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9.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부제: 애주가를 위한 밤

D-29
환영합니다, 연해님! 진탕 술 이야기해보아요. (술 가리지만 혼자 자주 마시는 사람)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 작가님의 닉네임과 꼭 맞는 모임이라 더 기대되네요. '진탕'과 '자주'라는 단어에서 이미 거나하게 취하신 것 같은(농담입니다) 느낌적인 느낌도 들고 말이죠.
모임 시작하면서 한 가지 궁금한 게... 다른 분들(특히 작가님들)은 알코올 의존증 자가테스트 하시면 결과가 어떻게 나오나요? 저는 테스트마다 결과가 다른데 의존증 경계에 있다고 나올 때도 있고 의존증이라고 나올 때도 있는데, 이 테스트가 기준이 너무 엄격한 거 아닌가 해서 여쭤봅니다. 저는 이 책에 나오는 작가들보다는 덜 마시는 건 분명합니다.
알코올과 작가들 - 위대한 작가들의 영혼을 사로잡은 음주열전술과 문학에 얽힌 흥미로운 사실과 다양한 일화를 경쾌하게 전하는 책이다. 와인, 맥주, 위스키 등 세상에서 가장 대표적인 여덟 가지 술을 소개하면서 알코올의 역사와 술독에 빠진 대문호들의 에피소드를 재치 있게 풀어낸다.
저도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궁금한데, 제 경우는 우선 일반인(직업적인 면에서 예술적 감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선에서요)이고, 지인들과의 술자리를 제외하고는 술은 거의 입에 잘 대지 않는 편인데, 제 주변에 생각보다 혼술을 즐기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이 방에서만큼은 술 문화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나눠봤으면 좋겠습니다. 제 경우 술을 입에 잘 대지 않으려 하는 건, 다른 어떤 이유보다 제가 중독성이 강한 것에 취약한 사람이라는 걸 익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술을 마시면서 긴장이 풀리고 나른해지는 기분이 꽤 좋잖아요? (저는 맛보다는 그 느낌을 더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20대 초반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취해 살았던 적도 있었는데, 마시면 자꾸 끝장(?)을 보려고 하는 습성이 있어 아예 끊었죠. 덕분에 지금은 많이 정돈된(?) 상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술을 즐기시는 분들이 오히려 신기했어요. 저는 적당히가 없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다들 술의 어떤 면(?)을 좋아하시나요? 저처럼 취하는 기분? 혹은 맛? 느낌? 향? 소중한 사람들과의 진솔한 대화가 가능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 등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작가님의 질문에 이어 직업적인 특성도 술과 영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를테면 빈센트 반 고흐와 압생트의 일화처럼 말이죠.
오~ 너무 공감되어요. 저는 심지어 20대 초반에 기억이 많지 않아요. 항상 어디 지하 술집에 취해서 쭈그러져 있었거든요. (20~23살 정도에는 생각나는 사건이 별로 없음.) 저의 경우 술 마시면 끝장을 보려던 습성이 사라진 것은 숙취때문이에요. 원래도 남들보다 숙취가 심했는데 나이 들면서 갈수록 심해져서 이제는 소주 한 병을 마시면 2일 정도를 일어날 수가 없어요. 이틀을 그냥 편하게 누워 있으면 되는 게 아니고 고통이 너무 심해서 그것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시려다가도 저절로 절제가 되더라고요. 저는 혼술을 좋아해요. 취하면 하이킥할 일이 원래 많아지잖아요 (온갖 주접과 실수들) 어렸을 땐 그럭저럭 그런 모습이 용인해 줄 만하다 (혼자만의 생각이었을 확률이 큼) 싶었는데 이젠 그러면 큰 일 날 것 같아서 그냥 혼자 마시게 되네요. 술을 마시면 하루 종일 품고 있던 긴장감이 일시적으로 이완되면서 릴렉스되는 느낌이 참 좋아요. 술 마시면서 놀면 죄책감도 조금 덜 느껴지고. (그럴 때 숏폼도 좀 보는 것 같아요.) 평상시 정신상태가 뾰족하고 날카로운 칼 같다고 한다면 취중에는 그 칼날이 무뎌지고 둥글둥글해지는 느낌인데 그 무뎌짐이 어떨 땐 편하더라구요.
세상에, 이토록 공감해 주시다니! 저야말로 @김새섬 님 글을 읽으며 격한 공감을 했답니다. 지하 술집에 쭈그러져 있던 사람 여기 또 있습니다. 하지만 제 아지트는 주로 동아리방에 있던 간이침대... 더럽지만 편안하죠(하하하). 숙취가 심하셨군요. 저는 어릴 때(?)는 숙취도 없더니 나이가 들수록 몸이 점점 힘들더라고요. 주량도 어릴 때는 세서 이것저것 섞어마시는 것도 좋아했어요. 양주랑 소주랑 맥주랑 막걸리랑 온갖 걸 다 섞어 마시면서 흑역사를 차곡차곡 쌓았죠. 지금도 옛(?) 친구들과 막무가내로 마시는 술자리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하는데(평소에는 차분한 편), 그건 분위기 자체의 재미 때문에 마시는 듯합니다. 다만 지금의 주량은 옛날(?)에 비해 많이 약해진 상태입니다(약간 소강상태...) 술을 마시면 릴렉스되는 느낌이 좋다는 그 말씀도 정말 공감해요. 사실 저는 그 느낌이 좋아 술에 중독될 수도 있겠다 싶어 아예 절제해버렸거든요. 제가 하는 일 자체도 머리가 차가워지고, 딱딱한 일이라 평소에는 안테나를 곤두 세운 채 살아가는데, 가끔은 늘어지고 싶은 날이 있더라고요. 그런 날은 퇴근길에 소주 한 병을 사서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머그컵에 맑은 소주를 담아 쭉쭉 마시면 온몸이 젤리처럼 말랑말랑 늘어지곤 하죠. 슬라임처럼 기분 좋게 무너져 내리는 기분에 생각도 느려지고 뾰족했던 정신도 느슨해진달까요. 한참을 쓰다 보니 되게 별로인 것 같...(ㅋ) 역시 술 이야기는 해도해도 재미있네요.
저는 술을 좋아하긴 하는데, 술 자체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안주를 맛있게 먹기 위해 술을 즐기는 편입니다. 술 없이 안주를 먹으라면 아쉬운 대로 배를 채우려고 먹긴 하겠지만, 안주 없는 술은 마시고 싶지 않습니다. 소주 없이 먹는 양평해장국, 생선회, 삼겹살을 상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술은 맛있는 안주를 더 맛있게 만들어주는 요물입니다. 그 덕분에 저는 돼지가 되었습니다 😜
에고, 작가님. 읽다가 마지막 줄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새삼스럽지만 작가님의 닉네임에 다시 한번 눈길이 가ㄴ...읍. 안주를 맛있게 먹기 위해 술을 즐기시는군요! 그 말씀도 공감하는데, 제 경우 그랬다가는 한도 끝도 없이 마실 우려가 있어 자제를 한답니다. 부러 참는 것이죠. 이를테면 소주와 생선회의 조합은 저에게 최애였죠. 하지만 그 둘의 궁합이 너무도 좋았던 나머지 주량이 무적이 되고 다음 날 장렬히 전사하더라고요(적은 누구냣!). 그렇게 영원히 눈을 뜨고 싶지 않은 아침을 몇 차례 경험하고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저는 이제 어른이니까요(에헴). 장난이고, 술은 안주를 더 맛있게 만들어주는 요물이라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제 경우 허용치는 삼계탕에 고량주 정도로 가볍게 가겠습니다. 작가님의 <징검다리>까지 아직 가지 못했는데, 어떤 이야기일지 벌써 궁금해집니다.
삼계탕에는 역시 고도주죠! 고량주도 잘 어울리고, 저는 주로 전통주를 마시다 보니 다양한 증류식 소주에 닭백숙을 페어링해보곤 합니다. 개인적으로 '화주'라는 소주에 삼계탕도 정말 잘 어울렸어요 ㅎㅎ
'술은 (안주를) 거들 뿐' 술에 관한 슬램덩크 철학이 확고하시군요. 작가님이 쓰신 <안주잡설, 부제:안주는 가리지 않습니다만>이라는 책도 살포시 책꽂이에 꽂아 봅니다. ^^
안주잡설JTBC에서 인기리에 방영했던 드라마 ‘허쉬’의 원작소설 <침묵주의보>의 작가이자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과 백호임제문학상을 수상하며 독자들과 문단으로부터 그 폭넓은 필력을 인정받은 소설가 정진영 작가가 이번에는 음식 에세이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그것도 무려 안주를 주제로.
생각해 보니 술 그 자체를 마시고 싶어서 마셔본 기억이 드뭅니다. 늘 먹을 안주를 먼저 정하고 술을 골랐어요. 저는 아무래도 술꾼은 못 될 듯합니다. 그저 안주를 맛있게 먹고자 술을 곁들이는 한 마리의 돼지였을 뿐입니다 🐷
<안주잡설>은 정말 재밌고 맛있는 책이죠! 저도 추천합니다~~
맛있는 안주 이야기 보다가 그야말로 소설 같은 연애와 결혼 과정까지 듣게 되는...
한 편의 인생서사가 들어 있어 더 좋았어요!
ㅎㅎ 정말 김새섬님 말처럼 정진영작가님의 <안주잡설>과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를 나란히 둔다면 왠지 맛있는 향이 솔솔 날거 같습니다.^^
여기에 김혜나 작가님께서 6월에 출간하실 술 에세이가 더해져 3권이 모이면 도원결의입니다 👍
저는 정신의 긴장을 풀기 위해 술을 마십니다. 평소에 어둡고 답 없는 생각을 강박적으로 많이 하는데 맥주를 마시면 그런 생각을 덜하게 됩니다.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희망도 좀 생기는 것 같고요. 그래서 사실 다른 사람과 술 마시는 것은 별로 안 좋아해요. 줄여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 음악 감상이나 산책이나 운동이나 마음챙김 명상 같은 걸로 대신해보려고 하지만 맥주만큼 효과가 빠르고 강한 게 없더라고요. 맥주의 반의 반 효과를 내는 대체물도 못 찾았습니다. 맥주 말고 다른 술은 그런 느슨해짐이 너무 빨리 진행되어 오히려 싫습니다. 갑자기 급강하하는 기분이에요. 맥주 정도의 내리막길이 딱 좋습니다.
맥주 정도의 내리막길이라...멋있습니다. 맥주파의 심정을 대변해주신 것 같아요!
저는 심지어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에서도 「맥주의 요정」을 제일 먼저 읽었습니다!
하하하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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