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곱창곱씹회가 재수사를 읽습니다

D-29
전 이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장강명작가님은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이구나. 그 탁월한 재능 위에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성실하게 취재한 결과구나. 마침 오늘 점심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중 한분과 밥을 먹었는데, "역이 글을 쓰는게 인간이 마지막까지 갖고 있는 유일한 기술일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엔 그게 글과 그림 두개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머신러닝으로 그린 그림을 보면서 창의성이 인간만의 것이라는 생각을 접게 됐다고. 결국 글만 남을것 같다고. 마침 재수사를 딱 끝내고 나가서 이런 얘기를 들으니, 더욱 공감하게 됐달까요
구성적인 측면에서 저는 약간 막히는 느낌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아무래도 범인의 비망록은 좀 안 읽히는 느낌이랄까요?
아. 그러실 수도 있을듯. 근데 전 이게 장작가님의 특기일수도 있지 않겠나 생각했어요. 스토리가 이어지는 한편과 반대편의 사변적인 서술 두쪽 모두에 '기술'이 있는?
그나저나 팀장님은 왜 안오시는겁니까?
재수사 잘 읽고 있습니다. 범인이 만만치 않은 거 같습니다. 기존 제도에 도전하는, 신계몽주의를 만들어 그것을 바탕으로 자기 주장을 전개해 나가는 것도 흥미진진합니다. 범인이 만만하면 안 됩니다. 아주 강적이어야 이야기가 매력적이게 되지요.
만만치 않죠. 자신의 논리를 쌓아가는 과정이. 피해자와 가해자 둘 모두 도스토옙스키에 끌린 것은 둘이 비슷하기 때문일거 같아요. 그리고, 현실에서 간혹 만나는 얼굴인 것 같아서 더 서늘했어요
범인 입장에서 펼치는 자신의 논리에 따르면 (우리와 같은 ism의 시스템에 살고있는)피해자인 민소림은 자신의 '사실-상상복합체'를 철저히 파괴해버린 (우리식 표현으로는 '인격살인' 정도면 적합할려나요. ) 가해자로 의식하게되니까요. 그래서 이 작품은 '죄와 벌'(도스토옙스키의 그 작품)이 던져준 의식적 의문에 자연스럽게 도달하게 유도되는데, 그순간 자칫 범인의 심리에 동조되는 일종의 '스톡홀름 증후군' 마저도 느껴지게됩니다. (작가님에게 그래서 작가님은 어떤 생각인지요? 라고 물어보면 당연히 작품을 위해서도 중의적 답변을 하실듯 예상되기에.. )개인적 바램으로는 앞으로 장강명 작가님의 작품에서 범인이 설파한 ism으로 구성된 '사실-상상복합체' 가 사회시스템로 정착해있는 어떠한 세계에서 펼쳐지는 가상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가져봅니다. 재수사 다 읽고나서도 한동안 멤돌만큼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이런 글을 작가님이 엄청 좋아하실거 같은데요. 내 의도를 알아줬구나 하는..
제가 작가님이라면.. 모든 질문과 예상 등등에 '흐흐 아니지롱' 하면서 즐길 것 같습니..... ㄷ ㄷ ㄷ ㄷ ㄷ (위성으로 가보지 못하는 곳 지리도 볼 수 있는 시대이지만 여전히 한 사람의 마음속은 알 길이 없다는건 참 매력적인것 같아요.)
새로운 두 분 반갑습니다. 전 이제 2권 돌입했네요!
전 백치는 고사하고 죄와벌도 제대로 읽지 않고 이 책을 본게 못내 아쉬웠어요. 그래서 죄와벌이나 백치를 읽어볼까 잠시 생각했지만, 지금 제 뇌세포 수준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조카에게 도스토옙스키 전집을 사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책들은 늦어도 20대에 읽어야할것 같아서요. 그런 의미에서 재수사안에서의 백치는 정말 매력적입니다.
작중에서 언급되는 도스토옙스키, 카뮈 등의 작품은 저같은 경우도 중/고등시절에 읽었던지라 그때의 기억들이 그대로 나지는 않고 큰 틀에서의 느낌으로만 남아있지만 '재수사'를 읽는데는 전혀지장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장강명 작가님이 심리서사적 설득의 작용을 위해 인용을 적절하게 해나가며 서사를 미묘하게 끌어간다는 반증이며, 조카님에게 표도르의 전집을 사주시는건... 그것을 통해 '앞으로 살아갈 주변 사회를 그리고 변화를 이해하는 시선'을 더욱 넓게 길러주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네요. 책이나 영화 음악 모형 등등 여러가지 헛짓거리를 취미라는 수단으로 즐기고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삶의 하나의 수단으로서 작용해야지 그것을 위한 목적이 되는순간 아이러니해지는 것들을 많이 경험합니다. 그나저나 저는..... 애기 조카(이제 5살...)랑 같이 드래곤볼 읽는게 하나의 목표인데..... 집안에서 만화보는 사람이 저뿐인지라 참 거시기 하네요 ㅎㅎ;;;
그런데 말입니다. 읽다보면 신계몽주의에 빨려 들지 않습니까?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자기 중심 없이 따라가다보면 어느순간 범인이 설파하는 ism에 대한 부분으로 스톡홀름 증후군 마냥 빠져드는 느낌을 받게됩니다. 그런 순간을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그래서 항상 한쪽으로 취하듯 기울지 않을려고 중심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다양하게 던지며 읽습니다... (여담이지만 법의 해석과 판결에 있어서 왜 대중들의 보편적 여론에 법의 판결은 그것보다 미약하게 작용하는가? 에 대한 부분에서 법관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보고자 하는 부분까지 이어질수도 있는데... 이런건 얘기할려면 너무 길어지기에 ㄷ ㄷ ㄷ ㄷ ㄷ)
범인이 갑자기 날뛰는 장면이 낯설긴 했습니다. 굳이 왜? 그런 생각.
저는 그게 이 작품에서 범인의 심리묘사를 잘 다룬거라 생각합니다. 심리학적인 부분에서 자기내면의 트리거 포인트가 당겨지는 순간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욱' 폭발하는 간헐적 폭발장애 (흔히 분노조절장애라 말하는...) 증후군을 가진 사람의 반응을 극적묘사를 통해 나타낸... 그런걸로 느껴졌어요.
신촌 폴리스의 추억이 아련했다. 얼핏 지나가는 말로 나오는 몇군데의 빠 중 하나. 고장난 주크박스는 지금쯤 해체되었을라나.
전 영화적인 결말이라고 생각. 그전의 대화나 사변 위주 전개에서 영상이 보이는듯한 결말이요.
드뎌 완독했습니다. 범인 예측에 어느 정도 성공한 느낌이어서 일단은 기분이 좋습니다.
오, 스포없는 완독 축하드려요. 범인이 어느 지점에서 예측이 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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