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9.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부제: 애주가를 위한 밤

D-29
전 아침에 침울한 상태로 출근해서 그랬는지 오늘 학교에서 정말 별별 일이 다 있있어요. 퇴근해왔는데 탈곡된 느낌이에요. 위스키 한 잔 하면서 쓰리고 아렸던 하루 달래는 중입니다. ㅎㅎ
이런 이런 T.T 정말 속상하셨겠네요. 일부러 이른 새벽에 일어나셨을텐데.... 4시 반이면 정말 이른 시간이잖아요. 다음 번 온라인 그믐밤 때 또 함께 할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모쪼록 오늘 편안한 하루셨기를...
편안하진 못했지만 지나간 일이니 잊어야죠. 다음에 또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퇴근하고 와서 위스키 한 잔 하면서 쉬고 있어요. 밀린 글들도 읽어 내려오고 있습니다.
어제 위스키 얘기가 많이 나와서 저도 생각난 책 한 권.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 위스키의 향기를 찾아 떠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성지여행《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을 전면 개정한 것으로, 하루키 부부가 위스키를 테마로 하여 ‘위스키의 성지’라 할 수 있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를 여행하며 그곳의 유명한 위스키인 싱글 몰트 위스키와 아이리시 위스키를 마음껏 맛보고, 그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공정 등을 둘러보면서 쓴 에세이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여러분! 벌써 마지막 주종, 와인으로 찾아온 최유안입니다 :) 마지막 파트라니 시간이 정말 빠르네요. 그믐밤 북토크를 지나, 오늘은 음력으로 다시 새해 첫 날이 되었어요. 새로운 기분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는 『주종을 가리지 않습니다만』에서 「얼리지」라는 단편을 썼어요. 앞선 작가님들께서 술에 푹 빠지는 소설을 넣어주셨다면, 제가 쓴 이 소설은 와인을 둘러싼 세상을 다루고 있는데요, 사실 저는 이 소설을 굉장히 어렵게 썼던 기억이 납니다..! 소설을 쓰는 동안에 술 한잔 마시지 않았지만, 원고를 탈고한 뒤에는 와인을 된통 퍼먹고 잤어요. (여러분께는 어려운 소설이 아니었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이야기를 여러분과 해보고 싶었어요. 1. 요즘은 보틀샵 말고도,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와인샵을 제법 많이 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덕분에 와인이 더 편하게 느껴지시는지 궁금해요. 와인이란 주종이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2. 소설의 제목인 ‘얼리지’란 병 안의 액체와 코르코 사이의 빈틈을 의미합니다. 여러분의 삶에서 '얼리지', 비어있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북토크 할 때 해주셨던 질문인데, 제가 여러분께 드려보고 싶었어요.) 3. 와인이 가장 맛있어보이는 순간은? 자, 이제 마지막을 달려볼까요!? 다른 주종 이야기도 계속 마음껏 해주세요.
드디어 마지막 작품이네요. 1. 저한테 와인은 연말의 술이고 또 사교의 술입니다. 가격도 부담스럽고 숙취도 있어서 제가 즐겨 마시지는 않는데요, 매년 12월 31일에 아내와 와인을 마시며 서로 유언장을 녹음하며 읽고 한 해를 정리합니다. 이때 안주는 과메기이고요. 혼자 와인을 마실 때는 없고 다른 사람과 만남 장소에서 와인이 제공되면 그냥 적당히 따라가는 편입니다. 2. 얼리지라는 단어를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증발한 와인처럼 나이가 들면서 제가 잃어버린 것들, 어린 시절 품었던 순수함과 열정 같은 것들이 떠오릅니다. 3. 집 거실에 적당히 어둑어둑하고 편안한 조명 아래, 작은 테이블에 책과 함께 레드 와인 한 잔이 와인 잔에 차 있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1. 와인은 정말 이상할 정도로 연말에 많이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연초보다 연말로 갈수록 집에 와인을 많이 쟁여놓더라고요... 그리고 연말로 갈수록 화이트 와인보다 레드 와인을 더 많이 마시게된다는..! 연말을 상징하는 색깔이 빨강이라 그런가봐요. 2. 모임 초반에 말씀주셔서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렇지않아도 그믐밤에서 '얼리지' 라는 단어 소개할 때 작가님 생각도 났어요 :) 순수함이 다른 것으로 전환 되었겠지요. 멋짐이라든지....(물론 책임과 고뇌를 동반한..!) 3. 저도 와인 하면 말씀하신 분위기를 많이 떠올리는데, 와인 마시며 책읽다가 결국 책을 몇장 못넘겨요 ;) 덕분에 마지막 작품까지 잘 왔어요. 작가님(&그믐), 감사합니다 :)
2000년대 초에 신의 물방울 유행할 즈음에 와인 바를 몇 번 갔는데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더라고요. 분위기는 참 좋았습니다만. 그때 지금처럼 편의점에서 와인 쉽게 구할 수 있었더라면 와인에 관심을 가져볼 수 있었을까, 아니 그래도 나는 맥주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여러 생각이 드네요. 그때의 순수함이 지금의 구림으로 전환되지 않았을까 걱정합니다. ^^
1. 제게 와인은 어렵지만 흥미로운 술입니다. 대형마트 주류 코너에 워낙 다양한 와인이 진열돼 있어서 그걸 보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고요. 하지만 와인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워낙 다양한 와인이 있어서 어떤 물건을 골라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달지 않은 와인을 고르면 망하진 않았습니다. 스크류 캡보다는 코르크 마개로 봉인된 와인의 맛과 향이 더 낫다고 느껴지고요. 배가 부르지 않는 고도주를 즐기는 편이어서 와인을 마시는 일은 많지 않은데, 작년에 선물 받았던 한 와인 덕분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잔에 와인을 따르는데 그야말로 꽃밭이 펼쳐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향이 엄청나더라고요. 이래서 와인을 파고드는 사람이 많구나 싶었습니다. 그 와인 이름을 까먹어서 아쉽습니다. 2. 유년 시절을 떠올려 보면 즐거운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가족과의 행복했던 기억도 드물고요. 비교적 넉넉하고 화목한 환경에서 사랑을 받고 자란 티가 나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그게 제게 얼리지라면 얼리지입니다. 3. 호텔 뷔페에 다양한 해산물 안주가 즐비하게 늘어선 모습을 보면 왠지 와인을 마셔야 할 것 같습니다. 상상만 해도 침이 고이네요.
1. 저도 대부분은 스크류 캡보다 코르크 마개로 봉인된 와인을 더 좋아하는데, 가장 많이 마시는 데일리 와인은 스크류 캡으로 마감한 호주 쉬라즈라는 것이...! 그 꽃향기 와인, 어떤 거였을지 정말 정말 궁금하네요! 와인은 정말, 너무 종류가 많아서, 같은 지역에서 나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심지어 만든 사람이 같아도 빈티지 연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이, 정말 너무 심오한 세계 같아요.. 2. 저는 화목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생각했지만, 모범생인 딸로 아버지의 인정을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착각하며 살다가, 지금에 와서야 아버지에게서 벗어나는 방법은 싸우는 거라는 걸 깨달았잖아요. 정말 어려운 인생살이.. 그나저나 작가님, 명절에 아버님과 발렌타인 까셨나요? ;) 3. 해산물 안주에 화이트 와인, 역시 안주대가!
주인공의 독백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소설이었습니다. 진한 와인을 한잔 마시고, 지독한 숙취를 겪은 느낌이 들었어요. 1. 저는 와인에 대해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대학 때 친구들을 만나면 와인을 꼭 마셨어요(우리도 이제 돈 벌잖아!). 소주파와 와인파가 있다면 대학 때 만난 친구들은 와인파인 것 같습니다. 그 친구들을 만나면 보통 1박 2일로 놀았는데, 장을 보러 마트에 들러 와인코너에서 이것저것 다양한 와인을 시도해 봤던 기억이 떠올라요. 저는 드라이하고 바디감이 묵직한 레드 와인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와인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와인을 고를 때면 "달지 않고 묵직한 거!" 라고 무작정 외치곤 하죠(소주가 아니란다, 얘야). 어떤 와인이었는지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미국산이었던 것 같아요), 첫 입에 "와! 이거 너무 좋다"라고 했다가 마시면 마실수록 느끼할 정도로 진했던 와인이 떠올라요. 결국 몇 잔 마시지 못하고 힘겨워했습니다. 저에게 와인은 맛도 맛이지만 분위기를 더해주는 술 같아요. 제 남자친구는 술을 정말 못하는데도, 좋은 여행지에서만큼은 한 잔씩 하는 걸 괜찮아하더라고요. 장작가님의 연말 리츄얼처럼, 특별한 날에는 좋은 와인을 한 번씩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드라이하고 바디감 묵직한 까베르네 소비뇽을 넘 좋아합니다!! 블랙커런트 향을 넘 애정해요. 아마 연해님 저랑 비슷한 취향을 갖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 와인은 정말이지, 분위기의 술인 것 같아요. 신기한 일인데, '가볍게' 라는 단어에는 와인보다 맥주가 더 잘 어울리니까요.. 그래서 제가 이 소설을 이렇게 지독한 내용으로 썼을까요....
저는 와인에 문외한인데, 작가님과 비슷한 취향이라는 말씀에 괜스레 자신감(?)이 생기네요. 어깨가 으쓱- 와인이 분위기의 술이라는 말씀이 정말 분위기 있는데요(이건 무슨 말일까요.하하). 말씀하신 것처럼 와인은 '가볍게'보다는 조금 더 '묵직한' 느낌이라 소설의 내용도 한층 더 무겁고, 진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저는 참 좋았습니다.
2. 제 삶에서 '얼리지'는 가족들과의 관계인 것 같습니다. 어제가 설날 당일이라 가족들을 만나고 왔어요. 부모님과 오빠, 이제 새언니까지 생겨서 다섯 명이 모여 서로의 근황을 나눴는데요. 저는 연인과 함께 있을 때는 수다쟁이가 되지만, 가족들과 만나면 제 이야기를 단 하나도 꺼내놓을 수가 없어요. 그저 가족들의 이야기에 맞장구쳐주기 바쁩니다. 저와 너무나 다른 세상에 속한 이야기 같거든요. 부동산과 주식, 재테크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죠. 강남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오빠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지만 사교육 시장에 너무도 밝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새언니까지.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는 부모님. 소비와 돈에 대한 대화가 끊이질 않고, 부모님은 심지어 제 앞으로 모아두신 자산을 아무렇지 않게 말씀하세요(고마운 줄 알라는 듯이 말이죠). 저는 그걸 단호히 거절하는데, 그런 저를 늘 한심해하세요. 쟤는 너무 욕심이 없다고,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요. 저는 제 나름대로 쉼 없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지런히 모았고, 제 힘으로 벌지 않은 돈은 받고 싶지도 욕심낸 적도 없거든요. 저 하나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착실하게 살고있다 생각했는데, 그런 제 모습이 부모님 눈에는 늘 성에 차지 않으신가 봅니다. "엄마, 나는 읽고 쓰고 걷는 걸 좋아해!"라는 말을 감히 꺼낼 수도 없었어요. 어릴 때부터 그런 말을 하면 "너는 꿈꾸는 소리 좀 그만해"라고 하셨는데, 여전히 가족들 눈에는 책을 좋아하는 제가 그저 한심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새언니도 저를 만날 때면, 아가씨는 왜 차를 안 사냐고... 치열한 자본주의 시장에서 도태된 사람처럼 취급당하고,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 제가 답답하신 것 같아요. 저는 오늘 연인과 보육원에 봉사활동을 하러 가는데, 소비의 문화보다 나눔의 문화에 더 마음이 가는 사람이란 걸 가족들에게 설명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또 생각이 많아졌어요. 제가 잘못 살고 있는 건가 싶었습니다(더 치열했어야 했을까, 경쟁했어야 했을까). 가족들을 만나고 돌아오면 늘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요. 그리고 그런 복잡한 심정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에 앉아 이 책의 단편인 <얼리지>를 읽었어요. 한편으로는 위로를 받고, 또 한편으로는 씁쓸함이 올라왔던 것 같아요.
구글 미트 북토크를 할 때 제가 보는 화면의 참석자들 정 가운데에 @연해 님이 계셨어요. 무슨 순서로 나열이 되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입장 순인지, 이름 순인지...가운데에서 은은하게 미소 지으며 들어주셔서 참 감사했다는 말씀 뒤늦게 드려요. 오프라인이 아니다 보니 북토크가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 감지하기가 어려울 때 연해님을 살짝씩(?) 보면서 얘기했는데 계속 잔잔하게 웃어 주셔서 뭔가 아주 잘못된 방향은 아니구나 안심하면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저 취해 계셨던 걸수도? ㅎㅎ 그렇다면 더 좋구요. ^^) 가족들은, 글쎄요. 저희 가족도 워낙 생각이 다르고 사는 모양도 다르고 해서 말씀을 얹기 조심스럽네요. 한편 모두 다른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은 조금 하고 있어요. 저의 경우는 다행스럽게도 가족들이 자신의 생각을 서로에게 강요하지 않고 그냥 각자 별로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라 괜찮긴 한데 본인의 철학이나 방향성을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게 극성스럽게 강요하거나 매번 지적하고 그러면 참 괴로울 것 같긴 합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가족 구성원이 한 분 더 있음 좋을텐데 숫자적으로 열세(?)이다 보니 연해님이 많이 힘드시겠단 생각 들어요.
아... 과분한 말씀에 저야말로 감사드려요. 저는 그 시간이 너무나 좋았어요(대표님의 매끄러운 진행부터 이미 마음이 녹았습니다). 서로 몸은 떨어져 있는데, 작은 화면 안에서 도란도란 나누는 책과 술, 삶의 이야기가 어찌나 다정하던지요. 덕분에 잔잔하게(가끔은 모 작가님 덕분에 격하게) 웃었는데, 잊지 못할 좋은 기억의 한편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술기운 때문에 더 나른해진 것 같기도 해요. 시간이 흐를수록 제 자세가 점점 의자 속으로 파묻히는 것 같아 정신 차리고 자세를 곧추 세워도 다시 또 흐트러지더라고요. 가족에 대한 말씀도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모두 다른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라는 말씀이 심심한 위로로 잘 닿았습니다. 다만 제가 상대적으로 열세(?)다 보니 속상했나봐요. 분명 같은 공간에서 가족이라는 연결고리를 갖고 대화를 하는데, 혼자 있을 때보다 외롭고 말문이 자꾸 막히는걸 보면 말이죠. 그렇지만 이제는 저 또한 가족들의 삶의 형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강요 앞에서는 단호해질 테지만, 저의 삶은 저만의 형태로 잘 꾸려가고 싶다는 자신감이 생겨요. 주신 말씀에 힘입어 지나친 자기연민에 허덕이지 않게 잘 살아보겠습니다:)
ㅎㅎ 저도 북토크때 연해님의 은은한 미소에 의지한 1인으로 김새섬님 말에 동감합니다^^ 김새섬님의 배경음악 선정이나 진행이나 작가님들 말씀이 너무 좋으셨는데 제가 잘 참여를 못한거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술에 대한 지식부족으로..(결과지향주의가 아닌 순간순간을 즐기는 과정지향주의로 바꾸자고 생각하면서도 좀 안 바뀌네요~^^;;)
세상에나...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저도 비슷한 일을 많이 겪는데요, 아주 선명하게 기억나는 일이 있어요. 제가 세종에서 직장을 꽤 오래 다니다 퇴사해서 그곳을 빠져나왔는데, 그때 저한테는 아파트 특별공급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었어요. 저는 수년 동안 세종 시민으로 살면서 특공을 받고 싶다는 욕구가 없었어요. 퇴사를 하는 즈음에 직장 선배들 동료들이, 대체 왜 특공을 놀린 거냐고 저한테 바보라는 소리를 얼마나 많이했는지 모르겠어요. 그 당시의 세종은 정말 놀랄 만큼 아파트를 수단삼아 돈을 많이 벌 수 있었거든요. 저는 그런데,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그렇게 갑자기 돈을 벌지 않았고, 여전히 순수히 제 힘으로만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자본의 어떤 속성에도 휘둘리지 않을 수 있었다고 믿었거든요. 그 생각은 그런데 지금도 변하지 않았어요..아파트로 돈 버는 것을 고민하는 시간에 글을 쓰고 읽어서, 내면을 채우는데 시간을 썼다고 생각해요. 물질로 만족하는 삶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으니, 저한테는 다행이에요. 저는 아직도 쓸 만큼만 벌어 적게 쓰며 살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지구에도 더 좋고요. 돈이란 있을 수록 더 많이 바라게 마련이니까요. 저는 자본으로 욕구의 파이를 키우는 삶에서 멀어지기로 마음 먹었어요. 연해님도 응원해요! ;)
하... 작가님의 세종 특공 일화도 소재는 다르지만 제가 겪은 일들과 닮아있네요. 솔직하게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순수히 작가님의 힘으로만 돈을 벌고 있어 자본의 어떤 속성에도 휘둘리지 않을 수 있었다는 말씀이 정말 와닿네요. 아파트로 돈 버는 것을 고민하는 시간에 글을 쓰고 읽어서 내면을 채우는데 시간을 쓰고 계시다는 말씀도 인상 깊은데, 임경선 작가님도 작가님과 비슷한 가치관을 에세이에 풀어주신 적이 있어 한층 더 깊이 공감했어요. 그리고 작가님이 위에서 정진영 작가님께 댓글로 남겨주신 부분 중 아버님과의 일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도 집을 나오기 전까지는 엄마의 인정을 받는 걸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과업(?)처럼 여기며 살았거든요. 지독한 인정욕구였죠. 엄마와 싸워서 벗어났다기보다는 엄마의 기대를 채워드리길 포기했어요. 애초에 제가 닿을 수 없는 기대치였고, 그걸 비우고나니 제 삶이 달리 보이더라고요. "저는 자본으로 욕구의 파이를 키우는 삶에서 멀어지기로 마음 먹었어요."라는 작가님의 문장에 제가 지금까지 해온 선택이 그리 잘못되지는 않았구나 라는 위안과 안정을 얻습니다. 응원 정말 감사드려요. 그리고 저 또한 작가님의 삶을 응원하고 존경합니다:)
가족들의 모습이 흔히 일상적인 모습이네요~~ 저는 책을 읽거나 이런 독서모임을 하는 제 모습을 인정받기 힘든 주위 환경이 좀 외로웠던거 같아요~ 재테크나 승진이나 또는 핫한 지역의 진입등 수많은 등급매기는 경쟁에 매번 놓이지요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말이지요~~ 전 신체적으로는 굉장히 느리고 생각이 많고 예민한 편인데(그래서 사람들이 적고 책이나 문화를 풍요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선호한답니다) 나이를 듦에 따라 새로이 알게된 제 모습이 생각보다 무료한 것을 잘 견디지 못한다는 점이었어요 놀랍게도 이 지점 때문에 자본주의 속성에 나름 적절히 적응하는거 같더라구요 시간이 흐를수록 드는 생각은 내모습을 내 속도를 항상 인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라면서 혼란스럽고 불만족스럽더라구요 어쩔 수 없이 항상 무한경쟁체제에 놓여져야 하지만 제 아이들에게도 내가 원하는 것 같이 있고 싶은 사람들과 세계가 어디인지 항상 찾고 갈수 있는 방법도 찾으라고 말한답니다 이 말은 아직 제게도 해당되는 말이고 -ing 중입니다 일할 때는 치열하더라도 쉬거나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있을 때는 행복하게 웃고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가끔 업무적 부분들이 저의 삶의 전부를 지배하려고 할 때도 있지만요) 이번 북토크에서도 연해님과 여러 분들을 온라인상에서라도 뵐수 있어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연해님의 항해도 앞으로도 쭉 순조롭길 그 마지막에 원하시던 곳에 닿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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