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9.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부제: 애주가를 위한 밤

D-29
'위스키 한 잔의 시간'을 쓴 소설가 박주영입니다~ 모두 반갑습니다. 저는 주종을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합니다. 혼자 마실 때와 같이 마시는 사람, 안주에 따라 마시는 술이 달라집니다. 혼자 조용히 한 잔 할 때는 위스키와 꼬냑을, 혼자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는 와인이나 맥주를 선호합니다. 누구랑 같이 마실 때는 그 사람이 좋아하는 주종을 따라가는 편입니다. 저는 아무거나 다 마시니까요^^ 그때 그때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 것처럼 술도 그렇더군요. 겨울에는 따뜻한 정종이나 핫 토디도 좋습니다.
'핫 토디 '를 찾아봤는데 따뜻하게 마실 수 있는 위스키 칵테일이네요. 오~ 이런 것도 있었군요. 보통 술이라는 것이 얼음을 넣어 마시거나 차갑게 해서 서빙되는 주류가 대부분이다 보니 겨울철에는 추워서 술 마시기 좀 그렇거든요. 겨울에는 스타우트나 포터같은 묵직한 맥주들이 저는 그나마 좀 계절과 어울리는 것 같네요. 여름의 어떤 일요일에는 냉장고에 차게 식힌 화이트 와인을 아침부터 마시기 시작해서 하루종일 천천히 마시곤 합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해서 아주 천천히 조금씩 마시면서 책도 읽고 청소도 하고 그냥 설렁설렁 시간을 보내다 보면 천천히 마신다 해도 밤이 되기 전에는 한 병을 다 마시게 되어요. 하루를 알딸딸하게 그러면서도 아주 취하지는 않은 채로 괜찮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에요. 여러분들은 계절에 따라 다른 술을 드시나요? 계절과 술에는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지도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저는 핫 토디를 '매기스 플랜'이란 영화를 보다가 알게 되었어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도 쟤들 뭐 마시나, 궁금해지는 게 술꾼이라~ 그렇게 화이트 와인에 대한 나름의 이미지도 생겼답니다. 미드를 보면 마시던 화이트 와인이 늘 냉장고에 있고 그걸 아무렇지 않게 혼자 꺼내 마시는 장면들이 종종 나오죠. 저도 천천히 와인 한병 마시는 거 좋아합니다.
'매기스 플랜'이란 영화가 있군요. 대체 이 모임에서만 새로 알아가는 게 몇 개인지... 저는 Footballers' Wives 라는 드라마에서 Chardonnay 라는 등장인물 이름을 통해 처음으로 샤도네이 화이트 와인 포도품종을 알게 된 뒤 종종 마시게 되었답니다. 그러고 보니 K 드라마를 자주 보는 외국인들은 초록색 술병이 꽤나 익숙하겠군요.
매기스 플랜아이는 갖고 싶지만 결혼은 원치 않는 감성파 뉴요커 매기는 소설가를 꿈꾸는 어른아이 같은 대학 교수 존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존은 자신을 이해하고 소설을 좋아해주는 사랑스러운 매기와 불 같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존과 결혼을 하고 그토록 원하던 귀여운 딸과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원했던 매기.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존이 변해가는 것을 느끼게 되고, 매기는 뜻밖의 결심을 하게 되는데...
저는 여름에는 차가운 맥주, 화이트와인, 생탁주를 자주 마시다가, 날씨가 추워지면 상온에 놔둔 레드와인, 위스키, 증류식소주와 같은 술을 마시는 편입니다. 그리고 낮부터 한두 잔씩 홀짝이며 책 읽고 글쓰고, 밥 먹으며 반주도 하고, 이런 식으로 마시는 술도 정말 좋아합니다! ㅎㅎㅎ 술자리에 나가서 술을 마시면 사람들과 이야기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해 주량보다 많이 마실 때가 있는데, 다음 날 숙취가 심해서 딱히 선호하는 편은 아닙니다. 오히려 혼자서 한두 잔씩 홀짝이며 꾸준히 오래 마시고, 숙취 없으면 다음 날도 또 마시고 ㅋㅋㅋ 그런 생활이 좋더라고요!
작가님들, 독자님들 다들 반갑습니다! '맥주의 요정'을 쓴 서진입니다. 맥주파가 꽤 많을 것 같아서 든든합니다! 술 이야기, 인생 이야기 편안하게 나눠봐요.
안녕하세요~ 어쩌다보니 술은 한모금도 마시지 못하는 반쪽과 함께 살고있습니다. 저의 20대도 술과 함께였던것 같은데 이불킥을 불러오는 몇번의 추태와 숙취때문에 점점 멀어진것 같아요 ㅎㅎ 그리고 주말밤 소소하게 맥주 한캔을 마시는 낙으로 살고있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만성두드러기로인해 술과 더욱더 거리두기를 하고있는중입니다 책을 읽고 술을 마시고싶어지면 어쩌나 고민이네요ㅎㅎㅎㅎ 다른분들의 취향도 엿볼수 있고 이번기회에 제 취향도 다시 찾아보는것도 즐거울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제목 보고 냅다 달려왔습니다. 책은 일단 탁주와 위스키까지 마셨고요. 저는 주종을 딱히 가리지 않습니다만 맥주랑 막걸리를 좋아하고, 작업할 때 화이트와인을 총명탕처럼 마십니다. 제가 술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인데, 저 자신도 이 세상도 좀 보들보들해지는 느낌이 제일 큰 이유인 것 같아요. 맥주의 성지 독일에 살고 있어요. 독일 음식은 대체로 맛이 없는데 (세상의 모든 방법으로 요리한 감자와, 세상의 모든 방법으로 요리한 돼지가 전부...) 맥주를 마시다 보면 음식이 나에게로 다가와 꽃이 되는 마법이 일어나요. 할렐루야! (참고로 불교신자)
재치 넘치는 댓글이네요! 책을 마시다는 이 책 아니면 쓸 수 없는 표현이라 재미있었어요. 독일에서 막걸리 구하기 힘드실텐데,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세상의 모든 방법으로 요리한 감자와 세상의 모든 방법으로 요리한 돼지...!' 도 넘 재밌는 문구였는데, 갑자기 독일의 어느 지역에 살고 계시는지까지 궁금해졌는 걸요...!
안녕하세요 유안 작가님! 선물받은 막걸리 키트(전북 농업진흥청에서 주셔서 신뢰감 두 배)로 애지중지 만들어 봤지만 첫 모금에 퉤- 했어요. 다행히 요즘에는 독일에도 막걸리가 꽤 들어온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맛보는 신선하고 다양한 막걸리들이 너무 그립죠. 막걸리와 떡볶이, 냉면이 제 애국심의 근원이에요. 저는 독일 남부 바바리아 지역, 뮌헨 근처에 살아요. 아무도 안 물어봤지만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곳이죠. 음하하.
오! 옥토버페스트! 부럽습니다. 한번 가보고는 싶은데 번잡한 걸 싫어하고 방 잡기도 어렵다고 해서 (+비행기 타는 것도 싫어해서) 언제 갈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떤가요? 한번 가볼 만한가요?
안녕하세요 장강명 작가님! 옥토버페스트는 정말 입장만으로도 탄성이 절로 나오는 신나는 축제인데요. 번잡한 걸 싫어하신다면 차라리 여름의 로컬 가스트호프나 비어가르텐을 추천해요. 옥토버페스트는 술만 마시는 게 아니라 매년 롯데월드 하나 분량의 놀이기구들이 세워지는 으어어어한 곳이고, 잔은 무조건 1리터짜리예요. 맥주 도수도, 가격도, 평소보다 높은 편이고요. 신나긴 신나는데 정말 정신이 쏙 빠집니다. (가죽바지 입은 헨젤들과 가슴을 끌어모은 그레텔들이 모두 모여 연고전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밤베르크라는 조용하고 예쁜 도시에 가셔서 라우흐 비어(훈제 맥주인데 군고구마 맛도 나도 커피 맛도 나고 낙엽 태우는 향도 나는 요물입니다!) 드시는 것도 추천하고요, 뮌헨 근처 안덱스라는 수도원에 하이킹 가셔서 그곳의 생맥주 드셔도 정말 좋아요. 입에 무지개가 뜨는 맛! 아기천사들이 피쳐를 들고 있는 벽화가 있는 성스러운 곳이랍니다. :)
아기천사들이 피쳐를 들고 있다니! 빵 터졌어요.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나네요. 천국은 맥주~~ https://www.youtube.com/watch?v=BOApISO5VEM
맙소사, 세기말 감성이 물씬 담긴 이 영상은 무엇인가요. 퇴근하고 녹초가 되어 멍 때리면서 그믐에 들어왔다가 때아닌 이 영상에 정신이 번쩍 들어 웃음이 났습니다. 제가 뭘 잘못 보고 있는 건가 싶어 가사와 영상을 한참 들여다봤네요. 블랙홀 같은 영상입니다. 헤엄치고 있는 공간이 맥주 속이라니!!
옥토버페스트를 세번 경험했는데, 설명을 너무 찰떡같이 하셔서 공항 로비에 앉아 빵 터졌습니다 (주변인들에게 잠깡 눈치가 보였네요)!!
가본 적이 없는데도(종로구 옥토버훼스트만 몇 번 가본) 저도 빵 터졌습니다. 가죽 바지 헨젤과 가슴 모은 그레텔, 입에 뜨는 무지개, 피쳐 들고 있는 아기 천사... 어쩌면 말씀을 이렇게 찰떡같이 하시는지... ^^
종로 옥토버훼스트는 저도 종종 가는데 비싼 가격에 비해 분위기가 너무 시장통이라 그냥 그렇긴 합니다만... 어떤 분들은 그렇게 시끌시끌한 분위기에서 기분이 좋다더라고요 ㅎㅎ
수제맥주 마시기 어려웠던 20년쯤 전에는 귀한 장소였는데 이제는...
여기는 안주도 다 너무 과하고요... 그냥 텀블러에 담아주는 수제맥주 한잔에 감자튀김 정도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데 말이죠!
저는 경험해 보지 못했는데도, @냅다 님의 말솜씨가 워낙 좋으셔서 같이 웃었답니다. 밑에서 장작가님이 말씀하신 종로구 옥토버훼스트도 지인들이 갈 때 쏙 빠졌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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