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2. <경제학자의 시대>

D-29
@푸름 @롱기누스 이전 단락의 알프레드 칸 얘기까지 염두에 두면 저자의 서술의 맥락을 따져볼 수 있습니다.
@푸름 @롱기누스 사실 국내에서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비웃음을 받곤 합니다만, 경제학계 한쪽에서는 '최저 임금 제도'의 쌍으로 '최고 소득 제도'를 얘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해당 기업의 노동자 평균 임금에 맞춰서 최고 경영자를 포함한 경영자의 급여에 상한을 두자는 발상이죠. 경영자의 경영, 조직, 혁신 능력에 어느 정도의 대가를 지불할지는 아주 복잡하게 논의할 문제입니다만, 국제노동기구(ILO)의 이상헌 국장(경제학자)님께서 자신의 책(『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에서 최고 소득 제도를 소개하면서 이런 통계(기억에 의존해서 정확하지 않습니다)를 제시한 적이 있어요. 도요타 같은 일본 기업은 노동자 평균 임금의 5배 수준이 경영진의 급여라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은 앞에서 화제가 된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보다 훨씬 더 크죠. 이상헌 국장은 이렇게 묻습니다. "과연 도요타 같은 일본 기업 경영진이 미국 기업의 경영진보다 경영, 조직, 혁신 능력이 떨어져서 급여가 저렇게 낮을까?"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 - 국제노동기구(ILO) 이코노미스트 이상헌이 전하는 사람, 노동, 경제학의 풍경국제노동기구(ILO) 사무차장정책특보이다. 저자는 노동 경제학을 전공했고 그 인연으로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첫 직장이라고 여겼으나 자칫 마지막 직장이 될까 ‘걱정’하고 있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국제노동기구(ILO)에서 고용정책국장으로 일하는 이상헌이 치열한 숙고와 엄격한 응시를 대동한 채 이런저런 지면에 꾸준하고도 찬찬하게 써온 글을 한데 모았다. 총 6부로 구성된 책은 ‘이 나라’의 일하는 삶을 구석구석 돌아본다.
최고경영진(임원진)과 노동자 평균임금간의 차이는 앞으로 활발하게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삼성 임원진들의 회사에 대한 기여가 평균 근로자들 보다 45배 높은 가치가 있을까? (2021년 삼성전자 임원진과 근로자의 임금차이 45배)를 질문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223091400003
2020년에 정의당의 총선 공약이었어요. 그 몇 년 전에 심상정 의원과 예능 프로그램을 같이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최고임금제를 두고 가볍게 논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프로스포츠 선수 연봉도 그렇게 제한을 둘 수 있을까요, 하고 질문을 했더랬습니다. 방송에는 안 나왔던 거 같아요. ^^;;;
맞아요. 정의당 총선 공약이었는데 엄청 까였던 걸로 기억해요. 저는 스포츠 선수의 연봉도 (비록 한시적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높지 않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냥,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해봤던 기억이 납니다. 창업이나 스타트업 혹은 혁신을 통해서 기업을 도약시킬 때의 경영진의 보상은 위험을 감수한 혁신에 대한 보상이니 최대한 보장하되, 유지 관리가 그 주 업무인 경영진에 대한 보상은 적정 수준의 상한을 둬야 하는 게 아닌가. 사실 이런 차이가 있어야 좀 더 유능한 '기업가 정신'을 가진 이들이 안주하지 않고 창업이나 혁신에 나서서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도 같고요.
저도 스포츠 선수의 연봉이나 기업 경영진의 연봉이 최저임금과 이렇게 차이가 벌어져도 괜찮나, 이런 불평등이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생각은 종종 합니다. 그런데 종종 그런 수입 차이가 시장에서 자연히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고(프로야구 선수가 거래되는 트레이드 시장도 있고 투자은행 임원이 거래되는 노동시장도 있고, 거기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연봉이 정해지는 것 아닐는지요), 단순 규제는 반드시 부작용을 일으킬 거 같아서 솔직히 갈피를 못 잡겠습니다. 시장이라는 제도 자체가 어떤 지점에서 탐탁지 않습니다.
여러분 7장 읽으실 때 후주 27번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저는 이런 아이러니야말로 세상의 중요한 진실이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선/악, 정의/부정의 같은 이분법에 경기를 일으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최근에 산문집 서문을 쓰면서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들을 생각해봤는데 이런 것들이었어요. 개인은 중요하다, 세상은 복잡하다, 사실이 믿음보다 중요하다. 여러 딜레마와 아이러니들을 접하고 정리하게 된 나름의 결론이었어요.
닉슨이 환경 보호에 남긴 중요한 유산은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의욕을 불러일으킨 자연에 대한 사랑에 그 뿌리를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환경 문제에 대한 최측근 조언자들 사이에서 닉슨은 자연을 거의 즐기지 않았다는 데에 의견이 대개 일치한다. 대다수 국내 정책 쟁점과 마찬가지로 닉슨의 계산은 정치적이었다. 헐뜯자는 의미가 아니다. 닉슨은 사람들이 규제를 더 원했기 때문에 규제를 지지했다. 대립하는 이해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균형을 잡으려 노력했다. 닉슨은 기업 경영진에게 자신을 그들 편이라고 설득하려 애썼다. 헨리 포드 2세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규제) 조치를 미루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 환경을 보호하는 데에 많은 일을 했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669쪽,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B/C분석을 하는 사람으로 7장이 주는 의미는 저에게 무척 크게 다가왔습니다. B/C분석의 태생(기본 전제)이 주관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이것이 여러단계의 과정을 거치면서 비용과 편익을 계산하기 위한 주관적인 부분이 희석되고 결국 숫자로 보이는 객관성만 부각되는 현상을 볼 때, 이것은 전문가의 판단(분석)이 이용 가능한 하나의 옵션이지 보증이 아니라는 것을 잘 드러내주는 부분이었습니다.
경제 규제는 공화 정체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1789년 재무부를 신설하는 법령을 제정하기 직전 의회에서 열한 번째 법을 통과시켜 연안 무역을 미국인이 건조하거나 소유한 선박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100년이 지난 1887년에 철도 규제 기관이 창립되면서 강도 높은 규제의 시대가 새롭게 열렸다. (……) 연방법 때문에 은행은 주 경계선을 넘어 운영하지 못했으며 15개 주 정부는 은행이 지역 경계도 넘지 못하도록 막았다. "6개들이 62개 잼 상자 대 미국"소송에서는 연방 대법원이 '잼'의 의미까지 규정했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p. 281 ch.6 규제로부터의 자유,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시장이 인간의 창조물이라는 점은 쉽게 잊힌다. 우리가 수없이 시장을 창출해 왔기 때문이다. 근대 이전 세상에서는 시장에 조심스럽게 경계를 지어 놓았다. 장터는 물리적인 공간이었다. 영국의 여러 도시에서 그 위치는 종종 '시장에 세워 놓ㅇ른 십자 구조물'로 표시했다. 시장은 또한 시작과 끝이 있는 행사였으며 종종 그 시작과 끝을 종이 울려 알렸다. 현재 우리는 시장 안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이 시장은 항상 열려 있으며 물리적 경계가 없다. 하지만 이제 시장이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규제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졌다. 최근 수십 년 동안 겪은 경험으로 우리는 깨달았다. 조악한 규정이 시장뿐 아니라 사회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규율과 집행의 부재 역시 그럴 수 있음을.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p. 316 ch.6,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유럽과 미국이 이렇게 다른 길을 걷게 된 한 가지 이유는 경제학의 역할에 대한 인식의 차이 때문이다. EU는 비용 편익 분석의 가치를 신중하게 바라보았는데 특히 환경 정책을 수립할 때 그랬다.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Maastricht Treaty에서 ‘예방 원칙’을 확고한 규제 기준으로 삼았다. (...) 유럽 규제 기관도 비용과 편익을 저울질하지만 측정할 수 없는 위험에 미국 규제 기관보다 더 큰 비중을 둔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의 건강과 소비자 보호 정책관인 로버트 콜먼Robert Coleman은 2002년에 “공직자에게는 최악의 공포가 엄습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의무가 말했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7장 경제학이 계산한 생명의 가치,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비용 편익 분석은 본래부터 정치적이다. 결과가 정밀하면 기본 전제에 담긴 주관성을 희석한다. 비용 편익 분석은 선택을 신중하게 내리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지만 널리 채택되면서 정책 입안 과정에서 엄밀함이 높아졌다. 특히 정책 입안자가 내재하는 상충 관계를 인정하도록 요구하면서 더욱 늘어났다. 하지만 각 사회는 똑같은 비용과 편익의 분석 보고서를 보고도 타당한 추론을 거쳐 다른 선택을 내릴 수 있다. 무엇보다 누가 그런 선택을 내릴지 결정할 수 있다. 셸링은 비용 편익 분석이 국민Polity의 판단을 전문가의 판단으로 대체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전문가의 판단은 이용 가능한 하나의 기회이지 보증이 아니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7장. 경제학이 계산한 생명의 가치,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미래의 연방 대법원 판사인 스티븐 브레이어는 1933년 제1순회항소법원에서 일하는 동안 이렇게 썼다. 경제학은 “객관성을 제공한다. 단단한 땅을 딛듯 우리는 이 객관성에 기반해 결정을 내린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5장 우리가 믿는 기업 품 안에서,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276쪽 ‘인터넷 업계에서 혁신은 끝났고 주요 기술 기업들이 나이가 들고 제법 살이 쪘다’는 저자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오픈AI 같은 사례로 반박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인터넷 업계는 아니지만 노보 노디스크 같은 회사도 있고요.
오옷, 저 그 문장에 불만(?)있어서 밑줄 쳐두었어요. 저는 원래 ”뭐뭐는 끝났다.”고 선언하는 문장에는 반사적으로 도끼눈 되는 편이라^^ 11월 벽돌책 <변화의 세기> 읽을 때도, 무언가의 종말을 예고한 헤겔도 카를 마르크스도 프랜시스 후쿠야마도 틀렸고, 모든 것은 변한다는 포스트를 썼어요. 인용하신 부분 읽으면서는 본격적으로 궁금해지고, “왜 명석한 사람들이 자꾸만 무언가가 끝날 거라는 설익은 예언을 하는 걸까” 싶었어요.
사실은 저는 후쿠야마를 좋아하고, 저도 이곳저곳에서 ‘매스미디어는 끝났다’ 같은 말을 많이 해서 찔립니다. ^^;;; 뭐가 끝났다고 말하면 일단 주목도가 높아지는 효과는 발생하는 거 같습니다. 저는 뭐가 끝났다는 선언을 자주 보는 게 패션지 같습니다. 하이 웨이스트의 시대는 끝났다, 미니멀 룩은 끝났다, 올드머니 룩은 끝났다, 롱패딩은 끝났다... 그러다 몇 년 있으면 죽었던 애들이 화려하게 부활하더라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우중충한 월요일에 큰 웃음 주시네요. 이 포스트 저장해두고 울적할 때 보면 효과있을듯. 주목도가 높아지는 효과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나도 본격적으로 써볼까.. 야, 그거 끝났어! - 하지만 나는 주목도를 싫어하는 사람..) 저는 부동산이나 증시 뉴스 제목에서도 많이 본 것 같아요. 강남 불패 신화 끝났나? 뭐 이런거? 후쿠야마는 자신이 틀렸다고 인정했으니 까방권 드리는 걸로..^^;;
뭐가 끝났다고 해서 가장 주목을 많이 받은 사람이 후쿠야마 같아요. 제러미 리프킨 같은 선배가 있긴 하지만. (저는 진심으로 ‘~의 종말’ 하는 책 제목과 ‘○○○○년, ~가 시작된다’ 하는 영화 포스터 문구가 동급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경제부 기자들의 ‘끝났나’ 기사는 근거는 불충분하지만 눈길을 끌어보겠다는 의도가 그런대로 순진하게 드러나는 거 같은데 패션지 에디터들의 ‘끝났다’ 선언은 그에 비해 ‘아직도 그거 계속 입고 다녀?’ 하는 느낌이어서 보다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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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믐,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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