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드경성]을 함께 읽어요.

D-29
어떤 예술가가 오늘날 조금의 성공이라도 하고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개인적 행운이 아니라 과거에 불우하게 끝마친 모든 선인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한 철학가는 말했는데, 그것은 어느 세대에나 적용되는 원리 같다. P.120 미주에 따르면, 민병산의 책철학의 즐거움 중 챕터 예술가의 치부 499페이지에 적힌 말이라고 한다.
화가의 생애를 조사하다 보면, 대부분 예외 없이 화가만큼이나 그의 아내에게도 존경심이 들게 된다. 비록 시대가 화가를 인정해 주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헌신적으로 '화가의 생'을 지키는 이가 있기 마련인데, 대부분 아내가 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P.141
어제 오늘 잡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절필해야 하나까지 다녀왔다가 오늘 #살롱드경성 을 보다가 깨달음을 얻었다.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와 그의 삶을 지지한 아내 #유영국 과 #김기순 144페이지에 아래와 같은 부분이 나온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김기순은 유영국이 평생 화가로 살리라는 것을 결혼할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유영국에게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이 있다. "내 그림은 나 살아생전 팔리지 않는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팔리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뭣하러 그림을 그린다는 걸까. 보통 이렇게 생각하겠지만 김기순의 생각은 달랐다. '팔리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저렇게 혼신의 힘을 다해 무언가를 창작하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아, 나는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거구나! 앞으로도 혼신을 다해 쓰자! 마음이 평안해졌다. 언제나 책 안엔 길이 있다. #김인혜 #해냄
한챕터 읽고 쉬면서 아밀의 사랑편지를 들었는데 이 구절이 살롱 드 경성과 어울려 이 책의 메모도 함께 기록하기로 한다.
이책은, 좋은 소설 시 등과 관련한 이야기와 소설 내용을 인용한다. (저작권 처리하느라 골머리 쌓았을듯) 그 중 셰라 워터스의 게스트가 소개되는데 안 본 책인데 이 책의 제목과 같은 사랑편지, 즉 러브레터가 인용되어 있다.
너무 길어서 컴터 켜고 필사해놔야지 😑
아아, 왜 너는 여기 없는 거야! 집에 돌아갔을 때 네가 나를 잊어버렸을까봐 무서워. 아니면 네가 딴 여자를 좋아하게 됐을까봐. 예전에 너한테 들은 말 하나가 좀처럼 잊혀지지 않아. 내가 숭배받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던 말. 기억나? 나는 나를 숭배해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할 거라고, 네가 그렇게 말했었잖아. 그런데 말이야, 지금부터 내가 이런 말 한다고 미워하지 말아줘. 나는 가끔, 너야말로 누구든 사랑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네가 하필이면 나를 사랑하게 됐다는 게 가끔은 너무 신기해서, 너는 단지 너무 많은 걸 잃었기 때문에 나를 원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하게 돼. 그런 것만은 아니지? 그치? (pp.45~6, 아밀, 「게스트」, 『사랑,편지』, 버터북스)
“탐험하는 자가 없으면 그 길을 영원히 못 갈 것이오. 우리가 욕심을 내지 아니하면 우리 자손들을 무엇을 주어 살리잔 말이오? 우리가 비난을 받지 아니하면 우리의 역사를 무엇으로 꾸미잔 말이오?” p.183
전공은 동물학, 본업은 뮌헨대학교 동양학부의 한국학 및 동양철학 강사였지만, 그의 이름이 유명해진 계기는 1946년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가 독일어로 출간되면서였다. 이 소설은 발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그해 독일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제 2차 세계대전 직후 정신적 상태에 빠져 있던 독일 사회의 지식인 대부분이 이 책을 읽었다. 대한민국의 존재도 몰랐던 이들이 이미륵을 통해 한국의 풍습과 문화 그리고 아픈 역사까지 처음 알게 된 것이다. 이 소설은 나중에 독일의 학교 교과서에까지 실렸다. (pp.193~4) 처음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당시 나는 교과서에 실린 헤르만 헷세의 단편 「나비」에 상당히 큰 감명을 받고는 “나도 언젠가 이렇게 교과서에 실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는 바로 혼자 조용히 노트에 소설을 적었다. 대략 노트 서너 장 분량이었던 것 같지만 확실치는 않다. 그건 물론 그대로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마 헤르만 헷세를 따라한 느낌의 소설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젯밤 우연히 하워드 가드너의 유투브 강연을 발견했다. 망막박리가 일어난 후로는 일상이 찌그러져 보이기 때문에 최대한 눈을 쉬게 해주려 노력한다. 하루 평균 열두 시간은 눈을 감고 있다. 잠을 자기도 하고, 그저 눈을 감고 어둠 속에서 오디오북을 듣기도 한다. 어젯밤 하워드 가드너의 유투브 강연을 발견한 것은 그런 순간이었다. 『망내인』을 완독하가도 뭔가 아쉬웠다. 하지만 새벽 한 시가 되었는데 또 읽는 건 눈에게 무리였다. 이럴 때 유투브에 접속해서 뭔가를 듣는다. 하워드 가드너의 강연도 흥미로워서 들으려고 했는데 영어라서 포기했다. 마침 댓글에 뜬 “왜 음성지원은 안되냐”는 말에 격렬하게 동의하고는 오디오북을 들었다. 그러고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하워드 가드너의 유투브 강연을 보았다. 하워드 가드너의 강연은 총 두 개의 유투브 동영상으로 연결된다. 그 중 두 번째 동영상에서, 아인슈타인 등을 빌어 하워드 가드너는 “재능의 정도”를 나눠 이야기한다. 나는 그가 이야기하는 재능의 정도를 들으며 내 수준은 아무리 해도 백 년 후까지 사람들이 기억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더불어 생각한 것은, 과연 그렇다면 백 년 후까지 사람들이 날 기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에 대한 순수한 궁금증이었다. 아마도 그것은 하워드 가드너의 책들을 하나 둘 읽다 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었다. 궁금증은 어린 시절부터 나를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다. 숭실대 문창과 1학년 시절, 지금은 돌아가신 학과장 이반(이명수) 교수님은 관찰과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경험하고 그 모든 것을 늘 문장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 뇌에 강하게 박힌 후 나는 될 수 있는 한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또 문장으로 바꾸는 연습을 반복해 왔다. 어쩌면 그 덕에 나는 지금 아주 조금이나마 글을 쓰고 또 쓸 수 있는 게 아닐까. 19일부터 하워드 가드너를 묵묵히 읽다 보면 언젠가는 백년 후에 남을 재능의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안 되더라도 그 반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반 교수님은 그렇게 말씀하셨으니까. 목표는 높게 잡으라고, 못 되어도 그 반은 이루지 않겠느냐고.
그러나 중일전쟁이 한창인 우한에서 그가 만난 현실은 끔찍했다. 임군홍은 가슴에 상처를 입은 발가벗은 여인, 나병에 걸려 길거리를 헤매는 행려병자의 참혹한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기도 했다. 심지어 시체가 나뒹구는 처참한 장면을 찍은 사진도 그의 아카이브에 남아있다. 현실은 어둡지만, 인간은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지 않나. 무참한 현실을 보고 겪은 만큼 임군홍의 시선은 더욱 인간적이고 따뜻했다. 예술가로서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허위허식이 그에게는 없었다. 그 대신 주변 사람과 풍경이 이루는 소소한 일상을 소중하게 기억하는 법을 그는 알았다. (pp.209-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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