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9.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부제: 애주가를 위한 밤

D-29
와, 디자이너로 일하시다가 교사로 일하시고, 앞으로 새로운 일도 고민 중이시라니 신기하네요! 저도 뭔가 이직한다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어요. 전통주 소믈리에와 양조도 그래서 도전해 봤으나 막상 해보니 취미로 남겨두는 게 좋겠다 싶더라고요 ㅎㅎ
Q. 그동안 해오던 일을 그만두고 전혀 다른 직업을 가져보고 싶은 적이 있었나요? 있었다면 어떠한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었는지 이야기해주세요 => 개발자가 되어보고 싶다고 생각 한 적 있어요. 개브리얼 제빈의 책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을 읽으며 궁금해지더라고요. 또 요즘 워낙에 개발자라는 직군이 각광받기도 해서 좀 부럽기도 하고요. 무언가 결과물을 생산해 내는 직업이라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선 소설가도 좋은 것 같습니다. 퀄리티가 중요하긴 할 테지만 그래도 내 이름을 단 산출물이 있다는 것이 백오피스에 오래 앉아 있었던 직장인 입장에선 부러울 때가 많았어요.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소꿉친구인 두 사람이 함께 게임을 만들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이 책은 대학생들이 기발한 아이디어와 플로피디스크 하나로 게임계를 뒤집을 수 있었던 1990년대 ‘문화의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청춘 로맨스이자 성장물이다.
개발자라면 종류가 진짜 다양한데 어떤 걸 개발해보고 싶으셨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사실 그믐 이용하면서 전용 앱이 있다면 좋겠다 생각한 적이 있는데 앱 개발은 어떠신지요 ㅋㅋ
아이들 가르치면서 번아웃이 오고 있는게 느껴지는 요즘이라 혼자 할 수 있는 일, 예를 들면 번역이라던가, 그림 작업같은걸 하고 싶어요.
저도 그림 작업 같은 걸 하고 싶은데 반갑습니다^^ 아직은 도저히 여유가 없지만 훗날 여유롭게 그런 취미도 가지고 싶네요. 저도 요즘은 나를 누르는 압력을 조금씩 빼내는 법을 찾는 중입니다. 그 중 하나가 <그믐>이지요.. 누구에게나 숨쉴 공간이 필요해요...
직장 다닐 땐 백수를 꿈꾸고 취업 준비할 땐 출퇴근하는 삶을 바라는, 그런 이중적 삶에 길들여져 있다 보니 '전혀 다른'을 염두에 둔 적이 없었다 싶네요:) 음,.. 참 뻔한 삶이라는 자각을 하니 급격히 술 마시고 싶어짐미다요.
저는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본 것 같은데 결국엔 모두 실패해서 ㅋㅋㅋ 계속 글쓰고 있습니다 ㅋㅋ
해오던 일을 그만두고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진 적이 두 번 있는데요(건설회사 직원→신문기자→소설가), 두 번 쉽지는 않았고 운이 따라서 성공했습니다. 지금은 소설가라는 직업에 만족한다기보다 이 일로 어떻게든 승부를 내려고 하니까 더 직업을 바꿀 생각이 없기는 해요. 직업 바꾸는 걸 고민하지 않는 상황이 왔으면 좋겠고요. 저는 이제 인생에서 정말 큰 새로운 도전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요.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 무언가를 다시 새로 시작할 수 있을까. 소설로 뭘 할 수 있을지 보이지 않을 때 소방설비기사, 전기공사기사 공부를 하려고 진지하게 알아보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여기까지 왔는데 뭘 어쩌겠습니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걸로 승부를 봐야죠.
저도 기중기 기사 일을 배워볼까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 소설 쓰는 일 말고 글 쓰는 것과 관련된 일인데 수입이 되게 높은 일이 있었더라면 유혹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논픽션 작가라든가 에세이스트라든가... 그런데 뭐 다 도긴개긴이라.
언젠가 그 신문사에 다니는 친구가 장강명 선배는 소설가 아니라 뭘 해도 성공할 사람으로 보였다고 이야기한 게 떠오르네요 ㅎㅎ 신문기자 시절에도 엄청 진취적이었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이 말도 2016년쯤 들어서 정확히 기억은 잘 안 납니다 ㅎㅎ 인생에 정말 큰 도전은 아니더라도, 소설가로서 큰 도전은 항상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음... 아무래도 그 분이 사람을 잘못 보신 거 같습니다. 소설가로서 큰 도전도 두려운데, 있는 용기 없는 용기 다 끌어모아서 한 번이나 두 번쯤 시도해보겠습니다.
소설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탁주를 좋아하기는 하는데 탁주는 집에다가 두고 먹기가 부담스러워서 모임이나 여행을 갔을 때 먹는 편입니다. 유명한 탁주는 잘 모르고 저는 여행을 가면 그 지역 막걸리를 사서 마시곤 합니다. 몇 년전 남원에서 먹었던 춘향막걸리 맛을 잊을수가 없네요. 부모님께서 10여년 전쯤 전통주 연구회를 다니시면서 탁주를 만드시곤 했는데, 집에 자주 가지 못하다보니 저는 별로 먹어보지도 못 했네요. 하는 일을 바꾸고 싶어서 한 번 길을 틀었던 적이 있습니다. 레지던트가 끝나고 전업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 멋져보여서 전업연구자의 길도 가 보기는 했지만, 몇 년 지나니까 환자가 너무 보고 싶더라고요. 지금은 매주 이백명정도 환자를 보고 있자니 다시 전업연구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근데 그럼 또 환자가 보고 싶어지겠죠. 어려서부터 잘 하는게 아무것도 없는 샌님이라 그런지 진로고민도 샌님같네요.
부모님이 전통주 연구회 다니셨다니 술에 조예가 상당히 깊으셨던 모양입니다! 저도 지난 해 양조를 배우며 탁주를 꽤 빚어봤는데 결과는 복불복이더라고요. 어떤 건 정말 눈이 번쩍 뜨이고 팔아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맛있지만 어떤 건 너무 시거나 써서 그냥 버리는 경우도 많았답니다. 인생에서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해보는 경험은 즐겁지만, 한 가지 일을 꾸준히 오래 하시는 분들 또한 정말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그 안에서 어떤 차이를 반복하는 과정도 즐겁고요^^
전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예전에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직업입니다. 직업의 성격도 공간도 확 바꾸느라 한동안 고생도 많이 했고 지금도 고생은 ing 중인거 같아요... 너무도 다른 성격의 업무들이지만 결국은 나의 모습대로 하나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오랫동안 도서관이나 학교에서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조용히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영업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달콤 쌉싸름한 탁주>를 읽을 때 백선생과 홍주손님에게 시달리는 모습이 나오던데 남일 같지 않더라구요(저도 줄줄이 비엔나처럼 비슷한 상황 중이었거든요)..그래서 푹 빠져서 읽었습니다. 저도 계속 시달리다보니 그냥 사람없는 곳에서 며칠 머리만 식혀도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구요... 주인공을 따라 속초로 가고 싶다는 상상도..^^;;. 하지만 전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앞으로도 새로운 것들을 계속 배우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제 공간에 백선생과 홍주손님은 사양입니다. ^^;;
영업 쪽으로 이직하셨다니 아무래도 어려운 점이 많으셨겠어요. 저는 지금 속초로 이주해 살고 있는데 서울에서 접근성 좋고, 평일에는 사람 없고 조용해서 좋습니다. 요새는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도 많아져서 혼자 여행하기도 좋고요. 무엇보다도 산과 바다를 한눈에 바라보며 다닐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것 같아요^^
내일 책 도착 예정인데 기대되네요. 여기 대화 끼고 싶어요
후루룩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니 재밌게 읽어주시고 대화 나누면 좋겠습니다^^
제게도 나름 막걸리를 마시는 기준이 있습니다. 저는 유명하다는 이 막걸리 저 막걸리 다 마셔보다가 '장수 생막걸리' 흰뚜껑으로 정착했습니다. 막걸리를 고르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제 기준은 신선함입니다. 많이 팔려서 회전율이 높아서 그런지 '장수 생막걸리'가 가장 신선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막걸리를 고를 때 유통기한부터 확인하는데 6개월, 1년이면 무조건 거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지금까지 맛을 본 막걸리 중 가장 맛있었던 건 소싯적에 집 근처 양조장에서 말통으로 받아온 막걸리입니다. 밀막걸리였는데 적당히 추억으로 윤색된 기억이지만 정말 맛있었습니다. 여담인데 맥주 또한 제가 과거 기자로 일하며 산업부에 출입할 때 진로하이트 본사에서 마신 갓 만든 맥주가 제겐 최고의 맛이었습니다. 국산 맥주 맛없다는 말이 쑥 들어갈 정도로요.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저는 저도주를 고르는 기준이 신선함이네요. 쓰다가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저는 서울장수막걸리도 좋아하고 지평생막걸리도 좋더라고요. 가끔 막걸리집에 가면 알밤막걸리를 주문할 때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연강홀에 있는 호프집이 가장 신선한 생맥주가 공급되는 곳이라고 해서 몇 번 갔는데 뭐 잘 모르겠더라고요. 수제맥주 양조장에서 수제맥주 마시면 맛있긴 한데 이게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냥 탄산 맛으로 맥주 마시는 거 같습니다. 책 이야기해야 하는데 술 이야기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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