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열심히 읽고 계시는 이 와중에 저는 또 3월에 함께 읽을 벽돌 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1. 빈야민 애펠바움이 『경제학자의 시대』의 결론 '나오는 말'에서 인상적으로 인용하고 있는 경제학자 앨버트 허시먼(1915~2012)이 있습니다. 허시먼의 가장 유명한 책은 애펠바움도 인용하고 있는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1970)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은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1991)입니다. 전자의 원제는 <Exit, Voice, Loyalty>, 후자의 원제는 <The Rhetoric of Reaction>입니다.
허시먼은 저개발국이 성장하려면 균형 성장에 집착하기보다는 특정 산업, 특정 지역에 힘을 실어주는 불균형 성장이 현실적인 접근이라는 '불균형 성장' 이론의 제안자로 유명합니다. 사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경제 성장에 성공한 후발국은 허시먼의 존재를 알았든 몰랐든 그의 견해를 따른 셈입니다. 그런 불균형 성장의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가 바로 한국이고요.
그런데, 이 허시먼이 정말 문제적이고 매력적인 인물이었어요. "사상적 뿌리가 마르크스주의에 닿아 있음에도 공산주의적 유토피아에 동조하지 않았고, 제3세계에 파견된 '외국인 전문가'였지만 '외국인 전문가'의 과도한 역할을 비판했으며, 시장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음에도 시장 만능주의에 휩쓸리지 않았고, 경제학자이면서도 그 경계 안에 안주하지 않은 20세기 지성사의 특별하고 비범한 존재."
바로 이 "특별하고 비범한 존재"의 삶을 펼쳐 놓은 책이 바로 『앨버트 허시먼: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부키)입니다. 이 평전은 개인적인 뒷얘기도 있어요. 2014년에 1년쯤 미국에서 연수할 때 원서를 접하고 나서, 허시먼 팬이라서 국내에서 꼭 이 책이 번역되어서 나왔으면 싶더라고요. 그래서 몇몇 출판사 대표, 편집자 선생님께 이 책을 소개하는 메일을 써서 드렸는데, 그걸 한 출판사 대표께서 좋다고 하셔서 책이 나오게 되었죠. ("팔릴 것 같지는 않지만, 허시먼도 알려야 할 분이고 또 강 기자가 그렇게 좋은 책이라고 하니.")
1분기 전체를 경제학 언저리의 벽돌 책(1,250쪽)에 할애한다는 생각. 또 20세기를 앨버트 허시먼이라는 비범한 인물의 삶을 통해서 한 번 정리해보자는 생각이라면 『앨버트 허시먼』이 하나의 선택지입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선택지는 과학 책과 소설인데. 그건 나중에 시간 날 때 또 올릴게요.)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 퇴보하는 기업, 조직, 국가에 대한 반응'이탈, 항의, 충성심' 이 세가지 개념을 통해 다양한 조직들의 퇴보 상황을 해부하면서, 동시에 이러한 개념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다양하게 변용 가능한지 그리고 이들을 겸용 내지 혼용할 때 실제 의도와 얼마나 다른 역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 세상을 조종해온 세 가지 논리세계적인 석학이자 전방위적인 학자 앨버트 O. 허시먼이 분석한 보수의 수사학. 18세기 프랑스 혁명의 성공과 인권선언, 19세기 보통 선거권의 도입, 20세기 복지국가의 수립까지, 다양한 역사적 사례와 유명한 논쟁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하여 변화에 ‘반동(react)’하고자 하는 세 가지 논리를 추출해낸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대공황과 파시즘, 혁명과 전쟁, 경제개발과 독재 등 20세기를 특징짓는 온갖 격동의 현장을 온몸으로 겪어낸 바로 이 '숙고하는 활동가'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던 앨버트 허시먼의 치열한 지적.실천적 여정을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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