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발췌, 수정, 요약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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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0. 18. 덧붙인 글. 기본소득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기본소득에 대해 관심이 많은 분들은 어느 정도의 개념을 알고 계실테지만.. 조금은 모호하게 느껴질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저 스스로도 개념을 조금 더 굳히는 데 도움이 되었고요..) 그리고 기본소득 개념은 상대적으로 많이 모르더라도 기본소득당은 많이들 들어보셔서 아시겠죠?? 요즘 용혜인 의원님의 의정 활동을 보며 매번 성장함을 느끼고, 감탄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정말 받아들여지지 않는 개념 중 하나가 기본소득이라고 평소 생각해 왔습니다.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논리를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가 공산주의냐!?" "일을 안하면 다 게을러진다." 등의 논리 같은데요.. 이런 저런 것들 따질 것 없이, 딱 결과만 놓고 보자고요. 그간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던 사람의 재산, 그리고 그것이 이뤄낸 결과만 놓고요. (저는 지금의 정부가 들어 선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그간 반대의 목소리를 내서 재산을 증식한, 혹은 권력을 최대한 으로 쓰며 성장해 온 몇몇 특혜 수혜자 그룹이 만들어낸 결과라고도 생각합니다. 그 그룹은 정치계에도 있고, 검찰계에도 있고, 언론사에도 있었겠죠...) 저는 우리 사회가 미국과 일본의 영향을 엄청 많이 받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지금껏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요. 역사를 바꿀 수 없으니, 있는 그건 그대로 일단 받아들이자고요. 하지만 이제는 생각해 볼 때입니다. "그게 옳았나??", "다른 대안은 없을까?" 저는 확신합니다. 기본소득이 적어도, 지금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정책 중 하나라고. 오늘 소개하는 내용을 보신다면, 조금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실거라고 믿습니다. (아니.. 믿고 싶습니다. 제가 그랬듯이 말이죠..)
흠.. 다시 보니 제목이 빠져있어서.. 각 파트가 누구의 이야기인지 구분이 잘 안되네요. 순서대로 적어보자면.. 위에서부터, 이정모 관장, (생물학자의 이야기) 김상욱 교수, (물리학자의 이야기) 정재승 교수, (뇌과학자의 이야기) 김창남 교수, (신영복 선생님 이야기) 심채경 박사, (천문학자의 이야기) 이원재 대표 (기본소득 이야기) 입니다. 유현준 교수 편도 다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시간 될 때 그것까지 추가하겠습니다. 그래야 이 책에 나오는 7명에 대해 모두 조금씩 다루는 셈이니까요.
참고로.. 해당 내용들은 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각각 6차례에 걸쳐 다뤘던 내용들을 모은겁니다.
https://blog.naver.com/seasky210528 혹시 네이버 블로그로 보는 게 더 편한 분은 블로그 내의 카테고리, <5번 이상 읽은 책>에서 찾으시면 됩니다. 반응이 나쁘지 않다면.. 종종 시간 내서 다른 책들도 5번 이상 다룬 것들 위주로 올려보겠습니다.
건축가 유현준 교수 Part 오리지널과 카피, 왜 사람들은 강남에 살고 싶어할까? 우리는 너무 잘 살아요. 21세기 한국은 1970년대 한국보다 훨씬 더 잘 살아요.그렇기 때문에 사회의 자산도 그만큼 아주 많다는 걸 기본으로 하고 접근 해야 해요. 그 자산을 쌓는 과정에서 빈부격차가 생기고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고 봐야죠.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마 어마한 자산과 싸우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에서 평당 1억짜리 집을 살 수 있는 가구는 약 32만 가구 정도라고합니다. 평당 1억 원이면 50평짜리 집을 50억 원에 사는거죠. 전국적으로 봤을 땐 32만 가구래요. 생각보다 많죠. 그런데 보통 그런 집에는 애들이 두 명 있거든요. 그 말인 즉슨 자식들에게까지 평당 1억 원짜리 집을 사줄 능력이 되면 평당 1억원짜리 집에 대한 수요가 100만 가구가 된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주로 살고 싶어하는 곳이 강남 이에요. 거기에서 공급이 제대로 안 이루어지면 주변 지역의 집값이 같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강남에 더 살고 싶어할까요? 건축가로서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대한민국의 모든 주거 형태가 강남을 모델로 만든 복제품, 즉 카피 이기 때문이에요. 대부분 강남처럼 사는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거죠. 우리나라에 수많은 도시들이 있지만 전국의 모든 도시가 점점 더 비슷해지고 있기 때문에 그중에서 도 오리지널로 계속 모일 수밖에 없는 거죠. 지방 에서 사업에 성공하든, 토지 보상을 받든, 매각을 하든 돈만 벌면 대부분 강남에 부동산을 사고 싶어 하는 거예요. 안타깝지만 이게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이에요. 지방 각 도시에 고유의 문화가 잘 형성 되지 않았기에 나타난 결과이기도 하고요. 인구가 감소해도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 인구보다 세대를 고려해야 함. 베이비붐 세대 언저리의 인구가 많이 늘었던 세대 때는 한국 사회가 도시화와 핵가족화 되는 것을 경험. 시골에 살던 사람들이 도시로, 대부분 서울로 이사. 농업경제 시대에는 도시 인구가 15% 정도였지만 지금의 한국은 전국민의 91%가 도시에 살고 있음. 90% 넘는 도시화 비율은 전세계에 딱 세 나라 홍콩, 싱가포르, 한국. 대단히 독특한 사례. 경계부에 있는 사람들 집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 부동산을 소수가 많이 갖는 것보다 다수가 n분의 1로 나눠서 가지는 편이 더 정의로운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경계부에 있는 사람들이 주택을 좀더 소유하게 해서 궁극적으로는 우리 국민 모두가 주택을 소유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좀더 건전한 사회라고 보는거죠. "그건 불가능한 것 아니냐?" 이렇게 회의적이기 쉽잖아요. 그런데 재미난 사례도 많아요. 칠레의 알레한드로 아라베나라는 건축가는 2016년에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 어요. 그 건축가가 정부 보조금을 받아서 저소득층 을 위한 공공주택을 지었는데, 예산에 맞춰 작은 집(m2)을 짓는 대신 저소득층이 장기적으로 살 수 있는 큰 집(80m2)의 절반만 지은 것. 예를 들어 지붕 아래 공간의 절반만 완성하고, 반은 비워놔요. 돈이 없으니까 반쪽은 거의 합판으로 골격만 짓는 거죠. 일단 반쪽만 완성된 집이라도 가질 수 있게 한 다음, 돈을 벌면 벽에 페인트 칠도 하고, 화장실에 타일도 붙이고, 애가 태어나면 방도 하나 더 만들 수 있게 한 거예요. 그러면 저소득층 이라도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집을 빨리 소유할 수 있게 되잖아요. 사람들이 자기 집을 갖게 되면 눈에 보이지는 않지 만 좋은 점이 있어요. 바로 공동체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거예요. 1950년대에 미국 세인트 루이스에서 푸루이트아이고라는 아파트 33개 동을 지은 후, 사람들을 이주시켰어요. 그런데 불과 2년 만에 슬럼화가 된 거예요. 마약 밀매와 살인 범죄 같은 온상이 돼서 지은 지 겨우 20년만에 다이너마이트로 다 폭파시켰어요. 다큐멘터리에서 소개한 자료에 따르면 그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 대부분이 월세였던 거예요. 그러다가 보니 자기 집에 대한 애착이 없거나 적었던거죠. '돈 벌면 여기서 나가야지' 하는 생각밖에 안하니까 공동체 형성이 안 되고 점점 더 슬럼화 됐던 거예요. 칠레의 경우처럼 절반만 완성된 집이더라도 내 집 이 되면 정착할 계획으로 주변을 꾸미게 되고, 아이 들이 다니는 학교의 학부모들과도 친해져요. 그러 면서 자연스럽게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자긍심이 생기게 되겠죠. '돈 벌면 떠나야지.'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생활을 하게 되는 거예요. 사실 이건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죠. 저도 전에 월세 살 때 집주인 아주머니가 그랬어요. "나가라고 안 할테니 내 집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런데 어떻게 월세를 내는 집이 내 집이겠어요? 그건 사실 그렇게 생각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죠.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공유경제'라는 말을 싫어해요. 저는 그 말이 교묘하게 사람을 속이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에게 자기 집을 살 수 없도록 만들어놓고서 "한 달에 몇십에서 몇백만 원만 내면 좋은 집에서 호텔 같은 서비스를 받고 사는데 굳이 네 집을 가질 이유가 뭐가 있니?"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조심 해야 됩니다. 건강한 콘택트가 이루어지는 공간 앞서 얘기했던 공유경제는 좁은 의미에서 말씀 드린 건데요, 집이든 사무실이든 자동차든 소유한 사람이나 기업이 있고, 그것을 이용할 때마다 시간 당 돈을 내는 형태잖아요. 하지만 공원 같은 것들은 공공자산이죠. 정부가 소유하고 있긴 하지만, 누구 나 마음놓고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공원이나 공공자산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린 이유는 공유경제 의 측면 보다는 공통의 추억 때문이에요. 특히나 언택트 사회가 될수록 더 중요해요. 사람들 이 대면하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만나기 시작하면 끼리끼리만 모이잖아요. 정보 역시 마찬가지로 알고리즘화 되어서 내가 관심 있는 사람이나 정보, 비슷한 정치 성향의 사람들의 이야기만 계속 소개 해주니까요. 마치 밀폐된 방 안에서 소리를 내면 그 소리가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처럼, 끼리끼리 모여 같은 정보를 주고받다 보면 특정한 정보에 갇히게 돼요. 이걸 '에코체임버 효과' 라고 하는데, 결국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모이게 됩니다. 비록 나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익명성이 보장된 상태에서 공통의 추억이 생겨야 공동체가 만들어 지는 거잖아요. 내가 저 사람이 누군지 알고 만나면, 예를 들어서 제동 씨의 정치 성향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었다면 반대쪽 사람들이 점점 선입견을 갖고 보게 되잖아요. 사실 알고보면 우리는 90%의 공통점을 갖고 10% 정도만 다른데, 우리 사회는 그 10%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건전한 공동체가 형성되려면 익명의 상태에서 섞여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게 가능하려면 공원이나 벤치나 도서관 같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공통의 추억을 만들어야겠죠. 그러기 위해서 공공자산인 공간들이 더 많이 생겨야 해요. 공통의 추억과 공통의 꿈 '커먼그라운드'가 필요해! 강 건너편 사람과 이쪽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할 수 있는 중간지대, 조금 어려운 말로 커먼그라운드가 필요. 아침에 현관문 열고 나오면 알겠지만, 지금 우리 주변엔 계속 이동해야 하는 공간들로 가득. 중간지대의 부재로 인해 별다방에 가든, 빽다방에 가든, 자판기 커피를 마시든 이 사회에서 마주하는 많은 공간은 돈을 내야만 쓸 수 있기 때문에 여기 서부터 문제가 발생. 돈 많은 사람은 비싼 데 가고, 돈 없는 사람은 싼 데로 가니까 서로 다른 경제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공통의 추억을 만들 수가 없는 것. 그러면 서로를 이해하기가 힘들어지고, 소통도 불가능. 공통의 추억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음. 건전한 사회는 계층과 배경에 상관없이 공통의 추억이 많은 사회라고 할 수 있음. 예를 들면 2002년 월드컵 당시 공통의 추억을 많이 만든 것. 그런 추억을 공유할 때 자부심도 생기고, 우리가 한 국민이라는 느낌도 생김. 그리고 공통의 꿈이 있으면 덜 싸우게 됨. 어찌 보면 우리는 공통의 꿈이 없어서 싸우는 지도 모름. 앞으로 함께 이루어야 할 목표가 없으니 자꾸 뒤를 보는 것. 뒤를 보면 당연히 걸어온 길이 다 다르니까 차이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고요. 이제라도 균형을 맞춰야죠. 뒤를 보면 앞도 볼 줄 알아야 하고, 현재뿐 아니라 멀리 볼수록 공통점이 많아질 거예요. 내년 보다는 10년 뒤 목표를 얘기하면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고, 20년 뒤의 대한민국 사회를 얘기하면 우리는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 거 예요. 조금 더 멀리 내다보면서 우리 모두의 공통 된 꿈, 우리의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지금 이 시대 에는 진짜 필요한 것 같아요. 과거의 공간과 권력,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가? 코로나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생각해요. 이 사회의 기본 구조를 많은 부분 흔들어놓고 있거든요. 지금까지 해오던 관성이 깨진 거잖아요. 이 얘기는 공간체계도 그동안 관성으로 해오던 것들이 어느 정도는 와해될 거라는 의미예요. 그러면 '헤쳐 모여'가 되겠죠. 예를 들어 그전에도 재택근무가 가능했지만 직장 상사가 싫어해서 안 했죠. 온라인 예배도 가능했 지만 교회에서 별로 안좋아하니까 모였던 건데, 지금은 좋든 싫든 온라인으로 해야 하니까요. 그러면 공간을 통해 권력을 가졌던 사람들이 권력을 내려놓게 되고, 그 구조가 해체되면서 재배치가 될 거예요.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빨리 공통의 목표를 정하고, 그 꿈을 이루는 방향으로 사회 구조를 재구성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럽 같은 경우를 보더라도 흑사병이 돌았던 탓에 중세사회를 끝낼 수 있었다고 할 수 있죠. 1,000년 넘게 문자와 신을 독점해온 그 시스템을 종식한 게 흑사병이에요. 전염병 창궐에 무기력했던 교회의 권위가 흔들리면서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문명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죠. 코로나 이후 어쨌든 우리의 생활방식이나 공간 구조를 바꿔야만 하는 상황에서 그것을 어떻게 재배치하느냐, 이것이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부분인 거죠. 언택트 사회가 되면 집안에서 모든 걸 다 해결할 것 같지만, 오히려 이런 상황일수록 건전한 콘택트를 유발할 수 있는 공간이 집 근처에 많아져야 해요. 지금은 이런 방향으로 도시계획을 바꿔야 할 때인 거죠. 덴마크 건축가 얀 겔이라는 사람이 서로 다른 두 곳에 벤치를 배치해봤어요. 하나는 꽃밭을 바라보는 위치에 놓고, 다른 하나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 할 수 있는 위치에 두었어요. 그러고는 어느 쪽에 사람들이 더 많이 앉는지 관찰했어요. 실험 결과는 1대 10으로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자리를 더 많이 선택했어요. 인간이 자연을 좋아 하지만, 그래도 가장 매력을 느끼는 건 사람이란 의미죠. 그래서 기분 좋게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 을 만드는 게 중요해요. 우리 인간은 수십만 년간 진화해오면서 알게 모르게 함께 어우러져 사는 방법을 터득한 종이잖아요. 집단생활을 잘할 수 있는 공간 구조를 만들고, 소프트웨어도 개발하면서 계속 발전 시켜온 거죠. 그래서 우리는 사람을 볼 수 있는 곳에 더 끌리고, 그런 공간을 더 찾게 되죠. 사람은 더불어 사는 본능이 있어서 그에 적절한 공간 구조나 건축 유형을 만들 수 있는 사회가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어요. 예를 들어 그리스에 원형극장이 만들어 진 후 민주주의 사회가 형성, 문화예술이 꽃을 피웠죠. 로마는 원형경기장과 수로를 만들어서 100만 명이 모여살았기 때문에 강력한 제국이 될 수 있었고, 파리는 하수도 시스템을 만들어 많은 사람이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살 수 있었기 때문에 시대를 앞서나간 문화의 중심지가 됐죠. 지금도 다르지 않거든요. 결국에는 그런 것들을 잘 만드는 사회가 이기는 거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더 나아가 19세기부터는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전염병을 상당 부분 통제하기 시작했어요. 예방주사라든지 항생제가 없었다면 인구가 1,000만 명이나 되는 도시는 나올 수 없었을 거예요. 잉카문명이나 마야문명이 멸망한 것도 다 전염병 때문이잖아요. 그래서 결국에는 전염병 에 강한 도시 공간 구조를 만드는 것이 국가 경쟁력 과도 연결돼요. 현대 도시는 물류와 기술이 발달해서 자연을 압도 하기 때문에 어디를 가나 모습이 다 비슷해지는 현상이 생기는데, 그걸 의식적으로 경계해야 해요. 예를 들면 하나의 기관이 대한민국의 모든 도시를 설계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하나의 건설사가 전국의 여러 아파트 단지를 동시에 짓도 록 하니까 도시가 다 똑같아지는 거잖아요. 우리나라는 이미 지방자치제를 하고 있으니 국토 교통부의 건축 기본 법규도 하위법에서 바꿀 수 있게 지방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줘야죠. 그래야 특색 있는 도시 건축물이 나오죠. 법은 법대로 수십 가지가 있고, 주요 도시 개발은 한곳에서 거의 다 하고, 도로망도 다 똑같이 해놓고서 특색 있는 도시 를 만들자고 하면 그게 가능할까요? 해결책은 선택지를 여러 개 만들면 돼요. 다양하게 준비해야 사람들이 자기 취향과 조건에 맞춰 흩어 질거 아니에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몰리 는 쏠림 현상을 줄일 수 있겠죠. 이상하고 슬픈 건축 시스템 우리나라 건축 시스템에 폐단이 하나 있어요. 기획을 안 하고 발주를 해요. 건물 지을 때 제대로 된 순서는 먼저 우리 사회나 지역에 필요한 공간이 있는지 알아 봐야죠. 도서관이 필요하다면 "우리 예산으로 한 1,000평짜리 도서관을 지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걸 어디에 짓는 게 제일 좋을까? 살펴 보니 낙후된 지역에 빈 땅이 있는데, 여기에 도서관을 지으면 이 근처 사는 사람들에게 일자리 도 생기고, 주변 공동체와 도시가 좋아질 테니 여기 에 짓자." 이런 순서로 가야 하거든요. 그런 다음 도서관 운영 은 누가 어떻게 할지 결정한 후 설계지침이 나와야 죠. 그런데 우리나라 건축 시스템은 거꾸로예요. 예산이 먼저 정해져요. 국가 예산이 얼마 나오면 "우리 도서관 지어야 한대"하면서 일단 지어요. 건물을 짓고 나서 그 건물을 어떻게 쓸지 생각해요. 건물부터 짓고 그다음에 운영자를 정하는 식이죠. 순서가 바뀐 겁니다. 더 슬픈 건, 그렇게 만들어진 건물이 후대에 남길 만큼 디자인이 훌륭한 건물이면 100년 뒤에 우리 후손이라도 잘 쓸 텐데 제가 볼 때는 디자인도 아쉽 다는 거예요. 이건 고질적인 문제 때문입니다. 건물을 지을 때 공정성을 위해서 대부분 공모전을 하거든요. 문제는 발주 부처 공무원들이 심사위원 으로 참여하고, 외부 심사위원까지 공무원들이 추천하니까 건축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거죠. 쉽게 말해서 이런거예요. 여러분이 시험을 봤는데 반에서 중간쯤 하는 애가 채점을 해요. 그러면 이 채점이 제대로 될까요? 이런 일이 누적되면 정말 설계 잘하는 분은 대한민국의 공공건축물 공모전에 안 나가요. 진짜 슬픈 일이에요. 훌륭한 건축가들이 공공건물 짓는 데 참여해야 하는데 내봤자 안 뽑아 주니까 안 내는 거예요. 그럼 설계는 그렇다 치더 라도 시공은 제대로 되느냐? 이것도 문제예요. 조달청 시스템이 어떻게 되어 있냐면, 전엔 최저가 입찰제라는 게 있었어요. 공사비를 가장 낮게 제안 한 쪽이 뽑히게 돼요. 그러다보니 업체들이 로또 사듯이 제안서를 계속 넣어요. 계속 넣어서 누군가 당첨 되면 최저가로 제안을 했으니 실력 있는 비싼 인력을 못 쓰죠. 예를 들어 하루에 10만 원 받는 벽돌공이 있고, 하루에 5만 원 받는 벽돌공이 있다 면 10만 원 받는 벽돌공은 못 쓰는 거예요. 결국은 그 사람이 이 시장에서 퇴출당해요. 실제로 지금은 벽돌 잘 쌓는 분들이 퇴출당하고 거의 없거든요. 이러한 최저가 입찰제가 문제 되니까 이제는 "그럼 우리 평균치로 가자." 그래서 50억 원 정도에 지을 수 있는 건물이 있으면 50억원의 85%만 받겠다고 하는 게 불문율처럼 되어 있어요. 그 값에 가장 가깝게 쓴 업체가 선정되는 거예요. 이것도 또 다른 형태의 로또죠. 숫자만 잘 쓰면 되니까요. 그렇게 선정되면 시공사에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그 일을 완성할 이유가 없는 거예요. 다음 프로젝트 때 또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선정된 다음 이익금을 빼먹고 하청을 줘요. 하청받은 업체는 또 이익금을 빼먹고 2차 하청을 줘요. 그러다보니까 공공건축물의 평당 공사비가 1,000만 원짜리라고 하면, 중간에 차 떼고 포 떼고 실제 공사비는 600만 원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심지어 설계한 사람이 감리도 못 하게 돼 있고, 심지어 설계가 바뀌는 경우도 있어요. 이 부분만 보더라도 시스템이 잘못된 게 너무나 많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여기서 가장 큰 문제점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 선택 받지 못하는 시장 구조예요. 설계를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 떨어지고, 시공을 잘하는 분들이 설 곳이 없어요. 자기 이름을 걸고 책임감 있게 일하는 회사 들이 떠나는 모순적인 구조예요. 제가 우리나라 공공건축물에 바라는 점은 단순해요. "모든 공공건축물의 심사위원을 제대로 구성하자. 국내에서 안 될 것 같으면 해외에 있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들, 로비에 매수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 정말 명망 있는 건축가들에게 익명으로 출품해서 채점하라고 하자." 그리고 시공사 선정 과정도 개선되면 좋겠어요. 아마 전국적으로 따지면 우리나라 건축 관련 예산 은 조 단위일 거예요. 어마어마하죠. 그게 10년만 제대로 운영돼도 우리나라 국토가 바뀌고 국격이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건축은 우리가 숨 쉬는 공기와 똑같아요.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공간의 영향을 받는데 거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그건 마치 내가 좋아 하는 음악이 있는데도 아무 음악이나 듣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 우리가 모두 건축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우리는 모두 건축주다." 이렇게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특히 공공건물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어느 정도 지분이 있잖아요. 우리가 낸 세금으로 지어진 건물들이니까요. 어떤 교육자가 말하기를, "지금의 학교는 19세기 건축물에서 20세기의 어른들이 21세기 아이를 가르치고 있다"라고 했어요. 공간은 한 200년이 되고, 선생님이 가르치는 교육은 100년 됐다는 얘기죠. 이제 이 시대에 맞는 교육 목표와 그에 맞는 학교 공간이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 해요. 학교의 권위주의와 전체주의가 깨지려면 규모가 좀 작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시공간의 개념을 좀 다르게 생각 할 필요가 있어요. 앞으로도 코로나와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다보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모두 전염병에 취약한 공간이 되겠죠. 그래서 굳이 한군데로 많은 사람을 모을 필요가 없다면 안 모여도 되게끔 해야 하는데 그중에 대표 적인 장소가 학교예요. 학교는 기능이 세 가지인데 하나는 지식 전달, 그다음은 탁아소의 기능이 있죠. 아이를 맡아 돌봐주는 기능인데 중요해요. 그리고 세 번째가 공동체 의식을 키우는 훈련장이에요. 지식 전달은 이제 온라인 수업을 통해서 하니까 굳이 같은 시간에 한 장소에서 수업을 들을 이유가 없어요. 건축가의 일, 먼저 사람을 이해하고, 공간을 만들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건축가는 보통 집을 설계하지만, 규모가 커지면 아파트나 빌딩이 되고 단지가 되는 거죠. 거기서 더 커지면 도시가 되고, 그러면 전체적인 국토 개발에 대해 생각할 수도 있고요. 작게 들어가면 방 하나가 될 수도 있고, 혹은 한쪽 벽 인테리어가 될 수도 있어요. 어떤 경우는 건축가가 의자 디자인을 하기도 해요. 몸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구조체이니까요. 조명이나 식기를 디자인하는 건축가도 있어서 한없이 미세 하게 들어갈 수도 있어요. 그래서 건축가는 인간과 관련된 모든 공간적인 것들을 다 생각하고, 가구부터 도시까지 종합적 으로 판단한 후 의사결정을 내려요. 어느 하나만 보고 얘기하면 안 되죠. 건물을 디자인할 때도 앞뒤도 보고 바깥에서 보이는 모습도 고려하지만, 건물 안에 있는 사람에게 바깥 경치가 어떻게 보일 것인지도 생각하면서 디자인을 해야죠. 제가 건축가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경계부 입니다. 디자인할 때도 건ㅁ루 내부에 있는 사람, 즉 소유자의 공간과 길 가는 사람들이 만나는 부분 이 밖으로 투영돼서 건물 외관이 완성되게끔 장치를 만들려고 하거든요. 건축가는 이렇게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서 공간 디자인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건축이란 무엇인가?" 관계를 조율하는 감정노동 저는 관축이 관계를 조율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건축이라는 건 존재하면서 동시에 공간을 점유하잖아요. 사람은 끊임없이 자기만의 공간을 확장하려고 하고, 그 공간을 통해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데, 건축가는 그 공간을 약간 제어할 수가 있어요. 비어 있는 공간에 벽을 하나 세우면 전혀 다른 공간이 되죠. 건축가가 그것을 어떻게 설계 하고 만드는지에 따라서 사람들의 관계가 바뀌고, 사회의 관계도 바뀌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도 바뀌는 것 같아요. 건축의 요소라는 것이 복잡하지 않아요. 벽, 창, 문, 계단, 지붕, 바닥, 기둥 정도밖에 없어요. 몇 가지 안 되는 이 단어를 가지고 복잡한 시를 쓴다고 해야 하나? 소설을 쓴다고 할 수도 있고요. 스마트한 건축가라면 A와 B를 다 만족시킬 수 있는 답을 찾아야 한다 간혹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건축주도 있긴 한데, 그때도 다투기보다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해요. 그 이유는 '만일 내가 정말 스마트하다면 건축주의 요구도 만족시키면서 나도 만족하는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A와 B가 싸우 니까 둘 중 한쪽에 힘을 몰아줘서 어느 한쪽이 이긴 다고 한들 세상은 바뀌지 않잖아요. 둘 다 만족시키는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 답은 항상 미래에 있죠. 그런 의미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들이 여러 분야에서 생겼 으면 좋겠어요.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방의 크기 우리나라 중산층이 가장 많이 쓰는 30평대 아파트 가 방3개 화장실 1개로 돼 있잖아요. 그 이유는 1970년대에 농촌에 살던 사람들이 도시로 이사를 왔고, 3대가 함께 살다가 2대가 됐죠. 엄마, 아빠에 아이 둘. 부부가 한방을 쓰고, 애들이 방을 하나씩 쓰면 방 3개가 되는 거죠. 당시에는 남편만 주로 사회생활을 했으니까 아침에 씻고 나가기에 화장실 하나로도 충분했죠. 하지만 점점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서 아침에 씻고 나가야 할 사람이 2명이 되니까 화장실 2개, 방 3개가 기본형이 된 거예요. 또 하나 바뀐 점이 가사노동을 덜어준느 쪽으로 가전제품이 발달했다는 거예요. 집안에 세탁기가 들어오고, 냉장고도 양문형으로 바뀌었단 말이죠. 그리고 아침마다 이불을 개서 정리하는 수고를 줄일 수 있게 침대를 놓기 시작했어요. 근데 그게 생각보다 큰 변화예요. 과거에 우리는 방에서 이부자리 깔고 자다가 아침에 일어나면 장롱에 이불을 개켜 넣고 상을 펴고 밥을 먹었잖아요. 하나의 공간이 두 가지 용도로 쓰였단 말이에요. 그런데 방에 침대를 놓는 순간 갑자기 방이 좁게 느껴지는 거예요. 침대 하나가 두 평 정도 된다고 치면, 평당 2,000만 원짜리 아파트에 사는 경우 침대 하나가 4,000만 원을 쓰고 있는 거예요. 어찌 보면 사치이자 부의 상징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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