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9.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부제: 애주가를 위한 밤

D-29
2 나의 '얼리지'는 뭘까?? 생각해 보니 여유로움, 참을성(지금도 일반인보다는 높은편이라고 자신하지만 아무래도 에너지가 부족해지면서 점점 낮아지는거 같아요~ㅜㅜ) 등이 떠오르네요 가족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다 창밖으로 늬엿늬엿 지는 해를 여유롭게 바라보며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책들을 방바닥에 늘어놓고 자다깨다 반복하며 책을 읽고 상상하던 여유가 요즘은 많이 사라진거 같아요 그 때는 그 시간이 백수처럼 느껴져서 가끔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나이들스록 느끼는 건 쓸데없는 시간과 사건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때 불안한 미래보다 그 여유로운 시간을 오롯이 더 즐겼더라면 좋았을텐데 싶어요 지금은 여유는 없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밀도있게 다정하게 보내고 싶어 가족들과 시간을 내는 편입니다 예전보다 에너지를 덜 들이고 상황을 판단하려는 경향도 안타깝지만 점점 늘어나는 거 같구요 차근차근 다 듣고 두루두루 살펴보기보다 빠르게 판단하고 선택하려는 경향이 늘어나는거 같구 아무래도 여유가 없고 직업적 특성 때문인거 같은데 음~~이렇게 아쉬운 저의 얼리지를 조금이라도 곁에 두고자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기를 계속 찾아서 이어나가는 중이랍니다
@거북별85 님 말씀 중에 '불안한 미래' 이 말씀에 정말 공감했는데.. 그것이 우리를 점점 참을성 없게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불안하니까, 여유도 없어지고, 효율적인 판단을 하는 쪽으로 스스로를 변화 시켜온 것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맞아요, 여유있는 시간이 정말 적어도, 그래도 그 쉼을 밀도있는 다정한 시간으로 채우며, 살아보아요! 책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이번에 최유안 작가님 <얼리지>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다음에 작가님 책들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정말 와인이 거대자본과 연관이 있긴 한가요?? 와인과 음모론이라니 상상도 못했지만 공감이 가더라구요 <얼리지>의 임교수는 <달콤쌉싸름한 탁주>의 백선생보다 더 무섭고 싫었어요 백선생은 그냥 생각없는 무례한 사람이라면 임교수에게 찍히면 왠지 이세상과 작별해야할것 같은 힘과 치밀함을 가진 사람같았어요 그의 치밀한 무례함에 반격도 시도하기 힘들거 같구~ 불안한 미래는 저에게는 그림자처럼 함께 가는 감정인 거 같아요 그럼에도 이처럼 책을 읽고 좋은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있는 것만 해도 쉴 틈을 주어 감사하지요 최유안 작가님 다음 작품 구상도 있으실까요7?? 작품들이 오피스 위주로 보이던데 그 부분도 신기하고 왜일까 궁금했습니다~~^^
백 선생과 임 교수를 비교해 주신 대목에서 빵 터졌습니다. "백선생은 그냥 생각없는 무례한 사람이라면 임교수에게 찍히면 왠지 이 세상과 작별해야할 것 같은 힘과 치밀함을 가진 사람같았어요." 맙소사, 무려 이 세상과 작별이라니요(ㅋ). 어쩜 이렇게 표현을 찰떡같이 잘해주시는 걸까요. 근데 저도 딱 이런 마음이었습니다. 대놓고 무례한 사람보다 웃으면서 교묘하게 괴롭히는 사람들이 더 무섭죠. 찍히면 무조건 도망쳐야 합니다. 웃으면서 다가와 소리 없이 칼을 꽂을 사...(저 너무 또 멀리 가고 있나요)
그도 그럴 것이, 내게 와인은 일종의 예술이었다. 나오는 것마다 다른 맛과 향을 내는 포도주는 차라리 예술의 영역이었고, 나는 그것을 경험하고 알리는 예술가였다.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얼리지, 최유안 , 김혜나 외 지음
1. 미국에 10년, 독일에 7년째 살면서 이제 와인은 부담없고 편안한 술이 되었어요. 그 전에는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친구였고요. 

 2. 실은 얼리지라는 메타포를 제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나 싶어서 답글을 다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처음 이곳에서 얼리지라는 단어 설명을 듣고 저는 되게 긍정적인 좋은 의미로 받아들였거든요. 그래서 혼란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소설로 돌아가 보니 얼리지라는 단어 안에 고인 서늘한 기운이 이해가 되었어요. ‘유일한 손실의 공간’이라 하셨으니, 채워지지 않은 것, 결핍 같은 것을 말하겠죠. 사회적 얼리지로 만든 술이라고 왜 말하지 않냐는 한동찬의 힐난을 겹쳐보면 ‘술병 안에 든, 술 이외의 세계’를 말하는 것도 같고요. 술맛이 변질되었거나 산화되었음을 알려주는 표식이 될 수도 있다고도 하니 그렇게 변질되고 잃어가는 것에 관한, 아름답고 의미있는 메타포일 수 있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얼리지는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유안 작가님의 질문에 여전히 어떻게 답을 달아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긍정적이기도 부정적이기도 한 단어를 두고 제가 갈피를 못 잡는 것입니다. 

 침묵이 없는 말은 말이 아니듯, 삶이 빈틈없이 꽉 채워져 충만하다면 그건 애초에 삶이 아닐 것 같아요. 아마 얼리지 없이는 와인도 존재하기 어렵겠죠. 틈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숨 쉬면서 살기 어렵고, 그러므로 반드시 만들어 두어야 하는 공간이고, 그러므로 얼리지는 손실의 공간이라기보다 그 얼리지까지가 충만한 와인 한 병이 아닐까 싶어요. 

 3. 하루를 힘차게 달리다 오후 서너시쯤 정신이 약간 너덜너덜해질 무렵, 냉장고에 시원한 화이트 와인이 있다고 생각하면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아이들이 투닥투닥 싸우는 소리를 배경으로 그 때 꺼내 마시는 와인 한 잔이 제일 맛있어요.
1. 오래 타지 생활을 하고 계시는군요! (그곳이 타지가 아닐 수도 있지만요..!) 그러면서도 한국 책도 계속 읽으시고, 이런 모임들을 꾸준히 해나가시는 동력이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멋지신데요! 2. 너무 멋진 말씀이세요. 말씀하신대로 사전적인 의미의 '얼리지'라는 것 자체는 중립적인 단어입니다. 이 단어를 제목으로까지 세우게 된 경위가 생각났는데요, 애초에 얼리지는 술이 병입되면서 끝까지 채울 수 없어 남겨둔,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공간이에요. 그런데 얼리지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그 와인이 상했는지 상하지 않았는지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소설에서 한동찬이 이야기한 '사회적 얼리지'는, 사회를 와인에 비유해서, 사회가 부패해서 늘어난 얼리지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얼리지 자체는 @냅다 님 말씀처럼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변질되어가는 것에 대한 아름다운 메타포라는 해석도 참 아름다웠어요! 그래서 얼리지라는 단어를 삶에 비유하자면, 본인의 손실된 부분, 원했든 원치 않았든 사라진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인간에게 손실의 공간이 없기는 어려우니까요. 저는 이 질문을 북토크 때 받았었는데요, 덕분에 내 삶에서 의도치 않게 손실된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그 덕에 제가 지금의 형태로, 이런 생각의 구조를 갖추며 살게 되었다는 것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얼리지가 어떤 형태로 각자의 삶 안에 존재하든, 그것을 되짚어보시며 여러분도 그런 경험을 해보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3. 와 서너시쯤 화이트와인! 시도해봐야겠어요, 해가 막 짙어지는 그 시간의 화이트와인 한 잔은 상상만으로도 맛있겠네요....! :)
@냅다 님의 2번 답변을 읽고 생각이 조금 더 열린 기분이에요. 저는 얼리지를 손실이자 결핍의 의미로도 생각했는데, 긍정적이기도 부정적이기도 하다는 말씀과 "침묵이 없는 말은 말이 아니듯, 삶이 빈틈없이 꽉 채워져 충만하다면 그건 애초에 삶이 아닐 것 같아요."라는 말씀 덕분에 말이죠. 오후 서너시쯤의 와인 한 잔이 제일 맛있으시군요. 저에게 술은 저녁에만 허용(?)되는데, 이것 또한 새롭습니다.
나는 와인에 집중하는 내 모습이 좋았다. 굳이 잘 다니던 회사를 집어치우고 와인 공부를 시작한 이유가 그거였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술이 좋다기보다 와인이 좋았다. 와인은 내게 절박함보다 고결함이었다. 각박한 세상 속에 살더라도 고고함은 잃지 않겠다는 일종의 비기였다.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얼리지, 김혜나 외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들 설 연휴 잘 보내셨나요? 지금쯤 새로운 마음을 안고 일상으로 복귀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저희 모임도 어느덧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오늘부터 사흘간 소설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마무리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요! 다섯 편의 소설을 모두 읽고 난 지금, 소설 속에 드러난 다양한 인물 중 직접 만나 술 한 잔 기울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누구일까요? 소설 속에 인상적인 문장 또는 읽고난 감상 등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어 주세요! 고맙습니다 :)
외국이라 설연휴는 없었지만 모처럼 마음 편하게 쉰 주말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단편집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여러 작가님들이 다양한 술을 주제로해서인지 즡겁게 읽었구요. 술을 한 잔 나누고 싶은 사람은 징검다리의 낭만고양이님과 위스키 한 잔의 시간에서 위스키 바를 운영하던 사장님 두 명이에요. 느낌상 이 두 분의 캐릭터와 저의 결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상 깊은 문장이 여러개 있었지만 그 중 두 개만 나눌게요. “살아 있는 것은 축복도 저주도 아니고 일상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일상이 멈추는 것이 죽음이다.” “영원히 잊을 수는 없어도 지금은 잊어. 어제도 내일도 생각하지 말고 오늘만 생각해. 오늘 잘 살았어, 그러면 마셔도 되는 거야.” 화상모임에 어처구니 없게도 날짜를 착각하고 참여하지 못한건 두고두고 아쉬울것 같지만 그래도 책이야기, 술이야기 나누면서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또 함께 많은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바래요.
맞아요 <위스키 한 잔의 시간>에서는 인물보다 공간이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소설 속 공간으로 꼭 한 번 떠나보고 싶을 정도로요. 지난 번 화상모임에서는 아쉽게도 뵙지 못했지만 조만간 또 다른 모임에서 다시 인사드릴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설 연휴때 소주, 맥주, 양주, 위스키로 두루 달리면서, 우리 4남매가 굳이 탁주를 선호하진 않다보니 '아, 탁주만 못마셨네.' 이러면서 혼자 아쉬워했어요:) 책 읽으면서 『달콤 쌉싸름한 탁주』 편이 재미있었던 것도 탁주에 대한 경험이 유독 낮기 때문이었는데 전통주 제조 클래스 수강은 버킷리스트에 올려뒀습니다. 문과여서 고전문학 시간에 <장진주사> 원문과 해설 배울 때 입에 침이 고이던 순간이 떠올랐어요. 즐겁게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명절음식에는 탁주를 곁들이기 좋다고 생각은 하는데, 저도 명절 전날 전을 부치면서 꼭 맥주를 한 캔씩 마시게 되더라고요 ㅎㅎ 아무래도 기름에 지진 음식이다보니 묵직함보다는 가벼운 느낌의 술을 더 찾게 돼요. 정철의 <장진주사>도 좋지만 저는 술과 달을 사랑했던 시인 이백의 <월하독작>도 좋더라고요. 술의 덕을 찬양하는 내용이 담긴 주덕송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에서 '탁주는 현자와 같은 존재다’를 의미하는 ‘복도탁여현’이라는 구절이 있어요. 이 시에서 영감을 받아 빚은 '탁여현'이라는 술도 있는데 묵직하면서도 강렬한 알콜감이 인상적인 탁주였어요. 기회 되시면 한 번 찾아보시길 추천드릴게요^^
고백하자면 저는 이번 모임에서 이런 걸 볼 때 '우와 정말 술의 세계는 넓고 깊고 멋지구나..'하고 생각했어요!
저도 고백하자면, 사람들은 정말 술로 할 말도,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다는 걸 이번 모임을 통해 새삼 느꼈습니다. 그 어느 모임보다 즐거운 경험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 멍석을 깔아주신 그믐, 독자님들, 함께 작업한 작가님들 덕분이겠죠. 모두 감사합니다 😂
이제 이 모임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아쉬운 마음은 접어놓고,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자면, 저는 "달콤 쌉싸름한 탁주(쌈싸름한 아니고요)" 속 주인공, "얼리지"의 주인공과 술 한 잔 기울이고 싶어요. 두 분 모두 탁주와 와인에 조예가 깊으시고, 진심을 담고 계시니 단순히 취하려고(?) 술을 마시는 저와는 다른 그분들만의 술에 대한 철학(?)이 궁금하기 때문입니다(너무 제 욕심이죠). 그리고 술을 떠나서도 두 분 모두 사람에 대한 생각이 깊으신 분들 같았어요. 단순히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깊다기보다는 한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이랄까, 생각 같은 것들에서 공감되는 지점이 많았거든요.
저도 전통주 양조를 배우며 양조사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는데, 만나면 정말 술에 대한 이야기만 하루종일 하는데 굉장히 재밌더라고요 ㅎㅎ 최근 주류시장 동향부터 트렌드, 술 빚는 방식, 술에 대한 관능평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단순한 음주가 아니라 배움이 곁들여지는 시간이라 특별하게 다가오곤 해요. 와인 또는 위스키 소믈리에 분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도 재밌고요. 하지만 일상에서, 주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직종은 아니니 취미반이라도 전통주 또는 와인, 맥주 양조 수업이나 원데이클래스 들어보시면 나름 재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ㅎㅎ
"단순한 음주가 아니라 배움이 곁들여지는 시간이라 특별하게 다가오곤 해요."라는 작가님의 문장이 너무나 좋습니다. 그러고 보니 평소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술과 관련해서 무언가를 배워볼 생각을 못 했었네요. 이번 모임을 통해 그래도 나름대로(?)는 술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았으니, 원데이 클래스에도 관심을 기울여봐야겠어요. 화요도 유통기한이 없군요. 냉장고에 고이 보관 중인데(주말에 저희 집에 놀러왔던 연인이 그걸 물끄러미 봤더랬죠), 건강에 좋은 적정 음주량까지 꼼꼼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서글픈 날, 홀로 한 잔씩 기울여보겠습니다:)
작가님 아쉽지만 곧 이 방도 닫히겠네요~ㅜㅜ 작가님의 글을 읽을때마다 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들은 어디서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전 술에 대해 아는게 없지만 작가님 봬니 참 멋져보여서요^^ 이책에 여러 술들이 등장하는데 작가님이 소개하신 전통주가 가장 매력적으로 와 닿았어요 나중에라도 전통주에 대해 더 배우고 싶다면 어떤 책이나 경로로 알아보는게 좋을까요??? 언젠가 작가님의 술에 관한 여러 글들에 읽을 때 그 향과 맛을 알아서 공감하며 읽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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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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