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9.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부제: 애주가를 위한 밤

D-29
저도 드라이하고 바디감 묵직한 까베르네 소비뇽을 넘 좋아합니다!! 블랙커런트 향을 넘 애정해요. 아마 연해님 저랑 비슷한 취향을 갖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 와인은 정말이지, 분위기의 술인 것 같아요. 신기한 일인데, '가볍게' 라는 단어에는 와인보다 맥주가 더 잘 어울리니까요.. 그래서 제가 이 소설을 이렇게 지독한 내용으로 썼을까요....
저는 와인에 문외한인데, 작가님과 비슷한 취향이라는 말씀에 괜스레 자신감(?)이 생기네요. 어깨가 으쓱- 와인이 분위기의 술이라는 말씀이 정말 분위기 있는데요(이건 무슨 말일까요.하하). 말씀하신 것처럼 와인은 '가볍게'보다는 조금 더 '묵직한' 느낌이라 소설의 내용도 한층 더 무겁고, 진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저는 참 좋았습니다.
2. 제 삶에서 '얼리지'는 가족들과의 관계인 것 같습니다. 어제가 설날 당일이라 가족들을 만나고 왔어요. 부모님과 오빠, 이제 새언니까지 생겨서 다섯 명이 모여 서로의 근황을 나눴는데요. 저는 연인과 함께 있을 때는 수다쟁이가 되지만, 가족들과 만나면 제 이야기를 단 하나도 꺼내놓을 수가 없어요. 그저 가족들의 이야기에 맞장구쳐주기 바쁩니다. 저와 너무나 다른 세상에 속한 이야기 같거든요. 부동산과 주식, 재테크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죠. 강남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오빠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지만 사교육 시장에 너무도 밝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새언니까지.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는 부모님. 소비와 돈에 대한 대화가 끊이질 않고, 부모님은 심지어 제 앞으로 모아두신 자산을 아무렇지 않게 말씀하세요(고마운 줄 알라는 듯이 말이죠). 저는 그걸 단호히 거절하는데, 그런 저를 늘 한심해하세요. 쟤는 너무 욕심이 없다고,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요. 저는 제 나름대로 쉼 없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지런히 모았고, 제 힘으로 벌지 않은 돈은 받고 싶지도 욕심낸 적도 없거든요. 저 하나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착실하게 살고있다 생각했는데, 그런 제 모습이 부모님 눈에는 늘 성에 차지 않으신가 봅니다. "엄마, 나는 읽고 쓰고 걷는 걸 좋아해!"라는 말을 감히 꺼낼 수도 없었어요. 어릴 때부터 그런 말을 하면 "너는 꿈꾸는 소리 좀 그만해"라고 하셨는데, 여전히 가족들 눈에는 책을 좋아하는 제가 그저 한심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새언니도 저를 만날 때면, 아가씨는 왜 차를 안 사냐고... 치열한 자본주의 시장에서 도태된 사람처럼 취급당하고,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 제가 답답하신 것 같아요. 저는 오늘 연인과 보육원에 봉사활동을 하러 가는데, 소비의 문화보다 나눔의 문화에 더 마음이 가는 사람이란 걸 가족들에게 설명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또 생각이 많아졌어요. 제가 잘못 살고 있는 건가 싶었습니다(더 치열했어야 했을까, 경쟁했어야 했을까). 가족들을 만나고 돌아오면 늘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요. 그리고 그런 복잡한 심정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에 앉아 이 책의 단편인 <얼리지>를 읽었어요. 한편으로는 위로를 받고, 또 한편으로는 씁쓸함이 올라왔던 것 같아요.
구글 미트 북토크를 할 때 제가 보는 화면의 참석자들 정 가운데에 @연해 님이 계셨어요. 무슨 순서로 나열이 되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입장 순인지, 이름 순인지...가운데에서 은은하게 미소 지으며 들어주셔서 참 감사했다는 말씀 뒤늦게 드려요. 오프라인이 아니다 보니 북토크가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 감지하기가 어려울 때 연해님을 살짝씩(?) 보면서 얘기했는데 계속 잔잔하게 웃어 주셔서 뭔가 아주 잘못된 방향은 아니구나 안심하면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저 취해 계셨던 걸수도? ㅎㅎ 그렇다면 더 좋구요. ^^) 가족들은, 글쎄요. 저희 가족도 워낙 생각이 다르고 사는 모양도 다르고 해서 말씀을 얹기 조심스럽네요. 한편 모두 다른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은 조금 하고 있어요. 저의 경우는 다행스럽게도 가족들이 자신의 생각을 서로에게 강요하지 않고 그냥 각자 별로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라 괜찮긴 한데 본인의 철학이나 방향성을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게 극성스럽게 강요하거나 매번 지적하고 그러면 참 괴로울 것 같긴 합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가족 구성원이 한 분 더 있음 좋을텐데 숫자적으로 열세(?)이다 보니 연해님이 많이 힘드시겠단 생각 들어요.
아... 과분한 말씀에 저야말로 감사드려요. 저는 그 시간이 너무나 좋았어요(대표님의 매끄러운 진행부터 이미 마음이 녹았습니다). 서로 몸은 떨어져 있는데, 작은 화면 안에서 도란도란 나누는 책과 술, 삶의 이야기가 어찌나 다정하던지요. 덕분에 잔잔하게(가끔은 모 작가님 덕분에 격하게) 웃었는데, 잊지 못할 좋은 기억의 한편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술기운 때문에 더 나른해진 것 같기도 해요. 시간이 흐를수록 제 자세가 점점 의자 속으로 파묻히는 것 같아 정신 차리고 자세를 곧추 세워도 다시 또 흐트러지더라고요. 가족에 대한 말씀도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모두 다른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라는 말씀이 심심한 위로로 잘 닿았습니다. 다만 제가 상대적으로 열세(?)다 보니 속상했나봐요. 분명 같은 공간에서 가족이라는 연결고리를 갖고 대화를 하는데, 혼자 있을 때보다 외롭고 말문이 자꾸 막히는걸 보면 말이죠. 그렇지만 이제는 저 또한 가족들의 삶의 형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강요 앞에서는 단호해질 테지만, 저의 삶은 저만의 형태로 잘 꾸려가고 싶다는 자신감이 생겨요. 주신 말씀에 힘입어 지나친 자기연민에 허덕이지 않게 잘 살아보겠습니다:)
ㅎㅎ 저도 북토크때 연해님의 은은한 미소에 의지한 1인으로 김새섬님 말에 동감합니다^^ 김새섬님의 배경음악 선정이나 진행이나 작가님들 말씀이 너무 좋으셨는데 제가 잘 참여를 못한거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술에 대한 지식부족으로..(결과지향주의가 아닌 순간순간을 즐기는 과정지향주의로 바꾸자고 생각하면서도 좀 안 바뀌네요~^^;;)
세상에나...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저도 비슷한 일을 많이 겪는데요, 아주 선명하게 기억나는 일이 있어요. 제가 세종에서 직장을 꽤 오래 다니다 퇴사해서 그곳을 빠져나왔는데, 그때 저한테는 아파트 특별공급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었어요. 저는 수년 동안 세종 시민으로 살면서 특공을 받고 싶다는 욕구가 없었어요. 퇴사를 하는 즈음에 직장 선배들 동료들이, 대체 왜 특공을 놀린 거냐고 저한테 바보라는 소리를 얼마나 많이했는지 모르겠어요. 그 당시의 세종은 정말 놀랄 만큼 아파트를 수단삼아 돈을 많이 벌 수 있었거든요. 저는 그런데,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그렇게 갑자기 돈을 벌지 않았고, 여전히 순수히 제 힘으로만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자본의 어떤 속성에도 휘둘리지 않을 수 있었다고 믿었거든요. 그 생각은 그런데 지금도 변하지 않았어요..아파트로 돈 버는 것을 고민하는 시간에 글을 쓰고 읽어서, 내면을 채우는데 시간을 썼다고 생각해요. 물질로 만족하는 삶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으니, 저한테는 다행이에요. 저는 아직도 쓸 만큼만 벌어 적게 쓰며 살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지구에도 더 좋고요. 돈이란 있을 수록 더 많이 바라게 마련이니까요. 저는 자본으로 욕구의 파이를 키우는 삶에서 멀어지기로 마음 먹었어요. 연해님도 응원해요! ;)
하... 작가님의 세종 특공 일화도 소재는 다르지만 제가 겪은 일들과 닮아있네요. 솔직하게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순수히 작가님의 힘으로만 돈을 벌고 있어 자본의 어떤 속성에도 휘둘리지 않을 수 있었다는 말씀이 정말 와닿네요. 아파트로 돈 버는 것을 고민하는 시간에 글을 쓰고 읽어서 내면을 채우는데 시간을 쓰고 계시다는 말씀도 인상 깊은데, 임경선 작가님도 작가님과 비슷한 가치관을 에세이에 풀어주신 적이 있어 한층 더 깊이 공감했어요. 그리고 작가님이 위에서 정진영 작가님께 댓글로 남겨주신 부분 중 아버님과의 일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도 집을 나오기 전까지는 엄마의 인정을 받는 걸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과업(?)처럼 여기며 살았거든요. 지독한 인정욕구였죠. 엄마와 싸워서 벗어났다기보다는 엄마의 기대를 채워드리길 포기했어요. 애초에 제가 닿을 수 없는 기대치였고, 그걸 비우고나니 제 삶이 달리 보이더라고요. "저는 자본으로 욕구의 파이를 키우는 삶에서 멀어지기로 마음 먹었어요."라는 작가님의 문장에 제가 지금까지 해온 선택이 그리 잘못되지는 않았구나 라는 위안과 안정을 얻습니다. 응원 정말 감사드려요. 그리고 저 또한 작가님의 삶을 응원하고 존경합니다:)
가족들의 모습이 흔히 일상적인 모습이네요~~ 저는 책을 읽거나 이런 독서모임을 하는 제 모습을 인정받기 힘든 주위 환경이 좀 외로웠던거 같아요~ 재테크나 승진이나 또는 핫한 지역의 진입등 수많은 등급매기는 경쟁에 매번 놓이지요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말이지요~~ 전 신체적으로는 굉장히 느리고 생각이 많고 예민한 편인데(그래서 사람들이 적고 책이나 문화를 풍요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선호한답니다) 나이를 듦에 따라 새로이 알게된 제 모습이 생각보다 무료한 것을 잘 견디지 못한다는 점이었어요 놀랍게도 이 지점 때문에 자본주의 속성에 나름 적절히 적응하는거 같더라구요 시간이 흐를수록 드는 생각은 내모습을 내 속도를 항상 인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라면서 혼란스럽고 불만족스럽더라구요 어쩔 수 없이 항상 무한경쟁체제에 놓여져야 하지만 제 아이들에게도 내가 원하는 것 같이 있고 싶은 사람들과 세계가 어디인지 항상 찾고 갈수 있는 방법도 찾으라고 말한답니다 이 말은 아직 제게도 해당되는 말이고 -ing 중입니다 일할 때는 치열하더라도 쉬거나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있을 때는 행복하게 웃고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가끔 업무적 부분들이 저의 삶의 전부를 지배하려고 할 때도 있지만요) 이번 북토크에서도 연해님과 여러 분들을 온라인상에서라도 뵐수 있어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연해님의 항해도 앞으로도 쭉 순조롭길 그 마지막에 원하시던 곳에 닿길 희망합니다^^
@연해 @거북별85 저도, 여러분의 순조롭고 평온한 항해를 응원합니다! :)
@거북별85 님도 저와 비슷한 환경을 겪으셨다니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 속도를 항상 인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라는 말씀이 특히 인상 깊은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경쟁이다 뭐다 다들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데, 거기에 떠밀려가다 보면 정작 제 속도를 놓치는(심지어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숨이 찰 때도 많더라고요. 나이를 먹을수록 저라는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의 크기를 점점 깨달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겸손하게요). 그리고 나이가 듦에 따라 새로이 알게 된 모습이 "생각보다 무료한 것을 잘 견디지 못한다는 점"이라는 문장을 보면서 얼마 전에 읽었던 정아은 작가님(같이 모임도 했었죠, 우리?)의 <높은 자존감의 사랑법> 속 문장도 떠올랐어요. "우리는 흔히 휴가를 내고 해변가에 가 누워 있으면 행복할 거라 생각하지만, 칙센트미하이의 연구 결과 사람들은 휴식을 취할 때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일에 몰두할 때 행복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일이든, 운동이든, 공부든, 한 가지 일에 집중해서 자신을 완전히 쏟아 넣을 때, 갖가지 상념을 잊고 무아지경에 빠져들고, 그런 때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이 공간에 모여 서로의 삶을 나누는 과정 또한 몰입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거북별85 님과 저의 결이 닮아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조심스레 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텍스트로, 온라인으로, 대면으로도(북토크에서 살짝) 뵐 수 있어 반갑고 좋았습니다! 저의 항해를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저 또한 거북별님의 항해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와!좋은 문장 공유 감사합니다~정아은 작가님의 책에 이런 문장이 있었군요~^^ 그때 달변가이신 작가님의 인정욕구, 성장욕구에 대한 이야기도 떠오르네요~~^^ 공감,공감!! 세상에는 읽고 싶은 매력적인 책들도 많고 멋지신 작가님들도 너무 많으신거 같아요 역량 부족으로 두루 섭렵하지 못하는게 아쉬울 뿐입니다 그런데 요즘 1년에 책1권 읽는 사람들이 전체의 반도 힘들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점점 더 독서인구가 천연기념물처럼 숨어있게 되는거 같아요~ㅜㅜ 솔직히 저도 혼자 출퇴근하면서는 잠깐 책 읽어도 아는 분들 앞에서 읽기는 꺼려지더라구요~~ 시선이 좀 그렇죠~~^^;;(이방인같은 이 기분은 언제나 졸업하려나 싶은데 그래도 두딸들이 제 영향으로 책향기를 좋아하며 자라서 종족 2명은 추가했습니다^^) 이곳에서 따뜻한 연해님과 멋진 작가님들과 대화도 나눌 수 있어서 잠깐 공간이동을 해서 산림욕하는 기분입니다 감사합니다 ♡
독서인구가 천연기념물처럼 숨어있다는 말씀 너무 귀여운데요. 저는 그럼 그 천연기념물 중 하나로 뚝심 있게 자리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다만 요즘은 회사와 개인적인 일이 많아 대중교통에서 책을 읽을 때는 꾸벅꾸벅 자꾸 졸더라고요. 특히 버스의 반복적인 흔들림은 요람처럼 편안하기도 하여 눈이 스르륵 감기는 아늑한 경험을...(헷) 그래도 @거북별85 곁에 책향기를 좋아하는 두 따님이 계셔서 얼마나 기쁜지요. 든든하고 행복하실 것 같아요. 저는 자녀를 양육해 본 적은 없지만, 저보다 어린 생명체(?)가 저와 함께 읽고 쓰는 감각을 좋아한다는 건 얼마나 큰 행복일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꺄, 산림욕이라니. 저야말로 거북별님의 몽글몽글 다정하고 귀여운 언어들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진답니다. 이번 모임에서도 그랬어요. 늘 감사합니다:)
3. 특별한 날, 조용한 공간, 조도가 낮은 조명 아래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마시는 와인이 가장 맛있는 것 같아요. 북토크 때 <책바>를 말씀해 주셨는데 너무 반가웠어요. 아직 가보지 못했는데, 가보려고 찜해둔 곳이었거든요. 제가 다녀온 곳은 <문학살롱 초고>라는 곳인데, 이곳 분위기도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떠올라요.
저도 <초고> 종종 갑니다! ㅎㅎ 접근성이 아무래도 연희동 책바보다 합정역 초고가 낫죠 ㅎㅎ 그리고 친구와 이야기 나눌 때도 초고로 갈 수밖에 없고요!
오, 작가님도 <초고>를 종종 가시는군요! (반가워라) 저희 알게 모르게 마주쳤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제 얼굴을 (비대면)으로 알았으니 혹 마주치게 된다면 부담스러우시지 않게 눈인사를 건네보겠습니다:)
1. 저는 서른 살 이전까지는 와인이 비싸고 고급진 술이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그래서 크리스마스나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 누가 사줘야만 겨우 마실 수 있었고요. 그런데 서른 살 무렵 친하게 지내던 캐나다 친구 말로는 자기가 살던 동네(온타리오)에서는 빈 와인병을 잔뜩 가지고 근처 와이너리에 가면 값싼 가격에 빈 와인병을 가득 채워주었대요. 그리고 이때 영화 <라 비앙 로즈>를 봤는데요, 극중 에디뜨 피아프가 부랑자로 지내던 시절 길거리에서 노래하면서 와인을 병째로 마시는 장면이 나왔어요. 그래서 서양에서는 와인이 굉장히 흔하고 대중적인 술이구나, 고급 술의 이미지는 아니구나(물론 고급 와인도 있지만) 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그 무렵 대형 마트나 편의점에서 5천원~1만원대 저가 와인도 많이 팔았고요. 그래서 지금은 이 정도 가격대의 와인을 동네 마트에서 자주 사와서 편하게 마셔요. 2. 저는 '집중력'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몰입해서 하지만 일상의 활동 대부분에 집중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어서요. 그래서 요가도 하지만... 어쩐지 나이가 들수록 집중력이 더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은 그냥 느낌일까요... 3.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봄날에 차가운 화이트와인이,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날에 기온과 비슷한 온도의 레드와인이 맛있어 보여요. 드디어 <얼리지> 이야기를 나누는군요. 다들 와인과 어떤 추억이 있는지 비로소 들어볼 수 있겠어요!
1. 우와, 저도 정말 똑같은 경험을 유럽에서 했어요. 독일에서 학교를 다닐 때, 와인이라는 게 이 정도로 대중적일 수 있구나 생각했었어요! 그때 만원도 안되는 와인들을 많이 마시고, 한국에 와서 점점 와인이 대중화 되는 것을 보고 정말 좋았어요. (이것이 한-EU FTA인 것을 깨닫고는 묘하게 슬펐지만...) 어쨌든 그때부터 제가 제일 좋아하는 데일리 와인이 호주의 쉬라즈가 되었어요. (호주에 교환학생 갔었을 때, 와이너리를 방문했었던 기억 때문에 프랑스보다 호주가 더 익숙하게 된 이상한 이야기도 추가!), 저는 사실 지금까지도 이만원 이하의 호주 쉬라즈를 정말 사랑합니다. 수십년 먹은 옐로우테일 쉬라즈 (리저브)를 그보다 훨씬 값비싼 프랑스 와인보다 더 사랑해요. 이것은 정말 저에게 추억과 쌓인 시간이 준 애정의 아이템인 것 같아요. 2. 멀티플레이어가 유리한 세상!! 3.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발렌타인의 달 2월, 지금은 샴페인의 달 아닐까 싶어요!
와인에 대한 저의 첫 인상은 참 예쁘다는 생각이었어요. 우아한 녹색 병도 섬세한 와인 잔도, 그리고 와인을 마시는 장소의 분위기도. 유일한 단점은 가격이랄까? 참, 처음에 와인을 마셨을 때 나름 충격적인 일이 있었어요. 화장실에 가서 손을 닦다 거울을 보고 입에서 피가 나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랬는지요. 알고 보니 그냥 레드와인이 치아와 입술에 착색된 것이었지요. 술자리에 돌아가니 어두워 잘 안 보여 그렇지 함께 마시던 다른 사람들도 다 저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고 안심했습니다. 아무튼 여태까지도 이 기억이 생생해요. 저도 @술빚는소설가 님처럼 와인은 좀 고급진 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외국에 가서 와인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뀌게 되었습니다. 호주에 가니 종이와인이라는 게 있더라구요. 커다란 종이 박스 안에 비닐 주머니가 있고 거기에 와인이 담겨 있어요. 박스의 아래 플라스틱 밸브가 달려있고 그 밸브를 열면 와인이 콸콸. 흠, 모양을 설명하기 좀 어렵네요. 우리 나라 코스트코에서도 판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네요. 그 큰 박스 용량이 3리터인지 5리터인지였고 가격도 5천원~ 1만원 정도 했던 것 같아요. 얼마나 싼 지요. 물론 완전히 저급 와인이라 보통 샹그릴라나 펀치 등을 제조할 때 쓰고 그냥은 못 마신다고들 하던데 돈없는 유학생들은 모여서 그걸 자주 마셨지요. 소주보다 싼 와인. 그거 마시면 다음 날 머리가 얼마나 아픈지 모릅니다.
저는 레드 와인보다는 화이트 와인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 글을 쓰다 보니 화이트 와인이 너무 마시고 싶네요. 요트가 보이는 마이애미 항구 옆 노천 식당에서 굴 한 접시 시켜놓고 차게 식힌 화이트 와인 마시면서 대낮부터 수다떨고 싶네요. (물론 마이애미는 가본 적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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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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