만 읽었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에 있다가 지금은 가천 대학교로 들어오신 유종성 선생님도 한국, 타이완, 필리핀의 토지 개혁의 성공 여부와 불평등, 부패와의 관계를 2006년에 Democracy, Inequality and Corruption: Korea, Taiwan and Philippines Compared로 정리한 적이 있는데요. 이 영어 원서는 『동아시아 부패의 기원』(동아시아, 2016)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서 나왔습니다. (출판사에 번역을 소개해준 연으로 훑어볼 기회가 있었어요.)
동아시아 부패의 기원 - 문제는 불평등이다. 한국 타이완 필리핀 비교연구불평등이 먼저일까, 부패가 먼저일까? 저자는 기존 상식을 깨고 부패와 불평등 간의 인과적 방향성을 새롭게 뒤집어 주장한다. “부패가 불평등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이 부패를 초래한다.” 사회과학 특유의 증명으로 부패에 관해 심도 있는 토론장으로 안내한다.
9장의 타이완의 반도체 산업을 놓고서는 『칩 워』(부키, 2023)에서 이 산업의 역사 전체를 조망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언급하고 있고요. 타이완만큼이나 극적인 한국 반도체 산업의 탄생과 성장을 놓고서는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교수님의 『반도체 삼국지』(뿌리와이파리, 2023)에 잘 나와 있습니다. 두 책 다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산업사 책입니다. 이 두 권에다 최근에 나온 『ARM, 모든 것의 마이크로칩』(생각의힘, 2024)까지 읽으면 반도체 산업의 역사는 어느 정도 머리에 정리할 수 있습니다.
칩 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반도체 산업의 태동부터 미국과 중국 간의 반도체 패권 대결, 한국과 대만, 일본, 실리콘밸리의 치열한 기술 경쟁과 미래 전략까지, 반도체 산업의 70년 역사를 담아낸 기념비적 논픽션 역사서다.
반도체 삼국지 - 글로벌 반도체 산업 재편과 한국의 활로반도체공학자이자 첨단산업 분야의 전략가 권석준 교수가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 반도체 산업의 현황과 역사, 그리고 앞으로의 구도와 전망을 기술전략적 관점에서 풀어낸, 명쾌하고도 흥미진진한 삼국지다.
ARM, 모든 것의 마이크로칩 - 휴대전화의 두뇌에서 인공지능의 두뇌로모든 빅테크가 주목하는 한 회사가 있다. 애플, 아마존, 구글, 삼성전자, 엔비디아,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화웨이, 테슬라…. 이 기업들 모두 한 회사의 고객사이거나 투자사이다. 바로 영국의 마이크로칩(프로세서류,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 회사 ARM이다
작년에 <칩워>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반도체도 모르고 경제도 모르는 독자도 읽을만한가요?
『칩 워』 저자 크리스 밀러는 반도체 전문가가 아니라 유라시아 쪽에 전문성이 있는 국제 관계 사학자입니다. 그러니 반도체에 관련한 전문적인 내용은 아주 부분적으로만 나옵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미국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다루면서 왜 소련은 반도체 전쟁에서 패배했는지 질문에 답하는 책이죠. 한 장, 한 장을 OTT 드라마 시리즈의 짧은 한 편 식으로 구성해 놓아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어요. 오히려 이 책을 읽고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전망할 수 있다는 식의 평을 보고서는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소련 사례를 보면서 글로벌 교역망에서 분리된 독자적인 반도체 굴기를 시도하려는 중국의 미래를 전망해볼 수는 있겠지만요. :)
오, 제가 볼만한 책인 거 같네요 ㅎㅎ (전문적이지 않아 좋다..)
재미있게 읽으실 겁니다!
470쪽에 타이완 관료가 한국을 방문해서 정부 지원 연구소를 둘러봤다고 나오잖아요? 그 연구소가 바로 1966년에 서울 홍릉에 세워져서 지금까지 한국 국가 연구소 역할을 맡고 있는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랍니다. KIST는 1970년 3월 6일자 <사이언스>에도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의 뉘앙스로 소개가 된 적이 있습니다(첨부). KIST의 설립자가 미국 유학 다녀온 금속공학자 최형섭 박사인데, 만약 9장의 케이스가 타이완이 아니라 한국이었다면 꼭 등장했을 과학자-관료죠.
이건 후문인데 2016년에 KIST 창립 50주년을 기념해서 <사이언스>에 당시 원장이 기고한 글이 실린 적도 있습니다. 뉘앙스는 '너희들은 다들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우리는 50년이 지나도 살아남았고 한국의 과학기술은 이렇게 발전했다' 이런 식의 글이요. :)
그는 자유 무역이 보호주의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을 입증했지만 이는 한때에만 적용될 뿐이었다. 리카도의 조언에 따른 나라는 포도주 생산국으로 남은 반면에 경제 발전에 투자한 나라는 보다 눈부신 번영을 이루어 낼 수 있었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9장,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중간 소득층에 속하는 칠레 국민은 통계상으로 가난한 이들보다 더 투표를 하지 않으려 한다. 마욜에 따르면 이는 중산층이 정부와 거의 교류가 없기 때문이다. 물과 전기는 민간 기업이 제공하고, 자녀들은 사립학교에 다니며, 아프면 민간 병원에서 치료 받고, 운전할 때에는 민자 도로를 달린다. 부유층과 빈곤층은 정부에 혜택을 바라지만 중산층은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9장,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공학자들이 20세기 후반 내내 대만의 경제 정책을 감독했다. 이들은 경제를 기계로 바라보았고 그래서 서투르게나마 수리하는 일을 겁내지 않았다. 대만의 한 기술 관료는 경제를 “매우 세심하고 정교한 계획이 필요한 거대한 공학 체계”라고 묘사했다. 이들은 경제학자에게 조언을 구하고는 정작 간청하지 않은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시장이 어떤 힘을 지녔는지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이해가 늘었다. 하지만 대만에서는 공학자가 통제권을 쥐고 있었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9장,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대만의 사례를 보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대만의 발전에 가장 초석이 되었던 것이 토지개혁이라는 주장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이승만 정권 아래서 그나마 토지개혁을 했던 것이 중요한 업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승만의 평가에 대해서는 요즘 ‘건국전쟁’이란 영화로 인해 더욱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삼천포로 빠지면 안되겠죠? ㅋㅋ
저자는 대만의 토지 재분재의 긍정적 효과로서 ‘두터운 소비자 기반 형성’과 ‘특권층 및 빈민층의 정치적 힘의 축소’를 언급했습니다. 결국 항아리 모양의 경제인구 구조를 형성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는 부의 창출 이후에 재분재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의미있는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비단 농업뿐만이 아니라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도 적용시키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우리나라는 대만과는 달리 몇몇 재벌 기업에 의해 국가경제가 움직이고 있는데 이것이 소득재분배의 관점에 보았을 때 특권층과 빈민층이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이 될 수 있을까. 대만의 자료를 찾을 수 없어 단순 비교는 어려웠는데… 여기서 방장이신 @YG 님께 부탁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소위 ‘낙수효과’라고 하는 것이 bullshit 이라는 증거가 있을까요? 언제 한번 들어본 것도 같은데… 아리까리…생각이 잘 나지 않아 책 GPT께 문의 드립니다. ^^
아… 카발란의 모기업이 바뀌벌레약 제조업체였다니… -_-;;
저도 그 대목 보면서 깜짝 놀랐잖아요. 나중에 어딘가 술자리에서 써먹으려고 메모해뒀어요.
후주 p. 715. ‘정책 입안자로서 우리가 대만에서 한 일은 경제의 다양한 부분이 먼저 발걸음을 떼도록, 이어서 걷도록 도운 다음 자유롭게 놓아 준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2000년대 김대중 정부의 벤처기업 지원이 떠올랐습니다. 정부가 씨를 심고 싹을 돌 볼 수는 있지만 기업을 온전히 시장에 심지 못해 3년후 버블이 왔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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