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습니다. 기기인 도로. 완전히 저만의 뇌피셜인데 기기인도로. 신선했고 기획 자체가 실험적이라고 봤는데 수록작은 편차가 컸습니다. 아, 왜에~~이런 작품 있었습니다.
[하얀 마물의 탑]을 함께 읽어요.
D-29

미스와플

조영주
역시 ㅋㅋㅋㅋ 다덜 비슷하군여 반갑습니다

장맥주
저는 영화 "라스트 제다이"요. 스타워즈 에피소드 8편인... 당시에 제가 어느 분께 메일에 썼던 내용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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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영화에서 ‘세대교체’라는 테마가 정말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 주제를 영화가 잘 살린 거 같지는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니, 카일로 렌의 주장이 공허해서 그런 거 같더라고요.
스노크와 자기 부모, 제국과 공화국의 유산을 모두 거부하는 것은 매우 좋습니다. 그런데 카일로 렌은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한 번도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그냥 ‘엄마 싫어, 선생님 싫어’라고 징징대는 십대 반항아 같아 보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카일로 렌이 제시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이유’가 생각이 났어요. 왜 제국도, 공화국도 사라져야 하는지. 카일로 렌이 꿈꾸는 다음 세상이 무엇인지, 왜 레이의 도움이 필요한지.
스타워즈 사가에서 제국과 공화국은 모두 실패한 체제입니다. 제국은 악했고, 공화국은 무능했습니다. 두 체제가 서로의 원인이 되면서 스타워즈 세계의 구성원들은 몇 세대에 거쳐 계속 전쟁과 정치적 혼란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국과 공화국은 서로 닮은 구석도 많습니다. 우선 은하계 전체를 지배하려는 중앙집권적 단일 체제이고, 포스를 다룰 줄 아는 엘리트들이 그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을 보는 거 같기도 해요.
그러나 스타워즈의 제국-공화국이 현실의 미국-소련과 다른 점도 있습니다. 스타워즈의 제국과 공화국은 실질적으로 자기네 영토를 다스릴 힘이 없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제국은 늘 반란 상태였고, 공화국은 늘 쿠데타 직전의 상태입니다.
제가 각본가라면 카일로 렌을 혁명적인 분권주의자이자 자치주의자로 설정하겠습니다. ‘제국도, 공화국도 없다, 전쟁 지긋지긋하지 않으냐, 모든 행성이 각각의 독립 정부를 이루고 자기들이 살아갈 방식을 평화롭게 택하도록 하자’고 주장하는 거죠. 그러면서 그 자신은 타투인 행성 한 곳의 지배권만 노리고요.
(물론 구 공화국도 어느 정도 행성들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연방 형태였던 거 같긴 한데, 제가 구상하는 카일로 렌은 여기서 더 나아가 아예 연방의회조차 없이, 각 행성과 종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서로 간섭 않고 사는 상태를 주장합니다.)
저라면 카일로 렌이 스노크에 반기를 들 때 거기서 스노크를 죽게 하지 않고 달아나게 하겠습니다. 그런 뒤에 영화 후반부에서 카일로 렌이 제국과 저항군 사이에 있는 정치세력들을 찾아다니면서 협력을 구하는 것으로 하겠어요. 레이는 카일로 렌의 정치운동에 협조할지 말지를 갈등하고요.
에피소드 8은 그러다 적절한 시점에서 마치고, 에피소드 9를 본격적으로 스노크 일당 대 카일로 렌 연합부대 대 저항군의 전쟁으로 꾸미겠습니다. 그래서 에피소드 9 마지막을 카일로 렌과 레이가 함께 손을 잡고 스노크를 쓰러뜨리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 합니다. 그렇게 제국의 시대도, 공화국의 시대도 끝나는 것으로, 새로운 자치 시대가 오는 것으로 스타워즈 사가를 마무리하는 거죠.
제가 생각한 핵심 장면도 있습니다.
스노크와 결별한 뒤 별들을 돌아다니면서 협조를 구하는 카일로 렌에게 어느 외계인이 묻는 거죠. “너도 그렇게 스노크 쓰러뜨린 다음에 너의 제국을 만들려는 거 아니냐, 너도 스노크나 네 할아버지 다스베이더처럼 되는 거 아니냐”고. 그때 카일로 렌은 “나는 그들과 다르다”고 답합니다. 외계인이 다시 “뭐가 다른데?”라고 묻습니다.
이때 카일로 렌은 “난 더 약해(I’m weaker)”라고 대답합니다. 자신은 약하니까, 그런 상황이 와도 너희들이 자신을 공격할 수 있을 거라고. 그 논리에 외계인 종족은 카일로 렌에게 협조할 마음을 먹게 됩니다.
이 순간 카일로 렌의 약점은 바로 장점이 됩니다. 제다이 수련생 카일로 렌이 세련된 정치 지도자로 변신하는 순간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영화를 구성한다 해도 주인공은 여전히 레이와 핀, 로즈로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사실 악역이 이렇게 든든히 중심을 잡아주면 주인공이 활동할 여지도 늘어납니다.
아, 그리고 저라면 마지막에 레이가 동굴 입구에 쌓인 돌을 드는 장면을 바꿀 거 같습니다. 동굴 입구에 쌓인 돌을 포스로 들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오히려 동굴 안에 있던 사람들이 자기 손으로 돌을 치우고 나오는 걸로요. 그리고 레이도 그 모습을 보고 자기 손으로 돌을 치우기 시작하고요. 그게 에피소드 8을 관통하는 주제와 더 어울릴 거 같습니다.

조영주
와, 좋은데요? 특히 마지막에 아임 위커에서 전율. 하나 쓰셔야겠습니다 작가님도...

장맥주
이렇게 팬픽의 나라로... ^^

조영주
저희 이제 여따 막 써서 올리는 검까 ㅋㅋㅋㅋ 팬픽 앤설인가 뭔가 이거 ㅋㅋㅋ

미스와플
장맥주님, 잘 읽었습니다. 소설로 나올 거 선공개 해 주신 건가요?
저도 하얀 마물 다 읽었습니다.
대물리는 무녀 시집 보내기 프로젝트인가요?
저는 마을에서 배척당하는 무녀들을 마을사람들이 착취하고 이용하며 무녀를 따라다니고 이것을 발견한 등대지기가 등대의 건축적 특징을 활용하여 귀신놀이 하며 물리치고 해결하는 내용인줄 알았어 요.
아 물론 재미있지요.
그런데 조국 근대화와 발전을 꿈꾸던 청년이 2대에 걸친 무녀와 어울리다 기억 잃고 쫓겨나는 건.....
으아~~뭐야~~
건실한 청년을 쫓는 건 등대만한 고조의 생령인가요? 아버지? 예비 장인어른?
일본인이라도 국뽕으로 가는거 같아 멋있었는데 그가 그토록 찾으려 했던 건 무엇이었나요~~~~

장맥주
[마을에서 배척당하는 무녀들을 마을사람들이 착취하고 이용하며 무녀를 따라다니고 이것을 발견한 등대지기가 등대의 건축적 특징을 활용하여 귀신놀이 하며 물리치고 해결하는 내용] <- 너무 재미있습니다. 알고 봤더니 무녀들은 희생자였고 마을 사람들이 빌런이었다 + 등대 구조를 활용한 쫀쫀한 서스펜스 액션.

미스와플
제 분노를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니 앞부분에 등대 구조에대해 잘 설명이 되어갖고요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장맥주
하얀 마물이 해양생물처럼 묘사되는 장면도 있고 해서, 저는 클라이맥스쯤에서 하얀 마물 수십 수백 마리가 덤벼들고 등대에서 공성전 같은 게 펼쳐지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

조영주
와 이거 대박아인교...?! 스티븐킹 미스트 생각납니다!!!

조영주
ㅋㅋㅋㅋ 진심으로 분기탱천하심이 느껴지니 이것은 미쓰다 신조가 성공했다는 것 뜻 아닐까요...? 스아실 이 소설은 독자가 본 후 "야 내가 차라리 작가 한다" 라는 마인드를 갖게 해 새로운 작가를 양성하려는 깊은 뜻...? 오늘의 아무말이었습니다.
아직도 제주도심까? 조심해서 올라오이소~

미스와플
해석이 더 멋지지 말입니다. 저는 표 구하기 전쟁에 실패해서 금요일에 올라갑니다. 이런 경험도 처음이네요.

조영주
아이고야...그렇다믄 어서 제주도 등대로 취재 다녀오셔야것심더 ㅋㅋㅋㅋ 하나 쓰셔야죠 ㅋㅋㅋㅋ

미스와플
분위기 꽉잡았다가 응. 뭣도 아니야~~
하는 것 같은 이런 장면 많던데 이거 독자한테 메롱 한 거 맞죠?


장맥주
분위기도 못 잡는 작품들도 있으니까... 저는 약간 어이 없다는 생각은 했는데 배신감까지 느끼지는 않았어요. 어쨌든 읽을 때는 재미있게 읽었고... ^^

미스와플
그래도 분노건 뭐건 재미있었고 즐거웠습니다. 작가님들께서는 읽으시다 덮으신 책 있으셨나요? 저 있었는데제목을 얘기하면 덮은 이유를 짐작하실거 같아서 좀 후에 말씀드릴게요. 그 소설이 왜 저랑 안맞았는지를.

조영주
ㅋㅋㅋㅋㅋ 저는 저 위에 스포일러 처리한 것중 하나에 적혀 있는데요, "검은 얼굴의 여우"를 보다 덮었었습니다. 이유는 거기 스포일러 처리한 거에 적혀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장맥주
저는 많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덮지 않은 것만으로도 "하얀 마물의 탑"에 어느 정도 점수를 주는 편입니다. 음... 지금 생각나는 것은 앤 라이스의 메이페어 마녀 시리즈입니다.

미스와플
한 편은 최근의 특수설정 미스터리였습니다.
"그 칼로는 죽일 수 없어."
였습니다. 예상 가능한 전개가 중반까지 전개가 비슷하게 반복되었고 예상 가능하였습니다. 그래서 덮었습니다. 저와는 맞지 않았어요.
또 하나는 10대 독자를 겨냥한 듯한 판타지로 "다정한 사신은 너를 위한 거짓말을 할 거야." 였습니다.
다정한 사신이 주인공을 위해 거짓말을 한다는 얘기로 설마 제목이 다일까 했는데 제목이 다였습니다. 이건 끝까지 읽었어요. (영화제목이 "유주얼 서스펙트는 절름발이야" 였다면 어땠을까요.)
어떠한 소설이라도 그냥 떨어지는 법 없이 차곡차곡 내 지식과 교양의 자양분이 된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읽었고 나와 맞지 않더라도 읽고 꼭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며 독자의 선택과 사랑을 받는 작가가 되자는 생각으로 독서 후 블로그를 작성.....
하지는 못하고 알라딘에 팔았......
어, 어떠한 상황에서도 잘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고 조영주작가님!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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