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9.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부제: 애주가를 위한 밤

D-29
저도 나름 오페라 매니아이던 시절이 있었어요. 매주 예술의전당 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오페라 공연 보러 가고, 집에서도 하루종일 오페라 아리아만 듣곤 했죠. 그런데도 바그너, 헨델 오페라는 진짜 볼 때마다 졸립더라고요 ㅎㅎ
1. 4캔 혹은 3캔씩 묶어 할인 받을 수 있는 맥주를 살 때는 호가든을 고릅니다. 제일 좋아하는 맥주이기도 하고, 거의 어느 편의점에나 있고요. 한 캔만 사고 싶을 때는 켈리를 택해요. 한 캔에 3000원 이하인 국산 맥주 중 제일 낫다 싶네요. 겨울에 번들 맥주를 싸게 팔 때에는 칼스버그도 가끔 삽니다. 깔끔해서 좋더라고요. 2. 맛있게 마신 맥주 많은데 딱 한 순간을 꼽으려니 이거다 싶은 게 없네요. 저는 기차에서 마시는 맥주를 좋아합니다. 여행 가면서 마실 때도 좋고, 지방 강연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서 마시는 것도 좋아해요. 비행기나 고속버스와 달리 화장실이 근처에 있다는 점도 안심 포인트고요.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에 어두컴컴한 바에서 시끄러운 록 음악 들으며 마셨던 맥주들도 기억납니다. 그때는 버드와이저 좋아했어요. 3. 『양을 쫓는 모험』이 배경이 홋카이도니까 삿포로 맥주 어울리는 것 같고, 『댄스 댄스 댄스』에 하와이가 나오는데 코나의 골든에일인 빅웨이브도 괜찮을 거 같네요. 둘 다 좋아합니다. 맥주와 어울리는 문장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소설에서 한 문장씩 꼽자면, ‘온 세상은 끊임없이 움직이는데, 나만이 같은 곳에 머물러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양을 쫓는 모험』) “왜 춤추느냐 하는 건 생각해선 안 돼. 의미 같은 건 생각해선 안 돼.” (『댄스 댄스 댄스』)
1. 호가든 맛있지요! 밀맥주에다가 특유한 고수향까지 더해져서 조금 취향은 타지만, 한 때 저도 호가든 많이 마셨던것 같습니다. 켈리는 한 두 번 시도해봤는데, 핑계삼에 한 번 더 마셔봐야 겠네요. 2.기차에서 맥주 마시기, 안해본지 몇백만년 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다음에 꼭 시도해보겠습니다. 굉장히 지루한 기차여행이라면 더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록음악이 흐르는 바에서 버드와이저는 저도 경험이 있어서 후훗, 막 공감이 가네요. 3. 오오옷, 엄청 설득이 되는 소설별 맥주 구성이었습니다. 장맥주님이시니까 맥주에 대한 이야기 자유롭게 나누고 질문도 받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주 맥파이 브루어리에서 S작가님, K작가님, K편집장님과 함께 수제 맥주 마시며 소설 이야기도 하고 건축 이야기도 했던 때의 맥주도 평생 못 잊을 것 같습니다.
제주 맥파이에서는 맥주를 너무 많이 마셔서 정작 맥주 맛은 잘 기억이 안 나네요... 돌아오는 길 K편집장님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스릴 넘치게 달렸던 기억은 납니다 ㅎㅎ @서진
스릴 있었죠. ^^
ㅎㅎ 뭔가 맥주 마시기 엄청 좋은 날에, 엄청 많이 마셨던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편의점에 가면 새로운 맥주가 있으면 사오는 편입니다. 작년에 찾아낸 제 취향의 맥주는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랑 올드 라스푸틴입니다. 여름 한 낮에 야외에서 정말 할 일 없는 사람들처럼 맥주를 마시는 걸 좋아합니다. 같이 마시는 사람도 저도 그날은 물론 다음날까지 할 일이 없어야합니다. 한낮에 시작한 술이 저녁의 식탁으로, 한밤으로 이어지는, 그러나 아무도 만취하지 않고 계속 적당히 취한 기분이 좋아요. 혹은 달리기를 한 후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캔도 좋아요. 맥주하면 떠오르는 하루키의 소설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라기 보다는 제가 이 소설을 무척 좋아합니다. '한여름 동안에 걸쳐 나와 쥐는 마치 무엇엔가 홀린 듯이 25미터 수영장 하나분 정도의 맥주를 바닥내며, <J의 바>의 바닥 가득 5cm 두께로 땅콩 껍질을 흩뿌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을 정도로 따분한 여름이었던 것이다.'
박주영 작가님과 술 마신지도 엄청 오래 전이군요! 다음에, 다음 날에 할 일 없는 상태로 조용조용 술 마셔봐요! 저도 맥주, 하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가 생각이 납니다. 청춘-맥주-바람의노래- 세 개는 같이 가는 것 같아요.
오 아사히 생맥주 캔 벌써 두 분이나 추천하시다니 내일은 꼭 사와야겠네요! @꿀돼지
1. 저는 지난 해 '우리동네 GS' 라는 앱을 휴대폰에 다운받고 나서 특가 맥주를 집착하듯이 사게 됐어요. 앱으로 구매한 뒤 픽업하러 가면 1~2천원 정도 저렴하거든요. 보통 4캔에 6~7천원 또는 6캔에 1만원 정도 해요. 그렇게 앱 세일가가 뜨면 무조건 사다 보니 그동안 안 마셔본 맥주도 많이 마시게 됐어요. 타이거, 밀러 제뉴인, 볼파스 앤젤맨(라거 & IPA), 필스너 우르켈이 특히 맛있었답니다. 2. 저는 미국에 머물던 2개월동안 음식이 입에 안 맞아서 고생을 했어요. 처음 1~2주 정도는 한식당, 중식당, 멕시칸 식당을 번갈아 가보기도 했는데 다 맛없고 비싸서 보름 정도 지난 뒤부터는 식사 때마다 방에서 그냥 맥주만 마셨어요. Lays 감자칩 대용량 한 봉 사두고 조금씩 먹으면서요. 근데 미국 마트에 파는 맥주가 대부분 버드 라이트, 밀러 라이트 같은 종류만 있어서, IPA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맛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하루는 저녁 때 친구랑 펍에 가서 탭비어 중 페일에일이라고 써 있는 걸 마셨어요. 근데 그게 정말 제 입맛에 딱 맞고, 너무 맛있어서 행복하더라고요. 제품명도 모르고 마셨는데 리커샵이나 월마트에 가니 병맥주로도 있었어요. 그래서 이 맥주를 박스째 사다가 호텔방에 쌓아두고 마셨죠. 그때 친했던 미얀마 친구가 지금도 이 맥주를 마실 때면 제가 떠오른다며 사진 찍어 보내주곤 해요. 그래서 그 친구가 보내준 사진을 남깁니다 ㅋㅋ 더불어 최근에 가장 맛있게 맥주는 속초 몽트비어 브루어리에서 생산하는 맥주입니다. 여기 스타우트, 페일에일, 골든에일, 라거, IPA 다 진짜 맛있는데 요즘은 부재료 넣은 맥주도 많이 나와요. 지난 주에 가서 홉 함량이 높다는 '몽트 누보세션IPA'라는 맥주를 사왔는데 홉향이 진짜 좋아서 서진 작가님 취향에도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3. 하루키 산문집 중에 <밸런타인 데이의 무말랭이>를 읽을 때 두부에 맥주, 슈니첼에 맥주, 식당칸에서 맥주를 마시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죠. 하루키 책 외에 장강명 작가님의 산문집 <5년 만에 신혼여행>을 읽을 때도 맥주가 내내 마시고 싶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결혼 5년 만에 보라카이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인데, 여행지에서 남편이 산미구엘을 하루종일 마시거든요 ㅎㅎ 국내에 수입되는 산미구엘은 한 종류지만 보라카이에 가니 다양한 종류의 산미구엘이 있다며 낮부터 계속 마시다가, 처음으로 부부싸움을 하고 이제 낮에는 맥주를 안 마시겠다고 말해요. 여행지에서 낮술 마시기 좋아하는 저로서는 무척 아쉬운 대목이었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산문집을 읽으며 HJ 님께 공감이입이 많이 되어서 항상 팬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된답니다 ㅎㅎ @장맥주 @김새섬
1. 이런 꿀팁이 있다뇨!!!! 저도 해보겠습니다. 2. 미국에 흠흠, 제대로 된 음식을 찾기가 좀 힘들긴 하지만, 맥주로 밥을 대신했다니 좀 슬프네요. 3. ㅎㅎㅎ 맞아요. <5년 만에 신혼여행>에서 저도 그 부분이 기억나네요. 필리핀 가면 정말 현지에서 산 미구엘 종류가 좀 많거든요. 저의 원픽은 Red Horse 입니다!
와, 저도 꿀팁 감사합니다. 볼파스 앤젤맨 맛있죠. (그리고 저도 라이트 계열 싫어해요. 너무 밍밍한 거 같아요.) 저는 가끔 보라카이 생각하며 산미구엘 마실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낮술도... 종종 마십니다. ^^
미국 어디에 머무셨는지 언제였는지 모르지만 세상 맛있는 식당들은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라 글 읽으면서 너무 안타깝네요. 그런데,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하긴 했어요. 구두 디자이너로 일할 때 중국 공장 근처에서 한달을 머물러야 했는데, 공장 관계자들이 이름 있는 식장에서 대접한다고 해서 가면 원숭이 뇌 나오고, 소 혓바닥이 통째 삶아져 나오고, 간장에 조리고 식힌 거위 어리 발이 나오고… 쌀밥이랑 중국 맥주로 한 달 버티고 몸무게가 10킬로 이상 쪘던 기억이 있어요.
아이오와에서 두 달간 있었고, 중간에 뉴욕 가서 사흘 정도 있었습니다. 뉴욕에서는 매일 한식당만 갔어요. 맛있는 식당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곳에 가면 팁까지 1인 100불 가량 나오고, 13~15불 정도 하는 식사는 형편없고 그랬어요. 원래 식성도 한식파라서 그런지 미국에서 딱히 먹고 싶은 음식도 없었고요 ㅎㅎ 그래서 저는 식사 대신 매끼 맥주에 감자칩만 먹었더니 체중이 3~4kg 정도 줄어서 돌아왔어요.
1. 요즘 편의점에 가면 가장 많이 구입하는 맥주의 브랜드는? 그리고 그 이유는? => 제가 요즘 즐겨 마시는 브랜드를 그믐밤 때 공개합니다! (여전히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2. 맥주 맛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는데 '빅웨이브'나 '피넛버터 밀크 스카우트'같은 맥주들을 처음 마셨을 때 느꼈던 기분좋은 놀라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3.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저도 @Juyoung 작가님과 같은 구절을 쓰려고 했어요. ^^
여기 관심있는 사람 한 명 있습니다! 다짐 속 '퐁당퐁당'이라는 말이 너무 귀여웠어요.
1. 블루문, 페로니, 모레티 이 세개를 가방 많이 구입해요. 블루문은 특히 봄여름에 더 많이 마시고요. 이탈리아 맥주들은 아무래도 20대의 추억, 유학시절의 추억때문일테고요. 2.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여름에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려요. 한밤에 오래된 원형 경기장에서 오페라를 보면서 마셨던 맥주. 너무 맛있었고요. 그리스 섬들 해변에서 배달된 잔새우 튀김과 마시는 맥주들은 다 좋았던것 같구요. 3. 저는 오히려 하루키의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맥주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1. 다른 주종에 비해 맥주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편이라 작가님의 질문과는 살짝 다른 이야기를 덧대보려고 합니다. 품절 대란과 관련된 이슈를 종종 전해 듣곤 하는데(요즘은 기후동행카드가...), 작년에 '아사이 슈퍼드라이 생맥주' 대란을 잠깐 지켜봤던 기억이 나요. 제가 사려고 했던 건 아니고, 편의점을 운영하는 친구의 일을 살짝 돕다가 우연히 알게 됐죠. 맥주에 진심인 분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다만 이번 그믐 모임에서는 맥주를 잘 모르는 제가 오히려 별종이 아닐까 싶어지네요(하하하). @장맥주 2. 이제는 거의 10년도 더 지난 일인데요. 가족들이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다같이 술집을 갔던 적이 있어요. 요즘도 이런 술집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세계맥주집이라고(당시에 꽤 유행했답니다). 온갖 종류의 맥주를 꺼내 마시고 나갈 때 한번에 결제하는 시스템이었어요. 그때의 일이 유독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는 건 맥주 맛이 좋았어서라기보다는 가족들과 그런 곳을 처음 가봤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독립해서 자주 못 보지만, 그때는 네 식구가 다 같이 모여 살았어도 한번 모이는 게 꽤 어렵더라고요. 그리고 집에서 나누는 대화도 대부분 먹고사니즘에만 치중되어있다보니 진솔한 대화를 나눌 여유가 없었죠. 왠지 낯간지럽기도 하고요. 근데 그날만큼은 모든 굴레(?)를 벗어 던지고 잔뜩 취해서는 신명나게(?)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마무리는 노래방으로...). 아 그리고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제가 대학생 때는 술집에 맥주 1000cc가 많이(?) 팔았어요. 거기에 소주 1병(가끔은 매화수)을 섞어 마시는 비율을 좋아했습니다(섞어 마실 수 있는 용기를 따로 주셔서 한 번에 섞었어요). 맥주는 안 좋아하는데 이렇게 마시면 제 입맛에는 꽤 맛있더라고요(이제는 다 오래전 이야기). 다음 날 숙취는 덤.
2. 세계맥주전문점.... 물론 저도 기억합니다. 아직도 몇몇 남아있지만 이제 세계맥주는 마트에서도 다 구입할 수 있지요. 아무튼 가족분들과 그렇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셨다니, 그 기억이 부럽네요! 참, 대학교 앞에서는 맥주 1000,1500,3000 cc까지 팔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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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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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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