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9.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부제: 애주가를 위한 밤

D-29
젊을 때(학창시절)는 참 좋아했던 주종인데, 외국살이르루30년 가까이 하고 있다 보니 맛있는 탁주를 접하기 쉽지 않네요. 탁주에 얽힌 추억이라… 대학 첫미팅을 종로에 있는 동동주집에서 했었더랬죠. 비도 부슬부슬오고, 전집이라 안주는 너무 맛있고, 미팅에 나왔던 남학생들보다 동동부와 파전에 더 매료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새벽서가 님 안녕하세요! 제가 처음 그믐 플랫폼에 가입해서 참여했던 독서모임이 엔도 슈사쿠의 <깊은 강>이었는데요. 그때 함께 소설 읽어주시고 다양한 감상 남겨주셔서 기억에 오래 남았더랬습니다. 이 모임에서 다시 뵈니 정말 반갑습니다^^ 학부 시절 학사주점에서 마시는 동동주와 파전에 대한 추억은 진짜 잊을 수 없죠. 저는 청주에서 학부를 다녔는데 학교 앞에 '삼미집'이라는 곳이 있었어요. 그곳에 갔더니 파전 형태가 이상하더라고요. 커다란 솥뚜껑을 테이블 화구에서 달구고, 파전 반죽을 바가지에 퍼와서 다 쏟아붓고 밑바닥이 익으면 아래쪽부터 뜯어먹는 거예요. 익지 않은 부분이 섞여 들어와서 저는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이상했는데, 다들 그 집 파전이 맛있다며 엄청 다녔던 기억이 있어요. 개인적 입맛으로는 동래파전 스타일이 가장 맛있더라고요. 해물보다 고기를 듬뿍 넣고 부치는 파전이라서 더욱 고소하고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맛이랄까요 ㅎㅎ 부산에서 생산하는 '동래아들' 막걸리하고 같이 먹으면 더욱 맛있게 느껴진답니다 ㅎㅎㅎ
반갑습니디, 소설가님~ 요가하는 소설가에서 술빚는 소설가가 되셨네요? 하하 재밌는 책으로 좋아하는 술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네요. 기억해주셔서 감사하구요. ^^*
맞아요 ㅎㅎ 처음에 닉네임 바꿔서 번갈아 쓰다가 지금은 계정 두 개 파서 쓰고 있어요 ㅋㅋㅋ
기억해주셨다니 영광입니다! ^^
제가 막걸리를 처음 마셔봤던 건 대학교에 막 입학하고 체육대회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모든 경기가 끝났고, 과별로 잔디밭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김치와 머릿고기를 안주삼아 막걸리를 마셨죠. 저는 그때 막걸리도 머릿고기도 다 처음이라 이 아이가 어떤 숙취를 만들어주는지도 모르고, 별생각없이 꿀떡꿀떡 잘 받아마셨어요(일단 맛 자체가 다니까 거부감이 없었죠). 결국 또 그렇게 훅(?) 가더라고요. 다른 술은 뭔가 마시면서도 '어 취한다, 위험하다?'의 느낌이 있다면, 막걸리는 달달해서 그런가. 꼭 음료처럼 '아 맛있다, 맛있다'하면서 신나게 마시다가 눈 떠보면 아침... 머리는 깨질 것 같고 말이죠. 제 경우 막걸리(탁주가 더 고급스럽게 읽히는데)는 마시면 다음 날이 유독 더 고통스러웠어요(적당히 마셨어야 했을까요). 제 친구 중에도 술쟁이 친구가 하나 있는데, 다른 독한 술은 멀쩡히(?) 잘도 마시면서 유독 막걸리만 마셨다 하면 인사불성이 되가지고 저한테 오바이ㅌ...(죄송합니다) 뭐 어쨌든 그렇더라고요.
그리고 꽤 오래전이지만 전주로 여행을 갔던 적이 있는데, 그때 막걸리 골목이라는 곳을 처음 가봤어요. 막걸리한상이 유명해서 각종 다양한 막걸리도 이것저것 마셔봤던 기억이 떠올라요. 달달하고 고소해서 꿀떡꿀떡 마시다가 또... (마지막이 다 왜 이 모양이지) 어쨌든 저는 맛있는 술 하면 가장 먼저 막걸리가 떠오릅니다. 대학 때 제조 원가와 관련된 수업을 들으면서 국순당 탐방을 다녀왔던 적이 있는데, 그때도 굉장히 흥미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쓰다 보니 막걸리와 관련된 기억이 꽤 있네요. 특히 이번 편을 읽으면서 오래전에 봤던 <신데렐라 언니>라는 드라마도 떠올랐어요. 큰 주제는 달랐지만(로맨스) 거기서도 술을 빚는 이야기가 촘촘히 묘사돼서 흥미로웠거든요. 서사를 떠나 막걸리의 매력을 알게 해준 드라마였죠.
와 국순당 탐방이라니, 저도 아직 못 가본 곳이라 언젠가는 가보고 싶답니다. 국순당 술은 뭐니뭐니해도 백세주죠 ㅎㅎ 국순당에서 운영하는 '백세주마을'이라는 술집이 종로에 있다던데 여기도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 @꿀돼지 님과 한번 가보자 약속한 적이 있는데 술 마시며 한 약속이라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ㅋㅋㅋ <신데렐라 언니>는 저도 예전에 본 기억이 있습니다. 국내 소규모 주류업체들은 사실 1~2인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생각보다 큰 규모의 양조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놀라웠습니다. 탁주 발효실의 그 시큼하면서도 달큰하고 쿰쿰한 향기, 그리고 술이 발효되면서 이탄화탄소가 발생해 보글보글 거품이 이는 소리 들이 참 정겹기는 하지만... 실제로 탁주 발효는 저온창고에서 하기 때문에 너무 추워서 그런 감상을 가질 겨를이 없답니다 ㅋㅋㅋ
크... 잊고 있었는데, 저 대학생 때 백세주도 꿀떡꿀떡 잘 마셨어요. 막걸리는 걸쭉한 느낌이라면, 백세주는 소주 같은데 맛있는 소주 느낌? 그냥 소주랑 섞어 마시기도 했고, 덕분에 다음 날 지옥을 맛보기도...(마지막이 또) 작가님도 이 드라마 아시는군요!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기뻐요. 근데 드라마와 현실의 괴리감이 있었군요(낭만은커녕 추워서 후다닥 뛰쳐나올 판). 아니 근데, 작가님. 맛 표현을 어쩜 이렇게 감칠맛 나게 잘 하시는 거예요. 작가님 댓글 하나하나 읽으면서 머릿속에 이미지가 상상돼서 너무 신기했습니다.
저는 백세주만 마시면 숙취가 없었던 것 같은데 오십세주로 섞으면 숙취가 생기는 것도 같고... 맛은 비슷하지만 산사춘 또는 매화수를 마시면 숙취가 심했던 것도 같아요. 근데 사실 아무리 좋은 술을 마셔도 과음하면 숙취는 다 생기더라고요 ㅋㅋㅋㅋ 숙취 심한 술이라 해도 적당히 마시면 다음 날 괜찮고요 ㅋㅋㅋ 맛 표현 딱히 잘한다는 생각은 못해봤는데, 아무래도 평소 하는 일이 제가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글로서 풀어내는 작업이다 보니 맛 표현도 자연스레 묘사하게 되는 것 같기는 합니다 하하하..
으앗, 작가님 댓글 읽다가 알았습니다. 오래전이라 잊고 있었는데, 백세주가 아니라 매화수였어요! (매화수인지 매화주인지 항상 이름을 제 멋대로 불러대곤 했던)꿀떡꿀떡 마셨던 술, 다음 날 지옥의 숙취를 맛보게 해준 술!
지옥의 숙취라면 매화수가 맞을 것 같아요 ㅠㅠ 비슷한 느낌으로 매취순이라는 술도 있는데 이건 비교적 나았던 것 같고요... 제 경험으로는 매화수와 청하가 숙취 정말 심하더라고요...
아~~ 체육대회 날 김치와 머릿고기에 막걸리라뇨~~ 저도 학부생 때 추억 완전 떠오르네요 ㅋㅋㅋ 이제 갓 스무살 된 친구들이 묽게 반죽해서 부쳐주는 부추전과 대충 양념한 제육볶음도 정말 맛있게 먹었고, 지역 양조장에서 말통에 받아온 막걸리를 큰 들통에 따라두고 퍼서 먹는데 진짜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모르겠어요. 돌아보면 다 정말 값싼 재료들이었던 것 같은데, 운동하고 나서 친구들과 함께 야외에서 먹으니 그냥 다 맛있었던 걸까요? 20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니 진짜 그때는 청춘과 낭만을 먹은 거였구나 싶기도 해요 ㅋㅋㅋ 아 이래서 나이들면 추억을 먹고 사는 건가... '막걸리'와 '탁주'는 사전상 같은 뜻을 가지고 있으므로 실제로도 같은 의미로 두 단어 모두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어감 때문인지 '탁주'는 술을 빚어 그대로 짜낸 술(원주)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고, '막걸리'는 이렇게 짜낸 술에 물과 감미료를 섞어 도수를 낮추고 양을 2배로 늘려서 판매하는 경우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탁주는 대부분 에탄올 함량 12%인 제품이 많고, 막걸리는 6%인 경우가 많아요. 학부생 때 마시던 막걸리, 동동주 또한 값싼 곡물을 빠르게 당화하고 발효해서 술로 빚은 뒤 물과 감미료(아스파탐)을 잔뜩 섞어 숙취가 심하다는 설이 있으나... 사실 우리가 마시는 술에서 가장 안 좋은 성분은 아스파탐이 아니라 에탄올이라고 합니다...ㅠㅠ
저는 제가 술이 빨리 취하지않는 인간이었다면 탁주를 고루 먹어보고 싶어요. 지역마다 정말 다양한 종류의 탁주가 있다는 걸 알지만 한 잔씩 먹으면 이미 취해있으니까요... 독일에 있을 때도, 독일은 맥주의 나라라기에 수퍼에서 맥주를 매일 바꿔 가며 사와서 마셨는데, 결국 두어 달 마시다가 포기했어요. 알콜 잘 알았으면 좋겠어요. 하하
저는 진짜 다양한 탁주를 많이 마셔본 것 같은데, 아직도 마셔보지 못한 국내 탁주 종류가 많다는 사실에 매일 놀라곤 합니다. 진짜 자고 일어나면 신상 탁주가 출시되는 신기한 시장이에요 ㅎㅎ 우리술 에세이 쓰는동안 저도 다양한 탁주를 접해보기 위해 우리술 시음회에 많이 다니곤 했답니다. 3만원 정도 참가비 내고 5~6종 이상의 탁주를 한 잔씩 맛보는 건데, 다들 각자 자기 잔에 따라서 마시기에 진짜 소량 씩 여러 종의 탁주를 마실 수 있어 좋더라고요 ㅎㅎ 저도 캐나다에 한달 정도 있을 때 진짜 다양한 맥주 매일 바꿔가며 마셨어요. 맥주캔도 200ml 정도로 나오면 좋을 텐데 싶어요!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지금까지 마신 술을 짚어보니 탁주를 가장 적게 마셨네요. 그나마 누런 빛깔을 가라읹히고 위쪽 투명한 상태를 더 즐겼구요. 소설을 읽으며 '홍주'와 '창포주' 등 새롭게 알게 된 전통주를 맛보고 싶어서 아주 혼났습니다. 낮술을 좋아하기도 하고요.ㅎㅎ 언젠가 영광 백수해안도로를 달리다 굴비 백반집에서 마신 대마막걸리가 제겐 특별한 탁주였습니다. 환한 대낮에 백수해안도로도 떠오르고 영광 굴비 구이, 대마막걸리 한상에 같이 앉았던 그 사람들도 보고 싶어졌어요. 안부 전화를 할 참입니다. 고맙습니다.
대마막걸리라니! 너무 궁금해요. 딸기 막걸리, 유자 막걸리, 잣 막걸리 등등 막걸리에 많은 종류가 있다는 건 알고 있는데, 대마 막걸리라는 것도 있었군요.
@poiein 님이 맛보신 대마막걸리와 같은 제품은 아니겠지만 국내 생산중인 대마막걸리가 있기는 합니다 ㅎㅎ 쌉싸름한 맛이 매력적인 술이었어요. https://smartstore.naver.com/mogok/products/8467247943
저도 대마 막걸리를 처음 들어봤습니다. 정말 한번 마셔보고 싶네요. 한 병에 10만 원이 넘는 롤스로이스 막걸리는 그리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탁주에서 위쪽의 투명한 상태만 즐기신다니 약주(청주)가 취향이신가 보아요. 저도 사실 낮술을 좋아하는데, 낮에는 저녁 때처럼 취하도록 마시게 되질 않아서인 것 같아요. 낮에 마신 술이 저녁에 깨면 다음 날 숙취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ㅎㅎㅎ '홍주'는 소설에서 쓴 것처럼 부재료인 '지초' 특유의 쌉싸름한 흙맛에 호불호가 나뉘더라고요. 그래도 진도 명주로서 정말 좋은 술이랍니다. '창포주'는 시중에 제품으로 생산하는 곳이 없어 직접 빚어 마시는 술로 소설에 묘사하게 됐습니다. 영광의 굴비 백반집에서 대마막걸리를 맛보셨다니 정말 특별한 경험이네요! 백반집에서 직접 만든 술이었을까요? 제가 맛본 대마막걸리는 강원도 홍천 마마스팜이라는 곳에서 생산하는 '칠 위드 미'였습니다. 수제로 소량만 빚는 탁주인데다가 원재료 자체가 비싼 편이라 가격대가 꽤 있지만 한번쯤 경험해보면 좋을 매력적인 탁주였습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mogok/products/8467247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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