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9.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부제: 애주가를 위한 밤

D-29
저는 아직도 전자책 사본 적이 없답니다... 종이책이 다 좋은데 이사할 때 힘들어서 지금도 걱정이에요...
저는 종이책과 전자책이 다 있으면 무조건 전자책이에요. ^^
1. J바라는 공간 너무 멋져요... 정말 그냥 머릿속을 텅 비우고 새로 에너지를 채우고 싶을 때 찾아가면 참 좋겠어요.. 제 주변에는 J바가 어디 있을지??? 가고 싶네요.^^ 위스키를 먹는다면 준도 좋고 오너 바텐더도 좋을거 같아요. 준은 센스있어서 좋구 오너분은 왠지 연륜만큼 깊은 대화를 해주실거 같아서요... 위스키는 정말 아는게 암것도 없어서 모르겠어요. 2. J바에서 혼자 위스키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면 어려운 책은 좀 힘들거 같구 그냥 그 때 그때 상황에 맞는 에세이를 읽고 싶어요. 저를 <그믐>으로 이끌었던 장강명작가의 '책 이게 뭐라고'도 좋고 문학기자인 한소범작가가 쓴 '청춘유감'도 좋고 다이어트에 항상 실패하지만 나름 열심히 살고 싶을 때는 박상영작가의 '오늘밤은 굶고 자야지'도 읽으면 좋을거 같아요. 단지 '책 이게 뭐라고'와 '오늘밤은 굶고 자야지' 순간순간 숨어있는 유머코드 때문에 J바에서 혼자 빵 터지면 창피해서 조용히 나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제이 바는 자기 자신과 술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위한 공간이었다.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p.93, 김혜나 외 지음
하... 저도 이 문장 정말 좋았어요.
아~ 듀어스12년도 진짜 밸런스 좋은 블렌디드 위스키죠! 그래도 인생의 마지막 날이니 듀어스 18년으로 드시면 좋겠습니다! ㅎㅎ
불어난 쌀로부터 소주가 되어 가는 과정이 일종의 연금술 같아 보였다. 나도 그렇게 불어나고, 쪼개어지고, 발효되고, 타오르고 나면 언젠가 내 안에 진짜 이야기가 한 방울씩 흘러나올까?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달콤 쌉싸름한 탁주, p.40, 김혜나 외 지음
너무 술 이야기만 한 것 같아서 책 이야기도 좀 하자면... 저는 40쪽의 저 문장과 이 단편의 마무리가 참 좋았어요. 백 선생이나 홍주 손님에게 사이다를 먹인다거나, 등장인물들이 서로 위로해주면서 ‘다정한 연대’를 확인하는 결말이었다면 오히려 이런 여운은 남지 않았을 테죠. 그러고 보니 무언가 정리된 거 같기도 하고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은 결말의 느낌조차 탁주와 닮았네요. 사는 거 참 쉽지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이 나이가 되어서도 하고 있고, 어쩌면 전보다 더 많이 그 고민을 합니다. 부디 지금 제가 부패되는 게 아니라 숙성되어 가는 중이기를 빌어봅니다. 저한테도 진짜 이야기들이 한 방울씩 쌓이고 있기를.
"사는 거 참 쉽지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이 나이가 되어서도 하고 있고, 어쩌면 전보다 더 많이 그 고민을 합니다"라는 작가님의 문장을 읽는데, 왜 제 마음이 다 편안해지는지 모르겠어요(이상한 말이죠?). 저보다 오래 사신(?) 분들도 여전히 삶은 어렵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 지금 제가 느끼는 불안과 혼란을 조금 더 수용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기보다는 주어진 오늘에 조금 더 충실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제가 인상 깊게 봤던 영화 중에 <인생후르츠>라는 영화가 있어요. 90대 노부부의 전원생활기를 담고 있는 일본 다큐인데, 느리게 흘러가는 그분들의 삶에서 지혜와 연륜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게 참 좋더라고요(리틀 포레스트와 같은 힐링 영화를 기대하고 보게 된다면 다소 지루하고,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요). 실제로 그 영화 촬영 중에 할아버지는 죽음을 맞이하고, 홀로 남겨진 할머니는 다시 또 자신의 삶을 묵묵히 이어가십니다. 저는 그게 그냥 인생 같더라고요. 나이가 드는 것도 저물어가는 게 아니라 여물어 간다고 표현하는 영화 속 대사가 정말 좋았어요. 그런 의미로 작가님도 부패되는 게 아니라 숙성되어가시는 중일 거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봅니다.
잊지 않기 위해 관심 영화를 담아둡니다. 맛있게 영글고 싶습니다. 추천 감사해요! ^^
인생 후르츠90세 건축가 할아버지 ‘츠바타 슈이치’와 87세 못 하는 게 없는 슈퍼 할머니 ‘츠바타 히데코’, 둘이 합쳐 177살, 혼자 산 날보다 함께 산 날이 더 긴 부부는 50년 살아온 집에서 과일 70종과 채소 50종을 키우며 살아간다. 어느 날 슈이치는 설계 의뢰를 받고 늘 꿈꾸던 자연과 공존하는 이상적인 건축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는데… 90세의 건축가 쓰바타 슈이치와 그의 아내 히데코는 나무들로 둘러싸인 단층집에 살고 있다. 매 계절마다 70종의 채소와 50종의 과일이 히데코의 손에서 맛있는 음식으로 태어난다. 한때 일본 주택 공단의 에이스였던 슈이치는 자연과의 공생을 목표로 한 뉴타운을 계획했지만 60년대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슈이치는 그 일에서 손을 떼고 교외 개발지역에 땅을 구매해 지난 50년 동안 숲을 가꿔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설계 의뢰를 받게 된 슈이치. 자연과 공존하는 이상적인 건축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국내에는 등의 책을 통해서도 알려진 노건축가 부부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진짜 풍요에 대한 사색의 여행을 선사하는 작품. 최근 별세한 일본의 국민배우 기키 기린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2018년 제4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어랏 작가님, 뜬금없는 얘기지만 책 꽂기 기능만 있는 줄 알았는데, 영화도 가능하군요! 순간 작가님의 댓글을 읽고 책이 원작인 줄 알았답니다. 덕분에 새로운 기능을 알아가요. 작가님에게도 좋은 영화로 닿을 수 있기를 바라 봅니다:)
얼마 전에 추가한 기능이에요. 책이 우선인 공간이지만 영화 모임이 열려도 좋겠다 싶어서요. 좋은 영화 많이 추천 부탁드립니다. ^^
네, 너무 좋은 기능 같아요. 더욱더 다채로운 대화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나날이 새로운 기능을 도입해가는 그믐의 미래가 반짝 거리는 느낌이에요. 다만 말이 나와서 말인데, 작가님께 그믐에 대한 개인적인 궁금증이 하나 있습니다...(만 이곳은 너무 오픈된 공간이라 조심스럽네요) 간간이 작가님 댓글에서 발견되는 주제인데요. 나중에 또 비슷한 댓글을 읽게 된다면 그때는 조심스럽게 질문 드려보겠습니다(물론 괜찮으시다면요). 그때 놀라실까 봐 예고편 먼저 살포시...
헛... 네. 그런데 사실 그믐은 저는 별로 간여 안 합니다. ^^;;; 어떻게 굴러가는지도 잘 모르고요. 김새섬 대표의 사이트예요. ^^
음, 결이 살짝 다른 질문이긴 한데, 저의 설명이 잘못되었다는 생각도 들고...(저의 필력 부족입니다) 일단은 고이 넣어두었다가(ㅋ) 다시 꺼낼 날을 기다려보겠습니다(?).
저 글을 쓰고 나서는 이 나이 먹도록 여태 그것도 모르나 하고 한심한 기분이 들었는데, 연해님께 그런 위안을 선사했다니, 그래도 다행이네요. 저는 저의 앞 세대들이 살았던 삶이 궁금해요. 평범한 사람들도 연륜이 쌓이면서 인생에 대해 통찰을 얻었을까 하고요. 아니면 모든 사람이 길 잃은 기분으로 사는 게 현대의 한 특징일까요.
살면서 느끼는 불안과 혼란은 왠지 그림자처럼 같이 가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나이를 먹으면서 느끼는 점은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보다 불안과 혼란을 느끼는 내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드는 생각은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힘들지만 어쩌면 잘 살아나간다는 증거라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이렇게 비유하면 어떨지 모르지만 학창시절 때 공부를 하나도 안하면 오히려 불안하지 않잖아요. 그냥 무념무상의 상태가 되고 오히려 치열하게 공부할 수록 해일처럼 밀려드는 불안속에서 힘들었던거 같아요. 매번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불안과 혼란의 파도속에서 허우적거리지만 그럴 때마다 잘 살고 있다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한발한발 나아가는 중입니다. @장맥주님이 올린 문장이 참 좋네요.
증류주를 영어로는 spirits 라고 부르는 것을 알고 나서 술이 일종의 연금술 같다는 생각이 왕왕 들었습니다 ㅎㅎ 부족한 글인데 이렇게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제가 쓰는 소설은 대부분 명확한 결말 없이 결말을 맞는 경향이 있는데요. 취향이긴 합니다만 제가 워낙 해답 없이 끝나는 소설을 좋아합니다 ㅎㅎ 이런 종류의 소설이 진짜 현실처럼 다가와 저에게는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현실의 많은 일들에 해답도 결말도 딱히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현실의 이야기를 소설로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계속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ㅎㅎㅎ
저는 아마존에서 술잔 사다가 spirits이 증류주인 걸 알게 됐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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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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