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자신이 가진 기술이나 능력보다 말에 주의해야 한다. 현실은 그닥 바뀌지 않는다. 모든 것은 그저 말로 전달될 뿐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분지의 두 여자』 p.49, 강영숙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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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디에
살면서 사랑했던 것들을 잃게 되는 것도 인간 삶의 본질이다. 아무도 그것을 피할 수는 없다.
『분지의 두 여자』 p143, 강영숙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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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
다들 불안을 감추고 있을 뿐, 자신이 하려고 하는 일의 파장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다. 모두들 질주할 뿐이다.
『분지의 두 여자』 p.163, 강영숙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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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디에
둘이 함께 있을 때 고통이 반으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두 배로 는다. 그들은 서로를 소외시킨다. 최소한의 자기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분지의 두 여자』 p153, 강영숙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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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디에
180쪽까지 읽었 습니다.
이번 분량에서는 진영과 샤오가 대리모가 된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특히 가장 소중한 두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진영의 죄책감과 자책감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는데요, 저 역시 이규처럼 진영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자신의 삶에서 가장 의미있었던 일을 다시 하고 싶다는 진영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는 어렴풋하게나마 짐작이 됩니다.
불법, 합법을 떠나서 진영과 샤오에게 아무런 해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어서 읽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은행나무
안녕하세요! 다들 주말은 잘 보내셨나요? 저는 친구도 만나고 공부도 하면서 바쁘게 보냈습니다. 물론 책도 읽었고요. 요즘 저는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고 있는데요. 지하철에서 서있을 때나, 책을 들고 외출할 수 없을 때 이용하기 좋더라고요! 다들 종이책과 전자책 중 어떤 것을 선호하시는지 궁금하네요. 《분지의 두 여자》는 그래도 가벼운 편이라 들고 다닐 만하지만요!
북클럽 진도를 쭉 따라오셨다면, 지금쯤은 진영과 샤오가 무사히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에 주목하게 될 텐데요. 대리모가 되기로 선택하며 그들이 겪어야만 했던 여러 고난을 떠올려보게 됩니다. 아이를 낳는 당사자이지만 산모의 안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고, 아이를 낳은 이후에는 어떤 요구도 할 수 없는 것 등등이요. 생명을 잉태하는 과정에서마저 인간 개개 인에 대한 존중이 부재하는 것을 보여주죠.
이런 일련의 이야기 속에서 여러분이 느낌 감정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분노일 수도 있고, 혹은 무력감일 수도 있고요! 감상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
문지
진영과 샤오의 이야기를 읽으며, 앞선 장면들이 떠올랐어요. 인간의 욕망에 의해 생산되고 소비되어진 물건들은 어느새 쓰레기 더미를 이루고, 인간의 식탐을 위해 길러진 닭들이 바이러스로 인해 살처분되는 장면들이요. 진영과 샤오, 그리고 B클리닉과 연결된 이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행해지는 일들은 마치 알과 고기를 위해 길러지는 닭과 대비되어 , 제발 쓰레기처럼 버려지지 않기를, 하면서 읽게 되었어요.
은행나무
처음 이 《분지의 두 여자》를 읽을 때 조마조마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읽은 기억이 나요. 불길한 징조가 이곳저곳에서 보이고 있는데 말이죠. 문지 님의 댓글을 읽으며, 저만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삼색볼펜
저도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고 있는데 만족해요. 좋은 책들이 많이 올라와서 즐겨읽곤 합니다. 전자책으로 읽으면 집에 책들이 안 쌓여서 더 좋기도 하지만 종이책이라는 물성의 매력을 무시할 수 없어서 전자책으로 먼저 읽고 소장하고 싶은 책은 종이책으로 사놓아요.
진영은 자신에게 유전자적 결함이 있다는 게 밝혀지고 난 뒤에 더이상 자신이 잉태한 아이가 부모들이 원하는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물론 진영도 아기를 원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진영도 아기도 버려집니다. 샤오 또한 임신 중 수술을 받아야 할 처지임에도 부모들은 아픈 대리모에게 돈을 쓰고 싶어하진 않습니다.
클라이언트들이 절대적으로 건강한 아기만을 욕망한다는 점. 예 쁘지 않거나 건강하지 않은 아기는 버려지고 대리모는 이들에게 돈을 주고 사는 인공자궁일 뿐이네요. 이들은 흔한 분노유발자들 같이 여겨졌고..
진영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했어요. 잉태의 행위를 자신의 상실을 보상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 같았고, 막상 아기가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자신의 생명 또한 위태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진영이 자신의 행동의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누구를 구하게 될지, 이 선택이 윤재를 잃은 것과 어떻게 연결될지도 궁금했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소위 배웠다는' 사람들이 생명을 대하는 면모를 바라보는 시선이 흥미로웠습니다.
은행나무
한동안 구독하다가 종이책에 끌려 취소했었는데요, 최근에 다시 가입해보니 좋은 책들이 많더라고요! 틈틈이 독서하고 싶은 분들에게 좋은 것 같습니다.
삼색볼펜 님이 댓글로 남겨주신 것처럼 이 소설에서 대리모는 아이를 낳아주는 수단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자의로 대리모를 택한 사람이어도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순 없고요. '배움' 또한 임신할 자격의 척도가 되어버리니 말입니다. 또, 소설에서는 대리모에게 한정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듯하지만, 넓게 보아 사회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는 기시감마저 들었던 것 같습니다.
myoong
저는 그래도 종이책이 더 좋은거 같아요 전자책 간편하지만 독서를 일상처럼 하는 습관이 들어있지 않아서ㅎㅎ 분지의 두 여자는 두껍지 않아서 가방에 넣어다니기 좋아요~
필요 여부에 따라 물건과 생명 무엇이든 그 가치가 쉽게 결정되는거 같아요. 필요가 없어지니 쓰레기만도 못하게 된 아기.
소중하고 소중했던 것이 얼마나 쉽게 버려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어요
문지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고 싶어서 수차례 도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책'인데요, 아무리 줄이려고 해도 늘 쌓여만 가는 책을 보면 전자책으로 갈아타야지!를 결심하게 되지만 종이책 물성이 주는 매력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제가 전자책을 이용하는 순간들이 있는데, 일하다 몰래 책을 읽고 싶을 때! 대중교통으로 이동할때에요. 그래서 종이책과 전자책 둘 다 포기 못한다는!
호디에
마지막장을 향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인물을 대상으로 하는 감정은 완독 후로 미뤄둘게요.
전 민준의 불안과 두려움에 이입했어요.
물건도 감정도 과잉인 세상에서 버리는 게 너무 쉬워진 요즘, 인간이 동물도 모자라 인간까지 버리려든다는 말에 씁쓸했습니다. 생각 해보니 민준, 진영, 샤오는 그 맞은편에 서 있는 사람들 같아요. 버리지 못하고, 잊지 못하고, 그래서 상처가 큰 사람들. 쓰다보니 서글프네요.
은행나무
호디에님 정말 얼마 안 남았습니다! 곧 완독을 기념하여 책에 대한 전반적인 소감을 나누는 날도 있으니 그때 많이 이야기 나눠봐요! 책을 읽으며 무언가를 손에 넣는 것도, 손에서 놓아버리는 것도 쉬워진 상황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이 있을지 궁금했던 기억이 나네요. 호디에님 댓글 중 각각의 인물들이 그 반대에 있는 것 같다는 부분이 참 좋습니다. 저도 갑자기 띵-하면서 씁쓸한 마음이 들었어요.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은행나무
안녕하세요 편집자입니다. 진도에 따라 읽고 계시다면 이제 곧, <분지의 두 여자>를 완독하실 수 있으실 텐데요. 이번 독서 범위에는 책의 뒤표지를 장식했던 문장이 들어 있어 이것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곳에 버리고 갈 수도 있다. 많은 생활쓰레기와 동물 사체 들이 산처럼 쌓인 이곳에, 쓰레기 매립지에 아기를 버리고 가면 그만이다. 내 아기도 아니다. 아기는 어떻게든 될 것이다. (중략) 쓰레기 매립지 너머로 해가 넘어가려는 순간 민준은 아기 바구니를 한 번 더 내려다본다. 민준은 꿈에서 봤던, 책 표지에 새겨졌던 두 글자를 발치의 쓰레기에서 발견하고 읽는다. 바로 ‘Life’, ‘생명’이라는 글자다.(210~211쪽)"
책을 편집할 때 어떤 내용을 띠지와 표지에 담을까 고민을 하곤 합니다. 독자분들이 많이 공감할 만한, 또는 관심을 보이실 만한 문장이면서도 책의 내용을 잘 보여주는 내용을 고르고 싶다는 마음으로 책을 샅샅이 둘러보게 되는데요. 211쪽의 문장은 그런 고민 끝에 발견한 문장입니다. 민준이 꿈속에서 쓰레기매립지를 발견하고 무수한 쓰레기 사이에서 'Life'라는 글자를 발견하는 장면이에요.
저는 종종 '차마 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를 정의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곳에 아이를 버리고 갈 수 있음에도, 내 아이도 아님에도, 어쩌면 아이는 내가 아니어도 어떻게든 될 것임을 앎에도, 차마 아이를 버리지 못하는 마음. 여러가지 상충되는 면에도 불구하고, 그것이야 말로 결국 민준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들은 '차마 하지 못하는 것'이 있나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발견한 여러분의 삶의 모습이 있으신가요?
myoong
차마 하지 못하는 것..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지금에 와서 보니 제 인생 에 중대한(보편적으로) 결정들은 무작정 미뤄두기만 한 것 같아요. 어렵지 않거나 또는 남들이 정해놓은 것만 선택하면서살아오다보니 그렇게 쌓아 둔 것들이 걱정거리가 되어 아직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은행나무
myoong님의 댓글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 같은데요. 저 또한 중대한 일들을 더 들여다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는 정말 급해서 더는 외면할 수 없을 땐 결국 해낼 것이다! 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품고 있어서, 회피하는 성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 =3
호디에
제가 차마 하지 못하는 것은 피아노를 버리는 일입니다.
일곱살 무렵부터 함께 한 피아노가 있는데요, 해마다 이 피아노 앞에서 턱을 괴고 고민합니다. 올해에는 꼭 새 피아노로 바꿔야지. 그러기를 십수 년째인데요, 정말 잘 안 되네요. 저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제가 유년 시절의 추억에 많이 의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은행나무
적어도 몇십 년을 함께한 무언가가 있다는 건 정말 든든할 것 같은데요. 제가 최근에 읽고 있는 어떤 책에서 한 기사가 이런 말을 해요. 내가 동상을 만드는 이유는 세상을 떠나고 나서 남아있을 너(동료)가 그 시절을 기억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호디에 님의 피아노가 책 속 동상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피아노를 바라만 봐도, 한 시절을 떠올릴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