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2. <경제학자의 시대>

D-29
@푸름 @롱기누스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6장에서 예를 들었던 항공 산업처럼 특정 산업의 규제 완화는 몇몇 기업과 그에 소속된 노동자가 누리던 독점적 지위를 흔들게 되고, 그렇게 경쟁에 노출된 기업은 노동자의 급여 삭감 같은 비용 절감을 모색하게 되겠죠. 해당 산업의 노동자의 급여는 낮아지게 되고요. 대체로 그런 상황에서 (특히 경영진 대우가 후한 미국의 특수성까지 감안하면) 경영진 급여는 안 낮아지거나 오히려 높아지면서 생기는 상황을 통계가 보여주죠.
@YG 님의 명료한 해석이 훨씬 이해가 잘 되네요.. 감사합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져서 기업이 비용 절감을 모색할 때 경영진 임금이 줄지 않거나 높아지는 이유는 기업 내 임금 재조정 작업을 경영진이 하기 때문일까요? (즉 임금 재조정 작업을 경영진이 악용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 더 유능한 경영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필연이라는 식으로 설명할 수도 있을까요? 혹은 1980~2017년 사이 미국의 경영진 평균 보수가 올라갔고 항공업계 경영진의 보수도 그 때문에 올라간 것이지 항공업계 규제 완화와는 별 관계가 없는 걸까요?
소비자후생 증대와 특정업계 종사자들의 지위 하락이 충돌할 때 논의의 기준이 되는 원칙 같은 게 있는지도 문득 궁금해집니다. 변호사 수가 늘어서 변호사의 수입이 낮아지는 대신 법률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접근이 쉬워지는 것, 수입 소고기 관세를 낮춰서 축산농가가 타격을 입는 대신 소고기 값이 낮아지는 것, 두 가지에 다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있을까요? 그냥 국회 의석 수와 관계있는 문제일까요?
저도 댓글 달면서 잠시 고민을 했었는데요. 1980년대 이후에 미국 기업에서 노동자 평균 임금은 정체되는 반면 CEO를 포함한 경영자의 연봉이 올라가는 전반적인 경향이 있다는 연구는 다른 책에서도 여러 번 봤었어요. 그런 전체적인 경향이 특정 산업의 규제 완화와 맞물리면서 좀 더 극적으로 책에서 제시된 통계 결과로 나타난 걸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경영진 처지에서도 좀 더 유능한 경영 능력에 대한 보상은 높은 연봉을 요구할 아주 중요한 근거가 될 테고. 그들은 그 유능함을 보여주기 위해서 인건비를 더욱더 가혹하게 삭감할 테고.
저는 이 대목에서 저자가 주장하려는 논지는 찬성하고 같은 문제의식을 품고 있는데, 승무원 평균 소득이 낮아졌다는 부분은 조금 정밀하게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 승무원이 지상 승무원과 기내 승무원을 합한 개념인가, 기내 승무원만 가리키는 말이라면 조종 승무원도 포함하는 개념인가, 객실 승무원만 이야기하는 것인가, 항공업계의 총 고용은 늘었나 줄었나 등등. 1980년~2017년이면 기내 승무원 중 고소득 전문직이었던 항법사와 항공기관사가 GPS와 항공기기 자동화로 사라진 시기이기도 하거든요. 또 항공기가 대형화된 시기이기도 했는데 조종사 수 대비 객실 승무원의 수가 많아지면 전체 기내 승무원 평균 임금은 떨어질 테고요. 의사 수가 그대로인 상태로 간호사 수가 늘어나면 의사와 간호사 누구의 연봉도 줄지 않고 고용도 늘어났음에도 의료업계 종사자 평균 임금은 떨어지는 것처럼요.
@장맥주 말씀을 듣고 보니, 규제 완화로 항공 산업 규모가 커지고 총고용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을 가능성이 큰 서비스 종사 승무원의 비중이 늘어난 결과로 볼 수도 있겠네요. 이렇게 얘기를 나누다 보니, 항공업계가 앞으로 인공지능(AI)이나 로봇이 산업계 전반에 도입되었을 때의 한 경향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참, 『권력과 진보』 서평 잘 읽었습니다. 9월에 함께 읽으실 걸 그랬어요. :)
오, 그럴듯한 분석입니다. 규제 완화→고용이 증가하기는 하되 상대적으로 저임금 노동에 대한 고용이 더 많이 증가→업계 평균 임금 하락. 실제로 미국 항공업계에 그런 현상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경영진 보수가 과한 것 같지만요. AI 도입과 연관지어 생각해봐도 정말 의미심장하네요. 항법사, 항공관제사는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데 객실 승무원은 대체할 수 없고, 대형 호텔의 재무팀장은 소프트웨어로 대체되는데 룸메이드는 남고... 덕분에 좋은 책 소개 받아 잘 읽었습니다. 저도 뒤늦게 "권력과 진보" 읽으면서 그믐에서 같이 읽었으면 좋았겠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때 제가 가파도에 있어서 짐을 더 늘리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비공개 녹음 사료에서 알프레드 칸은) 저는 화물 운송 노동조합원이 더 궁색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자동차 산업 노동자가 더 가난해졌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몰인정하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다소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저는 경쟁을 배제한 산업계에서 보호 받는 특정 노동자들이 자신의 능력이나 자유 시장의 역할과 상관없이 평균보다 임금을 훨씬 빠르게 올릴 수 있는 상황을, 그리고 그렇게 임금을 올리면서 다른 노동자를 착취하는 상황을 일소하고 싶습니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308-309쪽,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푸름 @롱기누스 이전 단락의 알프레드 칸 얘기까지 염두에 두면 저자의 서술의 맥락을 따져볼 수 있습니다.
@푸름 @롱기누스 사실 국내에서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비웃음을 받곤 합니다만, 경제학계 한쪽에서는 '최저 임금 제도'의 쌍으로 '최고 소득 제도'를 얘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해당 기업의 노동자 평균 임금에 맞춰서 최고 경영자를 포함한 경영자의 급여에 상한을 두자는 발상이죠. 경영자의 경영, 조직, 혁신 능력에 어느 정도의 대가를 지불할지는 아주 복잡하게 논의할 문제입니다만, 국제노동기구(ILO)의 이상헌 국장(경제학자)님께서 자신의 책(『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에서 최고 소득 제도를 소개하면서 이런 통계(기억에 의존해서 정확하지 않습니다)를 제시한 적이 있어요. 도요타 같은 일본 기업은 노동자 평균 임금의 5배 수준이 경영진의 급여라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은 앞에서 화제가 된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보다 훨씬 더 크죠. 이상헌 국장은 이렇게 묻습니다. "과연 도요타 같은 일본 기업 경영진이 미국 기업의 경영진보다 경영, 조직, 혁신 능력이 떨어져서 급여가 저렇게 낮을까?"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 - 국제노동기구(ILO) 이코노미스트 이상헌이 전하는 사람, 노동, 경제학의 풍경국제노동기구(ILO) 사무차장정책특보이다. 저자는 노동 경제학을 전공했고 그 인연으로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첫 직장이라고 여겼으나 자칫 마지막 직장이 될까 ‘걱정’하고 있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국제노동기구(ILO)에서 고용정책국장으로 일하는 이상헌이 치열한 숙고와 엄격한 응시를 대동한 채 이런저런 지면에 꾸준하고도 찬찬하게 써온 글을 한데 모았다. 총 6부로 구성된 책은 ‘이 나라’의 일하는 삶을 구석구석 돌아본다.
최고경영진(임원진)과 노동자 평균임금간의 차이는 앞으로 활발하게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삼성 임원진들의 회사에 대한 기여가 평균 근로자들 보다 45배 높은 가치가 있을까? (2021년 삼성전자 임원진과 근로자의 임금차이 45배)를 질문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223091400003
2020년에 정의당의 총선 공약이었어요. 그 몇 년 전에 심상정 의원과 예능 프로그램을 같이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최고임금제를 두고 가볍게 논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프로스포츠 선수 연봉도 그렇게 제한을 둘 수 있을까요, 하고 질문을 했더랬습니다. 방송에는 안 나왔던 거 같아요. ^^;;;
맞아요. 정의당 총선 공약이었는데 엄청 까였던 걸로 기억해요. 저는 스포츠 선수의 연봉도 (비록 한시적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높지 않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냥,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해봤던 기억이 납니다. 창업이나 스타트업 혹은 혁신을 통해서 기업을 도약시킬 때의 경영진의 보상은 위험을 감수한 혁신에 대한 보상이니 최대한 보장하되, 유지 관리가 그 주 업무인 경영진에 대한 보상은 적정 수준의 상한을 둬야 하는 게 아닌가. 사실 이런 차이가 있어야 좀 더 유능한 '기업가 정신'을 가진 이들이 안주하지 않고 창업이나 혁신에 나서서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도 같고요.
저도 스포츠 선수의 연봉이나 기업 경영진의 연봉이 최저임금과 이렇게 차이가 벌어져도 괜찮나, 이런 불평등이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생각은 종종 합니다. 그런데 종종 그런 수입 차이가 시장에서 자연히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고(프로야구 선수가 거래되는 트레이드 시장도 있고 투자은행 임원이 거래되는 노동시장도 있고, 거기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연봉이 정해지는 것 아닐는지요), 단순 규제는 반드시 부작용을 일으킬 거 같아서 솔직히 갈피를 못 잡겠습니다. 시장이라는 제도 자체가 어떤 지점에서 탐탁지 않습니다.
여러분 7장 읽으실 때 후주 27번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저는 이런 아이러니야말로 세상의 중요한 진실이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선/악, 정의/부정의 같은 이분법에 경기를 일으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최근에 산문집 서문을 쓰면서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들을 생각해봤는데 이런 것들이었어요. 개인은 중요하다, 세상은 복잡하다, 사실이 믿음보다 중요하다. 여러 딜레마와 아이러니들을 접하고 정리하게 된 나름의 결론이었어요.
닉슨이 환경 보호에 남긴 중요한 유산은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의욕을 불러일으킨 자연에 대한 사랑에 그 뿌리를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환경 문제에 대한 최측근 조언자들 사이에서 닉슨은 자연을 거의 즐기지 않았다는 데에 의견이 대개 일치한다. 대다수 국내 정책 쟁점과 마찬가지로 닉슨의 계산은 정치적이었다. 헐뜯자는 의미가 아니다. 닉슨은 사람들이 규제를 더 원했기 때문에 규제를 지지했다. 대립하는 이해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균형을 잡으려 노력했다. 닉슨은 기업 경영진에게 자신을 그들 편이라고 설득하려 애썼다. 헨리 포드 2세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규제) 조치를 미루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 환경을 보호하는 데에 많은 일을 했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669쪽,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B/C분석을 하는 사람으로 7장이 주는 의미는 저에게 무척 크게 다가왔습니다. B/C분석의 태생(기본 전제)이 주관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이것이 여러단계의 과정을 거치면서 비용과 편익을 계산하기 위한 주관적인 부분이 희석되고 결국 숫자로 보이는 객관성만 부각되는 현상을 볼 때, 이것은 전문가의 판단(분석)이 이용 가능한 하나의 옵션이지 보증이 아니라는 것을 잘 드러내주는 부분이었습니다.
경제 규제는 공화 정체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1789년 재무부를 신설하는 법령을 제정하기 직전 의회에서 열한 번째 법을 통과시켜 연안 무역을 미국인이 건조하거나 소유한 선박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100년이 지난 1887년에 철도 규제 기관이 창립되면서 강도 높은 규제의 시대가 새롭게 열렸다. (……) 연방법 때문에 은행은 주 경계선을 넘어 운영하지 못했으며 15개 주 정부는 은행이 지역 경계도 넘지 못하도록 막았다. "6개들이 62개 잼 상자 대 미국"소송에서는 연방 대법원이 '잼'의 의미까지 규정했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p. 281 ch.6 규제로부터의 자유,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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