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9.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부제: 애주가를 위한 밤

D-29
해오던 일을 그만두고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진 적이 두 번 있는데요(건설회사 직원→신문기자→소설가), 두 번 쉽지는 않았고 운이 따라서 성공했습니다. 지금은 소설가라는 직업에 만족한다기보다 이 일로 어떻게든 승부를 내려고 하니까 더 직업을 바꿀 생각이 없기는 해요. 직업 바꾸는 걸 고민하지 않는 상황이 왔으면 좋겠고요. 저는 이제 인생에서 정말 큰 새로운 도전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요.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 무언가를 다시 새로 시작할 수 있을까. 소설로 뭘 할 수 있을지 보이지 않을 때 소방설비기사, 전기공사기사 공부를 하려고 진지하게 알아보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여기까지 왔는데 뭘 어쩌겠습니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걸로 승부를 봐야죠.
저도 기중기 기사 일을 배워볼까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 소설 쓰는 일 말고 글 쓰는 것과 관련된 일인데 수입이 되게 높은 일이 있었더라면 유혹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논픽션 작가라든가 에세이스트라든가... 그런데 뭐 다 도긴개긴이라.
언젠가 그 신문사에 다니는 친구가 장강명 선배는 소설가 아니라 뭘 해도 성공할 사람으로 보였다고 이야기한 게 떠오르네요 ㅎㅎ 신문기자 시절에도 엄청 진취적이었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이 말도 2016년쯤 들어서 정확히 기억은 잘 안 납니다 ㅎㅎ 인생에 정말 큰 도전은 아니더라도, 소설가로서 큰 도전은 항상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음... 아무래도 그 분이 사람을 잘못 보신 거 같습니다. 소설가로서 큰 도전도 두려운데, 있는 용기 없는 용기 다 끌어모아서 한 번이나 두 번쯤 시도해보겠습니다.
소설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탁주를 좋아하기는 하는데 탁주는 집에다가 두고 먹기가 부담스러워서 모임이나 여행을 갔을 때 먹는 편입니다. 유명한 탁주는 잘 모르고 저는 여행을 가면 그 지역 막걸리를 사서 마시곤 합니다. 몇 년전 남원에서 먹었던 춘향막걸리 맛을 잊을수가 없네요. 부모님께서 10여년 전쯤 전통주 연구회를 다니시면서 탁주를 만드시곤 했는데, 집에 자주 가지 못하다보니 저는 별로 먹어보지도 못 했네요. 하는 일을 바꾸고 싶어서 한 번 길을 틀었던 적이 있습니다. 레지던트가 끝나고 전업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 멋져보여서 전업연구자의 길도 가 보기는 했지만, 몇 년 지나니까 환자가 너무 보고 싶더라고요. 지금은 매주 이백명정도 환자를 보고 있자니 다시 전업연구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근데 그럼 또 환자가 보고 싶어지겠죠. 어려서부터 잘 하는게 아무것도 없는 샌님이라 그런지 진로고민도 샌님같네요.
부모님이 전통주 연구회 다니셨다니 술에 조예가 상당히 깊으셨던 모양입니다! 저도 지난 해 양조를 배우며 탁주를 꽤 빚어봤는데 결과는 복불복이더라고요. 어떤 건 정말 눈이 번쩍 뜨이고 팔아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맛있지만 어떤 건 너무 시거나 써서 그냥 버리는 경우도 많았답니다. 인생에서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해보는 경험은 즐겁지만, 한 가지 일을 꾸준히 오래 하시는 분들 또한 정말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그 안에서 어떤 차이를 반복하는 과정도 즐겁고요^^
전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예전에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직업입니다. 직업의 성격도 공간도 확 바꾸느라 한동안 고생도 많이 했고 지금도 고생은 ing 중인거 같아요... 너무도 다른 성격의 업무들이지만 결국은 나의 모습대로 하나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오랫동안 도서관이나 학교에서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조용히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영업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달콤 쌉싸름한 탁주>를 읽을 때 백선생과 홍주손님에게 시달리는 모습이 나오던데 남일 같지 않더라구요(저도 줄줄이 비엔나처럼 비슷한 상황 중이었거든요)..그래서 푹 빠져서 읽었습니다. 저도 계속 시달리다보니 그냥 사람없는 곳에서 며칠 머리만 식혀도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구요... 주인공을 따라 속초로 가고 싶다는 상상도..^^;;. 하지만 전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앞으로도 새로운 것들을 계속 배우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제 공간에 백선생과 홍주손님은 사양입니다. ^^;;
영업 쪽으로 이직하셨다니 아무래도 어려운 점이 많으셨겠어요. 저는 지금 속초로 이주해 살고 있는데 서울에서 접근성 좋고, 평일에는 사람 없고 조용해서 좋습니다. 요새는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도 많아져서 혼자 여행하기도 좋고요. 무엇보다도 산과 바다를 한눈에 바라보며 다닐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것 같아요^^
내일 책 도착 예정인데 기대되네요. 여기 대화 끼고 싶어요
후루룩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니 재밌게 읽어주시고 대화 나누면 좋겠습니다^^
제게도 나름 막걸리를 마시는 기준이 있습니다. 저는 유명하다는 이 막걸리 저 막걸리 다 마셔보다가 '장수 생막걸리' 흰뚜껑으로 정착했습니다. 막걸리를 고르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제 기준은 신선함입니다. 많이 팔려서 회전율이 높아서 그런지 '장수 생막걸리'가 가장 신선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막걸리를 고를 때 유통기한부터 확인하는데 6개월, 1년이면 무조건 거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지금까지 맛을 본 막걸리 중 가장 맛있었던 건 소싯적에 집 근처 양조장에서 말통으로 받아온 막걸리입니다. 밀막걸리였는데 적당히 추억으로 윤색된 기억이지만 정말 맛있었습니다. 여담인데 맥주 또한 제가 과거 기자로 일하며 산업부에 출입할 때 진로하이트 본사에서 마신 갓 만든 맥주가 제겐 최고의 맛이었습니다. 국산 맥주 맛없다는 말이 쑥 들어갈 정도로요.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저는 저도주를 고르는 기준이 신선함이네요. 쓰다가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저는 서울장수막걸리도 좋아하고 지평생막걸리도 좋더라고요. 가끔 막걸리집에 가면 알밤막걸리를 주문할 때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연강홀에 있는 호프집이 가장 신선한 생맥주가 공급되는 곳이라고 해서 몇 번 갔는데 뭐 잘 모르겠더라고요. 수제맥주 양조장에서 수제맥주 마시면 맛있긴 한데 이게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냥 탄산 맛으로 맥주 마시는 거 같습니다. 책 이야기해야 하는데 술 이야기만... ^^;;;
밤막걸리는 많이 달아 마시지 않지만, 계룡산 아래에서 파전과 같이 먹으면 꿀맛이긴 합니다. 밤막걸리도 산지에서 먹으면 회전율이 좋아서 그런지 더 맛이 괜찮더라고요. 그리고 여기 술 이야기하라고 만든 공간 아닙니까 😜 책 이야기가 곧 술 이야기 아닙니까 😁 아름다운 밤입니다.
저는 달달한 막걸리 좋아하는데도 밤막걸리 정도로 달콤한 막걸리는 한 잔 이상 못 마시겠더라고요. 술 이야기 책 이야기 음식 이야기 모두 환영입니다! @장맥주
저는 대기업 주류회사라면 중국 청도에서 칭따오 맥주 박물관에 가본 적이 있는데 여기서 관람을 마치면 칭따오 맥주를 100ml 정도의 작은 유리컵에 따라주는데 그게 아주 꿀맛이더라고요! 맥주 박물관 앞에 광장에서도 탭비어 파는 게 진짜 맛있고요 ㅎㅎ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왠지 더 맛있는 건 사실이에요 ㅎㅎ
비슷한 사례인데 저도 일본 에비스 맥주 박물관에서 마셨던 갓 나온 맥주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이게 뭐지 싶더라고요. 그래서 일본 출장 남은 일정에는 저녁 때마다 편의점에 들러 에비스를 사다가 퍼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아 에비스 박물관이라니 저도 가보고 싶네요 ㅎㅎ
저도 가보고 싶네요.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를 부르면서 미사토 누님을 생각하며 마셔야 할 거 같은 기분입니다.
저도 학부생 때는 말통 막걸리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밀막걸리는 충북 옥천 이원양조장에서 나오는 '향수'라는 막걸리가 있는데 정말 고급지고 좋더라고요. 대부분의 막걸리는 처음 술을 빚었을 때 에탄을 함량이 12~15% 정도 되는데, 거기에 물과 아스파탐을 섞어서 도수를 낮추고 단맛을 낸 거라 20일 안에 마시는 게 좋기는 합니다. 다만 12~15도 정도 되는 막걸리 원주는 오래 숙성될수록 깊고 풍부한 맛을 내서 저는 요즘 1~2년씩 묵혀서 마시기도 한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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