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폭력을 다룬 청소년 소설 <가짜 모범생> 함께 읽기

D-29
부모님이 교육과정에 대해 공부하고 자녀가 원하는 공부를 시켜주는 게 맞는데, 지금은 공부의 순서가 반대가 되었어요. 내가 원하는 공부나 직업을 찾고 그에 맞는 공부방법을 찾아야하는데, 부모가 직업을 골라주고 그 부모가 바라는 직업의 공부 커리큘럼을 따라 공부를 하게 되지요. 사교육의 무서운 점이 바로 이점인 것 같습니다. 학부모들이 원하는 걸 캐치하고 그것에 맞는 상품을 내놓으니까요. 교육과정이 어떻게 바뀌고, 지금 무엇을 배우고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이 직업이 되기 위해선 이 과정을 순차적으로 밟으면서 공부해야한다고만 하지요. 다른 것에 신경 쓸 시간에 학생은 공부하고 부모는 투자하라고 합니다. 게다가 정보력이나 그 정보를 해석하고 필요한 방식으로 공부하는 법은 사교육이 너무 빠르게 캐치하죠.
아이가 사회적으로 안정된(보수가 높으면서) 직업을 가지도록 만들어 냄으로써 행복을 느끼는 부모님이 많을 거라고 봅니다. 또 반대로 아이가 자유롭게 자신의 원하는 것을 하게 내버려뒀다가 후에 왜 공부를 시켜주지 않았냐고 원망하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겠지요.
최근에 이 책을 함께 읽고 있는데, 부모 자식간의 공부에 대해서 '과제의 분리'라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공부를 하지 않아서 성적이 떨어진다, 좋은 곳에 취직을 못한다는 오롯이 자식의 과제이지 부모의 과제가 아니지요. 부모는 자식이 원할 때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준비하는 것에서 그쳐야해요. 자식의 성공이 곧 부모의 성공(물론 뿌듯하긴 할 겁니다)이라는 잘못된 행복에서 벗어나야지요.
미움받을 용기 (20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자유로워질 용기, 평범해질 용기 그리고 ‘미움받을 용기’까지,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을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 형식으로 엮어, ‘어떻게 행복한 인생을 살 것인가?’라는 인간 본연의 질문에 쉽고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준다.
읽는 내내 속이 답답했네요. (콜라를 많이 찾아 마셨습니다)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되는 딸이 있어서 '학부모의 세계'랄까 그런것에 대해 알아가는 중인데, 진짜 제가 학교 다닐때랑은 천지차이 더라구요. 학생의 시절을 지나온 사람이자 예비 학부모로서, 누구편이라기보다는 한없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엄마가 누가봐도 부당한 방식으로 자녀의 인생을 철저히 통제하고, 쌍둥이들도 극단적인 방법으로 저항하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은 그 중간쯤에 있겠죠. 읽는 내내 선휘의 입장에 격하게 공감하며 읽다가도, 마지막에 배낭여행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는 솔직히 '그래도 이게 답은 아니지 않나', '세상이 얼마나 험한데 고등학생이 혼자 해외여행을...' '그래도 마음잡고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여러 다른 기회가 열릴텐데...' 하면서 부모의 마음으로 바라보게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선휘에게 이입된 건가요ㅎㅎ 저도 이야기를 떠나서 진짜 콜라가 많이 당기긴 했습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식이 나처럼 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더 많이 교육을 시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 마음을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죠(아마 다들 그럴겁니다). 그러나 그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에 매우 공감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너 잘 되라고 하는 거야'라는 가스라이팅 교육이 너무 만연하죠. 몇몇 매체에서 아이들의 자유를 존중하고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공부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나오긴 하지만 여전히 정해진 길을 따라 강제로 공부를 해야만 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입시제도가 바뀌어야 공부하는 방식이 바뀔텐데, 아무래도 전국민적으로 민감한 부분이라 바뀌기 힘들겠지요 ㅠ
우리는 제 3자의 입장에서 글을 통해 마주하니 선휘에게 더 마음이 가지만, 정작 내 자식이 공부는 적성에 맞지 않다고 해외여행을 가겠다거나, 한때 각종 매체에서 많이 나왔던, 음악을 하겠다거나 한다면... 정말로 나는 부모로서 그걸 믿고 응원해줄 수 있을까요. 저는 어지간한 용기로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되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 책에서 선휘가 숨 트일 방법이라고는 은빈과 함께하는 시간 뿐이었는데요. 여러분들은 힘들고 괴로울 때 자신 만의 탈출구나 기댈 곳이 있으신가요?
저 같은 경우엔 와이프와 독서가 탈출구이자 기댈곳 입니다. 다른 가족(부모나 형제)에게는 별로 기대지 않아요. 장남이라는 위치 때문인지 오히려 제게 기대는 부분이 많아서 반대로 제가 기대기는 힘들더라구요. 그래도 확실히 힘들 때 무언가를 할 수 있거나 누군가에게 말하고 위로 받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이 없으면 우울증이 오거나 할 수도 선휘처럼 극단으로 치닫을 수 있으니까요
저는 독서와 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 뻔한가..) 독서는 언제 어디서나 다른 세상으로 손쉽게 도피..하는 수단이기도 하고, 문제에 대한 답을 주기도 하지요. 몸을 움직이면서 얻는 정신적 안정과 만족감은 비교적 최근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햇살이 들어오는 수영장에서 파란 바닥을 보며 물살을 가르는 기분, 강사님의 구령에 맞춰 함께 몸을 움직이는 요가에서 느끼는 안정감은 힐링입니다. (비록 이걸 위해 시간을 내는 과정 자체가 좀 힘들긴하지만;;;) 선휘에게 농구가 그랬듯이 아이들에게 몸으로 뭔가 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확보해 주는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네요.
확실히 스포츠가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데에는 좋지요! 저도 수영같이 액티브한 운동을 좀 즐겨보고 싶은데 정말 끔찍하게도 싫어하는...(못하는 것도 한몫하지만요) 선휘에게도 지금의 학생들에게도 확실히 스트레스를 풀 시간이 적은 것 같습니다. 심지어 학교에서도 체육시간이 많이 줄기도 했구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땐 예체능을 없애보자는 교육과정 테스트로 인해 한 학년 동안 체육시간이 없었던 적도 있었어요. 그 때문에 학생들은 밥먹기를 포기하고 점심시간에 축구를 하는 현상까지 발생했구요. 학교-학원-집 이라는 도돌이표에 스트레스 발산을 위한 무언가는 누락되어 있는 게 참으로 씁쓸합니다
저는 글을 써요. 다른 이에게 보일 수 없는 찌질힌 모습 전부 다 써서 쏟아붇고 일기장 덮고 자물쇠까지 채워버려요 ㅎㅎㅎㅎ 그리고 음악을 들어요. 권진아씨 덕질 중이고 최유리씨 노래도 많이 좋아합니다. 여러분께도 두 가수 추천드립니다
저도 좋아하는 두 가수네요! 목소리도 좋고 노래도 좋아서 출퇴근 길에 자주 들어요~ 글 쓰기도 확실히 하나의 감정발산 행동으로 좋은 것 같아요. 무언가에 몰입하면서 내 감정을 거기에 정제시켜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정화되는 느낌이 들지요ㅎ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이나 강렬했던 장면이 있으신가요?
"선휘야, 형 대신 네가 그 애의 목을 졸랐다고 말해줄 수 있니?" 무섭고 끔찍한 소리는 엄마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가짜 모범생 p.81, 손현주 지음
이상적으로는 모든 아이를 동등하게 대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조금씩 사랑의 차이를 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극단으로 치닫는 사랑의 차이는 선휘에게 가족으로서의 박탈감을 강하게 느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은 이 가족의 구성원이 아니라 스페어 부품같은 것인가, 형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처리하는 처리반 같은 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가득했을 것 같네요.
이 장면 외에도 다양한 장면에서 형과 비교하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이 역시 우리나라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 부분 같았습니다. 다가오는 명절... 꼭 모이면 누구 아들은 누구 딸은 무슨 학교 에 갔다던데, 공부를 잘 한다던데 하는 식으로 악의없는(혹은 악의를 포함해서) 비교를 하니까요. 그저 독립된 하나의 존재로 인정해주는 것이 참으로 어렵나 봅니다.
"형은 실패했지만...... 넌...... 날 실망시키면 안 돼"
가짜 모범생 손현주 지음
와 이 부분도 진짜... 극대노 일으켰었어요. 자기 자식들을 무슨 실험체로 보듯이... 실패/성공을 따지다니요 ㅠㅠㅠㅠㅠ
저는 여기서 어머니가 자식들을 실험체로 여기기보다는 오히려 영웅화 혹은 신격화해서 받아들인다고 느꼈어요. 나를 구원해줄 메시아가 자식이라고 무지성으로 믿고 그렇게 만들려는.....광기 같은 간절함? 그런 걸 느꼈어요.
오.. 설득력이 있어요.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해서든 자신의 구원자로 생각해서든 정말 저런 대사는 듣고싶지 않죠... 선휘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요...🤦 자녀를 한 인간으로 존중하고 건강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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