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9.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부제: 애주가를 위한 밤

D-29
오 아사히 생맥주 캔 벌써 두 분이나 추천하시다니 내일은 꼭 사와야겠네요! @꿀돼지
1. 저는 지난 해 '우리동네 GS' 라는 앱을 휴대폰에 다운받고 나서 특가 맥주를 집착하듯이 사게 됐어요. 앱으로 구매한 뒤 픽업하러 가면 1~2천원 정도 저렴하거든요. 보통 4캔에 6~7천원 또는 6캔에 1만원 정도 해요. 그렇게 앱 세일가가 뜨면 무조건 사다 보니 그동안 안 마셔본 맥주도 많이 마시게 됐어요. 타이거, 밀러 제뉴인, 볼파스 앤젤맨(라거 & IPA), 필스너 우르켈이 특히 맛있었답니다. 2. 저는 미국에 머물던 2개월동안 음식이 입에 안 맞아서 고생을 했어요. 처음 1~2주 정도는 한식당, 중식당, 멕시칸 식당을 번갈아 가보기도 했는데 다 맛없고 비싸서 보름 정도 지난 뒤부터는 식사 때마다 방에서 그냥 맥주만 마셨어요. Lays 감자칩 대용량 한 봉 사두고 조금씩 먹으면서요. 근데 미국 마트에 파는 맥주가 대부분 버드 라이트, 밀러 라이트 같은 종류만 있어서, IPA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맛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하루는 저녁 때 친구랑 펍에 가서 탭비어 중 페일에일이라고 써 있는 걸 마셨어요. 근데 그게 정말 제 입맛에 딱 맞고, 너무 맛있어서 행복하더라고요. 제품명도 모르고 마셨는데 리커샵이나 월마트에 가니 병맥주로도 있었어요. 그래서 이 맥주를 박스째 사다가 호텔방에 쌓아두고 마셨죠. 그때 친했던 미얀마 친구가 지금도 이 맥주를 마실 때면 제가 떠오른다며 사진 찍어 보내주곤 해요. 그래서 그 친구가 보내준 사진을 남깁니다 ㅋㅋ 더불어 최근에 가장 맛있게 맥주는 속초 몽트비어 브루어리에서 생산하는 맥주입니다. 여기 스타우트, 페일에일, 골든에일, 라거, IPA 다 진짜 맛있는데 요즘은 부재료 넣은 맥주도 많이 나와요. 지난 주에 가서 홉 함량이 높다는 '몽트 누보세션IPA'라는 맥주를 사왔는데 홉향이 진짜 좋아서 서진 작가님 취향에도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3. 하루키 산문집 중에 <밸런타인 데이의 무말랭이>를 읽을 때 두부에 맥주, 슈니첼에 맥주, 식당칸에서 맥주를 마시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죠. 하루키 책 외에 장강명 작가님의 산문집 <5년 만에 신혼여행>을 읽을 때도 맥주가 내내 마시고 싶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결혼 5년 만에 보라카이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인데, 여행지에서 남편이 산미구엘을 하루종일 마시거든요 ㅎㅎ 국내에 수입되는 산미구엘은 한 종류지만 보라카이에 가니 다양한 종류의 산미구엘이 있다며 낮부터 계속 마시다가, 처음으로 부부싸움을 하고 이제 낮에는 맥주를 안 마시겠다고 말해요. 여행지에서 낮술 마시기 좋아하는 저로서는 무척 아쉬운 대목이었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산문집을 읽으며 HJ 님께 공감이입이 많이 되어서 항상 팬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된답니다 ㅎㅎ @장맥주 @김새섬
1. 이런 꿀팁이 있다뇨!!!! 저도 해보겠습니다. 2. 미국에 흠흠, 제대로 된 음식을 찾기가 좀 힘들긴 하지만, 맥주로 밥을 대신했다니 좀 슬프네요. 3. ㅎㅎㅎ 맞아요. <5년 만에 신혼여행>에서 저도 그 부분이 기억나네요. 필리핀 가면 정말 현지에서 산 미구엘 종류가 좀 많거든요. 저의 원픽은 Red Horse 입니다!
와, 저도 꿀팁 감사합니다. 볼파스 앤젤맨 맛있죠. (그리고 저도 라이트 계열 싫어해요. 너무 밍밍한 거 같아요.) 저는 가끔 보라카이 생각하며 산미구엘 마실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낮술도... 종종 마십니다. ^^
미국 어디에 머무셨는지 언제였는지 모르지만 세상 맛있는 식당들은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라 글 읽으면서 너무 안타깝네요. 그런데,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하긴 했어요. 구두 디자이너로 일할 때 중국 공장 근처에서 한달을 머물러야 했는데, 공장 관계자들이 이름 있는 식장에서 대접한다고 해서 가면 원숭이 뇌 나오고, 소 혓바닥이 통째 삶아져 나오고, 간장에 조리고 식힌 거위 어리 발이 나오고… 쌀밥이랑 중국 맥주로 한 달 버티고 몸무게가 10킬로 이상 쪘던 기억이 있어요.
아이오와에서 두 달간 있었고, 중간에 뉴욕 가서 사흘 정도 있었습니다. 뉴욕에서는 매일 한식당만 갔어요. 맛있는 식당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곳에 가면 팁까지 1인 100불 가량 나오고, 13~15불 정도 하는 식사는 형편없고 그랬어요. 원래 식성도 한식파라서 그런지 미국에서 딱히 먹고 싶은 음식도 없었고요 ㅎㅎ 그래서 저는 식사 대신 매끼 맥주에 감자칩만 먹었더니 체중이 3~4kg 정도 줄어서 돌아왔어요.
1. 요즘 편의점에 가면 가장 많이 구입하는 맥주의 브랜드는? 그리고 그 이유는? => 제가 요즘 즐겨 마시는 브랜드를 그믐밤 때 공개합니다! (여전히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2. 맥주 맛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는데 '빅웨이브'나 '피넛버터 밀크 스카우트'같은 맥주들을 처음 마셨을 때 느꼈던 기분좋은 놀라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3.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저도 @Juyoung 작가님과 같은 구절을 쓰려고 했어요. ^^
여기 관심있는 사람 한 명 있습니다! 다짐 속 '퐁당퐁당'이라는 말이 너무 귀여웠어요.
1. 블루문, 페로니, 모레티 이 세개를 가방 많이 구입해요. 블루문은 특히 봄여름에 더 많이 마시고요. 이탈리아 맥주들은 아무래도 20대의 추억, 유학시절의 추억때문일테고요. 2.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여름에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려요. 한밤에 오래된 원형 경기장에서 오페라를 보면서 마셨던 맥주. 너무 맛있었고요. 그리스 섬들 해변에서 배달된 잔새우 튀김과 마시는 맥주들은 다 좋았던것 같구요. 3. 저는 오히려 하루키의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맥주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1. 다른 주종에 비해 맥주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편이라 작가님의 질문과는 살짝 다른 이야기를 덧대보려고 합니다. 품절 대란과 관련된 이슈를 종종 전해 듣곤 하는데(요즘은 기후동행카드가...), 작년에 '아사이 슈퍼드라이 생맥주' 대란을 잠깐 지켜봤던 기억이 나요. 제가 사려고 했던 건 아니고, 편의점을 운영하는 친구의 일을 살짝 돕다가 우연히 알게 됐죠. 맥주에 진심인 분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다만 이번 그믐 모임에서는 맥주를 잘 모르는 제가 오히려 별종이 아닐까 싶어지네요(하하하). @장맥주 2. 이제는 거의 10년도 더 지난 일인데요. 가족들이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다같이 술집을 갔던 적이 있어요. 요즘도 이런 술집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세계맥주집이라고(당시에 꽤 유행했답니다). 온갖 종류의 맥주를 꺼내 마시고 나갈 때 한번에 결제하는 시스템이었어요. 그때의 일이 유독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는 건 맥주 맛이 좋았어서라기보다는 가족들과 그런 곳을 처음 가봤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독립해서 자주 못 보지만, 그때는 네 식구가 다 같이 모여 살았어도 한번 모이는 게 꽤 어렵더라고요. 그리고 집에서 나누는 대화도 대부분 먹고사니즘에만 치중되어있다보니 진솔한 대화를 나눌 여유가 없었죠. 왠지 낯간지럽기도 하고요. 근데 그날만큼은 모든 굴레(?)를 벗어 던지고 잔뜩 취해서는 신명나게(?)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마무리는 노래방으로...). 아 그리고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제가 대학생 때는 술집에 맥주 1000cc가 많이(?) 팔았어요. 거기에 소주 1병(가끔은 매화수)을 섞어 마시는 비율을 좋아했습니다(섞어 마실 수 있는 용기를 따로 주셔서 한 번에 섞었어요). 맥주는 안 좋아하는데 이렇게 마시면 제 입맛에는 꽤 맛있더라고요(이제는 다 오래전 이야기). 다음 날 숙취는 덤.
2. 세계맥주전문점.... 물론 저도 기억합니다. 아직도 몇몇 남아있지만 이제 세계맥주는 마트에서도 다 구입할 수 있지요. 아무튼 가족분들과 그렇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셨다니, 그 기억이 부럽네요! 참, 대학교 앞에서는 맥주 1000,1500,3000 cc까지 팔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럴까요?
저도 세계맥주 전문점 2016년 정도까지 꽤 다녔던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이제는 어딜가나 세계맥주를 살 수 있으니 없어진 거였군요! 그리고 20대에는 맥주를 항상 2000cc, 3000cc로 주문해서 마셨고, 주당 친구들 만나면 5000cc를 주문해서 마실 때도 있었어요. 근데 사회에 나와보니 여럿이 마셔도 다들 500cc로 주문해서 각자 잔 들고 마시더라고요. 500cc 가격이 더 비싸도 그게 편하다고 여기는 것 같았어요. 금전적으로 학생 때보다는 여유가 있어서 그런 걸까 싶기도 하고요 ㅎㅎ
완전 공감! 대학 다닐 땐 2천 씨씨, 3천 씨씨를 주로 시켰지요. 딴에는 5백은 비싸다면서 피처를 시켰던 건데요, 작은 잔에 나눠 마시다 엄청 흘리고 거품도 많이 나고, 그냥 500cc 가 확실히 깔끔하더라구요. '피처'를 이용해 마시는 풍습이 있긴 남아 있긴 한 건지조차 잘 모르겠습니다.
지역 호프집에서는 아직도 피처컵 많이 쓰더라고요! 그래도 피처는 왠지 학생들의 술 같은 느낌이 있어요 ㅎㅎ
오, 작가님도 세계맥주전문점 아시는군요!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니 반가운 마음입니다. 근데 3000cc까지 팔았다니... 저도 당시에 대학가 술집에서 마셨는데, 3000cc를 시키본 기억은 없는 것 같아요(하하). 제가 몰라서 그랬을지도요. 그러게요. 요즘(?) 대학생들은 어떻게 술을 마시는지도 문득 궁금해집니다.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릴 시기만 해도, 비대면 수업으로 친구들을 처음 만났다고 하던데(이제는 먼 얘기 같네요), 지금은 다들 직접 만나 재미나게 마시며(?) 새로운 술문화를 만들어가고 있겠다 싶어요.
3. 저는 하루키의 소설은 많이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 질문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일인칭단수>의 표제작이었어요. 맥주가 등장하는 건 아니지만 바에서 벌어지는 일이거든요. 혼자 바에 앉아 김렛을 마시며 책을 읽고 있던 주인공에게 모르는 여자가 갑자기 다가와 말을 걸어요. 자신이 잊고 있던 과거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는 여자의 등장에 낯선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죠(주인공은 결국 기억하지 못합니다). 특별한 서사는 없는데, 여자가 주인공에게 했던 말 중에 "부끄러운 줄 아세요"라는 말이 유독 강렬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다.
일인칭 단수한일 양국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여자 없는 남자들』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소설집. 작가 특유의 미스터리한 세계관과 감성적인 필치, 일인칭 주인공 '나'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작품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단편 여덟 편을 모았다.
저도 이 질문 보면서 <일인칭 단수>가 잠시 떠올랐는데 막상 소설에서 맥주 마시는 장면 같은 게 있지는 않았던 것 같아서 접어뒀죠 ㅎㅎ 하루키 소설 중에서 난해하다는 평이 많은 작품집이라는데 저 취향에는 잘 맞는 책이라 재밌었어요.
저는 하루키의 책을 많이 읽지 못해서 선택의 폭이 좁다보니 이 소설집이 가장 먼저 떠오른 것 같아요. 난해하다는 평이 많다는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결론이 딱 떨어지지 않고 아리송하게 여운을 남겼던 기억이 나요. 작가님 취향과 잘 맞는 책이셨다니 추천한 제가 괜히 으쓱!(헷)
수줍게 저도 한 번 답해봅니다...! 맥주 저도 좋아합니다....! 1. 기네스와 코젤. 기네스 흑맥은 습관처럼 사고요... 코젤은 작년부터 카프카에 관한 책을 쓰고 있어서, 체코에 여름에 다녀왔었어요. 그런데 여름 한낮에 취재를 많이 다녀야하고 몸도 성하지 않아 코젤 생맥주 한번을 못 먹고 일만 하다 돌아왔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계속 편의점에만 가면 코젤을 마시고 있습니다. 하하하.. 2. 저는...(이건 기억에 의존한 것이겠지만), 2004년 처음 독일 갔을 때, 옥토버페스트에서 먹어본 파울라너 생맥주 한 잔을 잊지 못합니다. 맥주는 맛있구나, 그런 생각을 처음 했어요. 그런 밀맥주 맛을 처음 느껴본 기억의 조작일지도 모릅니다. 3. 이거 2번이랑 연결되는 것 같은 문장인데요...'추억은 당신의 내면을 따뜻하게 해준다. 하지만 또한 당신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해변의 카프카』)
1. 몇 년 전에 프라하에 가서, 필젠이라는 도시로 가서, 필스너 우르켈 제조 공장에 가서, 필스너 우르켈과 코젤 다크를 생맥주로 마셨습니다! 크아아아, 캔맥주와는 다른 뭔가 신선한 맛이었는데 기억이 가물 하는군요. 2. 맛 처럼 기억의 조작이 쉬운 게 어디 있을까 싶어요. 하지만 그 때의 기억, 소중하게 간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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