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엘리엇 <미들마치1> 함께 읽기

D-29
29장 끝부분에 보면 제임스 채텀 경이 커소본이 쓰러진 걸 보고 생각하는 부분이 많이 나오는데요, 재밌지 않나요? 실리아가 속터질 것 같아요. 제임스가 속마음 이야기하는 부분보면 스스로가 중세의 영웅적인 기사가 된 마냥 착각하잖아요. 언니한테 청혼하려고 했다가 자기한테 한 걸 뻔히 알고 있는데 제임스가 이런 식으로 도로시아에게 동정심 느끼면서 기사처럼 행동하면 실리아의 결혼도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것 같네요. 그렇게 따지면 언제나 실리적으로 합리적이고 똑똑한 판단을 내리는 것 같던 실리아도 결국 자기 꾀에 넘어간 거라고 봐지는 건가요? 실리아 이야기는 아직 제일 적게 나오는데 나중에 또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해지네요.
ㅎㅎ 저도 "어 제임스 너 선 넘는다?" 하면서 읽었어요. 마음대로 damsel in distress 를 상상해내고 자신이 구원자가 될 수 있다면... 하면서 만족감을 얻는 남성들의 마음은 고금을 막론하고 있었던것 같습니다. 허허
어떻게 보면 리드게이트도 이런 감정-구원자 신드롬?-에 사로잡혀서 약혼을 하고 마는 것.. 31장에서 “무슨 일이에요? 괴로워하는군요. 말해 봐요, 제발.” (...) "사랑스러운 아가씨의 기쁨이 오로지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확신이 갑자기 솟아오르자 봇물 터지듯 분출된 애정에 완전히 압도되어..." (...) "삼십 분 후 집을 나섰을 때 그는 약혼한 남자였고, 그의 영혼은 그의 것이 아니라 그가 스스로를 동여맨 여자의 것이었다."
채텀 경이나 리드게이트, 레이디슬로 모두 눈 앞에 있는 여인을 인격체로 사랑한다기 보다는 '환상속의 그대'로 자기 머리 속에 그린 이상형으로 숭배하는 것 같아요. 중세 기사 이야기에서 공주를 숭배하는 그런 서양 사랑 이야기의 전통이 그대로 답습되는 거 같기도 하고요... 다른 심리 묘사는 사실적인데 <미들마치> 속 젊은 세 남자들의 연애 심리 묘사는 너...무 동화적이라 좀 현실감이 없기도 해요. 조지 엘리엇의 한계인가 싶기도 하고. 이 셋의 연애감정에 비하면 차라리 카소본 씨의 심리묘사가 훨씬 사실적이라 공감도 가고 읽기에도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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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selfish people always think their own discomfort of more importance than anything else in the world:I see enough of that every day.
미들마치 1 Book 3 p. 242,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Society never made the preposterous demand that a man should think as much about his own qualifications for making a charming girl happy as he thinks of hers for making himself happy. As if a man could choose not only his wife but his wife's husband!
미들마치 1 Book 3 Ch. 29 P. 267,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도서관에 책을 잠깐 돌려줘야해서 번역본이 없습니다. 이 부분 꽤 까다로운 듯 한데 한글로 어떻게 옮겨져 있을까요?
매력적인 아가씨가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 자질을 갖추었는지 따져 보는 만큼 그 자신도 그녀를 행복하게 해 줄 자질을 지녔는지 생각해 보라고 사회가 터무니없이 요구한 적이 없었다. 마치 남자는 아내를 선택할 뿐 아니라 그 아내의 남편도 선택할 수 있는 듯이!
미들마치 1 3장 Ch.29,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모시모시님,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근데 주어가 왜 없지요? '남자가' 라는 주어가 나와야 '자신'이 누구인지 알죠..... 아니면 '사회는 남자에게 ....... 터무니없이 요구한 적이 없다' 이런 구조를 하던지요. 재치있는 말장난의 느낌이 사라져서 아쉽네요.
It is an uneasy lot at best to be what we call highly taught and yet not to enjoy:to be present at this great spectacle of life and never to be liberated from a small, hungry, shivering self - ...
미들마치 1 Book 3, Ch 29, p. 268,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29장에서는 커소본 씨에 대한 분석이 본격적으로 되어있는데 그의 약점과 고뇌가 정말 수술용 칼로 도리듯 날선 정확함으로 묘사되어있어서 인간적으로 불쌍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그는 이전의 삶에서 행복를 많이 맛보지 못했다. 튼튼하지 못한 몸으로 강렬한 기쁨을 맛보려면 열정적인 영혼이 있어야 한다. 캐소본씨의 몸은 튼튼했던 적이 없고, 영혼은 민감했지만 열정적이지 않았다.
미들마치 1 p.467,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아주 오래전 타국에서 살아간 캐소본씨인데, 왜 이런 부류의 사람을 마치 가까이에서 만나고 겪어본 것 같죠. 이상은 높으나 인품과 인간적 매력이 부족한 캐소본. 저자가 그 자만심과 편협함을 잔인하게 묘사했어요.
네, 너무 잔인하게 사실적으로 그려서 연민을 느낄 정도예요. 카소본 씨의 결말이 어떨지 아직 모르지만 그의 생이 너무 허무하지 않길 좀 응원하고 싶네요.
But scepticism, as we know, can never be thoroughly applied, else life would come to a standstill: something we must believe in and do, and whatever that something may be called, it is virtually our own judgment, even when it seems like the most slavish reliance on another.
미들마치 1 Book 3, Ch 24, p. 229,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23장에서는 프레드가 소위 말 감정하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넘어가서 사기를 당하고 마는지가 자세히 나오네요. 도박으로 빚진 사람들이 그 빚을 갚으려고 고안해내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서 저지르는 실수를 아주 찬찬하게 분석하고 있어요. 말 감정사들이 사기를 의도적으로 치려고 했는지 아니면 그냥 넘어가는 걸 내버려두었는지 분명치는 않지만 결국 결정은 프레드가 한 것이니 이미 팔아서 한몫 보겠다는 의도를 염두에 두고 하는 일에는 아무리 신중을 기한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촌철살인을 끝에 날리는군요. 이 채프터에는 승마관련 용어가 많이 나와서 좀 어려웠습니다... 그만큼 이시대에는 말이 주요 교통수단이니 말, 마차 관련 용어가 일상적으로 쓰였겠지요.
판단력을 잘 발휘해서 씨앗을 심고 행운의 물을 준다면 세 배 이상의 결실을 얻을 것이다. 숫자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젊은 신사의 무한한 영혼의 밭에서 나오는 곱셈법은 어설프기 짝이 없다.
미들마치 1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하하. 안그래도 갚을 돈이 모자란데 자기 돈 더 집어넣어서 뭘 사고 그걸 팔아서 이득을 챙길 생각을 하다니... 이런 근거없는 낙관주의로 빠져들어가는 프레드의 생각이 잘 드러났어요. 결국 된통 당했지만요. (쌤통이다. 제발 정신 좀 차려!!!)
주영사 번역은 차이가 좀 있어요. "(그는 이 돈에다 60파운드를 보태서 전액을 갚을 생각이었다. 이런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20파운드를 말하자면 자본금으로 생각하고 주머니에 남겨 두었다.) 이것을 분별로 가꾸고 행운의 물을 뿌리면 세 배 이상으로 늘지 누가 알겠는다. 하지만, 이 증가율은 모든 숫자를 손아귀에 쥐고 있는 청년의 무한한 정신을 밭으로 삼는 것 치고는 참으로 하찮은 것이었다." "but he meant to make the sum complete with another sixty, and with a view to this, he had kept twenty pounds in his own pocket as a sort of seed-corn, which, planted by judgment, and watered by luck, might yield more than threefold—a very poor rate of multiplication when the field is a young gentleman’s infinite soul, with all the numerals at comm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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