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2. <경제학자의 시대>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들 열심히 읽고 계시는 이 와중에 저는 또 3월에 함께 읽을 벽돌 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1. 빈야민 애펠바움이 『경제학자의 시대』의 결론 '나오는 말'에서 인상적으로 인용하고 있는 경제학자 앨버트 허시먼(1915~2012)이 있습니다. 허시먼의 가장 유명한 책은 애펠바움도 인용하고 있는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1970)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은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1991)입니다. 전자의 원제는 <Exit, Voice, Loyalty>, 후자의 원제는 <The Rhetoric of Reaction>입니다. 허시먼은 저개발국이 성장하려면 균형 성장에 집착하기보다는 특정 산업, 특정 지역에 힘을 실어주는 불균형 성장이 현실적인 접근이라는 '불균형 성장' 이론의 제안자로 유명합니다. 사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경제 성장에 성공한 후발국은 허시먼의 존재를 알았든 몰랐든 그의 견해를 따른 셈입니다. 그런 불균형 성장의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가 바로 한국이고요. 그런데, 이 허시먼이 정말 문제적이고 매력적인 인물이었어요. "사상적 뿌리가 마르크스주의에 닿아 있음에도 공산주의적 유토피아에 동조하지 않았고, 제3세계에 파견된 '외국인 전문가'였지만 '외국인 전문가'의 과도한 역할을 비판했으며, 시장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음에도 시장 만능주의에 휩쓸리지 않았고, 경제학자이면서도 그 경계 안에 안주하지 않은 20세기 지성사의 특별하고 비범한 존재." 바로 이 "특별하고 비범한 존재"의 삶을 펼쳐 놓은 책이 바로 『앨버트 허시먼: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부키)입니다. 이 평전은 개인적인 뒷얘기도 있어요. 2014년에 1년쯤 미국에서 연수할 때 원서를 접하고 나서, 허시먼 팬이라서 국내에서 꼭 이 책이 번역되어서 나왔으면 싶더라고요. 그래서 몇몇 출판사 대표, 편집자 선생님께 이 책을 소개하는 메일을 써서 드렸는데, 그걸 한 출판사 대표께서 좋다고 하셔서 책이 나오게 되었죠. ("팔릴 것 같지는 않지만, 허시먼도 알려야 할 분이고 또 강 기자가 그렇게 좋은 책이라고 하니.") 1분기 전체를 경제학 언저리의 벽돌 책(1,250쪽)에 할애한다는 생각. 또 20세기를 앨버트 허시먼이라는 비범한 인물의 삶을 통해서 한 번 정리해보자는 생각이라면 『앨버트 허시먼』이 하나의 선택지입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선택지는 과학 책과 소설인데. 그건 나중에 시간 날 때 또 올릴게요.)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 퇴보하는 기업, 조직, 국가에 대한 반응'이탈, 항의, 충성심' 이 세가지 개념을 통해 다양한 조직들의 퇴보 상황을 해부하면서, 동시에 이러한 개념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다양하게 변용 가능한지 그리고 이들을 겸용 내지 혼용할 때 실제 의도와 얼마나 다른 역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 세상을 조종해온 세 가지 논리세계적인 석학이자 전방위적인 학자 앨버트 O. 허시먼이 분석한 보수의 수사학. 18세기 프랑스 혁명의 성공과 인권선언, 19세기 보통 선거권의 도입, 20세기 복지국가의 수립까지, 다양한 역사적 사례와 유명한 논쟁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하여 변화에 ‘반동(react)’하고자 하는 세 가지 논리를 추출해낸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대공황과 파시즘, 혁명과 전쟁, 경제개발과 독재 등 20세기를 특징짓는 온갖 격동의 현장을 온몸으로 겪어낸 바로 이 '숙고하는 활동가'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던 앨버트 허시먼의 치열한 지적.실천적 여정을 추적한다.
2번, 3번 다 보여 주세요. 경제 너무 힘들어요 하하하하하핫^^;; 저 책은 이번 책보다 어려운가요, 쉬운가요? (하지만, 과학도 만만치 않으리라 예상해본다) 저 방금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책 보다가 번역자를 강양구로 잘못 봤어요 ㅠㅠ
오, 근데 <앨버트 허시먼> 목차 보니 관심 좀 생기네요?
이번 책보다 읽기 쉬어요. 기본 평전이잖아요!!!
3월책으로 허시먼 평전 찬성합니다.^^ <정념과 이해관계>까지 번역된 허시먼 책들 읽어보고, 허시먼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평전 읽어보고 싶었는데, 너무 두껍고 비싸서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요. 이번 기회에 읽어보고 싶네요!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도 올해 안에 읽어보고 싶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소피아 님이 재촉하셔서 점심 시간에 추가로 3월 벽돌 책 후보 두 번째. 2. 3월 벽돌 책 두 번째 선택지는 리사 펠드먼 배럿의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생각연구소, 2017)입니다. 원서는 How Emotions Are Made. 원서가 2017년에 나왔는데 거의 바로 번역이 되어서 나왔어요. 출판사로서는 상당히 무리해서 낸 책일 텐데, 정작 시장에서 반응은 별로였어요. 리사 펠드먼 배럿(1963년생)은 21세기 들어서 주목받은 심리학자와 뇌과학자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는 특히 뇌과학(신경 과학) 필드에 있는 과학자 가운데 드물게 뇌과학의 성과와 한계 사이의 균형을 강조해온 이로도 유명한데요. 그런 균형 잡힌 견해가 담긴 핸드북 형식의 뇌과학 소개서가 은근히 독자를 많이 만난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더퀘스트, 2021)입니다. 원서는 Seven and a Half Lessons About the Brain(2020). 이 책은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도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배럿의 가장 중요한 연구 테마 가운데 하나는 감정이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입니다. 특히, 배럿은 이 책에서 과학책 좀 읽은 사람이라면 제목이나 이름을 들어본 적 있을 『표정의 심리학』(바다출판사)의 저자 폴 에크먼과 그로부터 시작한 ‘표정으로 감정을 읽을 수 있다’는 주류 이론을 깨야 할 신화-사이비 과학으로 간주하고 공격하면서 자신의 감정 이론을 세웁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배럿의 연구 테마를 상세하게 정리하고 대중적으로 소개한 책이랍니다. 701쪽(다행히 본문은 500쪽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최신 뇌과학 이론을 소개하는 과학책이라서 당연히 읽다가 덜컹거리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우리가 누구나 그 정체를 해명하고 싶어하는 감정에 대한 가장 과학적이면서 철학적이고 심지어 사회과학적인 내용이 종합된 책입니다. 누가 저한테 최근 10년간 읽은 과학 특히 뇌 과학책 가운데 가장 중요한 책을 딱 한 권만 꼽으라면, 저는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꼽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온갖 뇌 과학책 중에서 진짜고 뭐고 가짜가 뭔지 가늠할 수 있는 통찰력이 생깁니다. 꼭 읽어야 할 중요한 책이죠. 이 좋은 책을 혼자만 알고 있을 수는 없으니 올해(2024년) 안에 벽돌 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에는 꼭 읽으려고 했답니다. 3월에 안 읽어도 계속 따라오시면 언젠가는 읽을 책입니다. :)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심리학과 인지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저자는 의학, 법률 제도, 자녀 양육, 명상, 심지어 공항 보안 분야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감정과 마음과 뇌에 관한 새로운 과학이 밝혀낸 연구 성과와 함께 감정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 뇌가 당신에 관해 말할 수 있는 7과 1/2가지 진실뇌가 어떻게 생겨났으며 왜 중요한지, 그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으며 어떻게 다른 뇌와 함께 작동해서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지 설명하기 위해 지금까지 과학이 내놓은 성과 위에서 최선의 과학적 시선으로 뇌를 살펴본다.
헉, 이렇게 바로 올리시면 제가 너무 죄송해서..그것도 소중한 점심 시간을 쓰시게 만드는 만행을 제가 저질렀네요 ㅜㅜ 두 권 모두 좋습니다. 저,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은 가지고(만) 있어요.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하기 전에 읽어보면 도움이 되겠죠? 사실, <경제학자의 시대>는 읽기 어려운 책은 아닌데, (다른 분들은 말씀이 없으신데, 저만 징징거리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배경지식이 충분해야 저자의 논리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각 장의 주제들은 모두 흥미로운 데 말입니다.
이 책에서 비판하는 의제 대부분이 지금은 (우리는 아니더라도) 사회 전체적으로는 상식처럼 받아들이는 게 대부분이어서 이 책의 논리와 근거의 흐름을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균형추를 잡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해봐요. (제가 이 책을 함께 읽자고 제안했던 이유도 하나이고요.)
사실 저는 다음 벽돌책으로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선호하긴 한데 앨버트허시먼도 좋습니다. 독서모임의 묘미가 관심 없던 좋은 책을 읽어보는것도 있으니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내일 수요일(2월 14일)은 5장 '우리가 믿는 기업 품 안에서'를 읽습니다. 5장에서는 미국의 강력했던 반독점법이 어떻게 무력해졌는지, 그리고 반독점법이 무력해지는 과정에서 사법부에 시장 중심 경제학이 침투하는 과정을 살핍니다. 저는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흥미로웠어요. 그때 경제학의 사도가 되는 사법부 수장 상당수가 미국의 대법관으로 유명한 이들이라서 더욱더 그랬답니다.
‘미워도 다시한번’은 영화제목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문장이 아니었다. 미국에서는 감세정책이 ‘효과가 없어도 다시 한 번’을 시도했으며 이는 정치적 승리는 가져왔을지 몰라도 경제는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나는 이번 장을 읽으면서 감세의 부작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감세정책은 경기를 부양시킨다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2.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욱 심화시킨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의 성장동력이 꺼지는 원인이 될 것이고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이 커지게 되어 여러가지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3. 장기적인 경제발전 측면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감세는 정부의 지출 감소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에 교육, R&D, 사회간접자본투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 아이러니라고 해야할지 아닌면 슬픈 현실이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책에 따르면 부유하지 못한 다수 미국인이 소극적 과세분배 정책(부자와 빈자 사이의 차이를 줄이는 정책)을 지지했다는 점이라는 것.
차이를 늘리는이 아닐까요; 저도 그 대목을 보고 계급배반투표 격이네 했습니다 ㅠ @소피아 징징거리는 거 진짜 싫어하지만 저도 여기서 옴팡했던 것 같네요 😢
20세기 중반 동안 정부는 소득세 과세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경제 불평등을 바로잡았다. 과세는 가장 높은 태산을 매우 낮게 밀어내고 가장 낮은 언덕을 약간 높게 쌓아 올리는 불도져였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P. 211.,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케인스주의자는 인플레이션이 많은 잠재적 원인과 숱한 잠재적 해결책을 지닌 복잡한 현상이라고 보았다. 정부 지출이 지나쳤기 때문일 수도 있고 석유 공급이 급작스럽게 감소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노조가 임금을 더 인상하라고 압박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각 원인마다 그 나름의 해결책이 있었다. 이와 달리 프리드먼이 바라보는 관점은 아주 단순했다. 정부가 통화를 지나치게 많이 발행하여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유통되는 통화량 증가 속도가 경제 성장 속도보다 빨랐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통화 발행을 줄여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다. 1948년 프리드먼은 시카고 대학의 다른 경제학 교수 7명과 함께 《뉴욕타임스》에 서한을 싣고 물가 상승의 "주된 원인"은 미국 내에서 유통되는 통화량이 1939년에서 1948년 사이 약 3배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점은 통화주의라고 알려졌다. 프리드먼은 훗날 이 이론을 다음과 같은 유명한 표현으로 요약했다.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통화 현상이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p. 114-115 ch. 2 프리드먼 vs 케인스,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1960년대 말 연방 경제 정책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기꺼이 감수하더라도 미국인의 일자리 보장에 초점을 뚜렷이 맞추었다. 1980년대 초 즈음 연방 경제 정책은 일자리를 희생해 가면서까지 인플레이션 억제에 초점을 뚜렷이 맞추었다. 온 세계를 휩쓴 이 변화는 프리드먼이 남긴 가장 중요한 유산이었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p. 125 ch. 2,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혹시 180쪽 [공급중시 경제학에는 다행히도 한 쌍의 성인 보스웰이 광휘를 두르고 등장해 먼델이 미국에서 자신의 이론을 납득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라는 문장이 무슨 뜻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는 분 계실까요? 174쪽의 성 세바스티아누스 비유와 이어지는 유머인가요?
오. 제가 읽을때는 래퍼가 공급중시 경제학 수호자였다 뭐 이런뜻인가보다 대충 넘어갔는데 궁금해졌습니다. 원서가 없어서 스펠링은 모르겠는데 '성인st. 보스웰'은 아무리 찾아봐도 연결이 잘 안되고(되나요? 스코틀랜드국경쪽 마을 이름이자 별로 안 유명하신? 성인이시던데..), '보스웰' 사전 찾아보니 이런뜻이 있어서.. 두번째 뜻으로 쓰인게 아닐까요?(devoted admirer, supporter) 제임스 보스웰이란 사람이 굉장히 유명한 전기작가(새뮤엘 존슨 전기작가) 인데, 엄청 자세하게 잘 써서 이런 말이 유래했나봐요. 유명한 용례로는 홈즈가 왓슨에게 "I am lost without my Boswell."라고 했다는 대사가 있다네요. :) 흑. 이 모임이 너무 고마워서 어떻게든 도움되려는 뇌피셜인데.. 맞는 내용이 아니었거나 다 아는 내용이었다면.... 그믐은 댓글 삭제되지 않으니 그냥 흑역사로 남기죠....ㅋㅋ 😭
아, 감사합니다. 그런 전기 작가가 있었군요. 전 몰랐어요. 저자가 보스웰이라는 이름으로 말장난을 친 거 같은데 미국 사람들은 다 알아듣는 건가 싶기도 하네요.
그러게요. 저도 찾아보느라 재미있고 하나 배웠어요. 유익한 질문 해주셔서 감사해요~~!!♡
어휴, 제가 감사합니다. @모시모시 님 아니었다면 찜찜하게 뜻 모른 채로 영영 넘기고 말았을 겁니다. 궁금한 거 생기면 또 여쭤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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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믐,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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