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9.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부제: 애주가를 위한 밤

D-29
@연해 @거북별85 저도, 여러분의 순조롭고 평온한 항해를 응원합니다! :)
@거북별85 님도 저와 비슷한 환경을 겪으셨다니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 속도를 항상 인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라는 말씀이 특히 인상 깊은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경쟁이다 뭐다 다들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데, 거기에 떠밀려가다 보면 정작 제 속도를 놓치는(심지어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숨이 찰 때도 많더라고요. 나이를 먹을수록 저라는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의 크기를 점점 깨달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겸손하게요). 그리고 나이가 듦에 따라 새로이 알게 된 모습이 "생각보다 무료한 것을 잘 견디지 못한다는 점"이라는 문장을 보면서 얼마 전에 읽었던 정아은 작가님(같이 모임도 했었죠, 우리?)의 <높은 자존감의 사랑법> 속 문장도 떠올랐어요. "우리는 흔히 휴가를 내고 해변가에 가 누워 있으면 행복할 거라 생각하지만, 칙센트미하이의 연구 결과 사람들은 휴식을 취할 때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일에 몰두할 때 행복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일이든, 운동이든, 공부든, 한 가지 일에 집중해서 자신을 완전히 쏟아 넣을 때, 갖가지 상념을 잊고 무아지경에 빠져들고, 그런 때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이 공간에 모여 서로의 삶을 나누는 과정 또한 몰입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거북별85 님과 저의 결이 닮아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조심스레 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텍스트로, 온라인으로, 대면으로도(북토크에서 살짝) 뵐 수 있어 반갑고 좋았습니다! 저의 항해를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저 또한 거북별님의 항해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와!좋은 문장 공유 감사합니다~정아은 작가님의 책에 이런 문장이 있었군요~^^ 그때 달변가이신 작가님의 인정욕구, 성장욕구에 대한 이야기도 떠오르네요~~^^ 공감,공감!! 세상에는 읽고 싶은 매력적인 책들도 많고 멋지신 작가님들도 너무 많으신거 같아요 역량 부족으로 두루 섭렵하지 못하는게 아쉬울 뿐입니다 그런데 요즘 1년에 책1권 읽는 사람들이 전체의 반도 힘들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점점 더 독서인구가 천연기념물처럼 숨어있게 되는거 같아요~ㅜㅜ 솔직히 저도 혼자 출퇴근하면서는 잠깐 책 읽어도 아는 분들 앞에서 읽기는 꺼려지더라구요~~ 시선이 좀 그렇죠~~^^;;(이방인같은 이 기분은 언제나 졸업하려나 싶은데 그래도 두딸들이 제 영향으로 책향기를 좋아하며 자라서 종족 2명은 추가했습니다^^) 이곳에서 따뜻한 연해님과 멋진 작가님들과 대화도 나눌 수 있어서 잠깐 공간이동을 해서 산림욕하는 기분입니다 감사합니다 ♡
독서인구가 천연기념물처럼 숨어있다는 말씀 너무 귀여운데요. 저는 그럼 그 천연기념물 중 하나로 뚝심 있게 자리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다만 요즘은 회사와 개인적인 일이 많아 대중교통에서 책을 읽을 때는 꾸벅꾸벅 자꾸 졸더라고요. 특히 버스의 반복적인 흔들림은 요람처럼 편안하기도 하여 눈이 스르륵 감기는 아늑한 경험을...(헷) 그래도 @거북별85 곁에 책향기를 좋아하는 두 따님이 계셔서 얼마나 기쁜지요. 든든하고 행복하실 것 같아요. 저는 자녀를 양육해 본 적은 없지만, 저보다 어린 생명체(?)가 저와 함께 읽고 쓰는 감각을 좋아한다는 건 얼마나 큰 행복일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꺄, 산림욕이라니. 저야말로 거북별님의 몽글몽글 다정하고 귀여운 언어들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진답니다. 이번 모임에서도 그랬어요. 늘 감사합니다:)
3. 특별한 날, 조용한 공간, 조도가 낮은 조명 아래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마시는 와인이 가장 맛있는 것 같아요. 북토크 때 <책바>를 말씀해 주셨는데 너무 반가웠어요. 아직 가보지 못했는데, 가보려고 찜해둔 곳이었거든요. 제가 다녀온 곳은 <문학살롱 초고>라는 곳인데, 이곳 분위기도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떠올라요.
저도 <초고> 종종 갑니다! ㅎㅎ 접근성이 아무래도 연희동 책바보다 합정역 초고가 낫죠 ㅎㅎ 그리고 친구와 이야기 나눌 때도 초고로 갈 수밖에 없고요!
오, 작가님도 <초고>를 종종 가시는군요! (반가워라) 저희 알게 모르게 마주쳤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제 얼굴을 (비대면)으로 알았으니 혹 마주치게 된다면 부담스러우시지 않게 눈인사를 건네보겠습니다:)
1. 저는 서른 살 이전까지는 와인이 비싸고 고급진 술이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그래서 크리스마스나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 누가 사줘야만 겨우 마실 수 있었고요. 그런데 서른 살 무렵 친하게 지내던 캐나다 친구 말로는 자기가 살던 동네(온타리오)에서는 빈 와인병을 잔뜩 가지고 근처 와이너리에 가면 값싼 가격에 빈 와인병을 가득 채워주었대요. 그리고 이때 영화 <라 비앙 로즈>를 봤는데요, 극중 에디뜨 피아프가 부랑자로 지내던 시절 길거리에서 노래하면서 와인을 병째로 마시는 장면이 나왔어요. 그래서 서양에서는 와인이 굉장히 흔하고 대중적인 술이구나, 고급 술의 이미지는 아니구나(물론 고급 와인도 있지만) 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그 무렵 대형 마트나 편의점에서 5천원~1만원대 저가 와인도 많이 팔았고요. 그래서 지금은 이 정도 가격대의 와인을 동네 마트에서 자주 사와서 편하게 마셔요. 2. 저는 '집중력'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몰입해서 하지만 일상의 활동 대부분에 집중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어서요. 그래서 요가도 하지만... 어쩐지 나이가 들수록 집중력이 더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은 그냥 느낌일까요... 3.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봄날에 차가운 화이트와인이,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날에 기온과 비슷한 온도의 레드와인이 맛있어 보여요. 드디어 <얼리지> 이야기를 나누는군요. 다들 와인과 어떤 추억이 있는지 비로소 들어볼 수 있겠어요!
1. 우와, 저도 정말 똑같은 경험을 유럽에서 했어요. 독일에서 학교를 다닐 때, 와인이라는 게 이 정도로 대중적일 수 있구나 생각했었어요! 그때 만원도 안되는 와인들을 많이 마시고, 한국에 와서 점점 와인이 대중화 되는 것을 보고 정말 좋았어요. (이것이 한-EU FTA인 것을 깨닫고는 묘하게 슬펐지만...) 어쨌든 그때부터 제가 제일 좋아하는 데일리 와인이 호주의 쉬라즈가 되었어요. (호주에 교환학생 갔었을 때, 와이너리를 방문했었던 기억 때문에 프랑스보다 호주가 더 익숙하게 된 이상한 이야기도 추가!), 저는 사실 지금까지도 이만원 이하의 호주 쉬라즈를 정말 사랑합니다. 수십년 먹은 옐로우테일 쉬라즈 (리저브)를 그보다 훨씬 값비싼 프랑스 와인보다 더 사랑해요. 이것은 정말 저에게 추억과 쌓인 시간이 준 애정의 아이템인 것 같아요. 2. 멀티플레이어가 유리한 세상!! 3.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발렌타인의 달 2월, 지금은 샴페인의 달 아닐까 싶어요!
와인에 대한 저의 첫 인상은 참 예쁘다는 생각이었어요. 우아한 녹색 병도 섬세한 와인 잔도, 그리고 와인을 마시는 장소의 분위기도. 유일한 단점은 가격이랄까? 참, 처음에 와인을 마셨을 때 나름 충격적인 일이 있었어요. 화장실에 가서 손을 닦다 거울을 보고 입에서 피가 나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랬는지요. 알고 보니 그냥 레드와인이 치아와 입술에 착색된 것이었지요. 술자리에 돌아가니 어두워 잘 안 보여 그렇지 함께 마시던 다른 사람들도 다 저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고 안심했습니다. 아무튼 여태까지도 이 기억이 생생해요. 저도 @술빚는소설가 님처럼 와인은 좀 고급진 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외국에 가서 와인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뀌게 되었습니다. 호주에 가니 종이와인이라는 게 있더라구요. 커다란 종이 박스 안에 비닐 주머니가 있고 거기에 와인이 담겨 있어요. 박스의 아래 플라스틱 밸브가 달려있고 그 밸브를 열면 와인이 콸콸. 흠, 모양을 설명하기 좀 어렵네요. 우리 나라 코스트코에서도 판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네요. 그 큰 박스 용량이 3리터인지 5리터인지였고 가격도 5천원~ 1만원 정도 했던 것 같아요. 얼마나 싼 지요. 물론 완전히 저급 와인이라 보통 샹그릴라나 펀치 등을 제조할 때 쓰고 그냥은 못 마신다고들 하던데 돈없는 유학생들은 모여서 그걸 자주 마셨지요. 소주보다 싼 와인. 그거 마시면 다음 날 머리가 얼마나 아픈지 모릅니다.
저는 레드 와인보다는 화이트 와인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 글을 쓰다 보니 화이트 와인이 너무 마시고 싶네요. 요트가 보이는 마이애미 항구 옆 노천 식당에서 굴 한 접시 시켜놓고 차게 식힌 화이트 와인 마시면서 대낮부터 수다떨고 싶네요. (물론 마이애미는 가본 적 없습니다.)
굴에 살짝 싱글몰트 위스키를 뿌려 드시면 풍미가 기가 막힙니다요 😁
이 글을 읽으며 요트가 보이는 마이애미 항구 옆 노천 식당을 상상했어요. 넉넉하고 여유로운 게, 정말 좋은 광경이네요.! 제 몸은 비록 이곳에 있지만, 마음으로야 마이애미도 보스턴도 갈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덕분에 20초쯤 마이애미 여행을 하고 온 기분이에요 :)
세상에, 거울에서 보셨으면 얼마나 놀라셨어요!? 저도 와인을 자주 마셔서 이런 적 많아요. 하하하 레드와인은 착색이 워낙 잘 되는 것..! 저는 12월 크리스마스 즈음이 되면, 독일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독일인 친구와 글뤼바인을 해먹는데요. 작년에도 해봤는데, 편의점에서 몇천원에 산 진로와인이랑 좀 비싼 와인을 사서 두 가지 버전으로 시험삼아 만들어봤어요. 근데 정말 와인을 끓이니까 저렴한 와인이, 비싼 와인보다 훨씬 맛있는 거 있죠! 놀라운 일....저는 독일에서 학교를 잠깐 다녔는데요, 12월이면 공강 때 캠퍼스 앞 크리스마스 마켓에 가서 글뤼바인을 마시고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상태에서 수업을 들으러 다시 강의실로 간 기억이 있어요. 덕분에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났어요 ;)
첫 와인의 에피소드가 너무 실감나고 공감갑니다~~🤣
1. 저에겐 그냥 일상인거 같아요. 이십대 초반부터 30년 가까이 외국살이를 하고 있고, 와인으로 유명한 나라들에서 살았고, 한국에서 예전 어른들이 소주를 반주삼았듯 저도 작년까지는 25년정도 저녁식사때마다 와인을 반주로 삼았으니까요. 2. 이제 잘 죽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나이가 되었고, 제가 앞으로 채워나가고 싶은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그리고 그 시간동안 만날 책들이라구요. 저는 지나간 시간에 대해서는 후회도 별로 하지 않고 잘 떠올리지 않아서 그런가봐요. 와인병에서야 당연히 비워져 있고 그래야만 하는 공간이지만, 저는 제 앞으로의 시간은 욕심부려 채워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3. 여름엔 음식과 매칭을 할 때 외에는 주로 맥주를 마시는것 같아서 제게 와인은 봄, 가을, 겨울의 술이에요. 와인이 맛있어 보이는 순간이라…. 전 와인은 항상 맛있어 보이던데요?
우와...30년 외국생활요...!(존경합니다. 진심이에요..저는 대학만 잠깐 다녔고 그걸로도 충분히 힘들었어서 이민을 주저하다가 결국 못했어요.) 와인으로 유명한 나라들에서 살고 계시다니, 너무 당연히 와인을 얼마나 많이 드셔보셨을까.. 싶어요! 어떤 와인 가장 좋아하세요? 진짜 궁금해요. 앞으로 많은 책들을 차근차근 삶 안에 채워가시길... 응원합니다, 새벽서가님!
저는 이탈리아에서 유학후 스페인과 이탈리아, 멕시코와 중국에서 일을 하다가 현재는 미국에 살고 있어요. 음식과 어떻게 페어링을 하느냐에 따라서도 같은 와인에서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 어떤 와인이 맛있다고 딱 잘라 말하긴 조심스럽지만 ‘와인만’ 마실 때는 바깥 온도/계절에 영향을 받는것 같긴 해요. 더운 여름엔 가볍고 프루티한 사비뇽 블랑이랑 리즐링, 날이 선선해지는 가을엔 그르나슈와 바르베라, 겨울엔 샴페인, 지판델, 쉬라즈, 네비올로나 까베르네 소비뇽, 그리고 봄엔 그뤼너 벨트리너, 람부르스코, 피노 누아가 좋더라구요.
와인들의 맛과 바깥의 날씨를 상상하면서 읽었어요.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저도 앞으로 천천히 시간을 두고, 몇 가지 품종을 편애하지 말고 두루 마셔보자고 생각한 계기였답니다. 넘 감사해요 :)
입맛에 맞는 와인 찾으시는 그날까지,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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