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기온

D-29
각자의 삶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4년 1월 22일(월) / 종석 / 1차 위 글을 읽으면서 가장 처음 느꼈던 것은 쌍둥이로 똑같이 태어났어도 쌍둥이 언니인 엄마는 가난한 삶을 살고 쌍둥이 동생인 이모는 유복한 삶을 사는지 어떤 배우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한 이야기의 흐름의 이야기보다는 우리의 삶에 대해 날카롭게 허를 찌르는 문장을 쓰는 작가의 필력에 놀랐다.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 나의 삶의 주인공은 나이므로 항상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작가가 말한 것처럼 나 역시 주변인이며 슬픈일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을 위와 같이 표현했다. 삶에서 발생되는 에피소드들에 대해서 사람들은 씹을줄만 알았지 즐기는 법은 전혀 배우지 못한 것이었다. 에피소드란 맹랑한 것이 아니라 명랑한 것임에도 >> 우리의 이야기 소재 거리에는 '남' 이야기가 절대 빠질 수 없는 소재이긴하다. 그 소재가 무엇이던간에 항상 부정적으로 흘러가며 그렇게 우리는 뒷담화를 하며 결속력을 다지는 모습을 발음이 비슷한 '맹랑'과 '명랑'을 이용해서 표현한 문장의 필력에 감탄했다. 이자리를 얻는 데 내 안간힘은 전혀 소용이 닿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모부의 지나가는 한마디는 엄청난 위력이 있었다. 이모부는 전화 한통으로 이 일을 해결했다. >> 이 문장을 통해서 표현된 나의 '안간힘'이 더 힘 없고 초라해보였다. 우리 집에선 그랬다. 그런 일은 있어서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가난한 삶이란 말하자면 우리들 생활에 절박한 포즈 외엔 어떤 것도 허락하지 않는 삶이란 뜻이었다. >> 가난한 삶은 돈을 벌기위한 행위만 한다는 것을 생활에 절박한 '포즈'라고 표현했다. 포즈라는 단어는 우리가 기쁘고 멋있는 모습을 취하는 행동으로 긍정적인 뉘앙스로 쓰는 단어인데 이를 절박한 이라는 단어와 붙여 표현을 하니 더욱 '자조적'인 느낌이 크게 와닿았다. 이 소설의 경우 쌍둥이 엄마와 이모의 인생 그리고 주인공의 가족과 주변인들까지 주인공의 시선으로 풀어나가는데 문장이 어렵지 않아 재밌게 읽었고 이야기의 흐름도 재밌었지만 앞에서 강조한 것처럼 글쓴이의 관점과 필력에 놀랐다.. 위 문장들 이외에 좋은 문장이 많았지만 문장의 이야기는 요정도까지 하는게 좋을 것 같고 다음 글에는 문장이 아닌 다른 이야기로 글을 써보도록 하겠다
@캄멜 저 역시 종석님처럼 작가의 핵심을 찌르는 표현력에 감탄하면서 글을 읽었습니다. 말의 맛을 살리는 대조적인 단어 사용이나, 비극적인 상황을 더욱 극대화 하는 단어를 사용한 부분들, 삶의 이치와 인간의 감정을 명쾌하게 정리한 표현들이 정말 깊이가 있게 느껴졌어요. 인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면 이런 문장을 쓸 수 있음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2024년 1월 23일 화요일 / 도로시 / 모순 1차 최근에 출간된 책들을 굳이 말하자면, 슬슬 읽히는 책들은 알맹이가 없어서 읽고 나면 허무했고, 페이지를 넘기는 게 어려울 정도로 마찰이 많은 책들은 진이 빠지고 끝까지 읽기가 버겁기도 했다. ‘모순’은 거스름 없이 읽힌 것 같은데 여운을 남기는 듯하다. 요즘 많이 사용되지 않는 단어가 왕왕 등장하는 것 말고는 이야기의 구조가 비교적 단조롭고 읽기에 어렵지 않아서 좋았다. 조용한 밤에 읽다보면 편안하고 긴장이 이완되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약 25년 전에 쓰여진 책이라 인물들의 성격이 다소 전형적이고, 갈등구조가 단순하게 느껴지긴 한다. 어느 정도 예상가능한 클리셰들도 여럿 보이고 말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점들 때문에 생각할 수 있는 룸이 많아진 것 같다.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되감기 버튼을 눌러서 방금 읽은 문장을 몇 번이고 다시 읽기도 했다.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을 작가가 몇 살에 쓴거지? 궁금해져서 찾아보게 되는 책이 종종 있는데 ‘모순’도 그 중 하나다. 이보다 더 적확하게 인물의 감정을 전달할 수는 없겠다고 감탄했던 마음과 이런 진리를 어떻게 깨달았지? 하는 마음이, 그래서 도대체 몇 살에 쓴거야? 로 이어졌다. 작가가 사십대 초반이던 때에 쓴 책이었다. 깜짝 놀랄 만큼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작가가 사는 동안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로 인간을 좋아하고 관찰해온 덕분에 쓰여진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절반 이상 읽은 시점인데, 끝까지 다 읽고 다음 글에서 다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뭔가 그래야 할 것 같아요ㅎㅎ
@도로시 님 글에도 저도 동감을 합니다. 이야기는 심플하지만 인물의 시점에 따라서 표현하는 문장들을 보면 인생을 살아온 깊이가 있다라고 저도 느껴지더라구요 ㅎㅎ 이런 사람들의 문장력은 하루 아침에 오지 않을 것이며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길 반복하면서 글을 썼을 것 같은데 리스펙이 절로 됩니다
죄송하게도 현재 업무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있어 책을 아직 읽지 못했네요 !! 이번달 안으로는 작성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 2024년 2월 4일(일) / 종석 영화 조커와 모순 모순의 주인공 안진진은 아버지라는 사람의 영향을 받아 소설에서는 모순이라고 말하지만 입체적인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그리고 피는 진하기에 아버지의 구속을 싫어하는 성격, 주량이 강한 것역시 그랬다. 영화 조커의 주인공 아서플렉 역시 성인이 된 지금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아니 섞였을 수도 있던 그는 어머니의 정신 질환를 빼 닮았있었다. 그리고 엄마와 쌍둥이이지만 작은 선택에의해 운명이 너무나 달라진 이모 그리고 자식들 아서플렉 역시 아버지는 같지만 자신과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브루스 웨인을 마주하고 느끼는 모순 이것들 이외에도 영화 조커와 양귀자의 모순은 생각해보면 풀어내는 방식과 배경만 다르지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너무나 닮아있다 순탄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순탄치 못한 사람들의 복잡한 관점, 이 책과 영화에선 순탄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생각은 상당히 단순하고 명쾌하고 단호하고 계획적이었지만, 순탄치못한 삶을 살아온 주인공들은 뚜렷하지 못하고 복잡했으며 우연하고 감정에 의한 선택에 의해 인생이 흘러 갔다. 힘이 앖는 자들에겐 선택할 권리조차 사라지는게 현실이기에.. 그리고 그들에게는 상상은 사치이며 항상 현실에 부딪혔다.. 조커영화는 지금의 빌런들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하는 플로우와 유행을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악해지고 싶어서 악해진게 아니다 웃고싶었지만 차디찬 현실이 그들을 웃지말라고 했다. 몇 십년전에 쓰여진 양귀자의 모순이 지금도 재밌게 읽혀지는 이유는 선과 악도 아닌 항상 그 어딘가에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재밌는 것이 아닐까
2024년 2월 6일 화요일 / 도로시 / 모순 2차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100프로 이해할 수 있다고 감히 생각하는 것이 오만이듯, 책 속에 버젓이 살아 숨쉬는 인간의 삶을 내가 어떻게 다 이해할 수 있을까. 그에겐 그의 삶이 있을 뿐이다. 다만 그를 이해할 수 있는 해석의 실마리가 글속에 숨겨져 있기를 그리고 내가 그것을 알아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순’을 읽었다. 양귀자 작가는 나의 이해를 돕는 수많은 실마리들을 부정할 수 없는 표현들로 곳곳에 뿌려놓은 것 같다. 따라서 인물들을 이해하는 것은 수월했다. 다만 안진진 아버지의 행동과 선택은 아직 어렴풋하게조차 이해가 되지 않는데 아직 내가 살아온 세월과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부족해서 안진진 아버지의 삶을 제대로 읽어낼 수 없는 걸까 생각을 해본다. p.83 아무에게나 간단히 설명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치욕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아버지는 타인에 의해 한 번도 정확히 읽혀지지 않은 텍스트였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너무 간단히 편할 대로 설명해버린다. 보여지는 단편적인 모습에 자신의 얕은 판단을 버무려서 말이다. 정확하게 읽어내려는 수고 따위는 더해지지 않을 때가 많다. 세상은 너무 바쁘게 돌아가고, 정확하게 읽어냈든 정반대로 읽어냈든 본인에게 털끝만큼의 영향도 주지 않은 일이 대부분인 이유일 것이다. p.152 쓰러지지 못한 대신 어머니가 해야 할 일은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극대화시키는 것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은 사람은 안진진의 어머니이다. 쉼없이 몰아치는 불행을 마주하는 방식이 새롭게 느껴졌다. 내가 알고 있는 방식은 다가온 불행 앞에 자신을 피해자로 생각하며 계속 불행이 자신을 휘두를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불행 속에서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을 찾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것이었다. 안진진의 어머니는 불행을 극대화시켜 자신의 삶을 불행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하면서 그것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궁지에 몰리는 순간 일본어 회화책을 읽고, 형법책을 읽고, 정신분열증에 대한 책을 읽는 안진진의 어머니. 악으로 끌고가는 삶 속에서 나날이 생기를 더해가는 불행하고도 행복한 삶이라는 표현이 기억에 남는다. p.173 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에 정재형 님의 유튜브 요정식탁에 세상이 진짜냐 가짜냐에 대한 이야기를 게스트와 나누는 장면이 있었다. 진짜와 가짜. 정반대의 단어이다. 과연 철저하게 순수하게 진짜인 것과 가짜인 것이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성분구성표에 진짜 함유량 100%, 가짜 함유량 100% 인 것이 세상에 있을까? 세상은 참 모호하고 쉽게 정의할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었다. 여기에 ‘모순’이라는 책이 더해져 나에게 세상은 더욱 간결하게 설명하기에 어려운 무엇이 된 것 같다. 어느 한가지 일에 대한 단편적인 판단과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간 내가 해온 수많은 판단들은 얼마나 단편적이었던걸까. 새삼 돌아보게 된다.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정반대로도 뒤집어서 생각해보기도 해야한다는 것. 표면에 드러나는 모습만을 정답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아야한다는 것. 살면서 나에게 가장 모순이었던 것은 결혼이었다. 결혼 전에 이미 결혼한 친구들에게 항상 공통적으로 한 질문이 있다. 남편을 엄마보다 사랑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인데 단 한 명도 그럴 수 있다고 대답하지 않았다. 따라서 나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덜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사는 것을 약속하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너무나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던 내가 남편과 결혼을 한 것도 모순이라면 모순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결혼한지 3년 정도 된 지금은 그 모순 속에서 결혼의 의미들을 많이 찾아가는 중이다.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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