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2. <경제학자의 시대>

D-29
시장이 인간의 창조물이라는 점은 쉽게 잊힌다. 우리가 수없이 시장을 창출해 왔기 때문이다. 근대 이전 세상에서는 시장에 조심스럽게 경계를 지어 놓았다. 장터는 물리적인 공간이었다. 영국의 여러 도시에서 그 위치는 종종 '시장에 세워 놓ㅇ른 십자 구조물'로 표시했다. 시장은 또한 시작과 끝이 있는 행사였으며 종종 그 시작과 끝을 종이 울려 알렸다. 현재 우리는 시장 안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이 시장은 항상 열려 있으며 물리적 경계가 없다. 하지만 이제 시장이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규제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졌다. 최근 수십 년 동안 겪은 경험으로 우리는 깨달았다. 조악한 규정이 시장뿐 아니라 사회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규율과 집행의 부재 역시 그럴 수 있음을.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p. 316 ch.6,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유럽과 미국이 이렇게 다른 길을 걷게 된 한 가지 이유는 경제학의 역할에 대한 인식의 차이 때문이다. EU는 비용 편익 분석의 가치를 신중하게 바라보았는데 특히 환경 정책을 수립할 때 그랬다.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Maastricht Treaty에서 ‘예방 원칙’을 확고한 규제 기준으로 삼았다. (...) 유럽 규제 기관도 비용과 편익을 저울질하지만 측정할 수 없는 위험에 미국 규제 기관보다 더 큰 비중을 둔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의 건강과 소비자 보호 정책관인 로버트 콜먼Robert Coleman은 2002년에 “공직자에게는 최악의 공포가 엄습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의무가 말했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7장 경제학이 계산한 생명의 가치,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비용 편익 분석은 본래부터 정치적이다. 결과가 정밀하면 기본 전제에 담긴 주관성을 희석한다. 비용 편익 분석은 선택을 신중하게 내리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지만 널리 채택되면서 정책 입안 과정에서 엄밀함이 높아졌다. 특히 정책 입안자가 내재하는 상충 관계를 인정하도록 요구하면서 더욱 늘어났다. 하지만 각 사회는 똑같은 비용과 편익의 분석 보고서를 보고도 타당한 추론을 거쳐 다른 선택을 내릴 수 있다. 무엇보다 누가 그런 선택을 내릴지 결정할 수 있다. 셸링은 비용 편익 분석이 국민Polity의 판단을 전문가의 판단으로 대체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전문가의 판단은 이용 가능한 하나의 기회이지 보증이 아니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7장. 경제학이 계산한 생명의 가치,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미래의 연방 대법원 판사인 스티븐 브레이어는 1933년 제1순회항소법원에서 일하는 동안 이렇게 썼다. 경제학은 “객관성을 제공한다. 단단한 땅을 딛듯 우리는 이 객관성에 기반해 결정을 내린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5장 우리가 믿는 기업 품 안에서,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276쪽 ‘인터넷 업계에서 혁신은 끝났고 주요 기술 기업들이 나이가 들고 제법 살이 쪘다’는 저자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오픈AI 같은 사례로 반박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인터넷 업계는 아니지만 노보 노디스크 같은 회사도 있고요.
오옷, 저 그 문장에 불만(?)있어서 밑줄 쳐두었어요. 저는 원래 ”뭐뭐는 끝났다.”고 선언하는 문장에는 반사적으로 도끼눈 되는 편이라^^ 11월 벽돌책 <변화의 세기> 읽을 때도, 무언가의 종말을 예고한 헤겔도 카를 마르크스도 프랜시스 후쿠야마도 틀렸고, 모든 것은 변한다는 포스트를 썼어요. 인용하신 부분 읽으면서는 본격적으로 궁금해지고, “왜 명석한 사람들이 자꾸만 무언가가 끝날 거라는 설익은 예언을 하는 걸까” 싶었어요.
사실은 저는 후쿠야마를 좋아하고, 저도 이곳저곳에서 ‘매스미디어는 끝났다’ 같은 말을 많이 해서 찔립니다. ^^;;; 뭐가 끝났다고 말하면 일단 주목도가 높아지는 효과는 발생하는 거 같습니다. 저는 뭐가 끝났다는 선언을 자주 보는 게 패션지 같습니다. 하이 웨이스트의 시대는 끝났다, 미니멀 룩은 끝났다, 올드머니 룩은 끝났다, 롱패딩은 끝났다... 그러다 몇 년 있으면 죽었던 애들이 화려하게 부활하더라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우중충한 월요일에 큰 웃음 주시네요. 이 포스트 저장해두고 울적할 때 보면 효과있을듯. 주목도가 높아지는 효과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나도 본격적으로 써볼까.. 야, 그거 끝났어! - 하지만 나는 주목도를 싫어하는 사람..) 저는 부동산이나 증시 뉴스 제목에서도 많이 본 것 같아요. 강남 불패 신화 끝났나? 뭐 이런거? 후쿠야마는 자신이 틀렸다고 인정했으니 까방권 드리는 걸로..^^;;
뭐가 끝났다고 해서 가장 주목을 많이 받은 사람이 후쿠야마 같아요. 제러미 리프킨 같은 선배가 있긴 하지만. (저는 진심으로 ‘~의 종말’ 하는 책 제목과 ‘○○○○년, ~가 시작된다’ 하는 영화 포스터 문구가 동급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경제부 기자들의 ‘끝났나’ 기사는 근거는 불충분하지만 눈길을 끌어보겠다는 의도가 그런대로 순진하게 드러나는 거 같은데 패션지 에디터들의 ‘끝났다’ 선언은 그에 비해 ‘아직도 그거 계속 입고 다녀?’ 하는 느낌이어서 보다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
펠츠먼은 스티글러를 이렇게 평했다. “스티글러는 ‘이 결론이 철저하게 증거로 검증되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한 아주 강력하게 이 결론을 천명할 것입니다’라고 말할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경제학자라는 지위에서 나오는 공적 권위를 이용했습니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6장 규제로부터의 자유,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저런 경제학자가 스티글러뿐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경제학계에서만 있는 일도 아닐 거고요.
322쪽에서 [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서른 살의 보좌관 알랭 엔토벤이 “장군님, 저도 장군님 못지않게 핵전쟁에서 수없이 싸워봤습니다” 하고 딱 잘라 말하면서 공군과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문장도 언뜻 이해가 안 가서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으셨는지 여쭤보아요. 엔토벤이 한 말이 재치 있는 표현이라고 여겨서 저자가 인용한 거 같은데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엔토벤은 찰스 히치의 보좌관인 거지요? 그리고 ‘장군’이라는 사람은 경제학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은 공군의 이름 모를 장성인 거고요? ‘핵전쟁에서 수없이 싸워봤다’는 말은 당신도 핵전쟁을 경험한 적이 없고 나도 경험한 적이 없다는 조롱일까요, 아니면 나도 핵전쟁 시뮬레이션을 수없이 돌려봤다는 뜻일까요?
저는 그 대목을 이렇게 이해했어요. 엔토벤은 찰스 히치의 공동 연구원 같으니, 맥락상 비용/편익 분석을 위해서 핵전쟁의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경제학자도 군인만큼 돌려봤고, 그러니 고작 일본에 핵탄두 두 발 떨어트려 본 게 다인 너희 군인보다 우리가 핵전쟁을 경험한 것도 만만치 않다, 그러니 입 닥치고 우리 말 좀 들으렴, 이렇게요. :) 혹시 몰라서, 해당 부분 원문도 찾아서 드립니다. Alain Enthoven, a thirty-year-old aide with a doctorate from MIT, ended an argument with an air force officer by declaring, “General, I have fought just as many nuclear wars as you have.”
말씀해주신 뜻인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원문이나 번역 문장이나 별 차이는 없군요. 작가님이 너무 고맥락적으로 글을 쓰시는 거 같습니당...
310쪽에서 “영국에서 가난을 몰아내고 생활수준을 높이려면 우리에게는 지금보다 불평등이 더 필요합니다”라는 키스 조지프의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철학자 해리 프랭크퍼트의 『평등은 없다』를 떠올렸어요. 프랭크퍼트는 ‘경제적 평등 그 자체는 도덕적으로 중요한 목표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거든요. 프랭크퍼트에 따르면 빈곤을 없애는 게 훨씬 더 중요한 목표입니다. 프랭크퍼트의 논증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우리의 도덕적 목표는 ‘좋은 삶’이어야 하는데 ‘좋은 삶’은 남보다 우월해지거나 열등한 것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평등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 다만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간 존엄성이 침해당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평등주의에 근원적 가치는 없어도 도구적 가치는 있을 수 있다. 반면 빈곤은 좋은 삶을 훼손하며, 막아야 할 일입니다. 저는 프랭크퍼트의 논증을 어느 부분을 반박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이고 경제적 불평등이 그다지 심하지 않은 나라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5만 달러인데 불평등이 심한 나라가 좋은 나라인지 모르겠습니다. 양쪽 모두에 절대빈곤은 없는 상황이라 하더라도요. 혹시 좋은 삶은 남보다 우월해지거나 열등해지는 것과 관련이 있는 걸까요.
최근에 해제(라고 쓰고 추천사라고 읽어야 할)를 쓰기 위해서 국내 저자 초고를 읽고 있는데, 그 원고에서 절대 빈곤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것이 무맥락적으로 오용되면서 어떻게 빈곤 퇴치나 불평등 완화를 극복하려는 노력에 해악을 끼쳐왔는지를 분석한 논의가 있더라고요. 저는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했어요. 책 출간되면 작가님께도 소개하겠습니다.
네! 잘 기다리겠습니다. 절대 빈곤이라는 개념이 오용됐다는 생각 자체를 한 번도 못해봤는데 관심 생깁니다. ^^
326쪽 짐 토치 아주 멋있네요. 낮에는 학생들에게 경제학을 가르치는 박사님, 밤에는 재주 연주자.
경제 모델에서 그리는 이상 세계에서는 소비자 선택이 자동차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충분한 힘을 발휘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그러나 3대 자동차 회사가 장악하고 있는 나라, 더구나 오래전부터 대다수 사람들에게 운전이 사치가 아니라 필수가 되어 버린 나라에서는 자동차 회사가 더 안전한 제품을 생산하도록 압박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네이더는 깨달았다. 그는 규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7장 경제학이 계산한 생명의 가치,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랜드연구소는 하나뿐인 주요 의뢰인과 신뢰를 회복하려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일부 랜드연구소 경제학자는 급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간 생명에 가격을 매기자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이렇게 썼다. “여러 면에서 생명과 돈은 서로 비교할 수가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설계자는 그 둘을 비교해야만 했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7장 경제학이 계산한 생명의 가치,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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